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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무형문화재 제110호 윤도장 기능 보유자 김종대 명인 “언제나 남북을 가리키는 윤도처럼 변치 않기를”

완성한 윤도를 살펴보는 김종대 명인.

천문을 읽을 수 있는 24층 윤도와 거울에 매단 명경철明鏡鐵, 부채에 매단 선철扇鐵.

낙산마을 윤도장에게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자력을 띠는 돌. 자침을 30분 정도 붙여두었다가 윤도에 올려놓으면 정확하게 남북을 가리킨다. 

일일이 손으로 작업하기에 윤도 하나를 완성하는 데 짧게는 5일, 길게는 10개월까지 걸린다.

김종대 명인이 고안한 거북 모양 윤도. 장식적 가치가 높다.
장수 마을로 이름 높은 고창군 성내면 낙산마을은 국내 유일의 윤도장輪圖匠이 사는 곳이기도 하다. 전통 풍수 나침반인 윤도는 나무에 빼곡히 새긴 글자와 자침으로 동서남북 방위와 풍수, 지리, 천문 등 온갖 정보를 표시한다. 옛 사람에게 윤도는 단순한 나침반이 아닌, 내비게이션 장치이자 스마트폰이었다. 이곳에서 3백50년 동안 전해온 전통 공예의 맥을 잇는 김종대 명인은 아흔 가까운 나이에도 윤도 이야기를 꺼내며 소년처럼 말갛게 웃었다.

낙산마을 윤도가 왜 유명한가요?
예전에는 흥덕 패철佩鐵(휴대용 나침반)이라고 했지요. 조선시대에 윤도를 만드는 곳이 많았지만, 이곳 윤도는 정확하기로 명성이 자자했어요. 마을 뒷산인 제성산에 거북바위가 있는데, 동서로 놓인 이 바위에 새로 만든 윤도를 놓으면 자침이 남북을 제대로 가리키는지 대번에 확인할 수 있거든. 내게 윤도를 가르친 백부님 때만 해도 윤도 한 개가 쌀 열 가마 값이었어요. 팔도에서 몰려든 사람들이 사랑에 진을 치고 며칠이고 기다리다 가져가곤 했지요.

어떤 사람이 윤도를 사용하나요?
부채나 거울에 매다는 작은 윤도는 여행 필수품이었어요. 자침을 세로로 세워 해시계를 대신하기도 했고요. 지금은 묫자리 보는 지관이 주로 윤도를 사용합니다. 크기에 따라 더 많은 글자를 새길 수 있어서 천문을 공부하는 스님이나 무속인도 찾아오지요. <주역>을 공부하면 윤도를 통해 우주의 이치를 깨달을 수 있습니다. 24층 윤도에 새긴 3천 자가 넘는 글자로 읽어낼 수 있는 정보는 무궁무진하니까요.

거북 모양을 본뜬 거북 패철은 명인께서 직접 고안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윤도를 하나 완성하면 남북을 제대로 가리키는지 확인하기 위해 제성산 거북바위 위에 올려보는데, 그 바위 모양으로 윤도를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생각대로 나오니 아주 기분이 좋았어요. 거북은 장수를 의미 하기도 하니까 윤도를 둔 집에 복을 불러들이는 효과도 있을 것 같았고요.

윤도는 어떻게 만드나요?
근방에 좋은 대추나무가 많습니다. 1백 년 이상 된 대추나무를 결대로 잘라서 평평하게 만든 후 물레 위에 놓고 중앙부터 원을 그리지요. 세로로 다시 칸을 나눈 뒤에 글자를 새기고, 먹으로 칠한 다음 다시 옥돌 가루를 입히면 글자만 허옇게 보이거든. 강철을 줄로 일일이 밀어 자침을 만들고 대대로 내려오는 자력을 띠는 돌에 30분 동안 붙여두면 정확하게 남북을 가리키게 돼요. 할아버지 이전부터 썼으니 1백50년도 넘은 돌이지. 이 돌이 우리 집 가보예요, 가보.

일일이 손으로 나무를 깎고 새겨 완성하는 윤도가 현대에 어떻게 쓰이길 바라나요?
요즘엔 결혼 선물로도 많이들 사갑디다. 언제나 남북을 가리키는 윤도처럼 처음 마음이 변치 말라는 뜻이라나.(웃음) 백부님은 “돈은 안 돼도 윤도를 꼭 이어달라”고 내게 신신당부한 뒤에야 세상을 떠났어요. 한평생 부자는 아니더라도 바르게 살려고 노력했어요. 자침이 똑바로 남북을 가리키는 것처럼 말이지. 그런 윤도의 가치를 좀 더 많은 사람이 알아줬으면 합니다.
주소 전북 고창군 성내면 은낙길 70-9 윤도장 전수관 문의 063-562-3167

정규영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9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