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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특집 필 必환경 시대의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를 직접 살아보면 어때?”

“싫습니다.” 이번 호 기획 회의 중 나온 제안에 5초도 생각할 것 없이 거절한 건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는 주말이면 하루 세끼, 커피까지 배달 앱으로 해결하는 내 삶을 완전히 흔드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음식점 리스트가 즐비한 앱을 터치하면 한 시간 안에 온갖 음식이 집 앞에 도착하는 요즘 시대에 장을 보고, 조리하는 시간과 노력을 생각하면 이보다 경제적일 수 없다는 게 내 지론이었다. 배달 음식 때문에 발생하는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 용기에 마음이 뜨끔하긴 해도 편리함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솔직히 ‘굳이 나도 해야 해?’ 하는 마음도 있었다.

이러한 생각이 바뀐 건 2018년 6월 유엔환경계획이 내놓은 ‘일회용 플라스틱-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로드맵’을 읽고 나서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해마다 3억 톤, 이 중 플라스틱 용기가 차지하는 비율은 47%에 달한다. 심지어 대부분이 ‘일회용’이라니! ‘나 하나쯤’이 아니라 ‘나 같은 사람’이 모여 쓰레기 대란을 가속화한 사실을 깨닫자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다. 결국 배달 음식부터 끊어보자는 목표를 갖고 쓰레기를 줄여보기로 했다. 첫 단계는 장보기부터 시작했다. 하지만 그야말로 고난의 시작이었다. 대형 마트는 양파 하나까지 비닐에 포장돼 있었다. 결국 동네 과일 가게, 정육점에서 포장 없이 살 수 있는 물품을 제외하고는 살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렇다고 ‘역시 쉽지 않군!’ 하고 포기하기는 이르다. 이미 많은 사람이 환경을 위해 소비 패턴을 바꾸기 시작했고, 이것이 모여 제품을 만드는 기업을 움직이고 있음을 알았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글로벌 웹인덱스가 미국과 영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약 70%가 미래 환경 보호 책임이 개인과 소비자에게 있다고 답했다. 더욱 긍정적인 건 밀레니얼 세대가 환경문제에 매우 관심이 높다는 것. 22~35세 밀레니얼 세대는 다른 세대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61%의 비율로 가격이 비싸도 친환경 제품인지 따져 소비를 결정한다고 답했다. 이러한 변화의 바람은 우리나라에서도 감지된다. 플라스틱 없는 장보기가 가능한 시장이 생기고, 일회용품을 대신하는 친환경 제품만 모아 판매하는 숍이 하나둘 눈에 띈다. 작은 변화지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개인의 힘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알리며 오늘부터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를 하자고 제안한다. 즐거운 실천을 위해 다양한 사람들의 노하우와 아이디어, 아이템까지 준비했다. 작년 우리나라에서 버린 폐기물을 수입하던 중국, 필리핀 등에서 더 이상 쓰레기를 받지 않으면서 쓰레기 대란이 일었다. 그제야 우리는 내가 버린 쓰레기가 누군가의 마당에 산을 이루고, 집 앞바다에 떠다닌다는 불편한 진실과 마주했다. 생활 속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하자는 ‘제로 웨이스트 zero waste 운동’. 더 이상 몇몇 환경 운동가의 일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일임을 부인하지 못하는 이유다.

글과 구성 김현정 기자 사진 이경옥 기자 | 세트 스타일링 이나경 | 어시스턴트 임혜지 인턴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9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