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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망디에서 가장 오래된 뇌샤텔 치즈
치즈 하나에 달콤한 사랑 이야기를 담고, AOC 인증으로 치즈의 고유성과 품질을 철저하게 관리 감독하는 나라, 프랑스. 한국인 음식 칼럼니스트와 프랑스인 셰프 부부가 프랑스 노르망디 지역의 치즈 공방을 다녀왔다.

“2월에는 목장 방문이 불가능한데요.” 전화를 거는 곳마다 한결같이 곤란하다는 반응이었다. 겨울에는 목장 방문이 어려우니 4월부터 10월 사이에 오라는 것이었다. 프랑스 방문 중 치즈, 크림, 버터로 유명한 노르망디의 목장을 방문하려던 내 계획이 무산되는 듯했다. 몹시 실망하는 내 모습을 본 남편이 작심한 듯 뇌샤텔 치즈 협동조합(Syndicat de Defense et de Qualite du Fromage Neufchatel)에 전화를 걸었다. 나는 뇌샤텔 치즈를 만드는 농장을 방문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전화기에 대고 뭔가를 열심히 설명하는 남편을 바라보았다. 긴 통화를 마친 후 수화기를 내려놓는 남편의 얼굴이 환해졌다. “뇌샤텔 면사무소에 있는 뇌샤텔 치즈 협동조합에 직접 오라는 거야. 뇌샤텔 관련 정보도 주고 생산업자 목장 방문도 주선해줄 수 있다고 하네.” 그렇게 해서 올 초, 뇌샤텔 치즈 협동조합 디렉터인 장-루이 블로켈Jean-Louis Bloquel과 뇌샤텔 치즈를 만드는 산드라, 니콜라, 프레데릭을 만났다.


1 산드라와 프레데릭 부부의 농장에 들어서면 전형적인 노르망디식 농가를 볼 수 있다. 집 앞에 있는 그림 같은 작은 호수에 백조들이 노닌다.
2 하트 모양으로 뜬 전통적인 뇌샤텔 치즈. 물라주moulage(치즈의 모양을 만드는 과정)를 막 끝낸 상태다.

하트 모양 치즈로 적군에게 사랑을 전하다
뇌샤텔Neufchatel 치즈는 카망베르Camembert, 리바로Livarot, 퐁레베크Pont-l’eveque와 함께 노르망디를 대표하는 유명한 치즈 중 하나다. 뇌샤텔 치즈를 스위스에 있는 이름이 같은 도시와 구분하기 위해 ‘뇌프샤텔’이라고 발음하는 사람도 많다. 뇌샤텔 치즈의 기원은 무려 6세기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가 잘 아는 카망베르 치즈와 비슷한데 맛은 조금 더 짭조름하고 오래 숙성할수록 혀를 톡 쏘는 자극적인 맛이 특징이다. 치즈를 코에 대고 향을 맡으면 비가 내린 후 숲을 산책할 때 풍겨오는 눅눅한 버섯 냄새가 난다. 프랑스 정부로부터 품질 관리와 감독을 받으며 뇌샤텔 고유의 원산지 명칭을 보호받고 있다. 특히 1969년에 AOC(appellation d’origine controlee) 인증을 받아 지금까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지역 협동조합을 통해 고유의 상품적ㆍ지역적 특성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치즈 자체의 품질과 전통적 생산 관행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로부터 지역 특산품의 고유성과 품질은 물론 환경이나 제품 및 공정 관리까지 철저히 감독받는 복합적이고 통합적인 AOC 인증을 지금까지 효율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데는 뇌샤텔 협동조합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뇌샤텔 치즈는 카망베르 치즈처럼 살균하지 않은 생우유로 만든다. 응고 후 유청만 분리해낸 치즈로 인위적인 보존 처리를 하지 않고 장거리 여행을 하면 맛이 변할 수도 있다. 안타깝게도 생우유로 만든 치즈는 미국처럼 수입을 금지해 우리나라에서는 뇌샤텔 치즈를 찾아보기 어렵다. 원형의 실린더 모양이나 네모난 바bar 모양으로도 만들지만, 특히 하트 모양으로 뜬 뇌샤텔 치즈가 유명하다. 뇌샤텔을 하트 모양으로 만들게 된 기원은 프랑스와 영국의 백년전쟁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백년전쟁은 숙적 프랑스와 영국이 1337년부터 1453년까지 무려 1백16년 동안 계속한 전쟁이다. 전쟁 당시 뇌샤텔 치즈를 생산하는 지역을 영국군이 장기간 점령했는데, 그러면서 정복자들에게 연정을 느낀 프랑스 시골 처녀들이 생겨났다.

말이 안 통하는 프랑스 시골 처녀들은 남몰래 사랑하는 마음을 하트 모양의 뇌샤텔 치즈로 표현해 영국 군인들에게 선물한 것이다. 하트 모양의 치즈를 받은 영국 병사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하트 모양의 뇌샤텔 치즈를 잘라주며, 원수를 사랑하게 된 시골 처녀들이 말이 통하지 않는 적군에게 하트 모양 치즈로 사랑을 표현했다는 로맨틱한 옛날 이야기를 들려준다. 조그만 시골 마을에서 생산하는 치즈에 얽힌 달콤한 스토리는 이렇게 대를 이어 구전된다. 프랑스에서만 1천여 종의 치즈가 생산된다. 프랑스 각지의 독특한 향토 음식에 담긴 이런저런 독특한 스토리가 참으로 재미있다. 프랑스 사람들이 식사 시간에 수다스러울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음식 관련 이야기라면 몇 시간이고 열정적으로 떠드는 사람들이니 말이다. 옛날 이야기 듣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프랑스 사람들과 식사하는 시간이 너무나 즐겁다. 


1 뇌샤텔앙브레 마을에 들어서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팻말. 마을 특산품인 뇌샤텔 치즈가 AOP 인증을 받았음을 자랑스레 알려주는 또 다른 표지가 마을 이름 표지 위에 걸려 있다.
2 ‘안경’ 쓴 전형적인 노르망디 젖소의 모습. 마치 커다란 선글라스를 쓴 것처럼 눈 주위가 거무스레하다.
3 산드라와 프레데릭이 소유한 젖소들이 살고 있는 축사. 양질의 사료, 편안한 축사 시설, 위생적인 착유 시설은 기본이다.
4 산드라의 시동생이 치즈 공방에서 하트 모양으로 치즈를 성형하고 있다.


AOC 인증으로 철저히 보호받는 치즈
노르망디에는 비가 많이 온다. 기름진 땅이 늘 촉촉하다. 내 눈에 보이지 않는 건강한 미생물 천국이다. 초지가 발달해 구릉마다 들판마다 싱싱한 초록빛이 넘실댄다. 끝없이 이어지는 초원에 이름 모를 목초가 가득하다. 풀을 좋아하는 젖소들의 천국이다. 방목 시기가 아닌 겨울인데도 양이나 소, 말 등이 들판에서 한가롭게 노니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노르망디산 젖소들은 얼룩덜룩하다. 크림색을 띤 비로드처럼 부드러운 베이지빛 몸에 은은한 금빛이 도는 밤색 점들이 여기저기 찍혀 있다고나 할까? 얼굴은 날씬한 역삼각형이고 양 눈은 사이가 많이 벌어져 있다. 마치 커다란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것처럼 눈 주위가 거무스레해 노르망디 젖소를 두고 “안경(Lunette)을 쓰고 있다”고 표현한다.

젖소들이 얼마나 건강한지 사람이 보기에도 기름지고 풍만한 몸이 탐스럽기 그지없다. 좋은 치즈를 만들려면 좋은 원유가 필수다. 우유가 별로 좋지 않은데 맛있는 치즈나 버터, 크림을 만들 수 있겠는가? 양질의 사료, 편안한 축사 시설 그리고 깨끗하고 위생적인 착유 시설은 당연히 기본이다. 가장 중요한 이슈를 망각한 채 초현대식 시설만 자랑하는 목축업자들에게 내가 그저 예의 바른 미소만 지어보이는 이유다. 최고 품질의 치즈를 제조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수백 년에 걸친 전통적인 제조 경험과 친환경적으로 사육한 행복한 젖소들이 뿜어내는 높은 품질의 원유이기 때문이다. 행복하고 건강한 젖소가 만들어내는 우유는 영양가가 높은 것은 물론 무엇보다 깨끗하다.

노르망디 젖소는 양질의 지방과 단백질이 풍부한 고품질의 우유를 생산한다. 세 종류로 구분하는데 라 콩탕틴La Contentine, 로제론L’Augeronne 그리고 라 코슈아즈La Cauchoise로 부른다. 유명한 노르망디산 치즈 네 가지(카망베르, 리바로, 뇌샤텔, 퐁레베크)는 이 세 종류의 젖소가 생산하는 원유로 만들어야 정부가 지정하는 AOC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세계 최초로 원산지 명칭을 법률로 통제하며 고품질 식품을 관리, 감독하고 더불어 소비자와 생산자를 보호하는 프랑스답게 농축수산물의 원산지 명칭과 식품 인증에 대한 관리와 감독업무는 INAO라는 정부 기관에서 총괄한다. 노르망디의 치즈는 이렇게 지역적ㆍ자연적 특성, 전통적 생산 방법, 관행, 정기적인 성분 검사, 관능 검사 등 복잡하나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관리 시스템을 통해 정부로부터 철저히 보호받고 있다. 우리는 뇌샤텔 치즈 협동조합을 방문하기 위해 뇌샤텔앙브레Neufchatel-en-Bray라는 작은 시골 마을로 향했다. 노르망디의 수도인 루앙에서 차로 45분가량 걸리는 거리다.

브레Bray는 옛 프랑스어로 ‘습한 땅(terrain humide)’이라는 뜻. 이런 촉촉한 자연환경에서 자라는 세균이나 곰팡이가 노르망디산치즈 특유의 풍미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노르망디가 아닌 다른 지방에서 카망베르 같은 맛을 내는 ‘모방’ 치즈를 만들 때 토종미생물을 분리, 배양하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하는 이유다. 뇌샤텔 면사무소(Mairie)에서 뇌샤텔 치즈 협동조합의 장-루이블로켈 디렉터를 만났다. 그는 “140~170g의 뇌샤텔 치즈를 만들기 위해 1L의 생우유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1년 중 6개월은 무조건 방목해야 하고, 젖소들이 먹는 사료 중 80% 이상은 반드시 AOC/AOP(appellation dʼorigine protegee) 존에서 조달해야 한다, 사료에 유전자 조작한 옥수수나 콩 등을 사용하는 것을 철저하게 금한다, 착유 시설이 있는 장소를 중심으로 1km 이내에 적어도 0.25헥타르의 초지가 있어야 한다, 뇌샤텔 앙브레와 그 주변 30km 안에서 생산되는 치즈만 뇌샤텔 AOC 인증을 받을 수 있다 등등 뇌샤텔 협동조합이 AOC 인증을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열심히 설명했다.





* 해당 기사는 당월 셋째주에 최종 업데이트 됩니다.

취재 협조 Neufchatel AOC(www.neufchatel-aoc.org)

글 이미령(르셰프블루) | 사진 로랭 달레(르셰프블루)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4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