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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의 열네 살 스타, 트로트 가수 정동원
시청률 35.7%를 기록하며 큰 사랑을 받은 <미스터트롯>에서 정동원은 돌풍의 아이콘이었다. 순수하고 장난기 넘치면서도 이미 현역으로 활동하는 형들과의 경쟁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 열네 살이라니. 첫 출연부터 이미 하동의 스타였던 그와의 즐거운 인터뷰.

이 차림으로 모던 사극의 '정도령'으로 출연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겠다. 하동우주대스타부터 동원왕자, 세자저하까지 그의 애칭은 수없이 많다.
<미스터트롯>에서 보여준 그의 무대는 매력적이었다. 단정한 여운이랄까. 마지막 10%까지 쥐어짜는 노래가 아닌 10%쯤 감정을 남겨놓는 노래라 계속해서 다음 무대를 찾아보게 됐다. 허공을 향해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가 다시 거둬들이는 몸짓마저 묘한 여운이 있었다.

그의 실력은 일찍이 알려진 바였다. 2018년 KBS <전국노래자랑> 함양 편에 나와 우수상을 수상한 후 트로트 신동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SBS <영재발굴단>에 출연했고, KBS <인간극장>에도 나왔다. 세 살 때부터 할아버지와 함께 살며 할아버지에게 노랫말도, 삶의 애환도 배운 이야기는 그간 다양한 채널을 통해 소개됐다. 그가 꼬마일 때부터 좋아라 한 TV 프로그램은 <가요무대>. 제법 구수한 소리를 내며 트로트를 흥얼거리는 손자를 위해 할아버지는 색소폰을 사주며 응원했다. “‘보릿고개’란 노래를 듣는데 무슨 뜻인지 몰라 할아버지에게 여쭈어보니 옛날에 배고프던 시절이 있었다, 어려운 시절이었다며 얘기를 해주시더라고요. 초근목피라는 사자성어도 한 자 한 자 풀이 해주시고요. 방송을 시작하면서 할아버지랑 서울 구경을 한 적이 있는데 정말 좋았어요. 효도한 것 같아 기분도 좋고요. 그때가 가끔 생각나요.” 그의 할아버지는 <미스터트롯>이 한창이던 지난 1월 세상을 떠났다.

<전국노래자랑>에 나왔을 때부터 그의 실력은 눈에 띄었지만 <미스터트롯>에서는 한층 다듬어지고 깊어진 노래를 들려주었다. 그가 택한 노래들은 가사도 좋았다. 그가 부른 ‘희망가’를 몇 번이나 되돌려 보면서 그 가사의 깊이에 감복했다.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부귀와 영화를 누렸으니/ 희망이 족할까/ 푸른 하늘 밝은 달 아래/ 곰곰이 생각하니/ 세상만사가 춘몽 중에/ 또다시 꿈 같도다.” 트로트가 인생의 희로애락을 담아낸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런 가사는 그 자체로 철학이요, 시였다. 알알이 회한과 여백이 담긴 이런 가사의 노래를 정동원은 잘도 불렀다. 적당한 거리를 둔 채 담담하게 불러 더 애틋했다.

이번 촬영을 위해 의상을 협찬한 차이킴 김영진 대표도 정동원을 향한 팬심이 대단했다. “동원이가 남의 노래를 흉내 내는 게 아니라 ‘자기 노래’를 부르더라고요. 보고 있으면 너무 신기하고 깜짝깜짝 놀라는 거죠. 오늘도 동원이가 부른 ‘그물’을 들었어요.”

차이킴 김영진 대표가 디자인한 의상을 입고 무대에 선 정동원. 김영진 대표 역시 정동원의 팬이다. 그의 앞에 있는 색소폰은 정동원의 보물 1호다.

“여자 친구는 NO, 노래만 열심히 할 거예요”
촬영 현장에 도착한 정동원은 방방 에너지가 넘쳤다. 탈의실로 분장실로 촬영 무대로 계속 뛰어다녔다. 옷을 갈아입으면서도 노래를 흥얼거렸다. “자 동원이, 도포 자락을 툭 떨어뜨려볼까?” “끝에서 천천히 걸어와볼까?” 하는 사진가의 주문을 찰떡같이 소화해냈다. 방송을 보며 궁금하던 가사 해석 방법부터 물었다. “딱히 대단한 방법이 있는 건 아니고 그냥 가사를 곱씹어요. 완전히 숙지할 때까지 계속요. 그렇게 반복해서 듣고 연습하면 점점 감정이 생기고 특별한 느낌도 생기더라고요.” <미스터트롯> 결승전 작곡가 미션에서 부른 ‘여백’의 가사가 어떤 의미인지 과연 그는 알까? “청춘은 붉은색도 아니고/ 사랑은 핑크빛도 아니더라/ 마음에 따라서 변하는/ 욕심 속 물감의 장난이지” 같은 대목. “김종환 작곡가 선생님이 어떤 뜻으로 그런 가사를 썼는지 말씀해주셨어요. 나이는 돌이킬 수도 없고 계속 앞으로 가는 거니까, 아무것도 안 해도 그냥 쭉 가는 거니까 사랑도 청춘도 계속 똑같을 수는 없다는 뜻으로 알고 있어요. 없던 감정이 새로 생길 수도 있고, 영원한 것은 또 없으니까요.”

하, 이 아이를 어떻게 한단 말인가! 단지 노래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곡을 해석하는 능력도 출중하구나. 장난기가 동해 “트로트는 인생에 대한 이야기고 그러다 보니 사랑에 대한 것도 많은데, 빨리 여자 친구를 사귀어 그런 감정을 알아가고 싶은 마음은 없냐?”고 물었다. “연애 생각은 없어요. 사귀고 이런 것에도 관심 없고요. 지금은 음악에 충실해야 하는데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 있잖아요. 학교생활할 때는 그런 건 아예 안 하려고요. 예쁜 애가 있다고 해도요. ‘보릿고개’ 같은 노래 가사도 소화를 했는데 사랑 노래를 해석 못 할 것 같지는 않아요.” 하하, 또박또박 어찌나 차분하고 진지하게 이야기하던지 그 모습이 귀여워 크게 웃었다. ‘보릿고개’는 이런 가사로 시작하는 노래다. “아야 뛰지 마라, 배 꺼질라~” 닮고 싶은 가수로 꼽은 이는 나훈아. “어떤 노래를 불러도 자기 노래로 만드는 능력이 대단해요.” 그런 능력이 폭죽처럼 터지는 노래가 ‘물레방아 도는데’다. 전남 목포 출신의 남진 선생이 들으면 서운하겠다고 했더니 돌아온 답. “그래도 솔직한 게 중요하니까요.”


“하동에 오시면 꼭 차가운 재첩국을”
정동원과 인터뷰는 탁구 치듯 재미있었다. 무슨 질문을 해도 다 생각이 있었다. 세계적 트로트 가수가 되기까지의 계획도. “대부분 트로트 신동들이 반짝하고 빛났다가 완전히 잊히잖아요. 변성기가 와서 없어져버리기도 하고. 저는 그걸 대비해 모델도 하고, 유튜브도 많이 하고, 일상 브이로그도 해서 변성기가 왔을 때 노래를 못 하더라도 사람들과 계속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렇게 변성기가 끝날 때까지 시간을 좀 끄는 것이 중요한데, 그냥 시간만 끌면 안 되고, 피아노도 치고 작곡 연습도 하고 공부도 완전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요. 아무것도 준비 안 하고 있다가 변성기가 오면 확 무너져버리잖아요. 그러면 끝이니까.”

부족한 공부로 꼽은 것은 영어. “영어가 좀 부족해요. 아니, 많이 부족해요. 촬영하다가 외국 사람이 뭐라 뭐라 하는데 하나도 못 알아들으니까 기본은 해야 할 것 같더라고요. 수학도 필요한데 솔직히 왜 하는지 모르겠어요. 가게를 한다고 치면 하루에 얼마가 들어와서 직원한테 얼마 주고 월세는 얼마 내고 이렇게 사칙연산만 하면 될 것 같은데. 제곱미터니 이런 거 필요 없잖아요.”

방송을 위해 자주 오는 서울과 하동은 그에게 어떤 의미의 ‘동네’일까? “하동이 시설적인 걸로는 촌스럽기는 한데 공기가 맑으니까 좋지요. 자전거 타는 걸 정말 좋아하는데, 벚꽃 핀 길을 달릴 때는 아주 짜릿짜릿하고요. 서울은 조용하게 지낼 수 있어서 좋아요. 여기 주소는 아무도 모르거든요. 편의점이 가까운 것도 마음에 들어요. 하동 집은 약간 외딴곳에 있어서 가려고 하면 조금 불편하거든요.” 편의점에서 요즘 가장 자주 사는 것은 불닭볶음면. 먹고 나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기분이 좋단다.

하동에 고마운 사람이 많은데 그중 한 명이 윤상기 하동군수. 정동원이 지금처럼 유명해지기 전부터 남다른 실력을 알아보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새 색소폰을 사준 후 원자를 소개해준 이도 그다. “전에는 안 좋은 색소폰을 썼어요. 그냥 중고로 산 거였는데 군수님이 그걸 알고 주변에 색소폰 잘 아는 분에게 부탁을 하셨어요. 자동차로 치면 벤츠나 벤틀리예요. 그 전 중고 색소폰은 아반떼 같은거고. 완전 급이 다르지요. 군수님께 잘해야 해요. 군수님이 제일 좋아하실 것은 하동이 홍보되는 거니까 어디서든 인사할 때 ‘하동에서 온 음악을 사랑하는 열네 살 정동원입니다’ 하고 말해요.” 하동에 와서 꼭 먹어야 하는 음식으로 꼽은 메뉴는 시원한 재첩국. 보통 따뜻한 걸 많이 먹는데 차갑게 먹어도 아주 맛있단다.

인터뷰가 길어지면서 점점 엉덩이가 들썩거리는 그를 위해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미스터트롯>에 함께한 형들에게 빼앗아오고 싶은 능력 세 가지만 꼽는다면? “일단 영탁 삼촌의 가창력요. 목소리가 시원시원하고 솔라시도~ 고음도 아주 쉽게 올라가거든요. 가성도 잘하고. 두 번째는 민호 삼촌의 얼굴요. 그런 얼굴로 살면 좋을 것 같아요. 마지막은 영웅 형의 인기요. 한 명 더 해도 되면 찬원 형. 형은 인사성이 정말 발라요.” “행복이 가득한 집은 어떤 집일까?” 묻는 질문에도 막힘없이 답이 나왔다. “사진 잘 나오는 집요.”

정동원은 들어올 때처럼 뛰어서 돌아갔다. 그렇게 마음이 바쁜 와중에도 90도 배꼽 인사는 잊지 않았다.

글 정성갑(한 점 갤러리 클립 대표) | 사진 이정규 | 의상 김영진 (차이킴) | 스타일링 최다희 | 메이크업과 헤어 서일주(NUEVE)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0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