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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코 신동민 셰프와 포항 해녀 그냥 먹어도 맛있는 성게알

왼쪽부터 환호동어촌계해녀작업장의 김영희 해녀, 박순희 해녀 그리고 미코 신동민 셰프.
고향 바다를 레스토랑에 들이다
요리의 시작은 식재료가 자라는 밭이요, 농장이다. 바다 밭도 이와 다르지 않다. 바다에서 자라 바다 내음까지 즐길 수 있는 해산물은 미코 신동민 셰프가 가장 살갑게 느끼는 식재료. 바다가 삶의 터전인 경북 포항이 그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해산물 중에서도 성게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식재료예요. 특히 일본 요리의 3대 진미 중 하나로 꼽히는 성게알(우니) 메뉴는 자신 있어요.

고향 바다에서 건져 올린 성게의 싱싱한 맛을 믿으니까 자부심이 절로 생기죠.” 요리에 대한 자부심이 좋은 재료에서 시작한다는 그의 말에서 요리 철학이 여실히 드러난다. 그가 관련 학회에 참가하고, 끊임없이 책을 보며 맛을 공부하는 이유도 제철 식재료를 더 맛있게 요리하기 위해서다. 오죽하면 레스토랑 이름도 일본어로 ‘맛을 찾는 여행’이라는 뜻의 미코(味行)일까. 가장 신경 쓰는 것도 다름 아닌 재료인데, 모두 직접 발로 뛰어 엄선한 것이다.

“성게는 해녀가 물질로 직접 건져 올려야 얻을 수 있는 데다 신선도가 생명이에요. 그러다 보니 오너 셰프 레스토랑에서는 유통 문제로 산지에서 소량 공급받는 데 어려움이 있어요. 제 경우엔 고향 바다 덕을 보는 셈이죠. 10kg씩 구매하지만 제철이어도 메뉴를 매일 낼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바다가 허락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거든요.” 해녀를 ‘성게 어머니’라 부르는 그는 해녀들이 혼백상자라 하는 두룸박을 등에 지고 바닷속에 들어가 잠수하는 동안 내내 함께 숨죽인다. 해녀가 물질하는 광경만 봐도 마음이 뭉클해진다고. 그가 재료 본연의 맛도 살리고 하나도 남김없이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공부하는 이유다.  


해녀가 물질로 건진 바다의 산물, 성게
“해녀는 욕심부리지 않아요. 숨이 부족하면 뭍으로 못 올라오니까. 얻을 만큼 얻었으면 그 이상은 포기하고, 새끼는 건드리지 않는 게 바다의 상도예요.” 파도만 안 치면 물질하러 간다는 김영희ㆍ박순희 해녀에게 바다는 삶터다. 물질 세월만도 보통 30~40년이 훌쩍 넘는 그들의 일터는 경북 포항시 북부해수욕장 근처의 환호동어촌계해녀작업장. 보통 새벽 4시 반에 들어가서 너덧 시간을 물질하는데, 매일 허리에 10kg이나 되는 무거운 납덩이를 두르고, 두룸박과 조랭이 바구니, 곡괭이만 든 채 차고 깊은 바닷속으로 몸을 던진다.

수심 10~20m 바닷속에서 직접 건져 올린 성게는 쓰거나 비리지 않고, 알이 꽉꽉 들어차 있다. “15년 전만 해도 건져 올리는 족족 일본으로 보내던 귀한 해산물이 성게예요. 여름 성게는 보라성게로 산란 직전에 이른 것이 가장 맛있지요. 껍질을 깐 성게는 색이 노랗고 알이 풀어지지 않으며 윤기가 나야 최상품으로 치는데, 9월 이후에는 알에 쓴맛이 돌아서 겨울에 말똥성게가 나와야 다시 걷어 올려요.”

물질이 끝났다고 작업이 끝난 것이 아니다. 손질까지 일일이 하는 것이 해녀의 몫. 가시가 많아 손질하는 데에도 기술이 필요한데, 칼로 반 가른 뒤 작은 숟가락으로 알만 떠내 불순물을 일일이 거둔다. “성게는 워낙 맛이 고소해 날것으로 먹는 게 가장 좋아요. 알에 밥을 넣고 참기름 몇 방울 떨어뜨려 비벼 먹기만 해도 맛있는데, 요즘은 성게를 활성화하려고 성겟국이며 성게전도 개발했어요. 한데 해녀가 턱없이 부족해 물질 명맥이 끊기게 생겼으니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에요.”


성게밥과 성게미역국
밥에 달걀노른자를 섞어 비비고 소금 간을 살짝 한 뒤 김 가루를 뿌리고 성게알로 덮는다. 김을 넣는 것은 성게가 김과 다시마 등을 먹이로 삼기 때문. 단백질이 풍부해 ‘바다의 호르몬’이라 불리며 엽산 함유량이 높은 성게는 스태미나식으로도 그만이다.

촬영 협조 미코(02-3446-1227), 환호동어촌계해녀작업장(010-7251-8874) 

#성게알
글 신민주 수석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4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