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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와우의 마법 세상과 연결되는 액세서리
우리는 때때로 소음에 힘겨워하지만, 누군가에게 소리는 삶의 희망이다. 9월 9일 귀의 날을 맞아 <행복>은 청각장애인에게 인공 와우(달팽이관) 수술을 지원하는 사회복지 단체 ‘사랑의달팽이’와 함께 인공 와우 인식 개선을 위한 패션 화보를 작업했다. 여기, 인공 와우를 통해 소리를 되찾은 청각장애인 다섯 명의 행복한 표정을 만나보기를.


민트 컬러의 레이스 저고리와 노란색 치마는 차이 김영진 제품. 비단과 꽃으로 장식한 인공 와우 커버는 김영진 디자이너 작품.
서주아, 8세
“앵무새 키키가 울 땐 함께 놀아줘야 해요. 최근에 알을 네 개 낳았는데, 암컷이 지금 지키고 있어요. 저는 새소리 말고도 물소리, 바람 소리처럼 자연의 소리를 좋아해요.”

태어날 때부터 난청이던 주아 양은 돌 때 인공 와우 이식술을 받았다. “그릇이 되는 사람에게 내려주는 거래요”라고 말하는 강인한 엄마는 주아 양이 장애를 당당하게 표현하며 살아가기를 바란다. 그 소망대로 주아 양은 배우와 모델로 활동하며, 누군가 머리에 부착한 기기가 뭐냐고 물으면 “소리를 듣게 해주는 인공 와우”라고 똑 부러지게 설명해주곤 한다.



노란 꽃 패턴의 블랙 슈트는 김서룡 옴므 제품.
손정우, 25세
“합주를 할 때는 청각뿐 아니라 모든 감각을 동원해요. 나의 몸 상태, 다른 연주자들의 움직임, 활의 위치나 타이밍을 주시하는 등 소리 외의 것까지 기억해두죠.”

청각 장애를 딛고 클라리넷을 전공한 정우 씨는 많은 청각장애인에게 희망의 아이콘이다. 현재 사랑의달팽이 클라리넷 앙상블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또 대학원에서 예술 경영을 공부하는 그는 포부가 크다. 청각장애인이 영화, 클래식, 뮤지컬 등 여러 예술 장르를 한층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소리를 시각화하는 작업을 구상하고 있다.



오프숄더 스타일의 재킷과 와이드 팬츠는 곽현주 컬렉션 제품. 깃털과 비즈로 장식한 인공 와우 커버는 곽현주 디자이너 작품.
지혜연, 33세
“사랑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게 너무 기뻐요. 내 존재감을 확인하는 순간이거든요. 또 괜히 큰 소리로 이야기할 필요가 없고, 흥얼거릴 수도 있고요.”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던 혜연 씨는 20대 때 유전성 난청으로 급격히 청력이 떨어졌다. 그러면서 외향적이던 성격도 바뀌어 집에만 머물던 시절이 있었는데, 회상만으로도 눈시울이 붉어진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 없는 삶을 소망하며 인공 와우 이식술을 받은 후, 다시 찾은 소리는 활달한 마음까지 되돌려주었고 연극배우의 길을 걷게 해줬다.



스트라이프 패턴의 톱은 로리엣 제품.
김동현, 34세
“인공 와우 이식술을 받기 전인 스물한 살 때까지 소리를 못 들었어요. 엄마 목소리가 가장 듣고 싶었죠. 4개월 전 아들이 태어났는데, 청력부터 확인했어요. 소리를 잘 듣는다는 말을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봅슬레이 국가 대표 선수이며 사랑의달팽이 홍보 대사인 동현 씨는 불굴의 의지를 지녔다. 인공 와우 이식술을 받은 후에는 언어 재활이 필수인데, 성인이 되어 말을 익힌다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님에도 거의 완벽한 수준으로 의사소통을 하게 된 것. 그는 너무나 간절했기에 가능했노라, 또 장애는 극복할 대상이 아니라 죽을 때까지 노력해야 하는 자신의 정체성이라고 말한다.



캐주얼한 톱과 그래픽 패턴의 재킷ㆍ팬츠ㆍ스커트는 모두 푸시버튼 제품. 인디언 추장 모자를 연상시키는 형태의 인공 와우 커버는 푸시버튼 박승건 디자이너 작품.
이예준, 13세
“BTS의 음악에 맞춰 춤을 출 때 정말 행복해요. 음악은 마음을 가라앉혀주기도 하죠. 촬영장으로 오는 길에는 ‘밤의 여왕 아리아’를 들으며 긴장감을 풀었어요.”

촬영 전날 유튜브로 포즈 강의를 들으며 연습했다고 말할 정도로 능동적인 예준 군은 일명 ‘와우보이’로 통한다. 국내 최초로 인공 와우를 소재로 만든 영화이자 칸 영화제 쇼트 필름 코너 초청작인 <와우보이>에서 주인공을 연기한 것. 소리의 세상을 좋아하면서도 종종 벗어나고 싶을 때엔 인공 와우 기기를 떼고 고요의 세계에 들어간다는 그는 배우 그리고 패션 디자이너를 꿈꾼다.


2019년 9월호가 뿌린 작은 씨앗
<행복>은 2년 전 창간 기념호 특집으로 ‘장애를 바라보는 조금 특별하고도 평범한 이야기’를 소개한 적이 있다. 틀에 박힌 기준에서 벗어나 세상 곳곳에 존재하는 행복의 본질을 조명해 큰 공감을 얻은 기사다. 그때 뿌린 작은 씨앗이 2021년 ‘사랑의달팽이’에서 의미 있게 발아했다. <행복>과 협업해 인공 와우 인식 개선 캠페인을 진행하기로 한 것. 청각 장애인에 대해 좀 더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청각장애인에 대한 오해와 진실
오늘날 신생아 1천 명당 1~2명이 난청이며, 전체 장애 중 청각 장애가 지체 장애 다음으로 많은 비율임에도 사회적으로 청각 장애에 대한 인식과 정보는 매우 부족한 편이다. 대부분의 대중문화에서 청각장애인을 수화로 소통하는 사람으로 그린다는 게 대표적 예다. 청각장애인은 난청인과 농인으로 나뉘며, 난청인은 인공 달팽이관이나 보청기를 통해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때 확성기와 다름없는 보청기에 비해 인공 달팽이관은 소리를 훨씬 섬세하게 전달해주는데, 두개골에 임플란트를 삽입하는 수술과 수천만 원의 비용 부담은 또 하나의 장벽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까지 1천 명 넘는 청각장애인에게 소리를 되찾도록 지원해준 사랑의달팽이는 그 자체로 빛을 발한다.

인공 와우에 패션을 더하다
시력이 나쁠 때 안경을 쓰는 것처럼 청력이 떨어지면 보조 기구의 도움을 받는 건 당연지사. 한마디로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현실은 많은 난청인이 인공 와우나 보청기를 드러내는 데 주저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장애를 바라보는 사회의 잔인한 시선으로 인해 상처받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가장 클 테고, “이게 뭐냐”는 질문과 무례한 동정의 반응도 매우 귀찮고 불쾌한 일일 터. <행복>은 이러한 인식을 개선해보자는 취지로 인공 와우를 장식해 액세서리화한 화보를 작업했다. 인공 와우를 착용한 누군가를 만났을 때 있는 그대로 수용하기를 바라고, 나아가 인공 와우 사용자에게 영감을 주기를 바라며. 저마다 자신의 색깔을 입힌 인공 와우를 당당하게 드러내길 기대하는 마음도 담았다. 장애를 지니고 태어났다는 것은 그 자체로 특별한 개성일 뿐이니까!

못다 한 이야기
과연 몇 장의 사진으로 이 거창한 취지를 다 표현해낼 수 있을까? 서영희 비주얼 디렉터는 무엇보다 사진에 진정성을 담는 데 주력했다. 각각의 모델을 촬영 전에 직접 만나 단순한 타이틀 너머의 고유한 색을 발견하고자 노력했고, 각각의 성향과 잘 어울릴 법한 디자이너에게 인공 와우 장식을 부탁했다. 그리하여 김영진 한복 디자이너, 곽현주 디자이너, 푸시버튼의 박승건 디자이너의 손길로 패션을 입은 인공 와우는 멋진 액세서리로 변신! 각각의 모델에게 그야말로 특별한 선물이 되었다. 누군가를 미소 짓게 만들었을 때 그 행복 에너지는 돌고 돌아 결국 우리 내면을 충만하게 해준다. 프로젝트를 위해 한마음이 되어준 협업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며, 이 화보가 누군가에게 행복을 전하는 씨앗이 되기를 바란다.


청각장애인에게 소리를 선물하세요


의상 협조 곽현주 컬렉션(02-518-3704), 김서룡 옴므(02-3444-3512), 로리엣(02-544-0301), 차이 김영진(070-4186-6605), 푸시버튼(02-792-1283)

글 강옥진 기자 | 사진 민현우 | 비주얼 디렉터 서영희 | 스타일링 김수정 | 메이크업 성지안 | 헤어 최서형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1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