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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강금실 빠른 듯 느리게 가벼운 듯 무겁게
강금실 우일아이비씨 고문 변호사가 쉰 인생을 정리한 첫 번째 산문집 <서른의 당신에게>(웅진지식하우스)를 펴냈다. 부제는 ‘흔들리는 청춘에게 보내는 강금실의 인생 성찰’. 그의 개인적 취향과 생각을 담은 이 책을 읽으면 그의 삶의 자세와 사람을 대하는 면모를 가슴으로 느끼게 된다. 당당하고 자신 있게 살아가는 그의 진실한 내면을 엿볼 수 있다. 첫 여성 형사 단독 판사, 국내 첫 여성 로펌 대표, 첫 여성 법무부장관, 첫 여성 서울시장 후보 등 여성 불모지에서 ‘처음’의 영역을 개척한 그의 용기와 철학, 열정과 도전, 깊이와 넓이, 부드러움과 강직함, 자기와의 싸움에서 길어 올린 지성을 대하게 된다. 사람에 대한 그의 애정과 이해는 이러한 면모들을 조화롭게 공존하게 한다. 일터의 선후배, 일상의 친구, 영화와 책을 통해 만나는 인물을 통해 바닥까지 내려가 사유하고 성찰하는 과정에서 열매처럼 맺어진 것들. 실제 만나본 그의 아량은 헤아리기 힘들 만큼 깊고, 넓고, 강직하다.
30~40대를 놓치면 다시 시작하기 어렵다
“허공을 나는 비행기에서 파라슈트 하나에 의지해 등을 떠밀린 것과 같이, 착지할 자리를 찾아 불안하게 흔들리던 청춘. 거기 삶이 시작되었던 나이는 돌이켜보니 ‘서른 즈음’이었다. 하늘과 땅 사이에서, 사람들 사이에서, 어려웠으나 아직 길을 잃지 않은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이다.”(‘서른의 당신에게’, 10쪽)
3월 10일, 교보문고 잠실점에서 열린 <서른의 당신에게> 독자 사인회.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 책을 매개로 한 사인회 현장에는 인파가 1시간 30분 가까이 이어졌다. 젊은 여성은 물론 중년 부인, 아이를 대동한 젊은 부부 등 그는 자신을 찾아온 독자들과 이야기를 나눈 뒤 책마다 그들에게 용기와 꿈, 희망을 북돋우는 문구를 써주었다. 낯가림이 심하고 쑥스러움 많던 그가 이처럼 처음 보는 사람들도 편하게 대할 수 있게 된 것은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경험 덕분이라고. 처음 정치판에 뛰어든 초년생으로 밑바닥부터 하나하나 습득하며 얻은 유익한 것들 중 하나가 모르는 사람이더라도 따뜻한 애정을 갖고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한다.

표제작 ‘서른의 당신에게’는 한 사람의 내면에 잠재된 시공간성과 역사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는 아무리 나 하나로 있고 싶어도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역사 속에 있고, 아무리 나 하나로 있고 싶어도 앞선 사람과 현재 당신 곁에 있는 사람, 미래에 당신을 기다리는 사람들과 어우러져 있다’고.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고 현재 안에 과거와 미래가 들어 있다는 이야기인 듯하다. 이를테면 음반사전심의제도 철폐를 위해 온몸을 던진 음악인 정태춘 씨가 없었다면 음반사전심의제도가 그렇게 빨리 사라질 수 있었을까 싶고, 만약 그랬다면 다음 세대의 가수들이 철폐 운동을 벌여야 했을지 모른다. 사소한 시위 사건에도 대학생들을 잡아넣어야 했던 1980년, 판사로 임용된 그가 첫 근무지에서 시위 중 돌멩이를 던진 대학생들의 변명을 들은 뒤 풀어줄 만한 사안이라 판단하고 풀어주지 않았다면 우리나라의 민주화 또한 더디 찾아왔을지 모를 일이다.

“학습과 준비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서른이라는 나이가 지닌 상징성이 커요. 그때 무엇을 선택하고 어떤 고민을 했느냐에 따라 이후의 삶이 계속 연결되어 살아가는 것이고, 30~40대를 놓치면 다시 시작하기가 어렵잖아요.”
이 책은 지금 서른을 즈음해 삶의 길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현재의 당신’에게 ‘과거의 당신’이 소중한 경험을 전해주는 기록이다. 그가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나고, 직·간접으로 체험하고 소통했는지를 알게 된다. 그러므로 서른을 앞둔 사람에게는 길잡이로서의 소통을, 서른 고개를 넘어 맹렬히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교감으로서의 소통을 경험하게 할 것이다. 읽고 또 읽어도 좋은 사람 이야기와 삶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필요한 것은 여유
“고통스러운 상황을 이겨낸다는 것은 결국 견딤의 자기 한계를 넘어서는 자기와의 싸움이다. 세상살이란 다른 사람들과 삶을 섞어 같이 엮어가는 것인데, 거기에서 오는 고통과 번뇌를 자기와의 싸움으로 받아들여 이겨낼 수 있다면, 거기 이긴 자리에서는 세상의 가면을 쓰거나, 자기 욕망으로 거울에 비추인 그림자와 같이 흔들대는 허상들을 전부 벗어내고 그저 깨끗이 비어져 있는 살아 있음 그 자체로 충만할 수 있다. 젊은 시절 한때 견디기 힘든 고통 속에 놓여 있던 나에게도 이것은 하나의 가치관으로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면서 마음 한쪽에 다듬어졌던 것 같다.”(‘혹독한 자기와의 싸움’, 77쪽)
“자기 한계를 극복하는 것을 ‘자기와의 싸움’이라고 표현하신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좀 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습니다.”

“그것은 제 가치관의 기본에 해당하는 부분 중 하나예요. 사람 사이에서 권력 관계가 작용할 때 사람의 삶은 그 관계에서 어떤 영향을 받으며, 어떻게 자유로워지고, 사람다움을 찾아가는가에 상당한 관심이 쏠려 있는 것 같아요. 저의 첫 출발점이 권력기관(사법부)이었어요. 사람들은 독재정권 아래서 물리적으로 저항했고, 저는 재판이라는 과정을 맡아야 했죠. 굉장히 억압된 시절이었죠. 그리고 변호사 생활을 하며 경제적인 문제에 쫓기면서 제 스스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을 겪기도 했어요. 법무부와 서울시장 선거를 체험하면서부터는 한 사람한테 영향을 미치는 무엇과, 그 사람이 거기서 자유로워지는 과정과의 관계에 관심이 집중되는 걸 느꼈어요. 지금도 관심의 많은 부분은 거기로 가 있어요. 권력과 민주주의 문제라든가, 권력과 자유의 문제라든가. 그래서 그런 극단적인 표현을 많이 쓴 것 같아요. 싸움이라는 표현은 치고받고 싸운다는 것이 아니고, 틀린 것을 지적하고 저항하는 거죠.”

법원 전체를 통틀어 여성 판사가 열 명이 안 되던 때 판사 생활을 시작한 그는 법원에서 일한 지 10주년이 되던 1995년을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공부했던 때로 기억한다. 판사 일이 재판에 입회하고, 계속 기록을 읽고 판례와 이론을 찾고 쓰는 일이니 완전히 들어앉아 공부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고 한다. 매일 야근에 밤샘하는 일도 적잖았고 휴일조차 따로 없었다. 그리고 그해 친정어머니가 돌아가셨고, 전남편과의 관계에서 돈 문제로 매우 큰 어려움을 겪었다.

권력과 자유의 문제란 무엇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제가 사법부에서 일할 때 여자 비율이 1%였어요. 사법연수생 3백 명 중 여자가 3명이었거든요. 그곳에서 여성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부닥치면서 직업인으로서 어떻게 자유로워지느냐를 생각했죠. 우리가 학습하는 직업의 여러 내용 중에는 쫓아가야 할 것과 쫓아가서는 안 되는 것이 섞여 있는데, 그중에서 쫓아가야 할 것과 쫓아가면 안 되는 것을 구분해 어떻게 조화롭게 저항할 것인가 하는 점에서 복잡한 문제가 생겼어요. (아마도) 어떤 난관에 부딪혔을 때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쉽겠죠. 내가 즐겁고 행복하게 살고 싶은 것과 내가 원하지 않는 난관에 부딪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사는 것이 지혜롭고 자유로운지에 대해.”

“어떻게 사는 것이 지혜롭고 자유로울까요?”
“예를 들면, 사람이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부딪히면 허둥지둥 당황하고 고통스러워하잖아요. 그럴 때 판단력을 잃지 않을 여유를 가지면 어려운 상황에서도 최선의 길로 갈 수가 있다는 거죠. 그런데 자신이 준비돼 있지 않으면, 그런 상황을 받아들일 힘과 여유가 없다면 상황은 더욱 나빠질 수도 있어요.”

“경제적인 부분에서의 자유로움은 어떤 것일까요?”
“IMF 때 경제적으로 무너진 많은 분들 중에도 지금 성공한 사람들이 많거든요. 그 사람들의 성공담을 들어보면 공통점이 있어요. 치킨 집을 차려 성공한 사람을 본 적이 있어요. (그분은 자신이) 뭘 하면 성공할 수 있을지 계속 조사하고 노력한 끝에 치킨 집을 생각했고, 맛있는 치킨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원칙에 맞는 비즈니스를 했어요. 경영에서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사람을 존중하고 삶의 원칙을 지켜내는 힘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더라고요. 그러니 어려움을 극복하는 힘을 키워야 하는 거죠. 그리고 어려운 일이 아예 생기지 않도록 사회 전체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경제, 건강 등 난관에 부딪힌 사람들에게 조언 한 말씀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글쎄요, 상황을 수용하면서 극복하는 방법이 좋다고 봐요. 모든 것을 이기려 하기보다 최선을 다해 극복해야 합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들이 생기죠. 그런 부분은 또 수용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수용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요?”
“부정을 하게 되죠. 저도 최선을 다해 변호했지만 사건에서 질 때가 있어요. 그런데 그것을 죽어도 못 받아들이면 (자신과 주변을) 부정하게 되는 거죠. 안 되는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면을 보는 것, 그런 게 삶의 힘을 키워줍니다. 제가 책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도 ‘이럴 때는 어떻게 하라’는 비법이나 해법이 아니라 ‘우리가 힘들어하는 국면을 어떻게 헤쳐나가는 것이 더 좋을까’ 같이 고민하고 느끼자는 거예요.”

가장 중요한 것은 이해와 교감
“인생은 위기와 시련의 연속이면서 역전의 연속이기도 하다. 계획한 대로 되지 않거나 상황에 굴복당할 일이 생기더라도 좌절할 것은 없다. 그냥 해나가야지. <미운 오리 새끼>라는 동화는 남들이 다 못생겼다고 놀려서 좌절하고 쫓겨 다니다 보니 백조이더라는 해피엔딩 스토리인데, 남들 말에 자신도 착각해서 오해와 편견 속에 상심하고 보낸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자기 자신과 자신의 인생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쉽지야 않겠지만, 독야청청, 그러다 보면 좋은 날이 오겠지.”(‘나는 왜 보라색에 집착하는가’, 61쪽)

“어려운 상황에서 긍정적인 면을 보기 위해 필요한 점은 무엇일까요?”

“제일 중요한 게 자신감과 당당함인 것 같아요. 어려운 상황에서 자포자기하거나 불안해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본인이 이미 그 상황에 지고 있는 것이죠. (자신감 있고 당당한 사람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자신을 좀 더 견디고 여유를 찾을 수 있어요.”
어려운 상황은 쓴 약과도 같다. 어려운 상황에 놓였을 때, 본능적으로 그 상황을 거부하려는 불안함과 초조함이 생긴다. 좌충우돌하며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게 된다. 어떤 상황이나 문제에만 몰입해 주변 정황이나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가 다시 설명한다.

“그러나 상황에 끌려 받아들이면 그건 순응이에요. 순응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수용하면서 자신의 상황을 만들어가되 최선을 다하고, 그다음 다른 상황이 발생하면 그것 또한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이 현명하게 사는 방법 아닐까요? 그리고 그런 체험들이 쌓여 최선의 삶이 만들어지는 거죠. 역경 속에서도 최선의 길을 찾아내는 능력을 키우면 그다음 상황에서는 더 자신 있게 자기 경험을 쌓아갈 수 있습니다.”

“당당함과 자신감은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질까요?”
“(당당함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당당함을 갖고 있어요. 문제는 스스로 자연스럽고 자신 있게 당당함을 표현하고 드러내는가 하는 거죠. 보통은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하고 다른 사람의 시선을 겁낼 때 움츠러들거든요. 남보다 떨어진다고 생각할 때도 그렇죠. 그러나 우리가 사는 곳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세상이기에 기준 또한 너무나 다양하죠.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저 사람은 못할 수 있고 내가 못하는 것을 저 사람은 잘할 수 있다는 걸 인정하면 움츠러들거나 두려워하거나 겁먹을 필요가 없어요.”
“강 변호사께서는 경험이 풍부하니 문제가 좀 적을까요?”
“해결해야 할 문제와 고민이 끝없이 생겨요. (경험이 많다고 해서) 갑자기 파라다이스가 오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다만 보다 여유가 생기고, 힘든 상황에서도 빨리 회복할 수 있는 힘이 쌓이는 것 같아요.”

“강 변호사의 현재 모습은 과거에 그린 그림인가요?”
“꼭 그렇지는 않아요. 저는 지금까지 현재에 충실하게 살아온 것 같아요.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을 중심으로 산 것 같은데, 이젠 미래를 많이 생각하죠. 요즘은 제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관심사는 어떻게 달라졌나요?”

“제 자신이 잘 사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와 다른 사람들의 삶을 더 이롭게 하기 위한 역할이 무엇인가 하는 쪽으로 관심이 좀 많이 옮겨간 것 같아요. 같이 살아가는 사람을 더 많이 생각하는 거죠. (이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어딘가에서 살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어떻게 더 사람답게 살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는 거죠. 젊은 분들한테도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에 관심을 기울이라고 권하고 싶어요. 다른 사람들은 가까운 이웃일 수도 있고 세계일 수도 있어요. 사람은 혼자 사는 존재가 아니므로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또 잘 어울리는 것이 중요하죠. 그렇게 교감하며 길을 찾고 성숙하게 살기를 바랍니다.”
“어떻게 하면 이해심이 많아질까요?”

“진실한 관심이 필요한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을 진실하게 대하는 사람은 남을 배려하고, 친절하고, 소통하고, 나눌 줄 아는 것 같아요. 또 다른 사람의 신뢰를 받죠. 교육이 다음 세대가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라면, 어릴 때부터 여러 사람이 함께 사는 방법을 배우도록 가르치고 훈련시켜야 합니다.”
“요즘의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저의 미래, 그리고 인권대사로 일하고 있는데 국제 결혼에도 관심이 있어요. 잘되면 4월 쯤엔 국제 결혼하는 신랑 신부를 위한 사전교육센터 건축 공사를 베트남에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의 삶에 만족하시겠지요?”

“저로서는 불만을 품기 어렵죠. 여기까지 와서 불만을 갖는다는 건 많은 분들한테 죄송하죠. 나날의 축적을 통해, 그리고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많이 배우면서 (여기까지) 온 거고요. 제 인생에서 직업 전환과 같은 결정적인 계기가 몇 번 있었는데, 그때도 제 힘과 능력만으로 됐다고 할 수 없어요. 항상 주위 사람들의 도움 속에서 살고 있고, 기회는 인간관계 속에서 주어지는 것이죠. 저는 혼자 일하는 것보다 팀을 이뤄 일하는 걸 좋아해요.”
“팀워크의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인생의) 뒤로 올수록 저는 어느 영역의 전문가들과 함께 공통 가치를 향해 일을 만들어가는 일을 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일을 해보니 과정이 좋으면 결과 또한 좋게 나오더라고요. 다른 능력을 가진 사람들과 일을 하면 효율이 두 배, 세 배로 높아지니까 더 좋죠.”
“전통춤이란 하루 이틀 배워서 동작으로 커버할 수 있는 춤이 아니라 무던하게 오래 익히고 또 세월이 쌓여야 겨우 몸 안의 내면이 우러나올까 말까 하니, 꾸준하고 겸손한 연습만이 전통춤을 제대로 익힐 수 있는 방편이 된다.”(‘빠른 듯 느리게, 가벼운 듯 무겁게’, 135쪽)
20여 년간 전통춤을 춰온 그가 써놓은 춤에 관한 글을 읽노라면, 그는 저렇게 춤을 추듯 인생을 살아오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겸손한 자세와 꾸준한 연습을 통해 끝내 몸과 내면이 일체된 정중동의 오라aura를 드러내는 명인처럼.

그가 추천하는 좋은 책들
<고원의 탱고>
최근 아는 사람이 추천해서 읽은 책.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작가가 쓴 소설책인데,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주인공들이 낳은 아들이 이 책의 주인공이다. 아버지 없이 성장해 어떤 훌륭한 목수한테 일을 배우고 스탠퍼드 대학에 진학하는 엘리트로 성장한다. 그 주인공이 자연으로 돌아가 인디언 문화에 눈뜨고 조그만 마을에서 집 짓고 살다가 고속도로 개발과 함께 환경을 위해 투쟁하는 이야기다. 생태적인 삶을 선택한 그를 보면서 구체적인 자기 삶에 대한 ‘선택’을 생각해볼 수 있다. 로버트 제임스 윌러/황금부엉이

<아버지의 바이올린> 전쟁을 겪으며 고생한 베트남 할머니와 할아버지 의 구술을 정리한 책. 재밌다. 우리랑 생각도 비슷하고. 정나원/새물결

미셸 투르니에 산문집들 문장이 매우 아름답고 깊은 의미가 느껴지며 상상력이 풍부해 인상 깊게 읽은 책이다. 작가는 교외에 살면서 사람도 만나지 않고 글만 쓴다고 들었다.

김선래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7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