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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농업을 위한 진심에서 출발하다 만나씨이에이의 양어 수경 재배로 키운 신선한 채소
먹거리에 대한 중요성과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만나씨이에이의 전태병 태표. “나는 과연 음식과 올바른 관계를 맺고 있을까?” 대학생 시절부터 끊임없이 던져온 질문에 응답하기 위해 그는 자연과 농업이 공생할 수 있는 식물 공장을 지었다. 양어 수경 재배 시설을 갖춘 그의 농장에서는 물고기와 미생물에게서 양분을 받은 채소들이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충북 진천군 이월면에서 양어 수경 재배 기술로 채소를 생산하는 전태병 대표(왼쪽)와 다양한 채소로 샐러드와 페스토를 제안한 김태윤 셰프.
친환경 식물 공장을 짓다
“싱싱한 텃밭을 냉장고 속에 그대로 옮겨놓고 싶었습니다.” 서울에서 두 시간 남짓 걸리는 충청북도 진천군 이월면에 있는 만나씨이에이의 전태병 대표는 친환경 식물 공장에서 뿌리가 그대로 살아 있는 채소를 재배해 전국 곳곳으로 배송한다. 카이스트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그는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의 근원이 늘 궁금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농업에 마음이 끌렸고, 스스로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출발점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건강한 먹거리를 통해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식탁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싶었어요. 그 시작이 농업이라고 생각했죠. 창업 준비를 하면서 현실을 들여다보니 예상한 것보다 문제가 많더라고요. 농민의 생산성을 효율적으로 끌어올려줄 장비가 부족했고, 고가 장비도 살 수 없는 현실이었어요. 수익이 발생할 수 없는 구조도 답답했고요. 생산성과 효율성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아이디어가 필요했고, 장비 제작과 채소 재배ㆍ수확, 소비자와 직거래 등을 직접 해보기로 결심했지요.”

생산성 향상과 작물의 신선함 유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던 중 그는 양어 수경 재배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대학 시절 룸메이트이자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박아론 공동대표와 함께 카이스트 창업교육센터에서 20~30평 남짓한 공간을 얻어 기존의 수경 재배에 물고기 양식을 더한 양어 수경 재배에 대한 계획을 구체화했는데, 2013년부터 그가 원하던 그림은 점점 뚜렷해졌다. <성경> 속 굶주림에 시달리던 이스라엘사람들을 구원하기 위해 하늘에서 내려온 음식 ‘만나’와 환경 제어농업을 뜻하는 ‘CEA(Control Environment Agriculture)’를 합쳐 만나씨이에이라는 이름의 법인 회사를 설립했고, 1년 후 충북 진천군 이월면으로 회사를 옮겼다. 그곳에서 그는 물과 물고기의 양분으로 식물을 키우는 양어 수경 재배 시스템을 직접설계해 거대한 식물 공장을 지었다. 흙이 아닌 직접 제조한 유기농 배지에서 물과 물고기 양분으로 채소를 키웠더니 뿌리를 온전히 유지한 채 수확이 가능했다. 싱싱하고 건강한 채소가 입소문이 나면서 누군가는 만나씨이에이의 채소를 사서 손님상에 내놓았고, 몸이 아픈 사람들은 믿고 구매하기 시작했다.


물고기의 배설물을 먹고 자라는 채소
“만나씨이에이가 일반 수경 재배와 차별화된 점은 아콰포닉스 aquaponics라 불리는 양어 수경 재배로 채소를 기른다는 점이에요. 환경에 최대한 부담을 덜 주고 일정한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 수경 재배와 물고기 양식을 결합했지요.”

7백 평에 이르는 1호 농장에 들어서면 일반 유리온실과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온실 양쪽으로 싹을 틔운 어린 채소와 수확을 앞둔 채소들이 재배 베드 위에서 따스한 햇빛을 받으며 줄지어 있다. 그 뒤로 물고기, 즉 역도미를 양식하는 거대한 수조와 미생물을 배양하는 탱크들이 자리한다.

“역도미를 기르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식물에게 좋은 영양분을 제공하기 위해서예요. 토양에서 동물의 배설물을 양분으로 사용하는 것처럼 이곳에서는 물고기의 배설물이 양분이에요. 대부분 수경 재배는 황산가리, 질산가리 등 우리 몸에 해로운 물질을 물에 섞어 영양분을 인위적으로 제조해요. 우리는 화학비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 대신 미생물을 직접 배양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역도미 수조 속 물이 식물에게 가기 전 미생물 탱크를 거치는데, 미생물은 물속 유해 암모니아를 분해해 식물이 잘 흡수할 수 있는 형태로 바꿔주지요. 그 물이 식물에게 전해져 좋은 영양분을 제공하고 남은 물은 다시 물고기에게 돌아갑니다.”

그저 충실히 자연 생태계의 순환 원리를 따르다 보니 유리온실 내에서 버려지는 물은 없다. 일반 농법에서 사용하는 물의 20분의 1만 사용해도 충분했다. 양어 수경 재배 시설을 관리하는 것 못지않게 전태병 대표가 신경 쓰는 것은 기초부터 철저한 유기 농법이다. 병충해를 예방하기 위해 농약을 남용하는 육묘장에서 모종을 사 오는 것이 아니라 질석과 펄라이트 등 유기농 인증을 받은 배지에 직접 파종을 한다. 배지 제조, 파종, 발아, 수확 등 모든 과정을 농장 안에서 해결해 먹거리에 대한 안전성을 높이고 소비자의 신뢰를 쌓아나갔다.


1 만나 박스는 뿌리가 그대로 살아 있는 채소를 포장해 매달 정기 배송 서비스를 진행한다. 냉장고에 넣어두고 필요한 만큼 채소를 잘라서 먹을 수 있다. 2 양어 수경 재배의 핵심은 물고기 양식이다. 유리온실 내에 있는 수조에서 역도미를 기르고 그 배설물을 양분으로 활용한다. 철분을 비롯한 유익한 성분이 풍부하기 때문에 물은 까만빛을 띤다. 
3 유기농 배지에서 싹을 틔운 채소는 적당한 햇빛과 온도, 습도를 유지하는 식물 공장에서 무럭무럭 자란다 .4 김태윤 셰프는 다양한 채소에 민트를 섞은 리코타 치즈, 바삭하게 구운 프로슈토, 딸기, 발사믹 비니거,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를 넣어 샐러드를 만들었다. 갓 따온 바질을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으로 페스토를 제안했다. 여기에 약간의 토마토와 마이크로 그린, 허브 등을 올리면 한층 풍성하면서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브루스케타를 맛볼 수 있다.
연중 푸르른 식물 공장
“양어 수경 재배의 장점은 연중 일정한 생산량이 가능하다는 것 입니다. 처음 식물 공장을 지을 때 물리적 구조뿐 아니라 첨단 센서와 인공지능을 갖춘 소프트웨어까지 설계했어요. 그 덕분에 식물 공장 내의 모든 환경을 제어할 수 있지요. 날씨와 기후에 영향을 많이 받는 노지 재배와 달리 이곳에서는 1년 내내 푸릇푸릇한 채소를 키우는 것이 가능합니다.”

전태병 대표의 말처럼 식물 공장 안에는 온도와 습도, 햇빛양,CO2를 측정하는 센서가 설치되어 있다. 습도를 측정하는 토양 센서가 신호를 보내면 물을 공급하는 주기를 변경하거나 물양을 효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것. 물고기 수조와 미생물 탱크에도 센서가 부착되어 있는데, 오염도와 산소 포화도를 측정해 수질을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하지만 식물을 다루는 일이 마음처럼 되지 않을 때도 있다.

“농장을 철저하게 관리한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나비가 날아다니더라고요. 애써 키운 작물을 애벌레가 갉아먹고 있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했어요. 주변 어르신들이 농약을 치라고 할 때 직원들과 잠자리채를 들고 열심히 뛰어다녔죠.”

병충해를 막기 위해서 천적을 키워 애벌레를 잡았고, 애벌레가 갉아먹은 채소도 꼼꼼하게 걸러냈다. 해충이 생기고 폭염으로 작물이 피해를 입을 때마다 그가 선택한 것은 철저한 데이터 수집. 고생스러운 일도 많았지만 실시간으로 수집되는 데이터를 모니터로 확인하며 식물 공장을 관리했다. 그 결과 노지 재배 대비 20~30배나 많은 생산량을 수확했고, 양어 수경 재배로 채소를 건강하고 깨끗하게 기를 수 있었다. 전태병 대표는 이렇게 수확한 채소가 가장 신선할 때 소비자의 집에까지 배송하고 싶어 올해 1월 뿌리가 살아 있는 채소를 정기 배송하는 ‘만나 박스’를 론칭했다. 냉장고에 보관하면서 필요한 양만큼 그때그때 따서 요리할 수 있는 만나 박스가 주목을 받으면서 주문량이 1호와 2호 농장에서 공급할 수 있는 양을 넘어섰다. 게다가 값비싼 해외 장비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낮은 투자 비용으로 이 모든 것을 직접 설계해 가격 경쟁력까지 갖출 수 있었다. 그는 계속해서 3호와 4호 식물 공장을 준비하고 있다.


냉장고 안에서 필요한 만큼씩 채집
충북 진천군 이월면에서 양어 수경 재배 기술로 채소를 생산하는 전태병 대표(왼쪽)와 다양한 채소로 샐러드와 페스토를 제안한 김태윤 셰프.지중해 음식을 선보이는 레스토랑 7pm의 김태윤 셰프는 누구보다 음식에 대한 진실한 태도로 요리를 한다. 시간이 날 때마다 다양한 식재료를 찾아 여행을 떠나는 그에게 만나씨이에이의 식물 공장은 꽤나 큰 의미로 다가왔다.

“처음 만나 샐러드 팩을 받았을 때 모든 채소의 뿌리가 그대로 살아 있어 신기했어요. 뿌리부터 잎 부분까지 숨이 죽지 않고 무척 싱싱했지요. 냉장고에 넣어도 일반 채소에 비해 신선도가 오래 유지되고요. 상추를 씹을 때마다 톡톡 터지듯 아삭한 식감도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채소에 좋은 영양분을 제공할 수 있는 양어 수경 재배 시설을 보고 깜짝 놀랐지요. 미국과 네덜란드에서 씨앗을 수입해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 종류의 상추ㆍ스칼렛프릴ㆍ제노비스 바질ㆍ애플민트ㆍ딜 등 갖가지 허브류, 파인 다이닝과 호텔에서 주로 많이 찾는 고급 채소인 마이크로그린까지 재배한다는 사실에 또 한 번 감탄했어요.”

김태윤 셰프는 고유한 맛과 향을 지닌 적근대ㆍ옐로 차드ㆍ파게로ㆍ스칼렛프릴 등의 채소와 딸기, 민트를 섞은 리코타 치즈, 구운 프로슈토를 곁들인 샐러드를 만들었다. 채소의 부족한 맛을 딸기와 리코타 치즈, 새콤한 발사믹 비니거로 보완했다. 여기에 구운 프로슈토를 넣어 바삭한 식감까지 더했다.

“샐러드 외에 채소를 활용하는 방법은 페스토를 만드는 거예요.특히 바질 페스토는 향이 생명이라 신선할 때 만들어야 가장 좋아요. 믹서에 바질과 오일, 잣, 치즈, 마늘 등을 넣고 곱게 간 다음 소금으로 간하면 충분합니다. 바삭하게 구운 바게트 위에 바질 페스토와 방울토마토, 오팔 바질, 치즈 등을 올려 브루스케타로 즐길 수 있어요.”

전태병 대표를 만나보니 문득 아주 오래전에 읽은 소설 <트레버>의 주인공 트레버 맥킨니가 떠올랐다. 열두 살 소년은 사회 선생님 루벤에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아라”는 과제를 받는다. 소년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 ‘남에게 베풀기’라는 운동을 시작한다. 트레버에게 도움을 받은 사람이 또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준 것처럼 전태병 대표의 양어 수경 재배 기술과 건강한 먹거리가 누군가를 이롭게 하고, 또 다른 이로움으로 이어져나가길 바란다.


요리
김태윤(7pm, 02-730-3777) 촬영 협조 만나씨이에이(042-364-6720)

 

글 김혜민 기자 | 사진 김동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6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