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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기농장 조재호∙박응서 부부 자연과 함께 키운 토마토
유기농업이라고 하면 ‘안전하고 건강한 먹을거리’로만 여기기 쉽지만, 생태계를 거스르지 않으면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경제적 이득을 얻기 위해 자연을 착취하는 농업이 아닌, 자연과 공생하는 농업을 위해 시작한 유기농 토마토 재배. 10여 년의 노력이 이 부부에게 선사한 것은 없어서 못 팔 만큼 다디단 토마토와 나이보다 5년은 젊어 보이는 동안 피부다.

가공 시설을 포함해 총 6천여 평의 유기농 토마토 농장을 운영하는 조재호・박응서 대표.

자연과 갈등 없이 살기로 하다

충청남도 아산시 영인면 신봉리, 농촌 체험 마을로 지정되어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의 체험 학습 현장으로 유명한 곳이다. 서울에서도 두 시간이면 다다를 수 있는 거리이고 농약과 화학비료 없이 건강하게 농사짓는 농부가 있으니 도시 아이들에게 훌륭한 교육의 장인 것. 이 마을에서 나고 자란 달기농장의 조재호 대표는 1982년부터 아버지와 함께 젖소 농장을 운영했다. 그때만 해도 교통이 발달하지 못한 탓에 유통하기가 어려워 11년 만에 사업을 접고 농사일을 시작했다.

아산은 워낙 토마토로 유명한 곳이라 그 역시 토마토를 재배하기 위해 하우스를 지었다. 단, 남들과는 ‘다르게’ 토마토를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다. “1993년에는 유기농업이라는 말이 있는지도 모를 때였어요. 그저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며 농사지으려고 한 것입니다. 토마토로 큰돈을 벌어야겠다는 마음에서 시작했으면 절대 하지 못했을 거예요. 많이 얻기 위해 땅을 혹사시키고, 무리하게 영양을 공급하지 않으며, 생태계를 파괴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만 했습니다. 남들은 하나라도 더 많이 생산하는데, 저는 몇 년을 토마토 하나 심지 않고 토양을 정화시켜야 한다며 땅을 놀리니 주위에서 손가락질도 많이 받았어요.”

‘사람은 자연의 주인이 아니다’는 말은 조재호 대표의 농사 철학이자 삶의 철학으로 주위의 만류에도 유기농업에 대한 꿈을 꿋꿋하게 펼쳐나갔다. 자료도 없고 어디 하나 물어볼 곳도 없어 직접 부딪쳐가며 익혔다. 자재값으로 날린 돈도 수억이요, 토마토 농사를 시작하고 몇 년간은 실패가 더 익숙한 단어였다. 가장 어려운 것은 병충해와의 사투였다. 벌레를 쫓기 위해 우유도 뿌려보고, 담뱃잎을 하우스 여기저기에 놓아보기도 하고, 그것도 부족해 계피와 정향, 커피 등을 함께 섞어 사용하기도 했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유기농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자 유기비료나 천적 농법 등 새로운 농업 기술도 발달해 한결 쉬워졌다지만, 지금도 귀농해 농사를 지으려는 많은 이가 조 대표에게 농업 노하우를 배우고자 찾는다.

배송 기간을 고려해 토마토는 새빨개지기 전 푸른빛과 노란빛을 머금을 때 수확한다.최상의 토마토를 맛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욕심을 버릴수록 토마토는 달다
겨울이면 남쪽에서, 여름에는 고랭지에서 토마토가 나고, 지중해산 토마토도 수입해 들어오니 연중 내내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토마토다. 병충해에 취약해 국내에서는 거의 하우스에서 키우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어느 지역에서건 1년 내내 생산할 수 있기도 하다. 식당에서 나오는 ‘사라다’에도 토마토가 빠지는 법이 없으니 굳이 찾아 먹지 않아도 하루가 멀다 하고 먹는 ‘국민 채소’다. 한데 조재호 대표가 생산하는 토마토는 일반 토마토보다 갑절은 비싸다. ‘대체 무슨 맛이기에 이렇게 비싼가’ 하는 마음에 사 먹은 고객은 하나같이 단골이 된다.

친환경 농산물을 판매하는 몇몇 유통처를 빼고는 홈페이지를 통해 대부분 직거래로 유통하는데, 수확 철을 기다려 예약하는 이도 많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하지만 하우스 한 동에서 수확하는 토마토는 일주일에 3kg 정도밖에 안 된다. 일반 토마토 재배 농가의 수확량이 일주일에 30kg이라니, 10분의 1 수준이다. 조 대표는 이것이 바로 토마토 맛의 비결이라고 말한다. “수확량과 맛은 반비례합니다. 한 나무에 열리는 과실이 많으면 양분을 서로 나눠 가지니 당연히 맛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토마토는 가만히 두면 위로 길게 자라는데, 다섯 단이 넘어가지 않도록 잘라냅니다.”

달기농장은 한 해 두 번 토마토를 수확하는데, 1월에 파종해 3월에 정식定植해 7월 말까지 수확하고, 5월에 파종해 7월 말에 정식해 10월부터 12월 중순까지 또 한 번 수확한다. 수확이 끝난 토마토나무는 모조리 걷어내 톱밥과 쌀겨, 깻묵, 계분 등과 섞어 6개월 이상 발효시켜 퇴비로 활용한다. 토마토로 다시 토마토를 키우는 것이다. 토마토를 걷어내고 다시 정식하기 전까지 유산균 액비를 뿌려 토양을 튼튼하게 만든다. 토양을 정화해 다시 건강한 토마토를 키울 힘을 얻도록 하는 것. 토마토는 마사토에서도 자라는데, 배수가 잘되고 통기성이 좋아 오히려 빨리 자라고 과실도 많이 열리지만 그만큼 맛이 밍밍하다. 아산 지역의 토마토가 맛이 좋기로 유명한 것은 바다를 끼고 있어 일교차가 크기도 하지만, 분자 크기가 작은 점질토 지역이기 때문이다. 달기농장 토마토는 이렇듯 좋은 환경에 토양 관리까지 철저히 해 당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토마토를 다섯 시간 정도 가열한 뒤 추출해 걸러 만든 토마토즙.첨가물 하나 없이 진한 토마토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다.

유기농업은 농부와 소비자가 함께 하는 것
조재호 대표가 강조하는 유기농업은 안심 먹을거리를 만드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좋은 먹을거리만 값어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자연이 얼마나 귀한지 깨달아야 한다는 것. 큰 손해와 번거로움을 감수하면서도 달기농장을 수년째 체험 농장으로 열어두는 것도 유기농업을 많은 이에게 알리기 위해서다. 도시 학생들이 다녀가면 뿌리가 뽑히기도 하고, 수확할 토마토도 많이 잃지만, 자연의 경이로움을 일깨워주는 것이 그의 역할이자 의무라고 믿는다.

수많은 책을 뒤지며 토마토의 유용성과 활용법도 꾸준히 공부한다. “자연 앞에 늘 겸손한 자세로 임해야 합니다. 날씨가 하루하루 다르고, 매해 기상 환경이 달라지잖아요. 어떤 상황에서든 유연하게 대처하려면 더욱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고 공부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홈페이지와 블로그를 통해 영농 일기를 공개하고, 유기농업과 달기농장을 알리는 일은 조재호 대표의 아내 박응서 대표의 몫이다. 유기농업으로 토마토를 수확한 초창기에 유통할 길이 없어 모색한 방법이 바로 직접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것이었는데 이를 통해 단골 고객도 만났고, “달기농장의 토마토가 제일 맛있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는 창구라 그는 금쪽같은 토마토만큼 홈페이지 관리에도 정성을 쏟는다.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포장해 보낼 수 있으니 더욱 신선한 토마토를 전달할 수 있고, 익은 것과 익어가는 것을 섞어 보내 한 박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세심하게 관리할 수 있으니 이 또한 장점이라고. 토마토를 다양하게 먹을 수 있는 요리법과 가공식품 개발이 그들의 다음 과제다. 생으로 먹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지만, 가족 수가 많지 않은 요즘 한 박스를 사면 끝까지 다 먹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가영 푸드 스타일리스트는 토마토를 한 박스씩 사두고 남김없이 먹기 위해서 다양한 요리로 활용한다.

김가영 푸드 스타일리스트가 제안하는 토마토 페타 치즈 샐러드. 토마토를 그릴에 굽거나 오븐에서 수분을 날려 드라이드 토마토로 만들어 활용하면 흡수율도 높을 뿐 아니라 식감도 한층 쫄깃해진다.


그가 즐기는 토마토 요리는 샐러드. 저칼로리의 대명사인지라 저녁이면 각종 샐러드 채소와 치즈를 곁들여 양껏 먹는다. 토마토를 살짝 데쳐 껍질을 벗긴 뒤에 발사믹 식초와 올리브유, 소금, 후춧가루, 바질 등으로 매리네이드해 냉장고에 넣어두면 느끼한 요리를 먹을 때 곁들여도 좋고, 스테이크나 해물요리의 가니시로도 활용할 수 있다. “단골 고객들이 토마토를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가공식품이 있으면 좋겠다고 해 2년 전부터는 토마토즙도 선보였습니다. 가공 처리 시설을 허가받는 일이 까다로워 시판하기까지 5년이나 걸렸지요.” 토마토는 생으로 먹어도 좋지만, 열을 가하면 체내 흡수율을 높일 수 있어 토마토를 95℃로 끓인 뒤 압착 추출하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원하는 맛을 내기까지 적정 온도와 가열 시간 등을 수십, 수백 번 조절해가며 만든 그만의 노하우다.

아로니아aronia, 블랙베리 등의 과일과 혼합한 건강 기능식품도 만들 계획도 세웠다. 조만간 달기농장표 새로운 건강음료를 만날지도 모를 일이다. “제가 올해로 쉰일곱인데, 아무도 이 나이로 안 봐요. 농사일하면서 이렇게 피부 좋은 사람 본 적 있어요? 토마토 덕분이고, 유기농업을 해온 덕입니다. 농약은 결국 사람도 해치지요. 바르게 농사를 지었으니, 잔병 치레 한 번 없이 살 수 있는 거예요. 게다가 몸에 좋은 토마토를 매일 먹었으니 건강할 수밖에요. 나라도 먼저 자연을 생각하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유기농업으로 저는 자연에서 더 큰 선물을 받았습니다.”

 요리 김가영(101레시피) 문의 달기농장(www.dargi.co.kr)

글 박유주 기자 | 사진 김동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4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