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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제안 오늘, 우리 곁의 여행
주민이 직접 기획한 지역의 관광 콘텐츠는 일상을 풍성하게 만들고,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이러한 선순환을 위해 한국관광공사는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공동체를 구성하고 관광사업을 할 수 있도록 밀착 지원하고 있다. ‘관광두레’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상생을 말하는 이들. 관광두레 네 곳의 이야기에는 지속 가능한 공동체의 미래가 있다.

시흥, 동네봄
매일 동네로 떠나는 여행

연꽃테마파크, 소산서원, 호조벌 등 생태문화공간에서 진행되는 사이공감 예술 여행. 사진 제공 동네봄

김순영 대표와 김지영 부대표.
사계절 내내 봄을 준비하는 사람들, ‘공정여행 동네봄’은 언제나 시흥 구석구석을 들여다본다. 그 시선 끝에 시흥에서만 만날 수 있는 다양한 공정 여행 프로그램이 탄생했다. 옛 월곶공판장에서 즐기는 ‘어촌운동회’, 아이들이 여행 디자이너가 되어 동네의 무늬를 찾아 나서는 ‘터무늬여행’, 9~10세기경의 가마터 방산동에서 새로운 접시를 빚는 ‘헌 접시 줄게, 새 접시 다오’ 등 특색 있는 프로그램이 으뜸 두레, 동네봄의 오늘을 만들었다. 2015년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고향의 정서를 선물해주고 싶어 시작한 동아리가 지역을 대표하는 공정 여행사로 성장하기까지 5년. 관광두레는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것을 배우게 했고, 지속적인 소통으로 나태해지거나 도태되지 않게 했다. 그렇게 쌓아 올린 경험은 동네봄을 탄탄하게 만드는 동시에 시흥에 공정 여행 바람을 불러왔다. 내 마을을 여행할 수 있고, 그 프로그램을 내가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공감을 불러일으켜 마을마다 공정 여행을 주도하는 단체가 생겨난 것. 이들의 연대로 시흥에는 관광두레의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다. “마을마다 전문가가 있어요. 신기하게도 한 분을 섭외하면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다른 전문가들과 연결되더라고요.” 김순영 대표는 마을 해설가나 예술가와 협업, 식당 이용, 기념품 구매 등의 방법으로 수익이 지역 안에서 환원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시흥에 동네봄이 있어서 고맙다”는 격려가, “우리 동네에도 동네봄 같은 곳이 있었으면” 하는 칭찬이.


안산, 문화세상고리
문화로 세상을 잇는 고리

찾아가는 세계 문화 수업이나 세계문화축제에서 활용하는 중국의 놀이 소품들.

모국 전통 의상을 입고 나란히 선 문화세상고리 조합원들.
다르지만 틀리지 않아 함께 있음이 행복한 사람들이 있다. 안산의 관광두레 ‘문화세상고리협동조합’은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캄보디아, 필리핀 등 7개국 열한 명의 여성이 결성한 다문화 교육기관이다. 서로 다른 문화 속에서 살아온 그녀들이 ‘문화로 세상을 잇는 고리’가 되고자 의기투합했다. 2010~2013년 안산시 외국인주민센터의 다문화 강사로 활동한 인연으로 2014년 협동조합 법인을 설립하고, 찾아가는 세계 문화 수업을 왕성하게 진행해 2016년 고용노동부 사회적 기업 인증, 2017년 사회적 경제 활성화 유공을 인정받아 경기도지사상을 받기도 했다. 2019년 관광을 통해 지역에 대한 편견을 개선하고,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구현하고자 새롭게 관광두레에 참여하게 됐다. 문화세상고리는 더럽고 위험한 곳이라는 원곡동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타파하기 위한 프로그램 ‘원곡동 나들이’를 운영하고 있다. 안산역에서 출발해 인도 식당이나 베트남 식당을 방문하고, 시장에서 다채로운 세계의 간식거리를 체험한 후 다문화 특구 내에서 공공기관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살펴본다. 2~3시간 동안 원곡동을 함께 걷고 나면 사람들은 다정하게 말을 건넨다. “다양성이 살아 있는 동네네요. 그 음식점은 가족이랑 꼭 가보고 싶어요. 원곡동에 대한 편견이 있었는데 저희 동네와 다르지 않네요.” 백승희 대표는 그 순간마다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는 건강한 사회에 다가서는 느낌이 들어 보람차다. 그 세계로 향하는 문고리가 되기 위해 문화세상고리는 사람들과 함께 걷기를 멈추지 않는다.



강화, 메이드인 강화
오소소 쏟아지는 자연의 행복

티타임을 특별하게 만드는 누비 소창 티 세트. 사진 제공 오소소

오소소 제품만큼이나 정갈한 매장 안에 있는 권화순 대표와 김미자 사무국장.
‘오소소’는 작은 물건이 소복하게 쏟아지는 모양을 뜻하는 순우리말로, ‘본디 소素’의 의미도 품고 있다. 자연이 길러낸 재료로 생활용품을 만드는 ‘주식회사 메이드인 강화’의 브랜드 네임으로 이보다 좋은 것이 있을까. 손재주 좋은 세 여자가 만나 2017년에 시작한 관광두레, 메이드인 강화. 미술을 가르치던 손, 천연 염색과 자수를 하던 손, 20여 년간 식당을 운영해온 손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온 손이 모여 강화 소창으로 만든 패브릭 제품을 오소소 쏟아내고 있다. 강화 소창은 100% 목화솜을 전통 방식으로 짠 23수 천연 면직물이다. 통기성이 우수하고 세균이 거의 번식하지 않아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은 요즘 뜨겁게 주목받고 있다. 처음 소창으로 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의아한 반응이었다. 강화도에서 흔하디 흔한 소창으로 무슨 사업을 하느냐고. “그런데 저희도 놀랐어요. 환경과 건강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 많았고, 그분들이 강화 소창에 관심을 보여주셨죠.” 손수건에서 시작해 행주, 베개 싸개, 배냇저고리, 티 세트, 누비 토트 가방, 실내복까지 어느새 제품은 30여 종에 달한다. “젊은 엄마들이 배냇저고리를 직접 만들 수 있는지 많이 문의하죠.” 소창의 가치를 알아봐주는 이들을 만날 때마다 관광두레에 참여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는 권화순 대표. “앞으로 강화 소창 하면 오소소 할 정도로 열심히 해야죠. 나아가 지역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사회적 기업이 되면 좋겠어요.” 자연스러운 물건을 곁에 두는 일이 흔한 일상이 되는 순간, 오소소는 어디쯤 가 있을지 궁금해졌다.


고양, 행호유람
바람이 모여 떠나는 유람

협동조합 행호유람이 직접 기획하고, 전문 만화가에게 의뢰해 완성한 행주대첩 팝업 북.

행주치마를 두른 최영숙 사무국장과 이옥석 대표.
우리 지역의 역사가 깊이 있는 이야기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 관광두레를 만나 모두와 함께하는 ‘유람’으로 이어졌다. 고양시의 관광두레 ‘협동조합 행호유람’은 대대로 6백 년간 고양에서 살아온 토박이이자 역사 전공자인 이옥석 대표를 비롯해 향토 역사에 관심 있는 지역 주민이 뭉친 ‘행주의 바람’이 그 출발이다. 2017년 경기도 따복 공동체 지원 사업으로 활동하던 행주의 바람이 관광두레를 거치면서 행호유람으로 새롭게 태어난 것. 행호유람과 함께 떠나면 언제든 조선 시대로 타임 슬립을 할 수 있다. 행주서원에서 쾌자나 유복을 입고 활쏘기를 연마하면서 누구나 그날 하루는 선비가 되고 관군이 된다. 행호유람은 학교로도 찾아가 고양시의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고, 모형 신기전이나 행주대첩 팝업 북을 함께 만든다. 특히 행호유람의 아이디어로 완성한 행주대첩 팝업북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인기다. 이중 목책 뒤에 화차, 행주치마에 돌을 담는 여인들, 중앙의 권율 장군을 순서대로 일으켜 세우면서 각각에 담긴 이야기를 듣는다. 이중 목책이 왜 중요했는지, 조선의 발달한 화약 무기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이야기를 들으며 만들다 보면 어느새 행주대첩이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진다. 큰 호응에 힘입어 행호유람은 고양시의 전체 유적지를 시리즈 팝업 북으로 만들어볼까 생각 중이다. 행주산성을 넘어 서오릉, 최영장군묘 등 숨은 유적지를 알리는 데 앞장서는 꿈. 고양시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사회적 기업으로 순항하기 위해 행호유람은 다시 바람을 타고 있다.

글 신은정 | 사진 이정규 | 취재 협조 한국관광공사 경인지사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1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