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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전지민 너에게 주고 싶은 건
그의 책을 읽는 동안 아이와 빵처럼 부푼 여름 산 아래를 거닐고, 자전거로 논두렁을 달리며, 눈이 내리고 쌓이는 소리까지 들리는 화천에서 직접 사계절을 보내는 것 같았다. 아이와 함께 자연 속에 있는 상상 속 기분이 참으로 행복했다.

아이에게 사계절의 뚜렷한 변화를 산책을 통해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

2018년 여름. 활짝 핀 능소화 아래에 있는 나은.

2016년 여름. 여름 열매처럼 오동통 살이 올랐다.

우리가 좋아하는 엉겅퀴.
너와 함께 자라는 나의 그린 마인드
건강하고 담백한 글을 쓰고 모으던 편집장 전지민. 그를 처음 알게 된 건 환경에 관한 이야기를 묵묵하게 담아내던 잡지 <그린마인드>의 드문드문한 독자였을 때다. 몇 년 후 기자가 몸담고 있던 육아 잡지를 통해 전지민 작가의 육아 에세이를 연재하면서 열혈 독자가 되고 말았다. 엄마가 되어 아이와 함께 화천에서 보내는 이야기 속에는 봄날 새순 같은 초록, 새롭고 더 건강한 그린 마인드가 녹아 있었다. “아이가 주는 행복은 그 이전의 행복과 전혀 다른 것이었어요. 여느 부모처럼 아이가 태어난 이후의 날들을 한 계절씩 쪼개다 못해 달까지 세어가며 기억했죠. 아이를 안은 다른 부모와 마주치면 인사처럼 아이가 몇 개월 되었는지 물으며 부모가 된 시간을 나누게 되었고요.” 전지민 작가는 행복하고 낯선 시골 육아의 날들을 열심히 기록했다. 그렇게 쌓은 5년간의 기록은 최근 <육아가 한 편의 시라면 좋겠지만>이란 에세이집으로 출간했고, 한 달 만에 3쇄를 찍었다. “육아 에세이라기보다 ‘전지민’이라는 평범한 한 여성의 성장 고백 같은 일기장인데, 사람들의 사랑이 그저 감사할 따름”이라는 그에게 독자들은 답장 같은 후기를 보내온다. “조언도 없고 자랑도 없는 고마운 에세이. 제목에서 육아라는 말을 지워도 될 것 같은, 살아온 그리고 살아가는 이야기”라고. 이야기를 담아내는 동안 그도 아이와 함께 엄마로서 첫 경험을 치르며 무럭무럭 자랐다.

봄이 되면 쑥을 캘 것, 여름이 오면 가까운 산에 올라 땀에 젖은 몸을 말릴 것, 예쁘게 마른 가을 낙엽을 주워 실로 묶어 모빌을 만들 것, 첫눈이 오면 눈사람을 만들어 냉동실에 보관할 것, 그리고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환하게 웃을 것. _<육아가 한 편의 시라면 좋겠지만> 중에서

2018년 늦가을. 나은이에게 낙엽 왕관을 선물했다.

2019년 봄 파리. 인사하는 프랑스 소녀에게 나은이는 “메르시”라고 답했다.

2018년 겨울 제주도. 아빠의 첫 비행.

2019년 여름. 태풍이 지나간 자리.

2020년 봄.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었지만 그런대로 좋은 시간.
나는 초록 읽어주는 엄마
요즘 나은이와 작대기를 주워 와 물병에 담가두고 관찰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봄에는 부지깽이를 거꾸로 꽂아두어도 싹이 올라온다는 친정엄마 얘기에 속는 셈 치고 해본 일이다. 정말 마른 나뭇가지에 눈이 올라오고 잎이 터져 나왔다. “역시 봄이에요. 생명의 기운이 가득한 봄! 요즘 가장 큰 변화라면 아이와 논두렁을 내달리거나 자전거 산책을 할 때도 마스크를 꼭 써야 한다는 거예요.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이야기가 넘쳐나 좋아하지만 방문을 자제하고요. 나름대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는 중입니다.” 첩첩산중 강원도 산골 화천은 본래도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일상이었기 때문에 사실 일상의 변화가 크진 않다. 집에 있는 시간이 이전보다 늘긴 했지만 자칭 ‘그린도슨트’인 그가 나은이와 자연을 즐기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나은이가 생후 20일 즈음부터 아기 띠로 보듬어 안은 채 길을 걸으며 아이에게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말해주었다. 아이와 걸었던 길을 또 걸어도 지루하지 않았다. 아이는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가 달린다는 것을, 바람이 몸을 기분 좋게 만져준다는 것을, 땅을 비집고 올라온 봄나물 내음이 꽃향기 못지않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아갔다. “아이에게 계절을 가르쳐주는 것은 아이 스스로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지혜를 가르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계절에 맞는 옷을 입고 그 철에 나고 자라는 것을 알려주며, 제철 음식을 먹는 삶. 건강한 생을 지키는 지혜가 사계절 안에 들어 있으니까요.”

“내 바통을 건네받아 이어달리기를 하는 아이”를 위해

딸이 낳은 딸이 어디론가 뛰어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친정엄마는 머리를 젖히며 물개 박수를 친다. “어쩜 뛰는 모습까지 영판 지 에미일까. 달리는 모습까지 닮았네.” 그 소리를 듣고 보니 아이가 뛰는 모습마저 예사로 보이지 않는다. _<육아가 한 편의 시라면 좋겠지만> 중에서

전지민 작가의 책 속에서 읽은 “내 바통을 건네받아 이어달리기를 하는 아이”라는 문장의 감동이 쉬이 가시지 않는다. 아이가 너무 소중해서 내 자신을 소중히 가꾸고 싶은 마음, 좋은 사람으로 잘 살다 아이에게 선한 바통을 건네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에 짜릿하게 공감했다. “아이에게 선한 일을 하는 사람, 그리고 내 삶을 잘 살아가는 사람으로 비치고 싶어요. 그런 부모를 보며 나은이도 현재의 삶에서 자주 행복을 발견하는 어른이 되면 좋겠어요.” 이번 책의 인세가 들어오면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위해 기부하고 싶다는 전지민 작가. 그가 나은이에게 물려주고 싶은 것은 세상 모든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은 것과 같다고 했다. 아이의 친구들이 결국 내 아이와 함께 살아갈 인연이고,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결국 내 아이가 꿈을 펼쳐나갈 무대이므로. 그는 오늘도 봄으로 물든 화천에서 아이와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사계절이 흐르듯 순리대로 자연스럽고 지혜롭게.


도시에서 재미있는 사계절 보내는 방법
“나은이와 도시에 살았다면 어땠을까요?” “서울에서 자연 육아를 하기란 쉽지 않아요” 등 도심에서 살면 사계절을 어떻게 보냈을 것 같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가 상상한 ‘나은이와 도시에서 사계절 보내기’.


1 동네 골목을 모두 걸어보세요
우선 동네 골목을 모두 걸어볼 것 같아요. 가장 마음에 드는 골목, 우연히 마주친 작은 공원을 마음에 담아둘래요.

2 산책 지도를 만들어요
마음에 담아둔 공간을 떠올리며 아이와 엄마만의 산책 지도를 만들어보세요. 좋아하는 골목, 공원, 놀이터 등 산책 지도 속 공간들의 사계절을 기록하면 더 즐거울 것 같아요.

3 버스 정류장과 친해지세요
마을 정복이 끝나면 집 앞 버스 정류장을 정복할 차례예요. 버스를 타고 한 번에 갈 수 있는 모든 노선을 파악해보고 아이와 버스 여행을 떠나볼래요. “7번 버스는 오늘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까!” 내리는 장소 중 공원이 있다면 더 행복할 것 같고요.

4 우리의 장소를 아끼고 사랑해보세요
아이와 부모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장소를 찾으면 이제부터 그 장소를 아끼고 사랑해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장소도 남과 같은 감정으로 바라보면 감동할 수 없으니까요.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찾아 아껴주면 돼요. 예를 들면 간판 속 숫자 찾기, 자전거 타기 좋은 길, 샌드위치 먹기 좋은 공원, 도시에서 식물 찾기 등요. 그곳을 사랑할 이유를 만드는 콘텐츠는 정말 많답니다.

글 오정림 사진 김지원, 전지민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0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