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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훈 개인전 <전통_현대_미래> 그의 현재는 미래의 전통이 된다
전통과 미래, 공예와 디자인, 예술가와 교육자의 중간에 서서 양쪽을 폭넓게 아우르며 창작에 깊이를 더해가는 사람. 가구 디자이너 하지훈이 조은숙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그간 쌓아온 작품 세계를 집약했다.

배달 용기 패키지와 같은 방법으로 만든 한옥 소반 덮개. 그는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는 눈을 지녔다.

원목 등받이와 좌판이 있는 신작 단청 의자에 앉은 작가 하지훈. 그 옆에는 장석 캐비넷이 서 있다.
전시 기간 2020년 10월 13일~11월 11일
장소 조은숙갤러리(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로80길 37)
관람 시간 오전 11시~오후 6시(월~토요일)
문의 02-541-8484

독자 이벤트
하지훈 작가가 작품을 설명하고, 조은숙 관장이 준비한 찻자리를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일시 11월 8일(월) 오후 2시
장소 조은숙갤러리
참가비 3만 원(간단한 다과 제공)
인원 8명
신청 방법 <행복> 홈페이지 ‘이벤트’ 코너에 참가 이유를 적어 신청하세요.


‘전통’, 창작하기 가장 쉽고 좋은 재료
작가 하지훈에게는 ‘전통적인 것을 현대적으로 계승하는’이란 수식어가 빠지지 않는다. 작가 하지훈은 과거의 것을 현대 시대에 맞게 발전시켜 자신만의 독창성을 선보인다. 그렇게 전통에 바탕을 두고 탄생한 작품은 하지훈만의 정체성이자, 미래의 전통이 된다. “창작은 원래 가지고 있는 것을 편집하고 조합하는 거라 생각해요. 후배들에게도 전통은 언제든 쓸 수 있는 무궁무진한 자원이니 잘 활용해보라고 일러줘요.”

한편으로 그는 ‘한국적’ ‘전통’이라는 단어에 얽매이고 싶지는 않다. “한국적인 것은 우리가 가장 쉽게 잘 활용할 수 있는 재료이니까요. 유럽의 작가들도 전통을 기본으로 삼아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거든요. 필립 스탁이 루이 왕조 시대의 의자를 투명하게 해 루이고스트 체어를 만든 것처럼요. 우리 모두에게 공통으로 주어진 재료를 어떻게 활용하고, 소화할지는 개인의 몫이죠.”

한옥의 모양을 적용해 만든 빨간 캐비닛.

그는 조형미도 가구의 쓰임 중 하나라 생각한다. 갤러리에 머물며 작품을 가만히 들여다보길 권한다.
‘정체성’, 규정되지 않는 중간자
작가 하지훈의 ‘소반’ 시리즈 중 투명 소반은 전통 소반을 폴리카보네이트라는 현대 소재로 만든 것. 가볍고 내구성이 뛰어나 실생활 속 여기저기서 활용할 수 있어 전통을 현대 시대에 맞게 진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플라스틱 소재의 사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듣기도 해요. 하지만 세상에 나쁜 재료는 없다고 생각해요. 나쁜 사용법만 있을 뿐이죠. 어떤 측면에서는 나무 소재의 사용이 환경에 더 안 좋을 수 있어요. 어떤 재료를 사용하든 오래 잘 쓸 수 있게 만드는 게 더 중요해요.”

작가 하지훈은 한국에서 ‘공예’를, 덴마크에서는 ‘디자인’을 배웠고, 지금도 예술 영역의 개인 작업과 극장 의자 개발 같은 산업 가구 제작을 병행하고 있다. 여러 무형문화재 장인과 협업하며 전통 재료의 현대적 적용법을 고민한다. 이렇게 그는 30여 년 작업 속의 다채로운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소재와 작업 공정을 시도하며 자신만의 정체성을 다듬어가는 중이다. 그간 지나온 길은 규칙적이지 않지만, 절대 지루하지 않고 다음을 기대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가구’, 라이프와 스타일을 오가는 쓰임
조은숙갤러리를 설명하는부제는 ‘아트 앤 라이프스타일’. 공예의 가치를 삶 속으로 들여오려는 작가 하지훈의 뜻과도 잘 맞는다. 단청 모양을 찍은 플라스틱판이 얇은 원목 몸통을 지지하는 단청 의자는 이번 전시에서 처음 선보이는 작품. 투명한 단청 판으로 투과된 빛 그림자에 매료되어 앉아보니, 몸통의 굴곡이 허리와 엉덩이를 편하게 감싼다. 조형미와 기능성을 모두 놓치지 않는 그의 가구는 누구의 삶에서도 잘 쓰일 것이다.

그는 작년에 ‘올해의 공예상’을 수상했다. 2009년 ‘올해의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한 후 11년 만의 일. 작업을 오래 지속할 수 있는 비결을 물으니 그건 자신이 “똑똑하지 않아서”라 한다. 타인의 시선이나 전망을 염두하지 않고 스스로 만족하는 일을 해왔을 뿐이라고. 지금도 그는 당장 무얼 하느냐보다 앞으로 얼마나 지속해서 작업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묵묵히 제 길을 간다.

글 박근영 기자|사진 박찬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1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