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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림박물관, <공명共鳴: 자연이 주는 울림> 머물고, 품고, 따르다

제2전시실의 주제는 ‘자연을 품다’로 최북·김홍도·조희룡·이하응·유덕장 등이 그린 사군자 그림과 사군자가 그려진 도자기, 추사의 글씨를 현대 작가인 박서보·윤형근·김종영·이우환의 작품과 함께 배치했다.
‘와유臥遊’라는 말이 있다. 풀어 쓰면 ‘누워서 노닌다’, 즉 명승고적을 그린 그림을 집 안에서 감상하며 마음속 유람을 즐기는 행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중국 송나라 때 화가 종병宗炳의 일화에서 유래해 일찍이 동양 산수화의 정신적 개념이 된 이 말은 사실상 팬데믹 시대의 ‘랜선 여행’과 다를 바 없다. 떠나고 싶지만 떠날 수 없는 시대, 방구석에 웅크린 채 책으로, 그림으로, 사진과 영상으로 공연히 들썩이는 마음을 달래는 시대, 호림박물관이 ‘와유’와 ‘랜선 여행’ 사이에 다리를 놓는 특별한 기획전을 마련했다. 주제는 자연, 전시명은 <공명共鳴: 자연이 주는 울림>이다.

‘자연에 머물다’를 주제로 한 제1전시실. 산수가 그려진 도자기와 정상화 화백의 단색화가 마주 보고 있다.
사실 자연에 대한 경외는 인간의 창작 활동에서 결코 마르지 않는 원천이나 다름없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은 끊임없이 자연을 노래해왔고, 많은 예술가가 자연에서 깊은 영감을 받았다. 그중에서도 자연의 본성에 따르는 무위無爲적 행위, 자연과의 합일을 통해 이상적 세계에 이르고자 한 오랜 노력의 결실이 바로 동양의 산수화이다.

<공명共鳴: 자연이 주는 울림>전의 마지막 여정은 ‘자연을 따르다’. 가야 토기와 흑자, 그리고 정창섭·이배·하종현 작가의 작품이 인위적 행위를 최소화하고 자연의 본성에 따르는 무위의 세계를 완성한다.
<공명共鳴: 자연이 주는 울림>은 자연에서 비롯한 창작 행위가 현대 작가에게도 고스란히 이어져왔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자연에 머물다’ ‘자연을 품다’ ‘자연을 따르다’ 등 세 개의 소주제 아래 서로 공명하는 여러 시대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았다. 이를테면 겸재 정선의 <사계산수화첩>과 김환기 작가의 ‘13­-Ⅳ­-73 #311’을 ‘자연 현상’이라는 근원으로 묶거나, 호생관 최북의 ‘사군자화첩’과 윤형근 작가의 ‘Umber­-Blue’를 ‘문인화의 정신’이라는 신념 사이에 마주 세우는 식이다. 김환기와 윤형근 외에도 김창열, 정상화, 이강소, 박서보, 김종영, 이우환, 정창섭, 이배, 하종현 등 현대미술 거장들의 작품이 선인들의 서화·도자기 등과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변함없이 자연을 향해 나아가는 시대의 여정을 묵묵히 와유하는 전시. 과거와 현대가 조응하는 낯선 순간의 경이가 길고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공명共鳴: 자연이 주는 울림>

기간 6월 12일(토)까지
장소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 317 호림박물관 신사분관
관람 시간 오전 10시 30분~오후 6시, 일요일은 휴관
문의 02-541-3523~5


<행복> 독자 초청 전시 도슨트
호림박물관의 전문 학예사가 전시 도슨트로 <행복> 독자만을 위한 시간을 마련합니다.

일시 5월 20일(목) 오전 10시 30분
장소 호림박물관 신사분관
참가비 1만 5천 원(정기 구독자 1만 원)
인원 10명
신청 방법 <행복> 홈페이지 ‘이벤트’ 코너에 참가 이유를 적어 신청하세요

글 류현경 | 자료 제공 호림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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