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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여행_추천 공간 예향藝鄕 광주! 의재미술관
세계적 비엔날레가 열리고, 곳곳에 미술관과 갤러리가 있으며, 과거 선교사들이 서양 문화를 전파해 많은 예술가가 배출된 움직임이 지금까지도 멈추지 않는 광주. 무등산에 깃들인 의재미술관도 1년 동안의 시설 개선 공사를 마치고 최근 다시 문을 열었다. 이토록 빛나는 도시, 광주를 지금 찾아야 할 이유를 소개한다.


상설 전시실과 기획 전시실로 나누어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선보인다.

“무등산을 가장 잘 이해했다”는 평으로 2001년 한국건축문화대상을 수상한 의재미술관 건물. 건축가 조성룡, 김종규가 설계했다.

하얀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무등산을 오가는 의재 선생의 모습은 신선을 떠올리게 한다. 사진 의재미술관
산속 미술관
산수화는 감상하는 이를 그림 속으로 들어오게 하는 힘이 있다. 그래서 남종화(수묵선염의 부드러움을 강조하는 산수화 양식)의 대가 의재 허백련(毅齋 許百鍊 1891~1977) 선생의 작품이 있는 의재미술관을 무등산 입구에 도착해서 20분 정도 걸어 올라야 만날 수 있어도 그곳이 응당제자리라는 생각이 든다. 미술관으로 가기 위해 산으로 들어가고, 의재 선생이 그린 산수를 바라보며 또 한 번 자연을 흠뻑 느낄 수 있다.

의재미술관은 한국 남종 문인화의 마지막 대가로 여기는 의재 선생을 기리고자 설립했다. 선생은 젊은 시절 예술가로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인생 말미에는 속세를 떠나 무등산 계곡에 머물렀다. 그곳에서 남도의 풍취가 묻어나는 작품 활동을 이어갔을 뿐 아니라, 차밭을 가꾸어 한국 차 문화 보급에 앞장서고, 해방 직후에는 피폐한 농촌을 살리기 위해 농업기술학교를 설립하는 등 예술가이자 사회사업가로 살았다. 흰 두루마기를 곱게 차려입고, 검정 중절모를 쓰고, 수염을 길게 기른 채 무등산 곳곳을 누비던 의재 선생의 자취는 곳곳에 남아 있다. 지금은 의재 선생의 친손자이자 남종화의 맥을 현대적으로 계승하는 직헌 허달재 화백이 의재미술관을 운영하며, 선생의 삶과 예술에 담긴 뜻을 지켜간다. “동양화가도 단지 인간일 뿐입니다. 좋은 삶을 살아야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죠. 의재 선생님과 옛 어른들의 가르침을 새기며 한 인간으로 완성되고자 합니다.” 의재미술관은 후배 예술가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의재 선생의 떳떳하고도 굳센 삶의 자세를 전하는 역할을 한다.


<행복>에서 의재 선생의 정신을 담아 꾸린 차실.

연진회 회원인 근원 구철우에게 의재 선생이 선물한 ‘계산소우溪山疎雨’.

제자 허규에게 써준 ‘겸손하게 사양하는 미덕’이라는 뜻의 ‘겸양謙讓’.
다시 흐르는 의재 선생의 뜻
노출 콘크리트와 나무로 단순하게 마감한 의재 미술관 건물은 등산로의 지형을 살려 비스듬한 경사 위에 서 있다. 담백한 모습이 의재 선생의 너그럽고 올곧은 인품과 닮았다. 그리고 주변 풍광을 해치지 않아 산책로 위에 동그마니 서 있어도 풍경의 일부로 보인다. 전시동 내부의 통유리창은 마치 병풍처럼 무등산의 사계절 풍경을 담아 공간 속에 펼쳐낸다. 의재미술관을 공동 설계한 건축가 조성룡, 김종규는 미술관 건물을 두고 “비움과 고요함이 만들어내는 정일한 공간”(<설계경기> 1999년 6월호)이라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건물은 개관 이후 20년의 시간을 지내는 동안 많이 노후화해 최근 1년 6개월간의 보수 작업을 진행했다. 녹음이 짙어가는 가을, 드디어 의재미술관이 사람들을 다시 맞이하기 시작했다.

의재미술관 개관 20주년과 재개관을 모두 기념하며 <문향, 인연의 향기를 듣다> 전시가 열린다. 의재 선생이 새롭게 출발하는 제자, 회갑이나 결혼 등 중요한 행사를 맞은 지인에게 선물한 글과 그림을 선보인다. 선생 나이 32세 때인 1922년 집안 어른의 회갑연에서 그린 그림, 1960년 새해 아침 동아일보를 위해 그린 ‘오월동주吳越同舟’ 등 모두 귀한 사연이 깃들어 있다. 받은 이가 소장해 세상에 소개할 기회가 많지 않던 작품을 만나는 귀한 자리가 될 것이다. 의재 선생이 맺은 인연의 향기가 오늘날까지도 흐려지지 않고 진하게 이어진다.


전시장으로 향하기 전, 무등산 풍경을 먼저 감상한다.

<행복>에서 구현한 차실에 놓인 다기. 앞쪽 백자 다관은 토화도예 이창수, 가장 왼쪽의 분청 다식 접시는 소사요 김진완의 작품이다.

의재 허백련 선생의 손자인 직헌 허달재. 그는 독특한 표현법으로 남도 한국화를 재해석하는 작가로도 유명하다.
옅은 수묵과 짙은 차향
의재 선생은 일본인이 일제강점기에 경영하다 버리고 떠난 무등산 다원을 인수해 차밭 ‘삼애다원’을 만들고, 우리 고유 차 ‘춘설’을 직접 재배할 정도로 차를 좋아했다. 미술관 뒤로 10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의재 선생이 직접 가꾸던 드넓은 녹차밭이 펼쳐져 있다. 또 의재 선생은 다도를 선禪에 비유하며 “차를 마실 때의 마음은 선을 할 때와 같고, 차는 고요하고 엄숙한 마음, 골똘히 수도하는 마음, 선을 하는 자세로 음미해야 제맛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림 그리기 전에는 꼭 춘설차를 뜨겁게 끓여 마셔 마음을 가라앉히고 정신을 씻어 내린 후 붓을 들었는데, 그 맑은 정서를 국민에게도 전하기 위해 차 마시기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행복이 가득한 집>은 의재미술관 재개관을 축하하며 차실을 구현했다. 뷰로 드 끌로디아의 스타일리스트 문지윤이 공간 연출을 맡아 아름다운 차 도구와 가구를 고르고 의재 선생의 철학을 표현했다. 옅은 수묵 빛처럼 정갈한 기물의 놓임새 사이로 짙은 차향이 느껴진다. 그 역시 평소 차에 애정이 깊어 독자들과 함께하는 찻자리도 기획했다. 의재 선생이 재배해 유명해진 춘설차를 내려 마시고, 차실에 놓인 기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후에는 삼애다원 차밭과 의재 선생이 기거한 춘설헌도 둘러본다. 서로의 다우茶友가 되는 다정한 시간이 될 것이다. 의재 선생은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일을 단순히 작품 활동이 아닌, 예도禮度를 닦는 방편으로 생각했다. 우리도 역시 의재미술관으로 향하기 위해 무등산으로 들어가 맑은 기운을 느끼고, 의재 선생의 힘찬 필묵 속에서 곧고 건강한 정서를 읽어내는 동안 잠시나마 생각을 비우고 정신을 가다듬을 수 있다. 산자락에 안긴 작은 미술관이 내면의 도에 이르는 시간을 선사한다.


무등산 자락에서 즐기는 티 클래스
<행복> 특별 전시 공간을 연출한 문지윤 스타일리스트가 찻자리를 마련합니다.

일정 10월 15일(금) 오후 2시, 10월 16일(토) 오전 11시, 오후 2시
인원 회당 8명 참가비 5만 원

내용
- 춘설차, 녹차, 발효차 3종을 다과와 함께 즐기기
- 의재미술관 이선옥 관장의 재개관전 특별 도슨트
- 삼애다원과 춘설헌 둘러보기

신청 방법 9월 27일(월)부터 디자인하우스 홈페이지(designhouse.co.kr/event) 또는 전화(02-2262-7222)로 신청하세요.
* 10월 15일과 16일 양일간 <행복> 정기 구독자는 동반 1인까지 의재미술관 입장료가 무료입니다. (10월 13일 안내 문자 발송 예정)

글 박근영 기자 | 사진 이경옥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1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