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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농법으로 억대소득 올린 농사꾼 12인 [지혜로운 부농들] 쌀_이의철
<행복>은 그간 참으로 많은 식품 장인과 유기농 명인, 참된 농부를 소개해왔습니다. 그중에는 농촌을 지키는 꼴찌 주자로서 자신의 임무를 꿋꿋하고 정직하게 다하는 작지만 강한 강소농도 꽤 있지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에 따른 수입 개방으로 농촌이 위기에 처해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깨인 정신과 노력으로 성공한 부농富農들은 농촌의 희망이었습니다. 농업이 탄탄해야 나라가 튼실한 것은 물론 건강한 식문화도 가능한 법입니다. 우리 몸에 이로운 먹을거리는 이 땅에서 난 것들이니까요. 이에 <행복> 창간 26주년을 맞아 농촌진흥청과 함께 친환경 유기농법으로 연간 1억 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부농들을 만나보았습니다. 그들은 자리 잡는 데만 족히 10년은 걸린다는 친환경 농법을 이뤄낸 뚝심 있는 농사꾼이요, 재능 아닌 열정으로 가득한 프로들이었습니다. 현대는 지식인의 시대가 아니라 학습인의 시대라고 합니다. 자신이 걸어가는 길에서 헤매지 않고 좀 더 빠르게 나아가기 위해 인내하며 끊임없이 공부하는 이들이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지혜와 정성으로 키워낸 것들이니, 귀하게 작품처럼 즐기시기 바랍니다.

농장 규모 약 10만㎡(약 3만 평)
주요 작물 흑미, 적갈색미, 영안 등 기능성 쌀
연간 소득 1억 5천만 원

쌀 이의철
지구 건강까지 생각하는 쌀 박사

일흔을 바라보는 이의철 씨의 별명은 다름 아닌 쌀 박사다. 할아버지 대부터 진안에 터를 잡고 벼농사를 짓는데, 친환경 벼를 재배하기 시작한 것은 10여 년 전부터다. 집에서 키우던 소가 병치레를 자주 해 원인을 찾으니 바로 농약을 뿌린 땅에서 거둔 볏집이 문제였던 것. 3년을 그대로 두어도 벌레 한 마리 생기지 않는 볏집을 보고 농약의 위험성을 절감한 이의철 씨는 무농약 재배를 원칙으로 삼았다. 미생물제를 투여하고 유기비료를 사용하는 등 서서히 시행착오를 줄여나갔으며, 2007년에는 유기농 인증도 받았다. 진안은 낮과 밤의 일교차가 커 병충해가 적고, 섬진강 최상류라 물도 깨끗해 친환경 농사를 짓기에 여건이 좋은 지역. 그래서 주위 사람들을 설득해 함께 친환경 농법을 보급해 지동쌀작목반을 만들었다. 그의 작목반은 모내기를 6월에야 한다. 일반적으로 4~5월에 모를 심는 것에 비하면 꽤 늦은 시기다.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는 것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한창 벌레가 부화하는 시기에 모를 심으니 해충을 죽인다고 농약을 뿌리는데, 그럼 그 벌레를 먹고 사는 새는 굶어 죽을 수밖에 없어요. 한 달쯤 기다렸다 모를 심으면 농약 없이도 건강하게 벼를 키울 수 있으니 자연의 순리에 제가 맞춰나가는 것이지요.” 나머지는 계피, 고삼 등 한약재로 만든 천연 살충제를 사용하고, 잡초는 우렁이가 먹으니 그저 자연과 더불어 농사를 짓는다는 그의 쌀은 진안군 내 모든 학교에 급식용으로, 성장 발육 촉진 물질과 두뇌 활성 물질을 함유한 기능성 쌀인 영안벼는 분유와 이유식을 만드는 회사에 납품한다. 지동쌀작목반 50명이 한 해 생산하는 3백20톤의 쌀을 보관할 저온 저장고도 올해 10월 안에 완공할 예정이라는 그는 사람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건강한 농법을 더 많은 이에게 알리는 것이 목표다.

글 박유주 기자 | 사진 김동오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3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