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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NECT, BTS> 초연결 시대, BTS처럼 예술 하라
영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4관왕에 오른 봉준호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BTS가 누리는 파워와 힘은 저의 3천 배는 넘는다”라고 했다. BTS가 세계 다섯 개 도시 22인의 예술가와 협업한 전시 <CONNECT, BTS>는 ‘다양성의 존중’이라는 철학으로 지구인을 연결하는 거대한 스위치다.

Jakob Kudsk Steensen, ‘Catharsis’, 2019-2020, 런던 하이드파크 켄싱턴 가든. photoⒸHugo Glendinning

지난 14일 BTS 의 트위터 계정은 멤버 중 진, 뷔, 지민, 제이홉 등이 <CONNECT, BTS> 서울 전시장을 찾아 관람하는 사진이 실려 화제가 되었다. photoⒸBig Hit Entertainment

Toma´s Saraceno, ‘Museo Aero Solar’, 2007, 부에노스아이레스 북부 소금 사막.

Antony Gormley, ‘New York Clearing’, 2020, 뉴욕 브루클린브리지 파크 피어 3. photoⒸChristopher Burke
당신은 예술과 연결되어 있는가?
전 세계의 개개인에게 “당신은 예술과 연결되어 있는가?” 라는 질문을 건네고, 그 답을 스스로 찾을 수 있는 경험과 기회를 준다는 것. 세계적 크리에이터들과 <가디언> <파이낸셜타임스> <타임스> 등 전 세계 미디어는 바로 이런 이유로 <CONNECT, BTS>에 격찬을 보내고 있다. BTS의 지난 앨범 타이틀곡은 ‘작은 것들을 위한 시’였고, UN에서 한 연설 주제는 ‘Love Yourself ’였다. <CONNECT, BTS>는 BTS의 새 앨범 주제 ‘Map Of The Soul’처럼 참여 작가가 자신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오롯이 선보인 전시다. 예술계와 다른 분야의 협업은 종종 예술가에게 특별한 영향을 주는 뮤즈가 등장하거나, 인기 높은 누군가의 취향을 반영한 전시로 기획된다. 하지만 <CONNECT, BTS>는 그렇지 않았다. 큐레이터의 기획, 예술가의 창작 과정과 결과물을 그대로 존중했고, 서울을 비롯해 런던·뉴욕·부에노스아이레스·베를린에 모인 관객에게는 그것이 공공 미술을 경험하는 기회가 되었다.

BTS와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이 전시를 제안하고, 다섯개 도시 22인의 예술가가 참여하도록 이끈 이는 전시 총괄 기획자 이대형 감독이다. 그는 몇 년 전 서펜타인 갤러리 관계자들과 ‘작가와 관객, 서로 다른 장르가 서로에게 콘텐츠와 콘텍스트가 되어주는 초연결 예술 세계’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작가와 관객이 다양한 방식으로 연결되는 것이 경험 경제 시대에 예술이 나아갈 방향이라는 뜻. 지난 50년간 현대미술계에 스타 작가와 건축가를 여럿 등장시킨 서펜타인 갤러리는 미래를 위해 미술관에서는 이례적으로 CTO(최고 기술 책임자)를 기용했다. 이들은 언젠가 이런 초연결 프로젝트를 함께 하기로 의기투합했다.


수평적 창작의 물줄기가 된 BTS
이대형 감독은 정규 4집 앨범 발매를 준비하는 BTS와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관계자들을 만나 이러한 형이상학적 개념과 구상을 제안했다. 소통은 이대형 감독 자신도 깜짝 놀랄 만큼 수월하고 원활했다. BTS와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아티스트와 직원, 톱 매니지먼트가 모두 예술의 가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조직이었다. 추상적 개념에 대한 탐구와 공감이 구성원의 일상인 듯 보였다. 상품이 아니라 철학과 가치에 대한 메시지로 전 세계 아미와 소통하는 뮤지션, 그들이 BTS다.

글로벌 팝 스타의 이런 철학에 고무된 세계적 큐레이터와 작가들이 글로벌 협업에 동참했다. 지구 곳곳에 있던 BTS와 작가들, 큐레이터들은 영상 통화를 하며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고 존경하게 되었다. BTS는 이 거대한 프로젝트의 중심이 되는 철학과 재정적 기초를 제공했다. 하지만 참여 작가들에게 작업에 관한 어떠한 제한 또는 제안을 하지는 않았다. 대신 완성한 작품에 대한 친절한 오디오 도슨트가 되어 관객이 작품을 감상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예술계와 미디어가 격찬하는 것이 바로 이 점이다. 협업이 쉽지 않은 예술계에 K-POP 그룹을 구심점 삼아 수평적 협업의 기원이 열렸다. 전시가 세계적 성공을 거두면서 미술관이 낯설던 관객, 미술 작품 감상은 익숙하지만 K-POP 밴드에는 무관심하던 사람들이 미술관으로 모여들었다.


Ann Veronica Janssens, ‘Green, Yellow and Pink’, 2017, 서울 DDP. photoⒸJang Jun-Ho

Livingstone, ‘CHAUD’, collection of things/ actions/ relations, 2020, 베를린 그로피우스 바우 갤러리.

이번 글로벌 프로젝트에 참가한 유일한 한국인인 강이연 작가는 런던을 거점으로 활동하며 주로 프로젝션 매핑 아트를 선보여왔다.

Yiyun Kang, ‘Beyond the Scene’, projection mapping installation, 8×8×4m, 9' 30", 2020 Courtesy of the artist, 서울 DDP. photoⒸJang Jun-Ho
런던, ‘카타르시스’
“우리는 이번 전시를 계기로 서펜타인 갤러리에 찾아오는 관객의 컬러가 바뀐 놀라운 경험을 하고 있어요.” 그간 백인 관객이 다수를 차지하던 런던의 서펜타인 갤러리는 관객층의 확장을 BTS라는 콘텍스트를 통해 이루고 있다. 서펜타인 갤러리의 CTO 벤 비커스가 큐레이팅한 이번 전시는 덴마크 출신의 인터랙티브 미디어 아티스트 야콥 쿠드스크 스텐센과 미국 오디오 엔지니어 맷 매코클이 협업했다. 하이드파크 켄싱턴 가든과 자하 하디드가 갤러리 내에 디자인한 공간에 3D 스캔으로 재구성한 슬로 미디어 디지털 작품을 선보인다. 실제 야생의 숲속 풍경과 소리를 채집해 이미지를 구현한 이 영상 작품은 www.connect-bts.com을 통해 전 세계 어디서든 관람할 수 있다. 3월 15일까지, 런던 서펜타인 새클러 갤러리/ 켄싱턴 가든


베를린, ‘치유를 위한 의식’
“<CONNECT, BTS> 전시를 꼭 분단의 벽이 허물어진 역사적 장소에 있는 갤러리에서 열고 싶었습니다.” 이대형 감독과 BTS의 철학에 공감한 베를린 그로피우스 바우 갤러리의 슈테파니 로젠탈 관장과 노에미 솔로몬 큐레이터는 ‘치유’에 대한 퍼포먼스 전시를 직접 기획했다. 배경이 서로 다른 작가들의 표정·손짓·몸짓·사운드 퍼포먼스가 결합된 이 전시는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우리의 대립, 연결, 화해, 궁극적 치유 과정을 관객이 스스로 생각하게 했다. 2월 2일까지, 베를린 그로피우스 바우 갤러리


부에노스아이레스, ‘에어로센 파차’
“전시에 오신 할머니 관객이 제 손을 잡으며 이런 좋은 전시를 아르헨티나에서 경험하게 해준 작가들과 BTS에게 감사한다고 했습니다. 정말 많은 관객에게 인사를 받았어요.” 이대형 감독이 아트 디렉팅을 맡은 이 전시는 아르헨티나 북부의 소금 사막을 무대로 선보인 설치 프로젝트다. 설원 같은 광활한 염전 위 창공에 화석연료 대신 공기, 태양열, 바람만으로 거대한 작품을 띄웠다. 아르헨티나 작가 토마스 사라세노의 작품으로, 기후 기반 지형학을 바탕으로 지구 생명의 거주 영역이 하늘 위까지 확장될 미래 사회를 응원한다. 3월 22일까지, 부에노스아이레스 키르치네르 문화센터


서울, ‘비욘드 더 신’ ‘그린, 옐로, 핑크’
“많은 전시에 참여했지만, 이렇게 유수의 갤러리와 작가들이 1백% 수평적 협업을 하기는 쉽지 않아요.”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유일한 한국인 작가 강이연은 런던을 거점으로 프로젝션 매핑 작업을 선보여왔다. 이번 작업을 준비하면서 런던에 있는 아미 열다섯 명을 수소문해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연결과 소통에 감탄했고, 이를 일곱 명의 퍼포머가 만들어내는 안무로 표현했다. 벨기에에서 활동하는 앤 베로니카 얀선스는 ‘그린, 옐로, 핑크’라는 안개 가득한 공간을 구성했다. 관객이 안개 속을 조심히 걷는 동안 자신도 모르던 감각이 깨어나고, 다른 이의 흔적과 존재를 바라보게 된다. 관객이 공간을 따라 이동할 때 일곱 개의 빛을 마주하게 되는 ‘로즈’라는 공간 작품도 인상적이다. 서울 전시는 다섯 개 도시에서 열린 전시를 사진, 드로잉, 영상, 사운드 등을 통해 살펴보는 아카이브 전시를 겸한다. 3월 20일까지, DDP


뉴욕, ‘뉴욕 클리어링’
“뉴욕 전시의 특이점은 관객만큼이나 기자들의 호응이 열광적이었다는 점입니다. 냉소적으로 문화 비평을 하는 미디어들도 <CONNECT, BTS>의 철학과 가치를 인정해주었죠.” 세계적 예술가 앤터니 곰리는 브루클린브리지 파크 피어에 18km에 달하는 알루미늄 선으로 구성한 조형물을 설치했다. 그의 작품에서 1차원의 ‘선’은 관객의 시점에 따라 3차원 풍경으로 확장된다. 나와 타인, 나와 세상의 연결이 무한하게 확장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3월 27일까지, 뉴욕 브루클린브리지 파크 피어 3


Interview
<CONNECT, BTS> 총괄 기획자 이대형


이대형 큐레이터는 제57회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예술감독, 현대자동차 아트랩 아트 디렉터 등으로 활동했다.



BTS와의 협업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정규 4집 앨범 발매를 준비 중인 BTS와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관계자들을 만나 형이상학적 개념과 구상을 제안했습니다. 이런 개념을 서로 이해하는게 힘들기 때문에 처음에는 여러 번 찾아가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소통이 아주 원활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BTS와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경우는 아티스트와 직원, 메니지먼트가 모두 예술의 가치에 대한 깊은 이해력을 갖추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들은 상품이 아니라 철학과 가치에 대한 소통으로 시대를 이끌길 바랐고, 그럴 준비가 이미 되어 있었어요.

이 전시를 통해 관객에게 주고 싶은 경험은 무엇인가요?
우리는 지구 먼 곳의 사람과는 실시간으로 연결되지만, 정작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와 단절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겪고 있어요. 또한 서로 다른 모습·역사·문화를 존중한다고 말하지만 협업과 소통에서 쉽게 불균형이 생기기도 하지요. 이를 되돌아보게 해주는 삶의 렌즈가 바로 예술입니다. BTS가 전 세계 아미를 비롯한 대중에게 전하고 싶어 하는 메시지도 바로 이 부분이었죠.

작가들과 BTS의 협업 과정이 특별했다고 들었습니다.
이번 전시는 갤러리 다섯 곳과 22인의 예술가 모두 자유롭게 작업했다는 점이 특별해요. 저도 총괄 기획을 맡았지만 각 갤러리 큐레이터의 기획을 온전히 따랐죠. 이러한 과정의 가치를 이해한 관객들이라서 그런지 전시 관람 태도가 아주 진지했고, 작가들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다는 점이 <CONNECT, BTS>의 관객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콘텐츠입니다.

글 김민정 | 사진 제공 아트스페이스 | 담당 최혜경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0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