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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의 고향을 찾아서] 전남 화순 한국 고유 종자로 등록된 진짜 토종닭, 우리맛닭
우리가 먹는 토종닭은 진짜 토종닭이 아니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우리나라가 근대화하는 과정에서 수입한 외래종을 지금껏 토종닭으로 알고 먹어온 것.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이 15년간 추진한 종자 개발 사업을 통해 토종닭을 복원해 국가 브랜드 ‘우리맛닭’을 선보였다. 우리 닭을 기르는 전남 화순 우리맛닭 영농조합법인에 다녀왔다.

골격이 크고 빛깔이 수려한 우리 토종닭, 우리맛닭. 부화하자마자 예방접종을 마친 우리 맛닭 병아리는 1백일이 지나면 성계가 된다.
식재료를 까다롭게 고르기로 유명한 봉우리한정식의 이하연 대표에게서 “자랑하고 싶은 메뉴가 있다”는 말을 듣고 그길로 봉우리로 달려가 백숙한 그릇을 마주했다. 깊고 진한 맛의 육수에 고소하고 쫄깃한 닭의 육질이 그야말로 일품이었다. “맛있는 음식은 좋은 재료에서 나오고, 좋은 재료는 좋은 환경에서 나온다”고 믿는 이하연 대표는 올여름 보양식으로 백숙을 준비하며 좋은 닭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찾아다닌 끝에 우리맛닭을 알게 되었다며 좋은 정보를 제공해주었다. 내친김에 전라남도 화순의 우리맛닭 영농조합법인을 찾았는데 인사도 건네기 전 김현동 대표는 우리를 방역실로 안내했다.

“마침 오늘 아침 병아리 1만 마리가 부화했습니다. 갓 태어난 병아리가 있으니 소독부터 하고 들어오세요. 이제 막 병아리들 예방접종을 시작하려던 참이었습니다.” 이곳의 병아리는 부화한 뒤부터 성계가 되는 1백 일간 총 일곱 번의 예방접종을 거친다. 부화 후 한 달 동안은 다섯 번의 예방주사를 맞는데, 자라면서 필요한 면역력을 길러 분양하기 위함이다.국가에서 지정하는 최소한의 예방접종 횟수가 2회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횟수가 아닐 수 없다. 이토록 정성을 다해 기르는 우리맛닭이 무엇인지 정체가 궁금했다.


우리맛닭은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이 1992년부터 추진한 토종닭 복원 프로젝트의 결과물.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김종대 박사에게 이 토종닭 복원 사업의 배경에 대해 물었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 전쟁을 거치며 황폐화된 나라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 성장 속도가 빠르고 부화 능력이 뛰어난 외래의 품종을 우리나라에 들여왔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프랑스의 ‘사소Sasso’ 품종이지요. 사소는 5주면 성계가 되는 반면 토종닭은 약 24주나 걸리니, 토종닭을 키우려는 농가가 자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었지요.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 보니 우리 토종닭이 멸종 위기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원종계를 수입하는 비용이 한 해 70억~80억원에 달합니다. 멸종 위기에 처한 우리나라의 순수 닭 계통을 찾는 것이 곧 나라 경제를 위하는 일이기에 토종닭 복원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전국에 산재된 토종닭 종자를 수집해 분자 유전학적 특이성을 찾아 산란 능력이 좋으면서, 성장이 빠르고, 육질이 우수한 ‘우리맛닭’을 선보이기까지 1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우리맛닭은 국내 최초로 동물 자원 특허를 출원한 것은 물론,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of the United Nations)에도 한국 고유 종자로 등록했다. 국립축산과학원은 이를 매년 종계 농가에 분양해 전국적으로 우리맛닭을 보급하고 있으며, 성장률과 산란율을 높인 우리맛닭 2호, 우리맛닭 3호도 선보였다.

1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이 흘러나오는 종계장. 닭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넉넉한 공간 확보에 신경 쓴다. 2 토종닭은 알을 낳기만 하는 일반 닭과 달리 알을 낳고 품을 수 있는 포란 능력이 있다. 3 발목이 검은색을 띠는 것도 우리맛닭 품종의 특징 중 하나. 4 닭의 장 건강과 위생적인 축사 관리를 위해 발효사료를 먹인다.
화순 우리맛닭 영농조합법인의 김현동 대표는 농촌진흥청에서 종계를 보급받아 사육할 수 있도록 지정받은 우리맛닭 시범 사업자로, 2010년부터 우리맛닭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맛닭 종계장은 전국에 단 세 곳이며, 전라도에서는 이곳이 유일하다.

“이 사업에 뛰어들기 전에는 10년 넘게 닭 요리 전문점을 운영했습니다. 항생제 파문이나 조류독감 등을 겪으며 좋은 환경에서 닭을 건강하게 직접 키워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 토종닭을 복원해 종계를 분양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일반 병아리에 비해 열 배나 더 비싸지만 망설임 없이 바로 신청했지요.”

이왕 시작한 거 제대로 해보겠다는 생각에 그길로 음식점을 정리하고 농촌진흥청과 귀농센터 등에서 양계 관련 교육을 받으며 제대로 된 사육 환경을 위한 시설 확충에 공을 들였다. 이를 시작으로 부화실과 종계장으로 이루어진 1농장, 10km 떨어진 위치에 종계에서 부화한 실용계를 기르는 2농장을 각각 지었다. 혹시 모를 전염병으로 생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한 해 농촌진흥청에서 들여오는 8천 수의 종계가 6백 평의 종계장에서 생활하는데, 계산하면 한 평에서 13~15마리 정도가 자라는 셈. 일반 양계장에서는 평균 한 평당 40마리 정도를 키우는 것에 비하면 상당히 넓은 공간이다. 닭에게 넉넉한 공간을 제공해 닭이 받을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데,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을 들려주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닭이 먹는 사료와 식수도 남다르다. 유산균, 효모균, 고초균 등을 배합한 발효사료와 유산균과 비타민 등을 희석한 물을 먹이니 분뇨 냄새도 거의 없고, 계분이 자연 분해되어 더욱 위생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1 건강하게 닭을 기르기 위해서는 쾌적한 시설 확충이 필수라는 김현동 대표. 2 이하연 씨가 우리맛닭으로 끓인 백숙. 3 고른 품질 유지를 위해 실용계는 온도 37.5℃, 습도 60% 의 부화실에서 22일을 두어 부화시킨다. 4 각종 미생물을 함유한 식수는 자동 급수 시스템으로 공급해 신선도를 유지한다.
“우수한 유전자를 받은 닭이라도 더 좋은 품질을 내기 위해서는 철저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좋은 사료를 먹이고, 쾌적하고 청결한 환경을 만들어주려면 비용은 그만큼 많이 들게 마련이지요.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폐사율도 적고, 닭이 건강하게 잘 큰다고 입소문이 나니 분양받으려는 사람도 매년 늘어나 이득인 셈이지요. 또 무항생제 원칙을 고수합니다. 사실 닭이 생활하는 환경을 잘 관리하면 항생제를 투여할 필요가 없어요. 항생제를 투여해야 한다는 것은 축사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깨끗한 환경에서 자라니 닭이 튼튼한 건 당연하다. 이곳에서 건강하게 자란 우리맛닭은 암탉이 더 맛이 좋은 것으로 알려진 일반 닭과 달리 수탉과 암탉 모두 맛이 뛰어나다. 콜라겐 함량이 높아 살에 탄력이 있고 골격이 좋아 육수를 내면 깊고 깔끔한 맛이 난다. 달걀도 비린내가 나지 않고 고소하다. 화순 우리맛닭 영농조합법인 브랜드 ‘화우 명계’로 닭전문 음식점 프랜차이즈 사업도 준비 중이라는 김현동 대표는 국제 특허를 받은 우리 토종닭을 키운다는 자부심으로 우리맛닭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는 일에 매진할 계획이다. “우리나라에서 수십 년간 연구한 끝에 좋은 유전자의 닭을 만들었으니,건강하게 제대로 키워야지요. 우리 국민에게 바른 먹거리를 제공하는 일, 정말 멋지지 않나요?”


봉우리 이하연 대표에게 배우는 백숙
1
 냄비에 물(4L), 황기(20g), 오가피(20g), 엄나무(20g), 당귀(5g) 등을 넣고 1시간 정도 끓인다.
2 토종닭(1마리)을 팔팔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찬물에 가볍게 헹군 뒤 배 속에 생강(10g), 마늘(30g), 대추(8개), 밤(4개), 은행(8개), 인삼(4뿌리)을 넣고 ①의 육수를 부어 1시간 정도 삶는다. 
3 2시간 불린 찹쌀(1컵)과 5시간 불린 녹두(1컵)를 찜솥에 쪄서 120g씩 떼어 주먹밥을 만든다.
4 전골냄비에 삶은 닭과 육수, 녹두찰밥을 넣고 송송 썬 대파(40g)를 넣어 낸다.

토종닭 품종 복원을 통해 탄생한 우리맛닭은 콜라겐 함량이 높아 육질이 고소하고 쫀득합니다. 쾌적한 환경에서 1백 일간 체계적으로 관리받으며 자란 우리맛닭은 스토리샵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행복> 홈페이지에서 확인 후 080-007-1200 전화주문)

 

글 박유주 기자 | 사진 김동오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3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