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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 에세이 내 몸을 위한 영양제를 찾아서
오늘도 수많은 건강 프로그램과 홈쇼핑, 출처를 알 수 없이 주변에서 들려오는 각종 효과 좋은 영양제에 대한 이야기에 귀가 솔깃해진다. 정말 먹기만 하면 피로가 싹 사라지고 눈이 번쩍 뜨이는 만병통치약 같은 영양제가 존재하는 걸까? 내 몸을 위한 영양제를 찾아보기로 했다.


체중 감량을 위해 며칠을 굶다시피 해도 끄떡없던 20대를 지나고, 하루만 잘 못 자도 눈 밑이 퀭해지는 30대 중반에 이르고서야 식후 각종 영양제를 예닐곱 알씩 입에 털어 넣는 40~50대 언니들이 이해가 갔다. ‘이제는 영양제 없으면 못 버텨’라는 영양제 신봉자들의 말에 귀가 솔깃해지는 것도 당연지사. 하지만 시중에 넘쳐나는 게 영양제다 보니 뭐부터 구입해야 할지 고민이다. 구자영 약사는 약국에 오는 대부분의 이가 대뜸 비타민 C부터 찾는다고 귀띔한다. “영양제와 비타민 C를 동일시하는 분이 많아요. 마치 비타민 C를 만병통치약처럼 여기죠.” 비타민 종류만 해도 A, B, C, D, E, K처럼 여러 가지고, 각종 미네랄 역시 인체에 꼭 필요한 물질이다. 이 모든 걸 하나에 담은 게 종합 영양제니, 비타민 C 하나만 먹는 것보다 이걸 먹는 게 이론상 영리한 선택이다. 그렇다면 비타민 C까지 포함한 종합 영양제야말로 만병통치약 아닐까? 영양제의 효능에 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팽팽하다. 그동안 행한 수많은 임상 시험 중 일부는 질병 예방에 효능이 있다고, 또 일부는 없다고, 또 다른 시험에서는 오히려 질병의 위험을 높인다는 결과를 보여준다.

국립암센터 명승권 교수는 저서 <비타민제 먼저 끊으셔야겠습니다>를 통해 비타민이 심혈관 질환 및 암 등 각종 질병을 예방하는 것은 맞으나, 그것은 과일과 채소처럼 자연식품을 통해 섭취했을 때의 연구 결과임을 강조한다. 영양제에 포함된 비타민과 미네랄은 실제 음식에 든 영양소 같은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것. 이에 대한 근거로 세계암연구기금과 미국암연구협회는 암 예방 목적으로 보충제를 복용하지 말라고 권고한 점, 핀란드에서 행한 연구에서 비타민 A의 종류인 베타카로틴이 폐암 발병률을 18%나 높였다는 결과 등을 예로 든다. 이처럼 영양제의 효능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영양제를 옹호하는 쪽 역시 영양제 효능을 너무 과대평가하거나 맹신하는 것은 금물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정도이지, 특정 질병의 치료 수단이나 예방책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영양제는 약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정의학과 전문의 여에스더는 질병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식생활, 운동, 약물·수술 같은 현대 의학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부분이라는 점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영양제는 균형 잡힌 생활을 하기 어려운 현대인을 위한 차선책이라고 한다. 또 현대에 이르러 가속화된 환경오염 때문에 예전처럼 자연에서 질 좋은 영양소를 충분히 얻을 수 없다는 점 또한 간과할 수 없다고.

예를 들어 미국 유기농 학자인 오거스터스 더닝 박사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1950년대 사과 한 개의 철분 함량은 4.3~4.4mg 이었는데, 1998년에는 0.17~0.18mg으로 대폭 떨어졌다. 즉 과거에 사과 하나로 얻던 철분량만큼 지금 시대에 얻으려면 사과를 26개가량 먹어야 한다. 하지만 하루에 그만큼 먹기 힘드니 영양제는 말 그대로 ‘건강 보조’ 역할을 한다는 이야기. 한편 구자영 약사는 다이어트로 굶거나 부실한 끼니를 먹는다면, 당연히 영양제로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해주는 편이 안 먹는 것에 비해 도움된다고 말한다. 중년 이후에는 음식을 골고루 잘 먹더라도 점차 영양 흡수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종합 영양제로 보충하길 권한다. 그 역시 각종 비타민제와 유산균 등 많은 영양제를 섭취하고 있는데, 영양제 중 꼭 하나만 먹어야 한다면 단연 비타민 D를 꼽는다. 이번 칼럼을 준비하며 찾은 많은 자료에서 가장 비중 있게 언급한 것이 비타민 C가 아닌 비타민 D였음을 떠올리자 흥미로웠다. “나이가 들수록, 특히 폐경 이후 여성에게 가장 큰 변화는 뼈의 밀도입니다. 겉으로 멀쩡해 보여도 뼛속이 텅텅 비어 있죠. 뼈 건강을 위해서는 충분한 칼슘이 필요하고, 칼슘 흡수를 위해 비타민 D가 필수입니다.” 사실 비타민 D는 햇빛만 충분히 쬐면 체내에서 합성이 일어나지만 현대인은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실내 생활이 늘어난 탓에 부족해지기 쉽다. 그 때문에 비타민 D를 섭취해야 하는, 다소 이해가 잘 가지 않는 이 대목에서 우리가 음식으로도 섭취 가능한 영양소를 굳이 왜 먹어야 하는지 이유를 짐작해볼 수 있다.

다시 처음에 한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기사를 쓰는 사이 영양제를 예닐곱 알씩 먹어야 할지 고민하던 것은 사라졌다. 필수 비타민과 미네랄을 하루 권장량만큼 갖춘 종합 영양제 하나면 아직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한꺼번에 여러 영양제를 많이 먹으면 권장량을 훌쩍 넘기기 쉽기 때문이다. 비타민 C를 과다 섭취했을 때 결석이 생기는 부작용이 있으며, 콩팥과 간이 약한 사람에겐 많은 양의 영양제는 몸에 무리를 준다. 유산균 역시 무분별하게 많이 섭취할 경우 세균성 감염까지 일어날 수 있으니 영양제를 먹을 때, 특히 여러 가지를 동시에 먹을 때는 전문가와 상담하는 게 안전하다. 이 글을 쓰다 보니 결국 영양제란 우리 몸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질 좋은 음식과 운동, 금연 및 금주 등 좋은 생활 습관을 위한 노력이 없다면 그 어떤 영양제를 먹어도 효과는 미미하지 않을까?


참고 도서 <나는 왜 영양제를 처방하는 의사가 되었나>(메디치), <내 약 사용설명서>(세상풍경), <똑소리 나는 비타민 선택법>(전나무숲), <비타민제 먼저 끊으셔야겠습니다>(왕의서재), <영양제 119>(부키)

글 김현정 기자 | 일러스트레이션 박지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0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