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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 수리 공예가 김수미 깨지고 이 나간 그릇에 더한 가치
도자기를 수리하는 김수미 작가는 단순히 깨진 그릇만 붙이는 게 아니다. 흠집 위에 장식을 더하고, 그렇게 다시 태어난 물건은 앞으로의 시간을 이어나간다.

붙인 그릇에 생긴 가느다란 선 위에 섬세한 금 장식을 더했다. 깨지고, 이 나간 부분이 모두 다르기에 세상에 하나뿐인 그릇으로 다시 태어난다.

도자기 수리를 시작한 후로 물건을 살 때 더욱 신중해졌다는 김수미 작가.
아끼던 그릇의 이가 나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깨진 그릇을 쓰면 복이 나간다고 여기는 우리 문화에서는 고쳐 쓰기보다 버리는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 새것을 사기 쉬운 풍요의 시대를 살고 있으니 버리기는 더더욱 쉽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도자기 수리를 하는 김수미 작가의 수업에 사람이 몰리고, 그가 참여한 전시인 <수선하는 삶>에 관심이 높았던 것만 봐도 그렇다.

김수미 작가는 ‘킨츠기kintsugi, 金継ぎ’로 불리는 일본의 공예 기법으로 상처 난 그릇을 옻칠로 이어 붙이고, 그 위에 금·은가루로 장식하는 작업을 한다. 킨츠기는 생옻, 토분 등 천연 원료를 사용하는 전통 방식의 ‘혼 킨츠기’와 합성 옻, 접착제를 사용하는 ‘간이 킨츠기’로 나뉜다. 전통 방식은 옻칠 후 일주일가량 건조하고 그 위에 또 옻칠하는 작업을 3~10회 정도 반복해 완성한다. 한 달에서 반년까지도 걸리는 인내의 작업이다. 반면 현대에 널리 사용하는 간이 킨츠기는 합성 옻이라 알레르기를 일으키지 않으며, 하루 만에 완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도자기 수리 작업은 인내심이 필요하다. 마음이 급하면 그대로 결과물에 드러나므로 명상하듯 집중하다 보면 마음을 다스리는 데도 도움이 된다. 
“제가 특별한 기술을 지녔거나 대단히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저 깨진 그릇을 고쳐 쓰는 행위를 통해 물건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공유하고 싶다는 게 더 크죠.” 이런 생각은 교토에서 도자기 수리법을 배울 당시 마을 사람들이 모여 그릇을 수선하는 일상에서 영향을 받았으리라. “일본인 친구 집에 초대받아 갔더니 친구 어머니가 특별한 손님이라고 아름답게 수리한 찻잔에 차를 내주시더라고요. 어머니의 어머니, 그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잔이라는 설명과 함께요.” 인상 깊었던 그날의 기억을 토대로 곰곰이 생각한 그는 어릴 적 외할아버지가 두 동강 난 나무 그릇을 달군 쇠로 구멍을 뚫고 짚으로 엮어 고쳐 쓰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래서 찾아보니 우리나라에도 깨진 도자기를 붙이는 기법이 문헌에 남아 있으며, 박물관 소장품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어쩌면 깨진 그릇을 쓰면 복이 나간다는 믿음은 오래되지 않았을지 모른다. “산산조각 난 그릇을 3개월에 걸쳐 붙이는 분들을 보면 감동받게 돼요. 이런 삶의 태도를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어요.”


도자기 수리 워크숍
원 데이 수리 클래스는 합성 옻을 사용합니다. 깨지거나 이 나간 그릇을 가져오세요.

일시 8월 25일(화) 오후 2시 30분~5시 30분
장소 장충동 디자인하우스
참가비 7만 원
인원 6명

신청 방법 본지 44쪽 참고(2020년 8월호)

글 김현정 기자 | 사진 김규한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0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