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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사는 순간 환경 보호가 시작된다 혁신적인 친환경 미래 주거 단지 - 영국 베드제드
photo01 ‘영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그린 하우스, 해피 하우스’‘화석 에너지 제로에 도전하는 실험적인 미래 주택’…. 타이틀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곳은 이상적인 친환경 주택 단지로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는‘베드제드’ 주거 공동체이다. 석탄과 석유, 가스 같은 화석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영어 약자인 베드제드BEDZED(Beddington Zero Energy Development)는 런던 중심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남부 서튼Sutton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2005년 영국에서 가장 교육열이 높은 곳으로 서정된 도시로 영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한 번쯤 관심을 갖기 때문에 이미 그 명성이 자자한 상태. 그런데 친환경 라이프스타일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요즘, 이곳 서튼은 베드제드로 인해 살기 좋은 도시로 손꼽히고 있다.
화려한 수상 경력만큼 이상적인 공간 2000년 영국건축가협회에서 선정한 건축상, 런던 리빙 시티 엑스포London Living City Expo 건축상 등 굵직한 상을 거머쥐며 명실공히 친환경 주거 단지로 인정받은 베드제드. 3개 건물에 82가구가 입주해 있는 이곳은 주민들을 위한 헬스센터, 유치원, 오가닉organic 카페, 오피스 등을 고루 갖추고 대도시의 주상복합 아파트 못지않은 편의성을 자랑한다. 화석 에너지를 일체 사용하지 않고도 이렇게 첨단 시설을 운영할 수 있는지 의심이 될 정도. 이곳을 설계한 건축가 빌 던스터Bill Dunster는 베드제드를 위해‘제3세대 디자인’이라는 신개념을 정립, 혁신적인 친환경 주거 단지를 위해 설계 과정에만 무려 3년을 투자하며 완벽한‘자연 주택’을 짓는 데 몰두했다. 그 결과 건축적인 면에서 다양한 시도가 이뤄졌는데, 가장 특기할 만한 점이 바로 난방 시스템이다.
3층 구조의 로프트 스타일로 설계된 베드제드의 실내는 별도의 난방 시설이 없다. 영국의 일반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라디에이터 없이도 일 년 사계절을 알맞은 온도로, 쾌적하게 지낼 수 있다는 점은 사실 선뜻 이해되지 않는 부분. 그러나 이 비밀은 너무나 쉽고 간단한 원리로 설명된다. 베드제드 건물 지붕마다 설치된 닭 벼슬 모양의 환기구와 남향으로 향한 창문, 그리고 30cm에 달하는 벽 두께에서 그 비결을 찾을 수 있다.
 
photo01 우선 베드제드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닭 벼슬 모양의 환기구가 난방 시스템의 키포인트. 이 환기구는 집안의 좋지 않은 공기를 외부로 분출시키고 신선한 공기를 집안으로 유입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덕분에 실내는 한겨울에도 항상 18℃를 유지하고 신선한 공기를 공급받으며 쾌적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난방의 주된 공급원인 빛을 활용하기 위해 모든 건물을 남향으로 배치하고 창문은 모두 삼중창으로 설치, 겨울철 바람을 차단하면서도 따스한 볕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난방 효과를 극대화시켰다. 그리고 외벽은 일반 주택에 사용하는 벽돌보다 3배나 두꺼운 것을 사용, 단열 효과를 높였다. 흙과 주변 지역의 농장과 공장에서 구한 지푸라기와 헝겊 등 폐자재를 활용해 베드제드만을 위해 만든 벽돌은 ‘화석 에너지 제로’에 도전하는 친환경 주택의 꿈을 지켜주는 든든한 보호막이 되고 있다.
 
1. 베드제드는 태양에너지를 공급받기 위해 남향으로 설계되었으며, 남향으로는 전면 유리창을 설치했다. 또한 모든 가정에서는 테라스에서 연결되는 작은 다리를 통해 맞은편 건물 옥상에 있는 야외 개인 정원으로 건너 갈 수 있다. 마치 다리를 건너 산책을 하듯 운치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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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다리를 건너면 앞 건물 주민도 친한 이웃이 된다벽돌 원료에서 빛의 활용까지 배려한 건축가의 세심한 디자인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층에 위치한 서재는 언제든 컴퓨터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끔 빛이 많이 들지 않도록 설계했는데, 이를 위해 바로 위층인 3층을 곡선 형태로 돌출시켜 태양 빛을 차단시켰다. 바깥에서 볼 때 맨 위층이 일반 건물과 달리 특이한 형태를 띠는 것이 바로 이런 까닭이다. 닭 벼슬 모양의 기능성이 뛰어난 환기구, 기존 건물의 공식을 깨뜨린 파격적인 외관 등 특별한 설계를 자랑하는 베드제드. 하지만 이곳을 지은 건축가 빌 던스터는 이 모두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강조한다.
“베드제드는 눈처럼 순수한 자연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마치 공장 같다는 표현을 하지만 저는 베드제드를 보면서 섹시하단 생각을 많이 합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바람개비처럼 돌아가는 환기구와 태양 빛을 받아 건물 전체가 반짝이는 모습을 보면서 시멘트로 둘러싸인 건물보다는 살아 있는 자연처럼 느껴지거든요.”
그가 강조하는 자연에 가까운 주거지의 특징은 또 다른 곳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일반 아파트나 공동 주택에선 볼 수 없는 개인 정원이 있다는 점이다. 각 가정과 맞은편 건물을 연결하는 다리를 통해 이웃 건물의 옥상에 있는 개인 정원으로 산책을 갈 수도 있다. 정원에는 야채를 심기도 하고 작은 연못을 만들어놓기도 했다. 유리창 안에 갇힌 테라스가 아니라 봄날 싱그러운 바람 소리를 들을 수도 있는 야외 정원이라는 면에서 획기적인 디자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건물 지붕에 잔디를 깔아서 단열 효과를 더하고, 봄이 되면 주변에서 날아온 들꽃 씨앗이 뿌리를 내려 한층 운치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자연을 억지스럽게 도입하는 다른 건물과는 달리 불어오는 바람, 내리는 빗물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설계한 정원과 지붕은 빌 던스터의 말처럼 베드제드를 자연과 함께 어우러진 모습으로 느끼게 해준다.
 
1. 베드제드의 상징인 닭 벼슬 모양의 환기구는 실내에 신선한 공기를 공급하는 기능을 한다. 외부에서 유입되는 찬 공기는 열 전달장치를 통해 실내에서 바깥으로 분출되는 공기의 열을 전도받아 따뜻하게 데워진 후 실내로 들어오게 된다. 덕분에 특별한 난방 시설 없이도 겨울에도 언제나 18℃의 실내 온도를 유지한다. 또한 환기구를 통해 1년 내내 신선한 공기가 오가기 때문에 천식 환자들에게도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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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방.전기에너지까지 옆집과 나눠 쓴다 건축적인 면에서 혁신을 이룬 베드제드는 21세기 주택의 화두가 될 그린 에너지 사용에 대해서도 한발 앞서 있다. 남향으로 시공된 건물의 전면은 모두 삼중창으로 설계되었는데, 이는 앞서 언급한 단열 효과를 위한 설계이기도 하지만 보다 풍부한 태양 에너지를 전기로 전환시키기 위한 시도였다. 기존의 건물처럼 지붕에 단열판을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삼중창의 유리창 표면에 패널을 설치, 태양 에너지를 공급받아 전력으로 전환시켜 사용하고 있다. 덕분에 베드제드는 일반 가구에 비해 60%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빗물 에너지 정화장치를 통해 화장실 물은 지하탱크에 저장해둔 빗물로 사용하며, 세탁기와 샤워기의 물 또한 정화된 빗물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세탁기의 경우 일반 세탁기에 비해 절반 정도의 물만 사용해도 깨끗하게 세탁되는 특수한 세탁기를 설치해두었다. 이 외에도 기포가 나오는 샴페인 샤워가 가능한 샤워기가 설치되어 있는데, 이는 우리가 흔히 세차장에서 볼 수 있는 호스의 원리를 적용한 것으로 공기와 물이 동시에 나와 마사지 효과는 물론, 물 절약에 일조하고 있다.
베드제드의 그린 에너지 사용은 단지 집안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이곳에는 주민들이 필요에 따라 자동차를 사용할 수 있는 ‘전기 자동차 클럽’이 마련되어 있어 각 가정에서 식구 수대로 자동차를 소유함에 따라 발생하는 공해 에너지 낭비 등의 문제를 해결해주고 있다. 클럽에서 제공하는 차는 전기를 충전해 사용하는 승용차로, 주차장에 설치된 전기 공급기에 충전된 전기를 연료로 하기 때문에 소음과 공해가 없을 뿐만 아니라 단지 내 3~4가구에서 한 대의 전기 자동차를 공동 보유하여 차를 사용하는 만큼 공동으로 전기 연료비를 지불해 경제적이다. 그리고 이러한 시스템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도록 유도한다. 물론 불편한 점도 있지만 이에 적응하다 보면 오히려 자가용을 사용하는 것이 부담스럽고 불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단다.
베드제드에서 만난 헬렌이라는 입주자는 전기 자동차 시스템을 통해 생활 습관이 확 바뀌었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자동차를 사용하는 경우는 출퇴근, 그리고 쇼핑, 휴가 정도죠. 출퇴근은 근처 지하철을 이용하면 되고, 장기 휴가에는 렌터카를 이용합니다. 야채와 과일은 베드제드와 연결된 유기농 야채 농장에서 일주일에 한 차례씩 현관까지 배달해주기 때문에 굳이 차를 갖고 장을 보러 갈 필요가 없죠. 그 외의 쇼핑은 인터넷 쇼핑으로 해결합니다. 전기 자동차에 지출되는 보험료, 세금 등은 차를 공동으로 사용하는 이웃과 함께 부담하기 때문에 이 또한 경제적입니다.”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 베드제드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모두 환경운동 실천가가 된다고 한다. 주방에는 싱크대 아래에 쓰레기 분리 수거함이 설치되어 있으며, 부엌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계량기가 달려 있어 누구나 절약 습관을 갖게 된다. 헬렌은 베드제드에서의 절약 습관은 난방 에너지 분배 방식에서도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1. 3층의 로프트 스타일로 이루어진 베드제드 건물은 원룸 스타일부터 방이 4개인 구조 등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아이들 방에는 되도록 빛이 많이 들도록 천장의 반을 유리로 만든 반면, 2층에 있는 서재는 재택 근무자들을 위해 바로 위층인 3층을 돌출시켜 직사광선이 들지 않도록 설계했다. 현관문 앞에는 작은 정원을 만들어 마치 마당 있는 작은 집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점도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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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일반 아파트 같은 개인주의적인 건물이 아니라 일종의 공동체죠. 예를 들어 제가 한 달 내내 휴가를 가면 태양열과 환기구를 통해 들어오는 난방열 등 에너지를 고스란히 낭비하게 되는데 이때 그 에너지를 다른 집에 나누어줄 수 있게끔 시스템을 작동할 수 있습니다. 에너지마저 공동으로 나눠 사용하는 점이 베드제드를 진정한 공동체로 만들어주지요.”
헬렌의 설명처럼 공동체라는 개념은 베드제드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단지 좋은 환경에서 살고자 하는 단순한 바람에서 입주한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베드제드에서 생활하다 보면 자연스레 환경 파수꾼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지구를 구한다는 환경운동을 몸으로 실천하는 환경운동가이자 무공해 미래 주택을 경험하고 있는 행복한 사람들이다.
“런던에서 직장 생활을 하며 바쁘게 살고 있는지라 환경운동이란 저와는 무관한 일이라 생각했어요. 환경운동을 위해 특별히 시간을 낼 수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베드제드에 사는 것만으로도 이젠 환경운동 실천가가 됐어요. 화석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 자체 에너지를 생산, 소비하고, 물을 재활용하고, 무공해 전기 자동차를 사용하면서 사는 일, 이 정도면 환경운동가 아닌가요?” 헬렌의 말처럼 100% 친환경 주택에서 살아가는 일은 베드제드가 지향하는 미래 주택의 견본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다른 나라에서도 베드제드를 모델로 보다 쾌적한 그린 하우스를 건설하고 있다고 한다. 베드제드의 건축가인 빌 던스터 또한 병원과 학교 등 제2의 베드제드를 설계 중에 있다. 가깝게는 내 가족의 건강을, 그리고 넓게는 지구의 환경을 생각하는 친환경 주거 단지, 베드제드. 아직은 실험 단계에 있기 때문에 보완해야 할 점이 많지만 지구를 살리기 위한 대안을 제시한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곳이다.
 
베드제드 에너지 절약의 비밀
1 발전소 화석 에너지 제로에 도전하는 베드제드는 석유나 가스 같은 화석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 자체 발전소에서 나무 찌꺼기를 태워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다. 2 화장실 빗물을 정화해서 이용하는 화장실에는 2개의 버튼을 설치, 물 양을 조절한다.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수돗물의 30%가 화장실에서 소모되는데 베드제드에서는 빗물을 재활용, 이를 고스란히 절약한다. 3 샤워기 물과 공기가 절반씩 섞여 나오는 샴페인 샤워기는 적은 양의 물로도 깨끗이 몸을 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4 세탁기 베드제드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세탁기는 일반 세탁기에서 사용되는 물 양의 50%만으로도 깨끗한 세탁이 가능하다. 5 계량기 전기와 물의 사용량을 나타내는 계량기는 주방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설치해 에너지 절약을 위한 시각적인 효과를 추구한다. 6 태양 전지 패널 베드제드의 전기 에너지는 남향으로 난 전면 유리창을 통해 받아들이는 태양 에너지로부터 공급된다. 덕분에 일반 가정에 비해 60%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1. 베드제드는 영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단독주택은 아니지만 최대한 자연과 가깝게 설계된 친환경 건물이라 할 수 있다. 개인 정원과 잔디가 깔린 지붕, 넓은 잔디광장, 텃밭 등 자연을 느낄 수 있는 환경 덕분에 아파트 같은 삭막한 느낌은 찾아볼 수 없다. 2 베드제드의 모토인 친환경운동의 영향으로 주민 모두가 일주일에 한 차례 유기농야채와 과일을 공급받고 있다. 사진은 유기농 채소를 배달하고 있는 유기농 직영업체 직원의 모습이다. 3 3가구당 1대씩 공동 보유하고 있는 전기 자동차는 카 클럽에서운영한다. 대기 오염을 방지함은 물론, 공동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유지비 또한 저렴하다. 4 1층에 있는 거실은 남향으로 테라스가 나 있어 하루 종일 햇살이 가득하다. 두께가 30cm나 되는 단열 벽은 화분을 놓을 수 있을 정도로 두꺼운데, 삼중창과 두꺼운 벽 덕분에 난방 시설 없이도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다.
 
김미영nouvim@naver.com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6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