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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얼 리조트 '에덴낙원' 나를 푸른 초장에 누이시며
산 자도, 죽은 자도 모두 기쁘게 쉬러 가는 곳. 이천 도드람산 자락에 자리 잡은 에덴낙원에는 봉안당과 가족 호텔이, 작별 예배 공간과 온실 카페가 공존한다. “멀리하지 않는 죽음이 삶의 스승이 된다”는 이야기가 3천여 평의 터에 고스란히 들어찬, 삶과 죽음이 함께 뛰노는 낙원.

에덴 파라다이스 호텔 앞 루프 가든은 십자가 형태의 분수대가 길게 펼쳐진다. 호텔의 기본 건축 설계는 스페인 건축가가 담당했다고 한다.

측백나무로 울타리를 두른 부활소망가든. 기도하는 손 조각 앞 함에서 고인의 분골을 배관을 통해 흘려보내면 에덴가든으로 스며든다. 국내 유일의 유수식 자연장 시설이다.

작별 예배 공간이자 기도가 필요한 누구라도 이용할 수 있는 부활교회.
떠나간 가족의 작은 방들
후미진 층계를 비틀대며 오르다가도, 퇴근길 그늘진 바람벽에 기대섰다가도 그분 생각에 멈칫한다. 산 아래 납골당, 작은 항아리밖에 채울 수 없는 가루로 누워 계시는데, 자식이랍시고 사는 일 뻘밭 같다며 좀체 찾아뵙지 못한다. 밥 먹고 그릇 치우듯 땅속에 두고 온 것 같아 기일마다 죄스러움 밀려드나, 그조차도 이내 진다. 그리 살다 문득, 기우뚱한 노인의 뒷모습을 배웅할 때, 나들나들한 어르신의 스웨터를 볼 때 그분 생각에 우뚝 선다. 기일마다 먼 친척같은 형제자매 모이지만 삼척 냉돌 같은 봉안당에서 고작 몇십 분, 그 앞 육개장집에서 몇십 분…. 생이 어떻게 왔는데, 이렇게 스산히 잊힐까.

“왜 죽음 이후의 공간은 애초에 삶이 없었던 것처럼 무섭고 두렵고 낯설기만 할까?” 이 질문에서 비롯된 메모리얼 리조트 ‘에덴낙원’. <행복>은 그 시작을 2016년 12월호에 소개했다. “천국의 소망을 가진 이에게 죽음은 천국으로 가는 새로운 시작이기에, 가족에겐 사랑하는 이를 천국으로 먼저 보내는 환송 과정이기에 밝고 아름다워야 한다.” 종교라는 집합 연산에 속하지 않는 이도 에덴낙원 곽요셉 이사장의 이 생각에 십분 공감했다.

‘외지고 소외된 데 없이, 모든 곳이 밝게, 어디서든 자연을 볼 수 있게’ 설계한 봉안당 시설 ‘부활소망안식처’, 사려 깊은 작별 예배 공간 ‘부활교회’, 흙으로 돌아가는 가족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하는 ‘부활소망가든’(분골을 흐르는 물에 흘려보내는 국내 유일의 유수식 자연장 시설). 2016년 늦가을, 에덴낙원은 조용히 존재감을 드러냈다. 품어 안듯 버티고 선 도드람산 줄기, 부활소망가든을 둘러싼 측백나무 울타리(헤지hedge), 하늘을 우러른 손 조각(조각가 박장근 작품), 시간의 묵언을 들려주는 예배당까지…. 가족의 작은 방을 마련한 이들의 마른 마음을 쓰다듬는 공간이었다.

온실 공간인 글라스 하우스. 가족 파티나 작은 모임에 마침맞은 공간이다.

홍차 전문 카페인 티 하우스 에덴에선 티 클래스와 플라워 클래스 등이 열린다. 식물도 구입할 수 있다.

부활교회 앞에 부활소망가든이, 부활교회 아래층과 뒷편에 봉안 시설인 부활소망안식처가 자리한다.

부활소망안식처의 봉안당 벽감에는 자녀에게 남기는 <성경> 말씀을 각인할 수 있다. 두렵고 차가운 봉안 시설 대신 아늑하고 평온한 추모 공간을 구현했다.
푸른 풀밭과 쉴 만한 물가
그리고 2020년. 삶과 죽음이 함께 뛰노는, 말 그대로 기쁨(에덴eden)의 낙원이 비로소 완성되었다. 교회와 봉안당, 유수식 자연장 뜰 앞으로 호텔, 레스토랑, 카페, 티 하우스, 라이브러리, 예닐곱 개의 가든이 새로 자리 잡았다. 기독교 신앙을 가진 건축가 최시영 씨가 삶과 죽음이, 삶의 안과 밖이 한데 이어지길 바라며 오랜 시간 설계한 곳이다. “살아 있을 땐 가족과 추억을 만드는 연못, 티 하우스, 레스토랑, 휴식을 위한 호텔이 될 것이고요. 콘서트와 웨딩, 돌잔치, 바비큐 파티 같은 가족 행사를 여는 가든도 되겠죠. 꽃꽂이 클래스, 티 클래스, 인문학 강연을 듣는 이벤트룸도 될 수 있고요. 그들이 하나님 품으로 돌아갔을 땐 영원한 안식을 누리는 교회, 봉안당이 되겠죠. 남은 가족이 출장 가는 길에 문득 들르는 카페, 혼자 와서 사색하는 호텔, 부모님 기일에 가족 브런치 하는 레스토랑, 가족 모임을 위한 미팅룸, 생전에 귀히 여기던 책이 비치된 도서관도 될 것이고요. 그야말로 산 자와 죽은 자가 공존하는, 가족과 함께 추억을 만들어가는 공간이길 바랐죠.” 추억이 우리 삶을 지탱해준다. 추억은 기억하는 한 죽지않는 법이니까.

삶의 안과 밖이 이어지는 시간, 그건 바로 자연과의 사적 시간일 테다. 스스로를 “밭 가꾸는 디자이너, 농사짓는 건축가”라 말하는 최시영 씨가 삶과 죽음의 이음 고리로 밭과 정원을 택한 건 필연이다. 3천여 평의 에덴가든에는 사색의 가든, 기도의 가든, 키친&셰프 가든, 화이트&실버 가든 등 일곱 가지 테마 가든을 두었다. 가든 사이사이엔 측백나무·산딸나무·스트로브잣나무·수양버들·대왕참나무·블루엔젤 등속을 심었다. 미스김라일락, 우단동자, 목수국, 붙들레야, 달맞이꽃 같은 작은 식물도 함께 두었다. 큰 나무, 작은 나무, 꽃 무리와 풀잎들이, 보태거나 빼거나 위치를 바꾸면 안 될 것 같은 완벽한 평화의 얼굴로 에덴 가든을 채우고 있다. 누군가 나를 빚어서 호흡을 불어 넣었듯이. “그가 나를 푸른 초장에 누이시며 쉴 만한 물가로 인도하시는도다.”(시편 23편 2절)

책과 식물이 어우러진 도서관, 에덴 라이브러리. 앞으로 이곳에선 고인의 책을 기증받아 전시할 예정이다. 누군가 삶의 지층이 고스란히 담긴 책 한 줄에서 그분이 자손에게 남긴 뜻을 되새기게 될 것이다.
수십 년 과속의 삶을 살아 더더욱, 씨앗이 자라는 속도의 치유력을 깨달은 건축가 최시영 씨는 가든을 에덴낙원의 핵심으로 삼을 수밖에 없었을 터이다. 나무가 필요한 만큼의 물과 햇빛으로 꽃을 피우고 때가 되면 떨구듯 순리에 따라 살고 죽는 것, 순간순간을 꽃처럼 새롭게 피어나는 것. 그가 깨달은 바가 에덴가든을 촘촘히 채우고 있다.

에덴가든 전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루프 가든, 힘차게 팔을 벌린 대왕참나무 가지로 벽면을 엮은 에스펠리어 가든, 아늑한 온실 공간인 글라스 하우스, 산사나무로 둘러싸인 사색의 가든, 측백나무 가림막 속 돌십자가 앞기도의 가든, 직방형 연못과 잔디밭으로 둘러싸여 야외 웨딩에 더없이 좋은 에덴힐 폰드…. 신성과 인성이 조화로운 에덴동산의 2020 버전쯤 될까. 이 뜰을 좀 거닐고 싶고, 얼마간 앉아 있고 싶다.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게 될 우리의 그곳을 소망하며.

정원을 내다보며 런치와 디너를 즐길 수 있는 세상의 모든 아침. “우리의 매일이 아침으로 깨어나듯 원재료의 신선함을 담는 레스토랑”을 꿈꾸며 기획한 공간이다.

대 부분의 객실이 가든 뷰를 자랑하는 에덴 파라다이스 호텔.

삶과 함께 뛰노는 공간, 에덴낙원이 꿈꾸는 모습이다.

3천여 평 규모의 에덴가든에는 일곱 가지 가든, 티 하우스와 글라스 하우스, 위로를 주는 연못 등이 자리한다.

이 공간을 설계한 건축가 최시영.

산사나무와 벤치가 절로 사색을 불러일으키는 사색의 가든.
모두 기쁘게 쉬러 가는 곳, 에덴. 낙원.
사실 모든 ‘건너감’은 길을 건너가는 것 이상이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가 삶에서 죽음으로 건너감을 마냥 두려워할 일은 아니라는 말이다. 에덴낙원의 처음을 연 질문 “왜 죽음 이후의 공간은 애초에 삶이 없었던 것처럼 두렵고 낯설기만 할까?” 그 답은 ‘애초에 삶이 없었던 것처럼’ 만들어서일 것이다. 납골당 앞 호텔, 납골당 앞 레스토랑이라는 개념에 놀란 이도, 반대한 이도 숱했지만 에덴낙원과 건축가 최시영 씨가 첫 마음을 잃지 않은 이유, ‘애초에 삶과 죽음이 함께’임을 믿어서일 것이다.

이 확신에 외식 디렉터 노희영 씨가 동참해 레스토랑 ‘세상의 모든 아침’을 열었고, 남해 사우스케이프 대표를 지낸 이종배 씨가 에덴 파라다이스 호텔 프로젝트에 함께했다. 이반건축사무소 이창우 소장은 초기부터 호텔과 봉안당 건축에 참여했다. 이후 이미 핫 피플의 성지로 떠오른 ‘알렉스 더 커피’가 터를 잡았고, ‘티 하우스 에덴’은 주말이면 인근 도로를 손님 행렬로 기우뚱하게 만든다. 우리 모두 기쁘게 쉬러 가는 곳, 에덴낙원을 사람들이 알아채는 중이다. 스페인 건축양식을 따른 호텔 ‘에덴 파라다이스’, 죽음 준비 교육이나 애도 상담 등 멤버십 프로그램 ‘E-Life 아카데미’를 진행할 ‘그레이스 홀’도 입소문을 타고 있다. 직선이 구부러져야 원을 이루는 것처럼, 처음과 끝은 서로 만나야 한다. 삶과 죽음도 그러하다. 저 나무같이, 저 꽃같이 겹겹의 삶이 만들어내는 빛깔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저 검불 뒤집어쓴 그루터기같이, 수만 번의 발길질을 견딘 흙덩이같이 죽음이 만들어내는 빛깔은 얼마나 신비한가. 삶과 죽음, 그 둘이 담담히 마주 보고 있음이 참 아름답다. 우리가 돌아가게 될 그곳. 주소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서이천로 449-82 | 문의 031-645-9191

글 최혜경 기자 | 사진 박찬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0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