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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팜 목장 1호 청계목장 목장에서 누리는 여유롭고 즐거운 하루
목장이 친근해지기 시작한 것은 소젖을 짜고 건초를 주는 등 낙농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부터다. 우유에 한 번 더 손이 가는 것도 우유가 어떻게 생산되는지 보고 난 다음부터일 것이다. 청계목장은 체계적인 프로그램과 철저한 관리를 통해 경기도 지정 에듀팜 목장 1호로 선정되었다. 볕 좋은 가을날, 서두르지 않고 뚝심 있게 기본을 지키는 청계목장에 다녀왔다.


이름이 ‘물음’인 젖소에게 정성스럽게 빗질을 하고 있는 청계목장의 지킴이자 살림꾼 조근우 씨. 아내 이민경 씨와 셋째 딸 수민이에게도 소는 가족이나 다름없다.


당신이 생각하는 목장은 어떤 모습인가. 넓은 초원에 굴뚝이 연결된 집이 한 채 있고 그 옆으로 젖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이 아닌지. 저 멀리 언덕 너머에서는 목동이 양떼를 몰고 이쪽으로 걸어 오고, 나무로 만든 우사에는 진 소재의 오버올을 입고 카우보이모자를 쓴 한 남자가 소에게 건초를 주고 있는….
아니면 어릴 적 시골집에서 보았던 풍경이 떠오를 수도 있다. 외양간에서 엄마 소와 아기 소가 ‘음매~’ 하며 먹이를 달라고 조르면 할아버지가 가마솥에서 소여물을 끓여서 소에게 갖다 주고 정성스레 빗질을 해주던 그런 풍경을 말이다.
이제 현실로 돌아오자. 전자와 후자를 합쳐놓으면 가장 이상적인 목장이겠지만 2012년 한국의 목장은 전자도 후자도 아니다. 하지만 사료값 인상, 소고기 수입, 구제역 등 우여곡절이 많았음에도 분명한 것은 목장이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도 용인에 있는 청계목장은 2009년 경기도 농업기술원 및 용인시 농업기술센터 지원 에듀팜 목장 1호이다. 약 661만 1570m2(20만 평)에 이르는 목장 부지 중 토지는 절반 정도이고 나머지는 축사와 체험 공간 등으로 사용한다. 젖소 2백20두, 한우 3백50두 규모로 젖소 중 1백 두 정도가 우유를 생산하는데 연간 생산량은 약 1천2백 톤이다. 낙농 체험을 담당하는 조근우 실장은 2세대 낙농인이다. 30여 년간 청계목장을 운영해온 아버지 조성환 씨를 도와 목장 경영을 하고 있다. 젊고 의욕 넘치는 청년이 운영에 가세하면서 한우와 젖소 사육 및 우유 생산을 위주로 해오던 목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그 첫 번째 시도가 낙농 체험 프로그램이다. 요즘 추세는 낙농가들이 우유만 생산하는 게 아니라 체험 목장과 유제품 판매를 병행하며 추가 수익을 올리는 것이다.

낙농진흥회에서 낙농 체험 목장 인증을 받은 농가는 2004년 1개소에서 2012년 24개소로 늘었으며, 체험 목장 방문객 수도 그사이 4천 명에서 40만 명으로 늘었다. 그에 비해 우유 소비량은 계속적으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국내 1인당 우유 소비량은 지난 2000년 30.79kg에서 2011년 26.88kg으로 준 반면, 치즈 소비량은 같은 기간 0.94kg에서 2kg으로 두 배 정도 늘었다.
따라서 2009년에 낙농 체험 프로그램을 도입한 청계목장은 거의 후발 주자에 속한다. 아무리 의욕적이었다 하더라도 한우와 젖소만을 키우다가 낙농 체험을 도입하기까지 고민이 많았다는 근우 씨. 그 이유는 아버지 때부터 이어온 목장 운영 원칙과도 맞닿아 있다.

“저희는 뭐든지 항상 늦게 시작해요. 새로운 기술이 들어왔다고 해도 일단 의심부터 하죠. 이게 과연 소에게 맞는 시스템인지, 사료인지 검증을 마친 후에야 뛰어들어요. 1년 반 동안 일본과 유럽의 목장을 다니면서 낙농 체험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나서 시작한 것도 그 때문이지요.”

다른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느낀 점은 생각보다 프로그램이 잘되어 있고 비전이 있다는 점이었다. 그중에서도 일본은 축산 실정이 우리 나라와 맞아 더욱 관심이 갔다. 일본 역시 넓은 땅에서 목장을 운영하는 게 아니고 우유 소비는 점차 줄어들고 있으며 축산업에 종사하는 사람까지 줄어들다 보니 소비자를 대상으로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해 우유의 중요성을 알리는 한편, 우유를 활용한 다양한 상품 개발을 시도하고 있었다. 꽤 오래전부터 낙농 체험 프로그램을 시행해 노하우가 많은 것도 장점이었다. 그래서 홋카이도의 낙농 프로그램을 우리의 목장 실정에 맞게 도입했다. 이때까지는 우리나라에 서도 낙농 체험을 운영하고 있긴 하나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였다. “일본에서 목장 주인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을 보면서 이 일이 굉장히 보람 있는 일이라고 느꼈어요. 특히 벤치마킹한 것은 목장 주인의 마인드예요. 눈앞의 수익에 기뻐하기보다 체험 후 아이들이 우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기를 바라는 것이죠. 그래서 저도 한번 도전해볼 만한 의미 있는 일이라 확신했습니다.”

1 아이는 송아지에게 우유를 먹이면서 자연스럽게 동물에게 친근감을 느끼게 된다. 
2 체험에 참가한 아이들이 트랙터를 타고 목장 한 바퀴를 돌고 있다. 
3 소젖 짜기 체험을 하는 아이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아이스크림 만들기는 직접 시음할 수 있어 아이는 물론 어른에게도 인기 만점 프로그램. 서도 낙농 체험을 운영하고 있긴 하나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였다.


여유와 즐거움이 있는 체험 목장으로 차별화 청계목장의 낙농 체험은 송아지 우유 먹이기, 젖소 우유 짜기, 동물 체험, 아이스크림 만들기, 치즈 만들기, 트랙터 타기, 건초 주기 등으로 진행한다. 보통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이 체험을 오기 때문에 모든 시설을 아이 눈높이에 맞추었다. 아이들의 눈에는 목장 이곳저곳이 마냥 신기할터. 무엇보다 아이들 송아지 우유 먹이기, 엄마 소 젖짜기 등을 차례로 체험하면서 소를 친근하게 느끼게 된다. 마지막 순서로 한우에게 건초를 먹일 때쯤이면 소의 코앞까지 성큼 다가간다. 오전 10시 반에 시작해 오후 4시 무렵 끝나는 체험 프로그램은 이런 점까지 의도 해 순서를 짠다.

섣불리 덤벼들지 않겠다는 마인드는 프로그램 운영에도 그대로 적용했다. 일일 체험 인원을 최상의 상태에서 잘 운영할 수 있도록 20명씩만 받는 것. 아무리 좋은 곳도 사람이 많으면 기다려야 하는 등 불쾌한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체험 인원이 하루에 최소 1백 명 이상은 되어야 수익이 발생하지만 노하우가 쌓이는 1년여 동안 20명으로 한정지어 운영했다.
“오리엔테이션을 할 때 체험객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다른 곳보다 체험을 오래 할 수 있는 여유를 드리겠다고 말합니다. 시간에 쫓겨서 체험이 끝나자마자 빨리 이동하는 게 아니라 천천히 아이가 받아들이는 시간을 주겠다는 것이지요. 젖짜기를 한 번에 못 하더라도 조금만 기다려주면 잘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체험자와 직원수가 거의 1:1이 되다 보니 필요한 것이 있을 때마다 바로 해결해줄 수가 있어요. 목장에서의 여유롭고 즐거운 하루를 보장하는 것이 우리 목장을 차별화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깨끗하고 여유로운 환경도 차별화하려는 노력의 일부다. 조경만 해도 30년에 걸쳐 조금씩 완성해나간다는 생각으로 매일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잔디 역시 약을 뿌리지 않고 사람 손으로 일일이 잡초를 뽑으며 관리한다. 서비스와 환경이 좋다 보니 체험객의 반응은 당연히 긍정적이다. 그사이에 노하우가 쌓이면서 차츰 체험객 수를 늘려 나갔다. 지금 프로그램을 잘 다져두면 이후에도 다시 찾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 계획은 적중했다. 실제로 기존에 방문한 개인이나 단체가 다시 찾는 사례가 꽤 많다.

청계목장은 현재 젖소 2백20마리 중 착유하는 젖소는 1백 마리가량으로, 매일 3톤의 1A급 우유를 생산한다. 대부분은 아이스크림 제조 회사에 납품하고, 일부는 아이스크림과 치즈 만들기 체험용으로 쓴다. 특히 우유에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은 청계목장만의 스트링 치즈가 인기 아이템. “우유 소비가 줄어들고 있으므로 우선 우유에 대해 친밀감을 갖도록 하는 방법을 시도하고 있어요. 소를 키우는 비용은 줄이고 목장에서 직접 짠 우유와 그곳에서 만든 아이스크림, 치즈 등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는 이것저것 다 만드는 게 아니라 기본이 되는 것이거나, 잘할 수 있는 것 하나만 확실히 하자고 생각했어요. 스트링 치즈 한 가지를 만들더라도 제일 맛있게 만드는게 경쟁력이니까요.”

그래도 아직까지는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목장의 환경을 계속 바꿔나가는 데 관리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현재 목장의 생산 부분에서 올린 수익은 관리 비용으로 전부 들어가고, 체험에서 나는 수익은 편의 시설을 만들거나 새로운 체험 프로그램을 도입하기 위한 재투자 비용으로 쓰는 실정이다.

1 치즈 만드는 과정을 적어놓은 칠판. 치즈 외에도 우유를 활용해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을 개발 중이다. 
2 송아지를 돌보는 축사의 벽에는 아기자기한 그림을 그려놓아 친근감을 더했다.
3 목장은 아빠의 일터이지만 세 살 난 딸 수민이에게는 가장 좋은 놀이터다.

체험객이 없을 때는 우사 관리와 먹이 주는 일을 거든다는 조근우 씨에게 소는 친구이자 가족이자 동반자다. 어릴 때부터 소를 보고 자라면서 목장의 비전해 대해 많이 생각해왔다고. 앞으로의 꿈은 가족이 편안하게 쉬며 목장 체험도 할 수 있는 힐링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에듀팜으로 지정되면서 실시한 다양한 낙농 체험은 여유롭게 체험할 수 있는 것이 장점. 일곱 가지 체험을 할 경우 체험비는 어른 2만 5천 원, 아이 2만 원.


목장 경영 원칙은 기본을 지키는 것 “목장 경영의 철칙은 관리예요. 30년 동안 매일 축사를 깨끗이 하고 조경을 관리해왔는데, 지금도 매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를 연구하고 있어요. 목장 관리가 가장 기본이고, 기본을 잘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젖소는 종축 개량을 통해 좋은 우유를 생산할 수 있도록 사양 관리를 엄격하게 한다. 1A 등급 우유의 품질을 좋게 하기 위해서 가장 기본적인 것, 즉 우사를 자주 치워서 소의 사육 환경을 깨끗하게 하고, 소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음악을 틀어주는 등 철저히 관리해소가 편한 환경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흔히 방목을 통해 소를 키우는 환경을 좋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우리나라는 목장의 규모가 작기 때문에 실질적인 방목은 힘들다는 게 근우 씨의 소신이다. 방목한 소나 유기농 사료를 먹인 소의 우유가 좋다는 등의 이야기 또한 근거는 미비하다는 것이다. 대신 무엇보다 소를 다루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소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소를 생계수단으로 생각하지 않고 가족을 대하듯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버지에게 배운 자세입니다. 그래서 목장 환경을 깨끗하게 관리하는 것만큼은 자신 있어요.”

어릴 때부터 아버지 조성환 씨가 목장을 운영하는 모습을 보고 자란 그는 나중에 커서 목장 일만은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아버지가 고생하는 것을 옆에서 전부 지켜봤기 때문이다. 목장의 특성상 규모에 비해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 열심히 하더라도 곡물 가격이 상승하고 소값이 떨어지는 등 여러 가지 변수에 의해 타격을 받는 게 축산업이다. 하지만 그는 대학에서 조경을 전공하고 3년간 호텔에서 서비스 관리를 맡아오다가 결국 운명처럼 가업을 잇게 되었다. 목장에서 우유 생산만 할 게 아니라, 할 수 있는 또 다른 모델을 찾아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근우 씨는 앞으로 낙농업이 나가야 할 방향은 두 가지로 나뉜다고 내다봤다. 기업형 목장을 하거나 관광과 축산을 접목한 형태로 운영하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 젖소 30마리 정도만 있어도 우유를 생산한 후 직접 가공할 수 있고 한우도 우량 한우만 키우면서 정육 식당을 운영할 수 있다. 목장에서 좀 더 다양한 즐길 거리를 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이에 관한 여러 방법을 단계적으로 도입할 생각이다.

“전공을 살려 사계절 내내 꽃을 볼 수 있는 예쁜 정원을 만들면 어떨까 생각해봤어요. 봄에 피는 꽃도 순서가 있으니 그것을 감안해서 심고, 여름에는 푸름과 더불어 야생화 산책로를 활용하는 것이죠. 겨울철에는 하우스에서 꽃을 감상할 수 있게 하고요. 현재는 목장에 대한 호감을 높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면, 앞으로는 정말 가족끼리 와서 조용하게 산책하고 정서적으로 안정을 찾을 수 있는 곳을 만드는 게 목표예요.”

20만 평이 넘는 목장을 채워나갈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는 근우 씨. 그가 그리는 목장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아름다운 것이다.

1 스트링 치즈의 재료가 되는 모차렐라 치즈.

2 치즈 만들기는 여러 공정이 필요한데, 가장 중요한 것은 당일 목장에서 생산한 1등급 원유를 사용하는 것.
3 청계목장에서는 연간 2백30두의 한우 송아지가 태어난다.

 촬영 협조 청계목장(031-322-3266, www.cheonggyefarm.com)

글 김민선 | 사진 민희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2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