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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CC 3기 행복 크리에이터를 소개합니다
<행복이 가득한 집>에서는 올해 창간 20주년을 맞아, 지난 2월 말부터 본지와 웹사이트를 통해 ‘행복 크리에이터 컨테스트(이하 HCC)’를 시작했습니다. 5월 초까지 마감된 HCC 3기에는 정원 가꾸기, 파티 아이디어, 집 안 꾸밈, 스크랩 부킹, 일지 기록, 지점토 인형, DIY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에게 크고 작은 행복을 깨닫게 해주는 많은 ‘행복’ 전파자들이 응모해주셨습니다. 그중 1차 서류 심사, 웹사이트 공개 투표, 편집부와 전문가 심사위원의 2차 심사를 합산해 최종 네 명을 선발했습니다. 응모해주신 모든 분과 추천하고 댓글을 통해 웹사이트를 뜨겁게 달궈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현재 진행 중인 HCC 4기 공개 투표에도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자, 이제 HCC 3기에 선발된 김태희, 장주란, 하청자, 하지희 씨를 소개합니다. 그리고 ‘레인보우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곳에 오색찬란한 무지개를 띄우는 작가 김유선 씨의 행복한 이야기도 들어보았습니다.

왼쪽부터 홈 파티 데커레이션으로 선발된 하지희 씨, 꼼꼼하고 꾸준한 일기와 문화일지 기록으로 선발된 하청자 씨, 아름다운 정원 가꾸기로 선발된 장주란 씨, 지점토 인형과 요술 찰흙 인형 만들기로 선발된 김태희 씨.

1 지점토로 엄지손톱만 하게 만든 고양이 인형. 귀여운 고양이들은 이미 주인을 만났다.
2 지우개로 사용할 수 있는 요술 찰흙 인형은 초등학생들이 좋아한다. 아이들이 직접 만들어 친구들에게 선물할 수 있는 인기 만점 인형.
3 지점토로 단순하게 만든 얼굴 인형은 볼수록 정이 간다. 아이들의 순수한 표현에서 오히려 영감을 얻었다고.

“얼굴이 다르듯 행복도 제각각이죠” 김태희 씨 - 지점토 인형 만들기
막상 자랑하려다 보니, 예쁜 것들은 이미 누군가에게 다 줘버려서 그저 그런 것들만 남았다고 아쉬워합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김태희 씨는 현직 화가이며, 때론 아이들의 미술 선생님이기도 합니다. 개인전을 위해 만들었던, 얼굴만 댕강 있는 지점토 인형은 여건상 전시되지는 못했지만 지금까지 그와 주변 사람들을 행복하게 이어주는 고리랍니다. 표정, 색감, 헤어스타일이 어우러져 다양하게 만들어지는 ‘얼굴’은 인체에서 느낌이 가장 풍부하지요. 어느 날 중학생들과 이 지점토 인형 만들기를 했는데, 아이들이 표현해낸 기발하고 재미있는 얼굴들에 오히려 김태희 씨가 영감을 받았다네요. 어른들은 생각해내지 못한 표정, 진짜 얼굴 같지 않아서 더 끌리는 단순한 얼굴, 상식을 깨는 컬러 매치 등 부모들 눈에는 별로인 것처럼 보여도 김태희 씨 눈에는 특별했답니다. 주변 사람 얼굴을 인형으로 만들다 보면 그 사람만의 표정이 생각나 슬며시 웃음 짓게 된답니다. 그 인형을 선물하면 어떠냐고요? 자기 안 닮았다며 살짝 투덜대기도 하지만 다들 인형 들여다보며 배시시 웃는답니다. 선물의 즐거움과 자기 얼굴이라는 특별함 때문이겠지요. 세상에 똑같은 얼굴 하나도 없듯이 각자의 행복도 다 다른 표정 아닐까요?

* 결혼 4년 차인 김태희 씨에게 남편과 단란한 시간을 보낼 수있도록 도심 속 자연에 자리 잡은 W 서울 워커힐의 숙박권과 천상의 휴식을 경험할 수 있는 어웨이 스파 이용권을 드립니다.


1 장주란 씨의 코티지 가든(전원풍 정원). 계획해서 심기보다는 색이나 크기만 고려해 자연스럽게 섞여 피고 지도록 심는 것을 좋아한다.
2 이름 모를 꽃들이 지천이다. 짙은 자색의 큰꽃으아리가 꽃망울을 터뜨렸다.
3 미국 버몬트 주에사는 92세의 타샤 튜더는 장주란 씨의 우상. 타샤 튜더가 쓴 몇 권의 책은 성경 다음으로 교과서처럼 열심히 읽는 책.

“나의 행복은 정원에서 창조된다” 장주란 씨 - 정원 가꾸기
달맞이꽃, 노루오줌, 꿀풀, 산꿩의다리, 산수국, 조팝, 붓꽃, 작약, 모란, 큰꽃으아리, 패랭이…. 장주란 씨가 5년 동안 가꾼 코티지 정원(전원풍 정원)에는 우리 야생화 1백30여 종이 자랍니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세 시간, 해질녘 세 시간 동안 부지런히 화초와 나무를 돌봅니다. 어린 시절, 신작로부터 대문 입구까지 긴 코스모스 꽃길을 가꿔 매일 드나들게 하셨던 외할아버지를 보며 자란 소녀는 어느덧 한국의 타샤 튜더를 꿈꾸며 자신의 정원을 가꾸고 있습니다. 늘 맘속에 담아두었던 가드닝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정원 답사, 강좌, 전시회 등에 참여하고 도서관과 서점에도 자주 들러 원예지식을 차곡차곡 쌓았답니다. 4년 전부터는 꽃과 나무의 변화 과정을 살펴 관찰 일기도 작성하고 있지요. 그러다 보니 누군가에게 가드닝에 대한 노하우를 가르쳐줄 때는 자신도 모르게 신이 나서 겸손하지 못하고 뽐내게 된다나요? 키운 꽃을 포장해서 선물하거나 자식 같은 화초의 포기를 나눠 이웃 정원에 분양하는 일은 더 큰기쁨이랍니다. 장주란 씨는 “가드닝을 하면 ‘창조의 기쁨’ 때문에 나이 먹는 걸 잊은 채 활력 있게 살 수 있다”며, 92세의 타샤 튜더가 그런 것처럼 자신 역시 꽃과 더불어 살면서 행복을 나누기를 소망합니다.

* 물리적인 나이는 환갑을 지났지만 마음의 나이는 여전히 청춘인 장주란 씨에게는 좋아하는 타샤 튜더의 책들을 어디든 담아갈 수 있도록 MCM의 고급 빅 숄더백을 드립니다.


1 결혼 후 3권째인 가계부. 자기 스타일대로 쉽게 기록하기 때문에 한 달의 입출금 관리가 노트 한 장이면 해결된다.
2 가족 여행, 공연 관람, 등산 등 각종 문화활동에 대한 기록을 남긴 문화일지. 인형극은 월 1회 정도 보는데 항상 즉석 사진을 남긴다.
3 결혼기념일마다 찍은 가족사진이 아홉 장. 둘이었던 사진 속 멤버가 어느덧 넷이 됐다.

“일기로 꾸준히 행복지수를 체크하세요” 하청자 씨 - 일기&문화일지 기록
9년치 일기장과 가계부, 문화일지, 아홉 장의 결혼기념일 사진은 이사할 때도 하청자 씨가 직접 챙겨 가는 재산목록 1위 품목입니다. 어릴 때부터 일기나 용돈기입장을 써온 습관대로 매일매일 거르지 않고 기록하다 보니 지금은 돈 주고도 살수 없는 보물이 되었답니다. 잠들기 전 이불 속에서 몇 줄이라도 끄적여야 잠이 든다나요? 심지어는 첫 애 낳을 때의 긴박한 상황에서도 몇 분 간격으로 진통이 왔는지까지 적어놓았더군요. 다시 오지 않을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가계부는 자신만의 스타일대로 쉽게 적습니다. 뭐든 어렵게 하면 금방 포기하게 마련이니까요. 돈을 관리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가족에게 일어났던 일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서 더욱 유용하답니다. 가족 여행, 공연 관람, 등산 등 문화 활동을 기록한 문화일지를 들여다보면 가족의 행복이 전해집니다. 장르 구분, 날짜, 장소, 참석자, 동기 및 메모, 내용 및 사진 등 늘 동일한 형식에 맞춰 꼼꼼하게 기록한 문화일지는 직장 선배를 따라 했던 건데, 이제는 많은 이가 하청자 씨를 보고 따라 쓴답니다. 글을 ‘잘’ 쓰기보다는 ‘꾸준하게’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다 보면 하청자 씨가 매일 쓰는 아이디 happy처럼, 일상 속에 행복이 스며들어 있겠지요.

* 두 아이의 엄마이자 맞벌이 주부로서 시간이 금보다 귀한 하청자 씨에게 주방에서 똑똑한 도우미 역할을 해줄 에코포유의 전자동 음식물 처리기 ‘매직싱크’를 드립니다.


1 하지희 씨의 스타일링 노하우는 색채나 균형 감각 이외에도 ‘재료에 대한 광범위한 이해’에서 나온다. 다양한 파티용품과 소품들을 두루 갖춰놓았다.
2 둘레를 생화로 장식한 생일 케이크와 과일 꼬치.
3 작은 종이가방으로 만든구디 백, 생일을 맞은 아이들 이름을 영문으로 적어 붙였다. 같은 느낌의 포장지를 이용해 만든 고깔모자.

“행복은 이벤트 뒤에 오는 감동” 하지희 씨 - 홈 파티 데커레이션
두 아이의 엄마이자 결혼 9년 차의 주부 하지희 씨는 동네에서 소문난 아마추어 파티 플래너입니다. 유난스럽게 남과 같은 것을 싫어한 데다 자기만의 것을 만들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 손으로 꼼지락거리는 것에는 재주가 있지요. 미술 전공이라는 말로 기본기 설명을 대신할게요. 결혼 후 예민한 큰아이를 힘들게 키우다가 둘째를 낳고 안정되면서 꽃꽂이며 베이킹, 선물 포장, 홈 파티 등에 빠져들었답니다. 인터넷과 잡지, 책 등을 보며 완전 독학으로 공부했지요. 아이들 생일 파티, 크리스마스 파티는 매번 테마를 바꿔 준비합니다. 물론 큰돈 들지 않게 대부분의 파티 용품을 손수 만듭니다. 쿠키나 머핀은 넉넉하게 구워 주위 엄마들과 나눠 먹고, 구디 백 만드는 일을 돕기도 합니다. 레이스 붙인 행주를 만들어 선물로 돌린 적도 있고, 큰아이 유치원 졸업식 때 엄마들에게 재료비로 만 원씩 받고 ‘청담동 스타일’로 꽃다발을 만들어 큰 호응을 받았답니다. 얼마 전에는 동네 공원에서 큰아이와 친구 세 명의 공동 생일 파티를 멋지게 차려주었지요. 아이들이 좀 더 자라 시간 여유가 생기면 고아원 아이들에게 그림을 가르치고 싶답니다. 여러 사람을 기쁘게 할 달란트가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하지희 씨는 잘 알기 때문입니다.

* 파티 음식, 식사 준비 등으로 주방에 머물 일 많은 하지희씨에게 요리의 즐거움을 가져다줄 독일 주방용품 브랜드 휘슬러의 피암마 냄비와 프라이팬, 주방용품 세트를 드립니다.

세상에 무지개 다리를 놓다 화가 김유선 씨의 레인보우 프로젝트
타슈켄트에 뜬 첫 번째 무지개
2003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의 중증장애아동 고아원으로 김유선 씨를 이끈 건 그곳 아이들이 그린 그림이었습니다. 정신박약과 신체장애 아이들, 인접한 러시아의 핵실험에 노출돼 수두증으로 죽어가는 아이들, 무슬림 전통에 따라 사촌 간의 결혼으로 인해 기형아를 낳은 어린 소녀…. 정부의 지원을 받고는 있지만 화장실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열악한 환경에서 사는 아이들, 불행할 수밖에 없다고 여겨지는 그 아이들이 그린 그림은 놀랍도록 맑고 따뜻하고 행복한 모습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준비해 단숨에 타슈켄트로 향한 것은 막내 동생에 대한 아픈 기억 때문이기도 합니다. 장애를 갖고 태어나 힘겹게 살다가 일곱 살 난 자신의 품에서 하늘나라로 떠난 세 살배기 여동생에 대한 죄책감이 늘 가슴속에 남아 있었습니다.

김유선 씨는 그 아이들의 행복한 그림들을 고아원 벽에 벽화로 직접 옮겨주고, 벽화마다 아이들의 사인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한국에서 자개로 작업해 간 옥색의 원형 무지개를 걸어주었지요. 벽에 커다랗게 그려진 자기 그림을 경이로움과 기쁨에 찬 눈으로 바라보던 아이들, 감사하다고 안아주고 싶다며 휠체어에 앉은 채로 뜨거운 포옹을 나눠준 아이들의 눈빛은 평생 잊혀지지 않을 행복감을 그에게 안겨주었답니다. 이 아이들이 그린, 다섯 손가락이 자라서 나무가 되고, 하늘에서 하트 모양의 비가 내리는 행복한 그림들은 앞으로 다른 고아원과 교도소 벽에 옮겨지며 또 다른 사랑의 무지개를 띄울 것입니다.

호놀룰루와 노르웨이의 무지개 ‘사진 신부picture bride’를 아시나요? 하와이에 노동자로 갔던 한국 남자들이 나이가 들어도 결혼을 할 수 없게 되자 젊었을 적 사진을 한국으로 보내 신부를 모집했지요. 사진 한 장과 부푼 꿈을 안고 미지의 남편을 찾아 하와이로 날아간 어린 신부들을 맞이한 건 사진 속 젊은 청년이 아니라 이미 늙어버린 남자들 뿐이었습니다. 이때부터 미국 이민 1세대의 눈물의 세월이 시작된 것입니다. 두 번째 무지개는 불운의 사진 신부들이 모여 사는 하와이의 한인양로원 코리안 케어 홈에 띄웠습니다. 조선의 마지막 왕세자비였던 비운의 줄리아 리 여사는 그곳에서 할머니들에게 그림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기억에 남는 가장 아름다운 것을 그리라고 했더니 신기하게도 모두들 꽃을 그리셨답니다. 세 번째 무지개는 한국 입양아 분포율 1위인 노르웨이의 망망대해 위에 떴습니다. 1950~60년대 입양돼 이제 노르웨이의 주축을 이루고 있지만 치유받지 못한 아픔을 간직하고 사는 이들을 찾아갔지요. 노르웨이 한국 대사의 도움으로 선박회사의 후원을 받아 16일 동안 크루즈를 타고 전국을 돌며 흩어져 있던 한국인 입양 가족들을 만났습니다. 마지막에는 오슬로에 있는 국립병원(한국인 입양이 시작된 원천지)에서 레인보우 프로젝트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1 타슈켄트 고아원의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누군가의 희생과 사랑.
2 타슈켄트에서 만난 아이 ‘라’는 일찍 세상을 떠난 막내 동생과 꼭 닮았다. 
3 김유선 씨의 무지개를 어루만지는 코리안 케어홈의 한 할머니. 
4 타슈켄트 고아원 아이들의 그림을 김유선 씨가 고아원 벽화로 재현했다.
5 사진 신부 할머니들 이 그린 꽃그림. 
6 셀로판지로 장식한 교도소 창문의 그림자.

교도소의 무지개 곧 첫 삽을 뜨게 될 우리나라 최초의 민영 교도소 설립 이전에 시범적으로 운영하는 여주 교도소의 예술 프로그램 역시 무지개 프로젝트의 연속입니다. 창고를 개조한 뒤 타슈켄트 아이들의 행복한 그림과 사진으로 꾸민 공간은 수감자들에게 소리 없는 인사를 건네고, 색색의 셀로판 전지를 붙인 유리창은 햇빛을 받아 아름다운 빛깔을 토해냅니다. 아무도 관심이 없고, 알고 싶어 하지도 않고, 무시무시하고 살벌하다는 교도소에 ‘치유’의 꽃씨가 뿌려진 것입니다. 1기 입학식날 40명의 수감자 학생들은 자신들을 위해 꾸며진 공간에 들어서서 감동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교소도에 띄운 또 하나의 무지개가 비록 몸은 감옥에서 빠져나가지 못하지만 영혼만은 자유롭게 해준 것이겠죠. 김유선 씨는 소용없는 돌을 어머니처럼 품어 진주로 만들어낸 위대한 껍데기 ‘자개’처럼 예술가로서 세상에 의미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고민 끝에 ‘레인보우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희망 없어 보이는 이들, 소외된 이들을 ‘아름다움’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일이 그것입니다. 사진 찍고 그림 그리다 보면 아름다움을 생각하게 될 거고, 그러다 보면 아름다움에 젖게 될 거고, 또 그러다 보면 행복을 느끼게 될 거라고.

구선숙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7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