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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 년을 더 이어갈 우리 종이의 요람처 한지문화산업센터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KCDF)이 북촌에 한지문화산업센터를 개관했다. 전국 20여 개 전통 한지 공방의 4백여 종 한지를 한데 모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유일의 한지 종합 지원 센터인 이곳은 일반 관람객은 물론, 공예가와 디자이너를 위한 아카이브로, 우리 한지의 새로운 판로로 기능할 예정이다.

‘한지 탁자’와 전시 공간 ‘한지 마루’. 국내 생산 한지를 분류해 전시하고, 한지 활용 상품과 디자인 콘텐츠를 발굴해 소개하는 전시 공간으로 기능한다.

북촌 인근에 위치한 ‘물나무 사진관’에서 발행한 월력과 사진 인쇄물. 모두 한지 위에 프린트해 특유의 자연스러운 미감을 지니고 있다.

KCDF는 국내 20여 개 공방을 표현하는 새로운 BI디자인과 공방별 인장 디자인을 개발했다. 1층 한쪽에는 이를 스탬프로 찍어갈 수 있도록 전시했다.
예부터 한지를 ‘백지百紙’라 불렀다. 만드는 이의 손이 아흔아홉 번 가고, 마지막으로 쓰는 이의 손을 한 번 더 타 1백 번을 채워야 완성되는 종이라는 뜻이다. 조상들은 공예란 ‘쓰임’이 있어야 비로소 완성된다고 여겼다. 질감은 부드럽고 내구성은 강하며, 보온과 통풍이 뛰어나고 스스로 항균 작용을 하는 한지는 창호와 장판은 물론 우산 · 가구 · 옷 · 신발까지 만들지 못하는 것이 없었다. 8세기 한지에 찍은 불경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은 1천2백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멀쩡하다. 그래서 “비단은 5백 년을 가고, 한지는 1천 년을 간다(絹五百紙天年)”는 말도 있다.

20년 전만 해도 2천여 곳이던 수록 한지(손으로 기구를 이용해 종이를 뜨는 제작 방식) 공방은 이제 전국 20여 곳으로 줄었다. 한지 산업의 활성화가 필요한 시점. KCDF가 서울 종로구 북촌에 ‘한지문화산업센터’를 열었다. 지상 1층, 지하 1층 각각 60평 규모다. 인테리어 디자이너이자 건축가 임태희가 공간 디자인을 맡아 안과 밖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공간을 만들었다.

왼쪽 수납장에는 한지 공예품과 디자인 상품을 전시했다. 한지 공방에 대한 사진 기록물과 한지 관련 도서, 연구 자료도 열람 가능하다. 책상을 길게 이어 붙인 ‘한지 배움터’에서는 매달 다양한 행사를 진행할 예정.

1층 안내 데스크 뒤쪽에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다.

2백 종 한지를 컬러와 공방별로 분류한 ‘한지 벽장’에서 한지의 다양한 색과 결을 볼 수 있다.

KCDF 김태훈 원장은 우리 공예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한지 벽장이다. 전통 방식으로 생산하는 전국 열아홉 곳 한지 공방에서 만드는 지류 2백 종을 모은 곳. 이곳에서 원하는 한지 샘플을 찾은 후, 색인 번호를 보고 중앙에 크게 배치한 한지 탁자의 수납장을 열면 해당 종이를 원지 규격(63×93cm)으로 볼 수 있다. 종류가 너무 많아 필요한 한지를 찾기 어렵다면? 반대편으로 가면 ‘작품 복원용’‘미술용’‘벽지용’ 등 용도별로 분류한 칸에서 원하는 한지를 찾아볼 수도 있다. 원하는 한지를 찾은 후 카운터에 문의하면 내가 고른 종이를 구매할 수 있는 인근 지업사· 필방의 연락처와 종이의 정가를 알려준다. “판매는 안 합니다. 인근에 40여 개 한지 도· 소매상이 있지요. 국가에서 독점 판매한다면 우리 문화를 지켜온 이들의 밥그릇을 빼앗는 격이지요.” 김태훈 원장의 말이다. 직접 판매가 일어나지 않기에 이 공간은 아주 잘 큐레이팅한 ‘한지 도서관’이라는 느낌을 자아낸다. 물질이 아니라 가치를 공유하는 공간으로 남기로 한 셈.

새로운 한지 플랫폼 공간의 등장에 디자이너와 브랜드는 축하의 마음을 보탰다. 1층에 마련한 전시 공간 ‘한지 마루’에는 공예가 임정주, 물나무사진관, 한지 공방 장지방이 기증한 작품이 놓여 있다. 지상 1층이 전시와 아카이빙을 위한 공간이라면, 지하 1층은 한지를 매개로 보다 원활하게 소통하기 위한 공간이다. 지류와 생산처에 대한 상세자료와 관련 도서, 연구 자료와 한지로 개발한 상품을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는 ‘한지 자료 저장소’, 연구자를 위한 ‘한지 연구 공간’, 포럼· 워크숍· 세미나를 할 수 있는 ‘한지 배움터’를 층고 높고 탁 트인 공간에 배치했다. 이 공간에서 생산자와 일반인을 위한 교육, 세미나 등이 열린다.

KCDF는 한지문화산업센터 개관을 시작으로, 코로나19로 잠시 주춤하던 대내외 공예 콘텐츠 개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오는 9월 전국 3백 개 공예· 디자인 스폿에서 전시와 행사를 진행하는 ‘공예주간’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12월에 개최할 예정인 ‘공예트렌드페어’가 대표적 예. “공예트렌드페어는 강신재 공간 디자이너가 감독을 맡았지요. KCDF와 함께 1인 가구와 홈족의 증가,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현대인의 삶을 반영해 공예의 본질인 ‘쓰임’에 집중한 전시를 기획 중입니다. 거실과 다실 등 공예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꾸리고 있으니 기대해 주세요!” 공예 트렌드의 중심이 ‘보존’에서 ‘쓰임’으로 옮겨가는 요즘, 우리 한지 역시 이 공간을 필두로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는 한편, 북촌을 산책하는 이들과 더욱 가깝게 만날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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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 디자인 스튜디오 FNT
공간 디자인 임태희 디자인 스튜디오
VMD 포인터스
샘플북·공방인장 티더블유엘
유니폼 디자인 스튜디오 오유경
주소 서울 종로구 북촌로 31-9
문의 02-741-6600, www.hanji1000.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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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스팟’은 <행복이 가득한 집> <디자인> <럭셔리> <스타일 H> 등 디자인하우스 에디터들이 선별한, 지금 가장 주목할 만한 상업 공간입니다. 카페와 레스토랑, 플래그십 스토어, 편집매장 등을 매월 각 매체의 지면을 통해 소개합니다. 오는 12월 9~13일 코엑스에서 열리는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을 통해 올 한 해 가장 주목받은 숍과 매장을 발표하고, 그곳의 오너·디자이너와 함께 흥미진진한 토크도 진행합니다. 디자인 스팟에 대한 다양한 정보는 공식 인스타그램(@designspot.dh)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글 박민정 기자 | 사진 이우경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0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