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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지란 무엇인가 인생 제2막을 여는 몰입의 열쇠
네 명이 한 테이블에 동서남북으로 나누어 앉아 마주 보는 사람끼리 한 팀이 되어 침묵으로 소통하는 독특한 파트너십 게임, 브리지. 한번 빠지면 헤어나지 못할 정도로 매력적인 이 게임은 중년 이후 새로운 세계를 활짝 열어주는 황금 열쇠다. 40대 중반에 브리지를 처음 접한 후 그 세계에 흠뻑 빠진 전 <행복> 기자 김윤수가 들려준다. 과연 브리지란 무엇인가?


브리지의 기원은 유럽 귀족이 즐기던 휘스트whist 게임이다. 1925년 미국 철도업계의 거물 밴더빌트 가문의 해럴드 밴더빌트에 의해 콘트랙트 브리지Contract Bridge로 정착, 오늘날에 이른다. 1930~1940년대엔 전 세계로 퍼져나가며 ‘브리지 열풍’이라는 말까지 만들어냈다. 지금도 1백30여 개국에서 4천만 명이 넘는 사람이 브리지를 즐기며, 연중 크고 작은 대회가 열린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과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선 시범 종목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브리지는 네 명이 즐기는 게임이다.
네 명이 한 테이블에 동서남북으로 나누어 앉아 마주 보는 사람끼리 한 팀(페어)이 된다. 팀 게임이기에 파트너 사이의 소통과 믿음, 호흡이 매우 중요하다. 브리지를 오래 한 사람일수록 브리지의 가장 큰 매력으로 파트너십을 꼽는다. 

브리지 게임에선 요행이 통하지 않는다.
브리지는 엄격한 규칙에 따라 플레이하며, 상대방을 배려하고 예의를 갖추는 두뇌 게임이다. 좋은 패든 나쁜 패든 나눠 받은 13장의 카드에 따라 수많은 경우의 수를 따지며, 확률과 통계에 근거해 점수를 쌓아간다. 브리지의 묘미는 비딩(입찰)을 통해 파트너끼리 스스로 획득할 목표를 콘트랙트(계약)하고 플레이하면서 그 콘트랙트를 달성하는 데 있다. 

국내에 브리지가 알려진 건 1960년대의 일이다.
미군 부대와 외교관 사이에서 조금씩 알려지다 귀화 1호 미국인이자 천리포수목원 창립자인 민병갈 원장의 노력을 통해 본격적으로 보급되었고, 이제는 고인이 된 신의민 선생이 백화점 문화센터 등을 통해 다양한 클래스를 열어 체계적으로 브리지를 배울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1993년 한국브리지협회(KCBL)가 창설되어 조직적으로 대회를 유치하기에 이른다. 2009년 대한체육회로부터 인정 단체로 승인받은 한국 브리지 협회엔 현재 4백여 명의 정회원과 2천여 명의 준회원이 활동한다. 

브리지 파트너와의 관계를 종종 결혼 배우자와 비유한다. 
서로 호흡이 잘 맞고 실수를 해도 너그럽게 용납하며, 끊임없이 격려하고 용기를 주는 파트너를 만나는 일은 쉽지않다. 멋진 인생 동반자의 조건은 견고한 믿음, 장점을 수시로 칭찬하기, 즐거운 소통 등이 있을 것이다. 브리지 파트너도 마찬가지. 이 세 가지 덕목을 지킨다면 오래도록 즐거운 브리지 게임을 즐길 수 있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브리지를 배워야 한다.
즐길 때마다 매번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는 이 오묘한 게임은 비딩과 플레이 기초를 배우는 데만 최소 6개월이 걸린다. 사고력과 응용력, 분석력, 기억력이 모두 필요하기에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는 최고의 두뇌 게임이다.

브리지는 나이 들어 친구를 만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애호가끼리 브리지를 공통 화제로 나누는 대화는 마르지않는 샘처럼 지루하지 않다. 다양한 비딩과 플레이 방법은 마치 브리지라는 복잡한 퍼즐을 푸는 열쇠와 같다. 브리지를 오래 즐긴 고수에게 게임 방법을 물어보면 그들은 신이 나서 가르쳐준다. 취미가 같은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냄으로써 여가 시간이 훨씬 풍성해진다.

브리지의 매력 중 하나는 ‘깊은 몰입감’이다.
클럽에서 브리지를 즐기면 세 시간이 마치 30분처럼 지나간다. 브리지를 하는 많은 사람이 20대 시절 열렬히 연애할 때, 아이를 낳아 돌볼 때 이후 이렇게 깊이 몰입해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언젠가 세계 대회에 출전해 플레이하는 것은 모든 브리지 애호가의 꿈이다. 어쩌면 상대 플레이어로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을 만나는 행운을 누릴 수도 있지 않을까? 브리지는 가보지 못한 세계로 초대하는 열쇠다.


브리지 게임 방법 
1 한 테이블에 네 명이 동서남북으로 앉는다. 마주 앉은 두 명이 한 팀이 된다. 
2 조커를 제외한 52장의 카드를 섞어 네 명이 각각 13장씩 나눠 갖는다. 
3 정해진 딜러부터 네 명이 차례대로 카드의 점수(A 4점, K 3점, Q 2점, J 1점)와 스페이드, 하트, 클로버, 다이아몬드의 개수 분포에 따라 비딩한 후 콘트랙트를 맺는다. 브리지 게임에서 파트너는 대화나 제스처가 아닌, 비딩과 플레이를 통해 서로의 카드를 유추한다. 
4 콘트랙트가 정해지면 가장 높은 비딩을 선언한 사람(디클레어)의 왼쪽 사람이 비딩 내용을 보고 자신의 팀에 유리한 카드로 플레이를 시작한다. 시작한 이가 낸 카드와 무늬가 같은 카드를 내며, 가장 높은 숫자를 낸 사람이 이긴다. 시작 전 맺은 콘트랙트보다 카드를 많이 가져오는지, 그렇지 못하는지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 디클레어는 더 많은 카드를 획득하기 위해, 방어하는 쪽은 그 목표를 저지하기 위해 전략을 짜서 플레이한다. 
5 비딩으로 시작해 플레이를 마무리하고 점수를 적기까지 7분 30초 안에 게임 한 판(보드)을 끝낸다. 

글 김윤수 | 사진 이창화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9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