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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 必환경 시대의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 앞선 실천가들

쓰레기 없는 집을 만든 비 존슨Bea Johnson
연간 가정 쓰레기를 1리터로 줄인 비결 

비 존슨의 4인 가족이 1년 동안 버리는 쓰레기의 양은 그가 들고 있는 1리터 유리병에 든 게 전부다. ⓒJacqui J.Sze
미국 아마존 장기 베스트셀러 <나는 쓰레기 없이 살기로 했다> 저자인 비 존슨은 산업에서 쓰던 개념인 제로 웨이스트를 ‘집’에 적용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를 사는 인물로, 가정에서 쓰레기 제로에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을 들어본다.

제로 웨이스트 삶을 시작한 계기는?
신혼 초 이사를 자주 다니며 내 짐의 80%가 1년간 찾지 않는 물건임을 깨달았다. 그 무렵 환경에 대한 책과 다큐멘터리를 접하며 아이들을 위해 밝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삶을 살자는 목표가 생겼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에너지 자원, 물 자원에 이어 쓰레기까지 관심을 갖게 됐다.

진정한 ‘제로 웨이스트 홈’을 만들기까지 얼마나 걸렸나?
2년 정도 걸렸다. 처음엔 극단적 방법을 시도하다가 점차 균형을 찾았다. 예를 들어 일회용 생리대가 없던 시절, 엄마나 할머니는 어떻게 했는지 전화해서 물어봤고 대안책을 찾아나갔다. 방법을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 없기까지 2년이 소요됐고, 2010년부터 내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나 같은 평범한 사람에겐 당신의 이론 5R 중 1단계인 ‘거절’부터 쉽지 않게 느껴진다.
아시아 문화에서 ‘거절’이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적절한 답을 찾으면 좋다. 내 경우엔 “고마워요. 하지만 난 미니멀리스트예요”였다. 그렇게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의외로 당신을 무례하다고 여기기보다는 당신의 의견을 존중한다.

예쁜 옷을 보면 사고 싶은 욕망을 없애기도 쉽지 않다.
그게 진정한 욕망인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소비자는 ‘이게 트렌드다’라는 식의 마케팅에 움직인다. 그 물건이 당신의 삶을 바꾸고 더 행복하게 만들어주길 바라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카탈로그, 정크 메일, 케이블을 없애는 순간 광고와 제품에 덜 영향을 받을 것이다.

그래도 매 순간 의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환경 이슈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즐겨 보는 편이다. 처음엔 매우 절망했다. 충격적 현실 앞에서 정작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이 아무것도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차 변화의 시작은 소비자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기업은 사람들이 원하는 걸 생산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재활용 가능한 용기를 소비한다면, 좀 더 지속 가능한 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투자하는 셈이다. 나부터 변화를 시도했고, 1년간 내가 배출하는 쓰레기가 유리 병 하나를 넘지 않게 되기까지, 나로 인해 주변 사람도 변화하는 경험을 했다. 한 가족이 바뀌더니, 결국 수백만 가구가 바뀌었다.

현재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다음 달부터 1년간 트레일러를 타고 미국과 캐나다 전역을 여행하며 살아갈 예정이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제로 웨이스트에 대한 오해를 풀고, 변화를 추구하기 위한 시간이 될 것이다. 우리가 살면서 진짜 필요한 옷, 가구 등 물건은 그리 많지 않다. 물질이 삶을 풍족하게 해줄 것 같지만 실은 그 반대다. 오히려 소중한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경험하는 시간을 빼앗는다.

강옥진 기자

비 존슨이 제안하는 쓰레기 줄이기 5R


가정 내 쓰레기 줄이기는 다음의 다섯 단계를 따르면 상당히 쉽고 간단하다. 1단계부터 차례대로 실행하면 자연스럽게 소량의 쓰레기만 배출된다. 1단계와 2단계는 쓰레기 발생을 막으며, 3단계는 신중한 소비, 4단계와 5단계는 폐기물 처리를 다룬다.

1단계 Refuse 필요하지 않은 것은 거절하기
2단계 Reduce 필요하면서 거절할 수 없는 것은 줄이기
3단계 Reuse 소비하면서 거절하거나 줄일 수 없는 것은 재사용하기
4단계 Recycle 거절하거나 줄이거나 재사용할 수 없는 것은 재활용하기
5단계 Rot 그리고 나머지는 퇴비화하기


제로 웨이스트 매거진 <쓸> 편집장 배민지
3년 차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길 바라는 배민지 씨. 매거진 <쓸>에 보내오는 많은 관심을 보면 곧 가능할 것이라 희망한다.
배민지 씨가 제로 웨이스트 운동을 지속해온 지도 어느덧 3년이 되었다. 더 많은 사람이 함께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매거진까지 창간한 그는 여전히 시험하고 도전하는 중이다.

<쓸>을 소개하자면?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 이야기를 담은 잡지다. 영어로 SSSSL로 표기하는데 Small, Slow, Sustainable, Social LIfe라는 뜻을 포함한다. 포장된 일상, 쓰레기 대란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일회용 컵 없는 생활 등을 주제로 실생활에 도움 되는 정보를 다룬다.

잡지를 만들어본 경험도 없는데 어떻게 창간할 생각을 했나?
몇 해 전 환경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접하고 심각성을 알았다. 그때 우연히 <나는 쓰레기 없이 살기로 했다>는 책을 읽고 나도 실천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 쓰레기 없는 삶을 시작했다. 그런데 쉽지 않았다. 주변에 제로 웨이스트 개념을 아는 사람이 없었고, 나 혼자 이야기하니 파급력이 떨어지더라. 하나의 문화가 되고, 공론화하고 싶어 <쓸>을 만들었다.

작년 2월에 첫 호를 발간한 이래 총 다섯 권을 만들었다. 반응이 어떤가?
우려와 달리 처음부터 반응이 좋았다. 특히 쓰레기 대란과 일회용품 규제, 미세 플라스틱 문제가 세간에 알려지면서 더 주목을 받는 것 같다. 처음에는 3백 부로 시작해 지금은 1천 부를 발행하는데, 현재 온라인 채널 네이버 스토어와 서울 내 독립 서점에서 판매한다.

3년 차 제로 웨이스트 삶을 살고 있다. 어려움은 없었나?
매일 아침 수돗물을 받아 끓이는 일과로 시작해 장을 볼 때 두부나 고기 같은 식재료는 밀폐 용기에 담아온다. 우리 집에는 휴지가 없다. 대신 수동 비데를 쓰고, 행주나 걸레를 이용한다. 익숙해지니 귀찮거나 불편하지도 않다. 최근 가장 어려운 건 꼭 필요한 물건을 사야 하는데 이것이 이중, 삼중 포장된 경우다. 결국 생산자가 풀어야 하는 문제다.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이것까지 해봤다 하는 게 있다면?
맥주를 좋아하는데, 그 때문에 발생하는 맥주 캔이 신경 쓰였다. 그래서 결국 맥주를 스스로 만들기 시작했다. 비누나 치약 같은 것도 만든다. 아이러니한 건 그 재료를 사기 위해 또 다른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온다는 사실. 아직 이것저것 방법을 찾는 단계다.

3년이나 지속한 비결은?
기간을 정하는 거다. 나도 기본 생활이 안 될 정도로 바쁠 때는 스스로에게 덜 엄격하다. 철저히 실천하던 때보다 쓰레기가 더 생겨도 자책하지 않는다. 스스로 분명하게 기간과 목표를 정하고, 제로 웨이스트를 한다 안 한다 정한 뒤, 주변 사람에게 알리는 게 중요하다. 이것이 혼자 하다 마는 것보다 지속하기 쉽다. 사람들이 “이거 하나쯤은 어때, 괜찮지 않아?”라고 말하면 “저 요새 쓰레기 안 만드는 중이에요” 하고 단호하게 말한다. 잠깐 중단할 때는 “지금은 바빠서 잠시 쉬고 있어요” 얘기한다. 그러면 대부분 이해하는 분위기다.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의 첫 단계로 손수건을 제안하는 이유는?
들고 다니기 쉽고, 활용할 때가 많다. 손 닦을 때, 물건 담을 주머니가 필요할 때 등 자주 쓴다. 무심코 쓰는 휴지, 물티슈, 비닐봉지를 상당히 줄여준다.

김현정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9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