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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아책방 대표 최인아 책으로 생각의 숲을 이루다
광고업계의 전설 같은 카피라이터가 돌연 책방 주인장이 되어 나타나기까지, 최인아 대표의 손끝에는 늘 ‘생각의 힘’이 있었다. 그는 자신의 경험치를 아낌없이 책방에 쏟아부으며 지금 시대의 일하는 영혼들을 위해 생각의 씨앗을 심는 책, 그 힘을 키우는 강연과 이벤트를 제안한다. 이 우아하고 지적인 생각의 숲은 도심 한복판으로 쭉쭉 뻗어나갔고, 그가 그러했듯 이 시대 이 도시를 정의하는 하나의 상징이 됐다.


어떤 서점은 ‘책을 파는 곳’이란 정의만으로 부족하다. “서점이야말로 그 도시나 국가를 해석하는 가장 완벽한 통로” 라던 스페인 평론가 호르헤 카리온의 말처럼 건강한 도시에는 시대와 사람, 지역 문화를 관통하는 빛과 같은 공간이 숨어 있다. 지성과 감성이 부딪치고 사유와 담론이 포개지는 공간. 내가 출장 때마다 점심시간을 쪼개 그 도시의 오래된 독립 서점을 찾은 건 그런 이유에서다. 파리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의 아름다운 장서들 틈에서 <비포 선셋>의 두 주인공이 재회한 출간 기념회를 상상했고, 샌프란시스코의 ‘시티라이츠 서점’에서 1950년대 전 세계를 휩쓴 비트 문학의 태동기를 엿봤다. 제대로 읽지도 못하는 원서를 뒤적이는 대신, 서점 고유의 분류법과 진열 방식에 시선을 고정했다. 이 도시가 지금 어떤 것에 열중하고 있는지, 사람들이 세대별로 어떤 고민에 사로잡혀 있는지 낯선 도시의 문화가 책이 아닌 서점에서 읽혔다.

2016년 문을 연 ‘최인아책방’은 당시 서울에선 찾아보기 힘든 ‘그런’ 서점이었다. 경제, 경영, 예술 같은 익숙한 키워드 대신 ‘문과생도 과학책을 읽어야 하는 시대입니다!’라든지 ‘혼자 있는 시간을 어떻게 하면 잘 보낼까?’ ‘서른 넘어 사춘기를 겪는 방황하는 영혼들에게’ 같은, 지금 이 사회의 질문과 화두로 책을 분류하고 배치하는 서점. 게다가 사람들은 이곳에 ‘책만 사러’ 오지 않는다. 피아니스트와 해금 연주자의 콘서트를 보러 오고, 디자이너와 경제 전문기자의 강연을 들으러 온다. 어떤 강연은 서너 시간 만에 마감되고, 여덟 가지 콘서트를 공지하면 8회 치가 한꺼번에 팔려나간다. 과연 카페 같기도, 문화 살롱 같기도 한 이 책방에서 사람들은 돈과 시간을 내며 무엇을 사는 걸까? 어쩌면 그 답은 의외로 명료할지 모른다. 이곳의 주인장은 30년간 카피라이터로 이름을 날린 최인아 대표. 제일기획 말단 사원부터 시작해 삼성그룹 최초의 공채 출신 여성 부사장 자리까지 오른 광고업계의 전설적 존재다.


광고쟁이에서 책방 마님으로
최인아 대표가 광고쟁이에서 책방 마님으로 변신한 과정은 꽤 드라마틱하다. 마흔서너 살쯤 됐을까, 그는 앞으로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다고 한다. 과연 지금 하는 일을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 그때 그의 계획은 이랬다. 쉰 살까지만 회사를 다니고 이후에는 내가 하고 싶은 걸 해야겠다고. 10년쯤 공부하고 10년쯤 가르치고, 그러다 보면 얼추 갈 때가 되겠구나, 나름 큰 그림도 그렸다. 예상보다 3년가량 늦긴 했지만 그는 결국 50대 초반, 부사장 3년 차가 되던 해 회사를 그만뒀다. 별 고민 없이 때를 결정할 수 있었던 건 줄곧 그 생각을 해왔기 때문. 아, 지금이구나! 그는 그 감각이 온몸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더 이상은 아니구나, 더는 못하겠구나. “보통 직장 다니다 대학원에 가면 원래 하던 일과 연관된 전공을 택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내 경우라면 커뮤니케이션이나 마케팅? 그런데 됐다, 그건 할 만큼 했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역사를 택했어요. 예전부터 역사 애호가이기도 했고요.”

삶이란 참 아이러니하다. 나 자신을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1년쯤 슬렁슬렁 놀다 대학원에 들어간 뒤, 그러니까 퇴직 후 2년이 지났을 무렵 불쑥 그가 느낀 감정 역시 ‘그만두길 잘했어’가 아닌 ‘아, 일하고 싶다’. 그토록 바라온 잔잔한 일상이 도래했건만, 치열함이 사라진 자리는 역시나 그의 것이 아닌 모양이었다. 어딘가에 ‘쓰이고 싶다’는 욕구가 점점 차올랐고, TV 드라마 속 직장인의 프레젠테이션 장면만 봐도 맥박이 빨라졌다. 나도 저거 해야 하는데, 내가 지금 왜 이러고 있지? 물론 그렇게 새로 계획한 일터가 애초부터 책방인 것은 아니었다. 처음엔 마음 맞는 지인 둘과 함께 새로운 콘셉트의 광고 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는데(그중 한 사람이 현재 최인아책방을 공동 운영하는 정치헌 디트라이브 대표다), 그때 들어온 의뢰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책을 좀 더 읽을 수 있을까?’에 대한 아이디어였다고 한다. 이를 논의하기 위해 모인 자리에서 그는 불현듯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이거, 우리가 하면 안 될까요?”

그 자신도 흠칫 놀랄 만큼 충동적인 발언이었지만 돌이켜보니 필연이었고, 누군가는 그런 걸 운명이라 말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는 책 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이었으니까. ‘저거 하고 싶다’란 욕망이 책 앞에서도 꾸준히 있었던 것이다. 과거 시카고 출장 중 ‘원 시티 원 북One City One Book’이란 독서 문화 캠페인을 보면서도 그랬고, 매달 제일기획 사보에 책에 관한 칼럼을 실으면서도 그랬다. “물은 온도가 80℃, 90℃ 올라가면서 서서히 뜨거워지다가 97, 98, 99℃를 넘어 100℃에 도달하는 순간 갑자기 끓어오르잖아요. 광고업계에서 일할 때, 크리에이티브란 그런거라고 생각했어요. 무언가 서서히 축적된 것이 임계치를 넘어가면서 확 끓어올라 수증기가 되는 것. 비단 크리에이티브뿐 아니라 살면서 내게 일어난 대부분의 일이 그랬고요. 충동적인 듯 보일지 몰라도 그만큼 무언가 내 안에 쌓여 있던 거죠.” 2015년 12월, 그렇게 광고 회사가 날아가고 책방이 그의 머릿속에 새 둥지를 틀었다.


통찰과 모색의 공간
최인아책방을 준비하며 그가 가장 고심한 건 사실 콘셉트였다. “총 여덟 달 중 인테리어하고 책을 들인 기간은 고작 두어 달 정도예요. 나머지 반년 동안은 이런 고민을 했죠. ‘우리는 좋아서 열지만, 다른 사람들은 왜 여길 와야 할까?’ 오랜 시간 광고 일을 하며 나도 모르게 훈련된 과정이었는데, 그럴 땐 ‘우리 책방’이 아니라 그것이 속한 카테고리의 가치부터 생각하는 편이 한층 강력한 콘셉트를 만들 수 있거든요. 그래서 ‘책이 뭐야?’ ‘책을 왜 읽어?’ 이런 고민부터 시작한 거죠.” 그토록 긴 고민 끝에 나온 콘셉트가 바로 ‘생각의 숲을 이루다’. 책을 중심으로 서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만나고, 점점 깊어지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뜻한다. “내 평생의 화두가 실은 ‘생각’이었어요. 책이란 내게 일종의 생각 덩어리고요.” 그는 어떤 책이든 저자에겐 애초에 질문이 있었을 거라고 믿는다. 이건 왜 이렇지? 저건 왜 저렇지? 그렇게 어떤 질문을 짧게는 몇 달, 길게는 몇십 년간 천착한 끝에 ‘아!’ 하고 도달한 가설을 적어놓은 것이 바로 책이라는 얘기다. 생각의 힘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시대, 그는 생각 덩어리로서 책과 만나는 경험을 주목했다. “숲이란 나무 한두 그루만 갖고는 만들어지지 않잖아요. 그러니까 ‘생각의 숲’은 일종의 제안이에요. 여러분, 저희가 여기에 나무 한 그루를 심었어요, 같이 심어주세요, 그래서 우리 함께 숲을 만들어가요.”

처음부터 그가 염두에 둔 핵심 타깃은 ‘일하는 사람들’이었다. 그가 가장 잘 아는 타깃이자, 가장 책을 권하고 싶은 대상. “홍대 앞의 여러 독립 서점에 가봤는데, 진열해둔 책이 대부분 말랑말랑하더라고요. 우리가 제안하고 싶은 책들과는 성격이 좀 달랐어요. 물론 거기도 일하는 사람들이 가는 곳이지만, 주로 퇴근 후나 주말에 찾아가니까요. 그럴때의 영혼은 일하는 자의 영혼이 아닌 거예요. 그래서 우리는 일하는 사람들이 일하는 자의 영혼으로 존재하는 곳에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최인아책방이 강남 한복판에 자리 잡은 이유죠.” 물론 중요하다고 여긴 건 위치만이 아니었다. 공간 자체의 매력 역시 그에 못지않게 중요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어떻게 책방으로 오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한 결과다.

“최종 목표는 그들로 하여금 책을 쥐게 하고, 읽게 하고, 사게 하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시작점 자체가 ‘책’이어야만 하는 건 아니니까요. 우선 공간이 예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마치 제품을 광고하기 위해 모델을 쓰는 것처럼요.” 실제로 어떤 일이 잘될 때는 선순환이 이뤄진다. 반대로 안될 때는 ‘이것’이 안되니까 ‘저것’도 안된다. 그는 ‘책을 어떻게 팔지’에 앞서 ‘책이 왜 안 팔리는지’를 생각했고,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일단 사람들의 ‘관심’에서 시작해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우리의 타깃은 일하는 사람들이니까 ‘일하는 사람이 각자 어떤 일을 하든 다 이런 고민을 한두 번쯤은 할 거야’에서 출발했어요. 예를 들어 30대 직장인 후배들을 보니 서른 이후 사춘기를 맞은 방황하는 영혼이 부지기수예요. 마흔을 넘기며 갑자기 번아웃을 겪는 경우도 적지 않죠. 지금 하는 일을 언제까지 더 해야할지 모르겠거나, 처음 팀장을 맡았는데 리더십을 키우기가 어렵다거나 하는 식의 고민도 한 번씩 찾아오고요. 그래서 그런 고민들을 바탕으로 책을 분류한 거예요.”

강남파이낸스센터 1층에 자리 잡은 최인아책방 2호점. 글로벌 IT 기업이 밀집한 건물 특성에 맞게 전체적 분위기와 콘셉트, 계획 중인 이벤트 모두 젊은 감각에 집중했다.
어떤 사업이든 보통 경쟁자가 되는 대상은 같은 카테고리에 속한 존재일 터이다. 그렇다면 최인아책방의 경우 몇몇 독립 서점이나 대형 서점이 경쟁자일까? 100%는 아니라는 것이 그의 대답. 책방은 책방인데 온전히 책방이라고만 하기엔 묘한 역할을 지금껏 해왔고, 앞으로도 계속해나갈예정이기 때문이다. 그건 바로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다. 모두에게 주어지는 하루는 24시간. 자고 일하고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면 이른바 여가 시간이란 하루에 서너 시간도 되기 어렵다. 게다가 그 시간을 친구와 보낼 수도 있고, 가족과 보낼 수도 있다. 혼자 쇼핑하거나 영화를 볼 수도 있다. 그걸 모두 물리쳐야만 책방에 오는 것이고, 그렇다면 그만큼 강력한 동기가 그 책방에 있어야 한다. 최인아 대표에 따르면, 그것은 ‘경험’이고 ‘콘텐츠’다. “비슷한 콘텐츠를 제공하더라도 다른 곳과는 차별화한 무언가가 있어야해요. 그걸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게 우리 역할이고요.”

그리하여 그가 추구하는 서점의 역할은 통찰과 모색이다. 그동안 통해오던 것이 더는 통하지 않는, 컴퓨터로 치면 새로운 OS가 필요한 시대. 그는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이 ‘모색’이라 여긴다. 이것인가? 저것인가? 끊임없이 모색하는 그 역할을 “우리가 하고 싶다”고 말한다. “무언가 질문을 품으면 머릿속에서 발효가 일어나요. 밝은 데 있다가 깜깜한 곳에 들어가면 처음엔 잘 안 보이지만 점점 어둠에 익숙해지는 것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사방이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하죠. 그게 내가 생각하는 ‘통찰’이에요.” 그는 모색과 통찰을 위해 과거 광고업계에서 쌓은 경험과 기획력을 바탕으로 모든 강연을 직접 기획한다. 포인트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 필요하다는 걸 자각하고 있거나 누군가 제안했을 때 수긍할 만한 것. 대표적 예가 ‘쟁이의 생각법’ 시리즈 강연이다. “보통 직장에 출근하면 기획서도 쓰고, 제안서도 쓰고, 보고서도 쓰잖아요. 많은 사람이 상사에게 이런 답변을 들을 거예요. ‘너무 평범한데? 좀 산뜻한 건 없어?’ 그럼 어떻게 해야 산뜻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을지가 고민일 거고요. 우린 그런 부분을 건드렸어요.” 이런 주제에 대해 가장 잘 이야기해줄 사람이 누구일까? 그가 생각한 인물은 광고쟁이였다. 결국 ‘쟁이의 생각법’ 시리즈는 ‘카피라이터는 어떻게 생각하는가’로 첫발을 내디뎠고, 실제 페이스북 공지 후 네 시간 만에 마감됐다.

책방 마님 최인아는 카피라이터 최인아에서 출발해 책과 서점, 사람들과 만나고 시대와 함께 호흡하며 점점 더 자신의 세계를 확장하고 있다.
“무언가 질문을 품으면 머릿속에서 발효가 일어나요. 밝은 데 있다가 깜깜한 곳에 들어가면 처 음엔 잘 안 보이지만 점점 어둠에 익숙해지는 것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사방이 희미하게 보이 기 시작하죠. 그게 내가 생각하는 ‘통찰’이에요.”

진짜 선수는 오래도록 잘한다
지난 1월 20일, 최인아 대표는 책방 마님으로서 두 번째 챕터를 열었다. 2호점이 오픈한 곳은 글로벌 IT 기업이 밀집한 강남파이낸스센터 1층이다. “1호점을 연 뒤 인터뷰나 강의 때마다 빠지지 않던 질문이 2호점에 관한 거였어요. 그런데 그런 계획이 내 머릿속에는 없었죠. 일단 벅차기도 했지만, 성장한다는 게 꼭 확장의 의미만은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우리는 처음부터 ‘생각의 숲’을 표방했고, 그게 우리에겐 북극성이었어요. 애초에 멀리 떨어진 곳에서 시작했다면 세월이 흐르면서 점점 그 북극성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도 훌륭한 성장이라고 믿었으니까요.”

그런 그에게 지난해, 강남파이낸스센터를 관리 대행하는 에이전시로부터 입점 제의가 날아들었다. 버겁다고 생각하면서도 단칼에 거절하기는 힘든 제안이었다. 고민하다 포기하고 또 고민하다 고개를 내젓기를 수차례, 끝내 마음을 바꾼 건 한 직원이 퇴사를 희망한 직후의 일이다. 탄탄한 직장을 그만두고 ‘책이 좋아’ 최인아책방 매니저로 들어온 이 직원은 30대 중반의 가장이었다. “그제야 깨달았어요. 우리 일이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의 직업으로는 아직 어림도 없구나. 사실 그때 처음으로 무릎이 꺾였어요. 어떻게보면 생각의 숲을 함께 만들어나갈 첫 동반자는 독자가 아니라 직원인데, 직원도 그만두는 판에 이걸 어떻게 유지하나 싶더라고요. 그러면서 이 책방이 직원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비즈니스적으로도 괜찮은 직장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다시 적극적으로 제안을 검토하기 시작했고, 그래서 우리가 지금 여기 2호점에 앉아 있는 거죠.”

최인아책방 2호점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젊다’는 것. 클래식한 분위기로 무장한 1호점이 일반 독립 서점에 비해 넓은 세대를 포용했다면, 2호점의 주요 고객은 한층 젊고 캐릭터도 분명하다. 그도 그럴 것이, 건물에 상주하는 7천여 명이 대부분 글로벌 IT 기업의 직원이기 때문이다. 그는 새로운 책방의 인테리어부터 책의 분류, 앞으로 준비할 콘텐츠에 이르기까지, 모든 기획에서 이 점을 고려했다고 한다. “야구 경기를 보다 보면 어떤 선수가 미친 듯 타율이 높아지는 시즌이 있어요. 그런데 다음 해에도 그런가 보면 그런 일은 거의 드물어요. 그러니까 오래도록 잘하는 선수가 대단한 거죠. 내 생각은 이래요. 누구나 한 번은 잘한다, 진짜 선수는 오래도록 꾸준히 잘한다. 생각해보면 지난 3년 반 동안 과분할 정도로 좋은 평을 많이 들었어요. 어느 정도 신뢰가 쌓이기도 했고요. 북 클럽도 그렇지만 콘서트 같은 경우 시즌제로 8회를 한꺼번에 공지하는데, 앞으로의 일정도 모르면서 8회 치를 한 번에 끊는 사람이 스무 명 가까이 생겼으니까요. 그런 신뢰에 정말 감사하지요.” 사실 최인아 대표가 얻고 싶은 건 ‘그런’ 신뢰였을 것이다. 뭘 하든 그와 함께라면 충분히 만족스러우리라는 신뢰. 뭘 보고 듣든 그의 기획이 더해지면 남과는 다를 거라는 신뢰. 그런 신뢰 아래 그의 아름다운 숲은 지금도 북극성을 향해 꾸준히 나아가는 중이다. 햇빛과 물을 삼키고 때론 바람을 품으며 푸른 잎사귀를 사방으로 뻗어내는 중이다.


최인아 대표가 <행복> 독자에게 추천하는 책
1 <밀레니얼의 반격> “최근 밀레니얼에 대해 쓴 책이 많이 나오는데, 그중 가장 읽어볼 만했던 책이에요. 지금의 현상이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시대의 변화라는 걸 알려주죠.”
2 <와일드> “만약 자신이 지금 바닥까지 떨어졌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 책을 추천합니다. 걷기를 통한 치유에 관한 책인데, 좀 두껍지만 생각보다 잘 읽혀요.”
3 <그렇게 물어보면 원하는 답을 들을 수 없습니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또 여러 사람이 모여 함께 일할수록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해지잖아요. 이 방면의 전문가가 쓴, 여러모로 도움이 많이 되는 책입니다.”

글 류현경 기자 | 사진 김상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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