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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농가 주택의 모던한 변신 포르투갈 '카자 누 템푸 Casa no tempo'
동서남북으로 집을 둘러싼 능선과 사이좋게 어우러진 이곳은 대가족이 함께 사는 팜 하우스다. 진초록빛 들판엔 뿌리 깊은 나무가 있고, 한낮엔 뭉게구름 떠다니는 푸른 하늘이, 해가 지면 별이 쏟아지는 까만 밤하늘이 기다리는 곳. 햇빛이 잘 드는 커다란 창을 열고 밖으로 나가면 사막의 오아시스를 닮은 수영장도 있다.

넓은 들판에 단층으로 미니멀하게 놓여 있는 ‘카자 누 템푸’. 이 집에 사는 대가족은 승마를 즐긴다. 커다란 사각형 모양의 창은 집 전체 실내에 햇빛이 잘 들게 하는 창문 역할을 하는 동시에, 실내와 외부의 경계를 허무는 문이 되기도 한다. 

포르투갈 남동부 타구스 밸리Tagus Valley의 남쪽에 위치한 알렌테주Alentejo 지방. 농장 지대답게 비슷한 규모의 팜 하우스가 모여 있는 이곳에 ‘카자 누 템푸Casa no empo(House in time)’라는 이름의 모던한 팜 하우스가 있다. 집주인인 주앙 호드리게스Joao Rodrigues와 안드레이아 호드리게스Andreia Rodrigues는 건축 사무소 아이르스 마테우스Aires Mateus에 대가족이 함께 사는 오래된 가족 농장을 모던한 팜 하우스로 변신시켜줄 것을 의뢰했다. 포르투갈 출신 건축가 두 명으로 구성한 아이르스 마테우스는 그간 단순하면서도 구조적 형태의 미니멀한 건축 모델을 선보이며 스페인, 독일, 영국, 이탈리아, 스위스, 미국 등 국내외 유수의 건축 어워드에서 수상한 실력파 건축 그룹. 이 집에 사는 대가족은 신축이 아닌 레노베이션을 의뢰했고, 이곳의 자연환경과 어우러지는 단순한 아름다움을 지닌 집을 원했다. 레노베이션의 과제는 이 집의 역사와 알렌테주 지방의 역사적 헤리티지를 잘 이해하고, 그것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계획을 세우는 것. 시골 마을의 낙후된 농장을 현대적 라이프스타일의 모던하고 세련된 팜 하우스로 재탄생시킨 건축가 마누엘 아이르스 마테우스Manuel Aires Mateus와 프란시스 쿠 아이르스 마테우스Francisco Aires Mateus에게 카자 누 템푸 프로젝트에 대해 상세히 들어보았다. 


정면에 보이는 정사각 형태의 창을 중심으로 양쪽에 침실과 부엌을 복도식으로 구성했다. 팜 하우스의 특성에 맞게 실내 인테리어도 장식 요소는 최대한 배제하고, 나무의 매력이 잘 살아 있는 단순한 형태의 수납장과 의자, 서랍장 등으로만 꾸몄다. 복도 바닥 전체에 깔려 있는 벽돌 역시 이 집이 위치한 알렌테주 지방에서 오래전부터 생산해온 것으로, 레노베이션 과정에서 기존 벽돌을 거의 재활용했다.

Q 아이르스 마테우스 아키텍처Aires Mateus Architecture는 화이트 컬러로 마감한 외관에 단순하면서도 미니멀한 스타일의 건축을 해왔다. 지금까지 해온 것과 비교해 이 작업은 어떻게 달랐나? 
카자 누 템푸와 같은 형태의 농가 주택을 레노베이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집을 둘러싼 자연 환경과 기후 조건에 가장 중점을 두고 레노베이션 플랜을 구상했다. 

Q 포르투갈의 농가 주택은 대체로 어떤 형태인가? 
카자 누 템푸와 거의 같은 형태라고 보면 된다. 농장 한가운데 가족들이 생활하는 메인 하우스가 있고, 그 옆에 농사짓는 데 필요한 갖가지 도구와 헛간 등을 갖춘 집이 따로 떨어져 있는 형태가 많다. 

Q 카자 누 템포는 레노베이션 이전에 어떤 모습이었나? 
몇 대에 걸쳐 가족이 살아온 오랜 역사를 가진 집인 만큼, 주변의 인접한 시설물을 조금씩 덧붙여 지어온 상태였다. 그래서 구조나 설계가 완벽하지 못했고 세월이 흐르면서 제대로 정비하지 않아 비뚤어지고 왜곡된 구조도 있었다. 고심 끝에 기본적인 골격과 구조만 남긴 채 대부분 철거하고 다시 짓기로 결정했다. 

Q 신축이 아닌 레노베이션 작업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알렌테주 지방은 대를 이어 살아온 사람이 많은, 역사 깊은 곳이다. 그래서 주변의 팜 하우스 경우에도 신축보다는 가족이 살아온 삶의 형태와 역사를 보존하면서 라이프스타일을 현대적으로 바꾼 레노베이션 사례가 많은 편이다. 우리 역시 그 점을 감안했고, 집주인이 많은 비용을 들이길 원치 않았기에 집의 골격을 유지하면서 레노베이션을 진행했다. 


1 공간감을 살려주는 큰 사이즈의 거울과 핸드메이드로 제작한 옷장, 높이가 낮은 침대를 배치해 단층 구조의 장점을 살렸다. 2 커다란 창은 창문인 동시에 외부로 바로 나갈 수 있는 문이기도 하다. 코튼 소재 패브릭으로 감싼 높이가 낮은 소파로 복도 공간을 거실로 탈바꿈했다. 3 5인 이상의 대가족이 모여 사는 팜 하우스다운 기다란 식탁과 식기, 주방용품을 깔끔하게 수납할 수 있는 수납공간이 돋보인다. 

Q 레노베이션을 어떻게 진행했는지 과정을 설명해달라. 
총 2년간 진행했다. 원래 있던 구조의 반 정도를 철거하면서 일을 시작 했고, 맨 먼저 오랜 시간 습기 등으로 낙후된 낡은 벽을 손보는 작업을 했다. 그리고 원래 지붕에 깔았던 타일과 똑같은 핸드메이드 타일로 지붕을 보수했고, 석회 모르타르(회반죽)로 벽을 다시 발랐다. 이번 레노베이션 이후 오랜 시간 질리지 않고 생활 할 수 있는 ‘시간의 흐름에 구애받지 않는(timeless)’ 집을 테마로 잡았다. 

Q 예전에 이런 작업을 한 적이 있는가? 팜 하우스가 갖추어야 할 필요 조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여태까지 많은 종류의 집을 설계하고 시공했지만, 농장 레노베이션 작업은 처음이었다. 특히 헥타르 면적의 팜 하우스는 처음이었기에 알렌테주 지방 대부분의 팜 하우스에서 보이는 가장 기본적인 골격과 특징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집주인의 생활과 라이프스타일을 현대적으로 개선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Q 카자 누 템푸의 가족 구성원은 라이프스타일이 어떠한가? 
다섯 명 이상의 대가족이 함께 산다. 이곳은 그들의 본 주거지이기도 하지만, 휴가철에는 지인들에게 홀리데이 하우스로 빌려주기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주로 작물을 재배하고 와인 마개로 쓰는 코르크를 만들며, 소와 말도 기른다. 가족 모두 승마를 즐기는 등 라이프스타일이 캐주얼하면서도 활발한 편이라고 보면 된다. 

Q 집주인이 가장 원한 점은 무엇인가? 
레노베이션 과정에서 집주인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오랜 시간 습기에 노출되어 부식된 벽의 개ㆍ보수와 그에 따른 실내 보온력의 개선이었다. 

Q 주거와 농사를 병행할 수 있도록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은? 
창과 문의 형태를 하나로 결합해, 문처럼 드나들 수 있을 만큼 큰 창을 설계했다. 

Q 창은 몇 개 안 되지만 크기가 굉장히 큰 편이다. 
이 집의 모든 창은 동시에 문 역할을 하기도 한다. 창을 벽 높이와 거의 같게 내어 침실에 있다가도 창을 열고 바로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실내ㆍ외의 경계를 없앴다. 

Q 알렌테주 지방의 기후 특성과 지리적 특성을 고려해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바로 날씨다. 1년 중 가장 더울 때와 가장 추울 때, 두 시기 사이의 평균 기온이 매우 중요하다. 외부 환경으로부터 실내를 보호할 수 있는 두껍고 단단한 벽이 가장 절실했다. 

Q 실내 마감에는 어떤 마감재를 사용했는가? 
이 농장에서 생산하는 코르크와 전통 수작업 방식으로 생산한 타일과 벽돌을 사용해 최대한 자연 친화적인 레노베이션을 추구했다. 


1 아치형으로 만든 현관 양옆에는 문과 창 역할을 동시에 하는 커다란 창문을 냈다. 2 집 앞에 만든 정사각 형태의 수영장은 레노베이션을 진행한 건축가 마누엘 아이르스 마테우스가 이 집의 가족에게 제안한 것으로, 우기에는 수영장처럼 보이고, 건기에는 사막의 오아시스나 바닷가의 모래사장처럼 보이도록 설계했다. 능선이 펼쳐지는 주변 지형을 고려해 자연환경에 잘 어우러지는 수영장을 완성했다.

Q 수영장은 이 집에 원래 있던 것인가? 아니면 가족들의 요구에 따라 만들었나? 
수영장은 우리가 가족에게 제안해서 만들었다. 2년에 걸친 시간 동안 자주 드나들며 주변의 지형, 자연환경과 날씨를 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집 앞에 이런 형태의 수영장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레노베이션을 하면서 천장 높이를 집을 둘러싼 주변 능선보다 높아 보이지 않도록 고수했듯이, 수영장 역시 집에서 감상할 수 있는 자연 풍경의 하나가 되도록 만들었다. 비가 많이 내리는 우기에는 물이 가득 차서 수영장처럼 보이고, 건기에는 물이 말라서 사막의 오아시스나 바닷가의 모래사장처럼 보이기도 한다. 너른 들판과 경작지가 펼쳐지는 주변 지형을 고려해 인공적이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주변의 자연경관에 흡수되는 수영장이 되기를 바랐다. 

Q 집의 실내 공간은 어떻게 구성했나? 
크게 거실, 침실, 부엌 세공간으로 나뉘는데 , 각 공간이 모두 중앙의 통로로 연결되어 있다. 각각의 공간을 분리하면서도 문을 달지 않아 완전히 단절되지 않게끔 설계했다. 침실에 딸린 욕실마저도 문 없이 벽을 길게 만들었다. 대가족이 함께 어울려 사는 공간이기도 하고, 외부 출입이 잦은 가족들의 활동적인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Q 현관과 창문, 복도 등을 설계하는 데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은? 
현관은 휘어진 활 모양의 아치 형태로 설계했고, 창은 모두 커다란 정사각 형태로 내어 실내에 햇빛이 많이 비추도록 했다. 

Q 대가족이 사는 집인 만큼 수납공간은 어떻게 마련했는지 궁금하다. 
최소한의 가구를 이용해 최대한의 수납을 하는 것이 알렌테주 지방 전통 농가 주택의 수납 방식이다. 특히 부엌의 경우 수납공간을 최대한 넓혀 대가족의 식생활에 필요한 많은 식기와 주방용품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도록 했다. 오랜 시간 동안 집 안 곳곳에 묵혀둔 낡은 가구와 세간을 정리하고 최소한의 가구와 살림살이만 남겼다. 

Q 현재 작업 중인 프로젝트가 있다면? 
카자 누 템푸와 같은 헥타르 면적의 또 다른 팜 하우스를 레노베이션하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Q 카자 누 템푸처럼 현대적인 농가 주택이 지향해야 할 스타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공간의 다양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대적인 농가 주택이라면 기존 농가 주택의 병렬식 구조에서 벗어나 거실, 침실, 부엌 등의 경계를 없애고 집 안 모든 공간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낮은 천장에 상충되지 않도록 좌식ㆍ입식 생활 공간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면 더 좋지 않을까? 

글 유주희 기자 | 사진 넬슨 가리도Nelson Garrido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6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