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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실패 관계에서 ‘잘’ 실패하기
가족·배우자·연인·친구와의 관계 속 문제에는 상대의 감정과 의도, 나의 현재 감정과 과거의 기억 등이 미묘하게 뒤섞여 있다. 생각만 해도 복잡하지만 피해서는 안 된다. 나와 너, 우리 모두에게 일어나고 있을지 모르는 관계 실패의 상황 세 가지에 유은정 원장이 솔루션을 제시한다.


엄마
세상에 온전한 ‘내 편’은 없다
부모와 자식 간이라면 꼭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사랑만을 주어야 할까? “어린 시절 엄마에게 받은 상처를 안고 있는 내담자가 이제 엄마와 화해를 해야겠다고 부푼 꿈을 안고 있으면 말리는 편이에요. 내가 말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상대도 들을 준비가 된 것은 아니거든요. 사실 어머니는 1초도 그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죠. 우리는 서로 다른 시점에서 다른 관점을 지니고 살아가는 별개의 개체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해요.”

내 안에 울고 있는 어린 나
최근 인기인 한 육아법 클리닉 프로그램에 20~30대가 무척 공감하고, 때로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유년 시절부터 안고 있던 원인 모를 아픔의 요인을 비로소 알게 되고, 부모를 이해하는 계기가 된다고. “해결하지 않은 감정에는 유효기간이 없어요. 대인 관계가 좋다고 자부하는 사람이라도 막상 상담을 시작하면 과거에 상처받은 이야기를 꺼내는 경우가 많거든요. 과거의 감정이 현재로 이어져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거죠. 자신의 취약한 부분을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 사이에 대화의 다리가 놓이고, 묵은 감정을 해소하는 계기가 됩니다.”


친구
그런 인연 끌고 갈 필요 없다
친구처럼 보이지만 사실 적과 다름없는 상대 ‘프레너미(friends+ enemy)’는 교묘하게 기분을 상하게 하고 자존감을 깎아내리는 언행을 일삼는다. “저의 <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라는 책 속 ‘그런 인연 끌고 갈 필요 없다' 구절에 많은 독자가 열광했어요. 사실 제 의도는 자신과 맞지 않는 사람은 무조건 끊어내라는 게 아니었지만, 그만큼 다들 인간관계로 힘들었다는 걸 알 수 있었죠.” 관계에 갈등이 생기면 우선 내 감정을 표현하겠다는 단호함으로 나의 기준과 너의 기준은 다르다는 걸 알려야 한다. 우리의 호불호가 다름을 받아들여달라는 건 절대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 그런데 상대가 “다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인데 왜 예민하게 받아들이냐”고 반응하며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면? 그 사람과는 과감히 거리를 두어도 좋다. “모두와 잘 지내지 않아도 돼요. 멀리할 사람을 분별해내는 힘이 필요합니다.” 실패한 관계에 연연하기보다 나를 보호하는 것이 우선이다.


연인
너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나를 무너뜨린다
분명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연애만 하면 상대에게 무조건 맞추려는 사람이 있다. “상대에게 잘 보이려는 마음은 상하 관계를 형성하고 자기를 아래쪽에 자리하게 합니다. 그럼 자신의 감정 영토까지 무너지죠. 사랑하면 잘 보이고 싶은 게 당연하지만, 너무 지나치면 내 존재가 사라지게 돼요.” 자존감 없는 사랑은 연애의 좋지 않은 패턴이 반복되게 만들 뿐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도 내가 지니지 못한 것을 지닌 상대의 모습에 반하고, 진가를 발견한다. 입장을 바꾸어도 마찬가지다. 그 사람에게 나를 끼워 맞추려는 노력보다는 할 말을 하고 꾸밈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나만의 오라가 될 것이다.

관계 상담 전문가 정신과 전문의 유은정
앞선 상황들에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 한쪽이 복 잡해지는가? 오늘은 내가 관계 속에서 피해자였지만, 내 일은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 “우리 모두가 언제든 다른 사 람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예민한 쪽이 아니라 너무한 쪽에 설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가치를 깎아 내리지 않아도 내가 가진 것은 이미 충분하다는 뻔한 진리 를 다시금 새기자. 우리는 따로 또 같이 살아가는 현명한 개인주의자가 되어야 매번 관계에서 잘 실패하고, 나아가 더 나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글 박근영 기자 참고 도서 <내가 예민한 게 아니라 네가 너무한 거야>(유은정 지음, 성안당)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1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