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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 모으는 어른 지금 만나니 더 좋구나!
당신이 마론 인형이나 모형 로봇과 작별했던 때는 언제인지? 장난감에 흥미를 잃어서라기보다 ‘여태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니, 유치하게!’라는 식의 주위 시선 때문에 장난감과 ‘작전상 이별’을 하느라 섭섭했다면 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장난감을 수집하며 또 하나의 꿈을 꾸는 이들을 소개한다.

돌하우스에 초대된 세계 미니어처 장난감
돌하우스dollhouse 작가 박은혜 씨


그는 세상 모든 것을 1/12 혹은 1/24 크기로 축소한 미니어처를 만드는 작가다. 정식 명칭은 돌하우스. 그 안에 인형을 넣지 않더라도, 건물이나 방 등의 외곽, 가구 및 소품 등으로 이루어져 있는 미니어처를 돌하우스라고 이른다. 박은혜 씨는 우리나라 1호 돌하우스 작가로 현재 푸펜하우스(www.puppenhaus.co.kr)라는 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2002년 직장을 그만두고 세 살배기 아들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돌하우스협회 공인 강사 자격증을 따는 데 도전했다. 그런데 그를 홀연 돌하우스 작가로 이끈 원동력의 8할은 오랜 세월 그에게 자리한 ‘자잘한 것에 대한 애착’이다. “작가가 되기 전부터 해외의 자그만 소품을 모았습니다. 바라보면 마음이 편해졌거든요.” 그는 영국, 독일, 일본 등지의 미니어처 동물·인형·식기 세트·가구 등을 모은다. 특히 앤티크 느낌의 미니어처를 선호한다.

가장 애착이 가는 수집품은 2005년도 런던 돌하우스 페스티벌에서 구입한 와인 미니어처. 1/12 크기의 와인병 안에는 당시 영국에서 생산된 와인이 담겨 있다. 코르크 마개를 여닫을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하다. 현재 자신의 소중한 돌하우스 작품 안에 넣어두었다. “자잘한 것들은 제가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잖아요. 그때 일종의 카타르시스가 느껴져요. 일상에서는 제 눈높이로 사물을 볼 수 있는 각도가 제한되어 있는데, 미니어처는 사방에서 자유롭게 볼 수 있으니 재기 발랄한 상상력을 키우게 되는 듯해요.” 며칠에 한 번씩 작업실에 진열해둔 미니어처의 배열을 바꾸는 즐거움은 맛보지 않으면 모른다고.

구입처 우리나라의 돌하우스 소품을 수입해서 파는 숍(www.dollhouse.co.kr)이나 영국 온라인 숍(www.emporium.com). 또는 영국·독일·일본 등의 벼룩시장이나 기념품점 혹은 돌하우스 숍을 방문한다.
보관 요령 칸이 작게 나누어진 투명 아크릴 박스에 분류해서 넣어둔다.

빈티지 장난감들의 유서 깊은 동거
마이 페이버릿’ 주인 배용태·성미정 부부 

이들 부부는 아들 재경이가 태어나면서 장난감을 모으기 시작했다. 어느덧 부부는 1970년대 이전에 만들어진 빈티지 장난감 쪽에 애정이 기울었다. 정작 재경이는 수집가 부모의 눈에 보기에 지극히 조악한 공산품 장난감 기차에 환호하는데 말이다. 대체 빈티지 장난감의 어디가 그리 예쁘기에? “첫째는 장인정신과 정성이 엿보이기 때문입니다. 1970년대 이전에는 인형에 팬티나 패티코트 등 속옷을 갖춰 입혔지요.” 가령 성미정 씨가 가장 귀애하는 1930년대의 부두아르 돌boudoir doll은 당시 트렌드인 아르데코 스타일을 하고 있는데, 그 시절 신부들이 쓰던 것과 같은 수제 레이스 베일과 섬세하게 주름 잡은 크레이프지紙 재질의 드레스가 놀랍다. 1970년대 이후부터는 속옷 등 눈에 잘 띠지 않는 요소를 생략했으며 소재도 빈약해졌다.

배용태 씨는 또 하나의 매력으로 장난감에 얽힌 사연을 알아가는 즐거움을 꼽는다. “미스 리틀 노 네임Miss. Little No Name은 핀으로 여민 허름한 마 원피스를 입고 눈물을 흘리고 있는 불쌍한 모습의 인형으로 1965년 단 1년간 발매된 후 절판되었습니다. 당시는 소비자들이 외면했지만 근래에는 희귀한 아이템으로 인기가 많고 눈 밑에 달린 눈물의 여부가 가격을 결정 짓는 주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또 낡은 느낌이 멋스러워 오브제로 활용해도 좋다. 1920년산 스위스 부커러 돌bucherer doll은 로봇과 인형의 중간 형태의 메탈 인형인데, 관절을 꺾어 표정을 만든 뒤 아무 데나 진열해도 잘 어울린다. 부부가 운영하는 장난감 및 팝업북 숍 ‘마이 페이버릿’(02-544-9319)에 오는 손님들은 대체로 보존 상태가 좋은 장난감을 찾는데 비해 이들은 취향에 맞으면 상처를 입어도 구입한다. “좀 망가진 인형에 더 마음이 쓰여요. 본드 붙이고 붕대를 감는 등 제 손길을 더하면서 비로소 컬렉션에 통일성이 깃드는 것 같습니다. 불완전한 부분을 제 이야기로 채울 수 있어 더 좋고요.”

구입처 빈티지 아톰은 일본의 벼룩시장이나 만화책과 장난감을 판매하는 숍 ‘만다라케’(www.mandarake.co.jp)에서 살 수 있다.
보관 요령 쉽게 깨지는 제품이 아니라면 원하는 곳에 진열해놓고 자주 즐기자. 혹은 빈티지 캐리어에 담아두면 멋스럽게 보관할 수 있다.

 

 



레고가 선사하는  다섯 가지 기쁨
파티 플래너 신범식 씨
 

그는 다섯 살 때 처음 만난 레고와 지금까지 탄탄한 우정을 쌓고 있다. 1995년부터 그 우정은 더욱 견고해졌다. 그 무렵 경제적 자급력을 갖추었기에 더 이상 어머니를 조르지 않고도 레고 친구들을 마음껏 집에 들일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술값 혹은 주차 딱지를 레고 가격으로 환산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그래서 호기로운 척 비싼 술을 산다든지, 불법 주차를 하기 전에 꼭 레고를 떠올리며 스스로 절제하게 됩니다."레고가 내놓는 한정판 제품을 놓치지 않으려면 용돈 절약은 필수다. 신범식 씨는 레고가 '다섯 가지 기쁨'을 준다고 설명한다.

'첫째는 고르는 기쁨, 둘째는 구입해서 손에 넣는 기쁨, 셋째는 조립하는 기쁨, 넷째는 매뉴얼에 없는 모델로 창작하는 기쁨, 그리고 다섯째는 수집하는 기쁨입니다.' 어린아이들은 레고를 사자마자 박스를 버리고 조립하는 데 열중하느라 네 번째 기쁨까지 누리지만, 어른들은 오리지널 박스에 값어치를 부여해 패키지 통째로 수집하기를 즐기므로 다섯 가지 기쁨을 누린다. 그가 아끼는 모델 중 하나는 1983년 에디션인 '폴리스 카'다. 곱게 바랜 빈티지 케이스는 볼수록 정이 가는데, 어린 시절 경찰차를 유독 좋아했기 때문에 성인이 되어 다시 구입한 모델이다. 신범식 씨는 레고 활용법 몇 가지를 제안한다. "누군가에게 마음이 있는데 진지하게 접근하기에는 쑥스러운 상황이라면 레고로 장미를 만들어 선물하세요. '귀여운 로맨티스트'는 누구의 마음이라도 허물 수 있습니다. 매뉴얼에 따라 거대한 함선을 만들어야 한다는 모종의 부담감으로부터 자유롭고 싶다면 이 작은 블록들로 일상에서 경험한 장면을 연출하세요. 자동차들이 줄지어 음주 운전 단속을 받는 장면이나 출퇴근하는 만원 지하철 등을 만들고 나면 왠지 통쾌해져요." 온전히 홀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주말 오후, 방바닥에 배를 맞대고 누워 양 팔꿈치 밑에 부드러운 쿠션을 받친 뒤 레고를 쌓는 기분이란…. 무념무상에 이른 듯 한 주간의 번뇌가 사라진다.

구입처 웹사이트(www.hobbylink.co.kr, www.leggocity.co.kr, www.tontoy.com)에서 구입.
보관 요령 부품을 지퍼락에 넣어 밀봉하고, 겉면에 에디션 이름을 적어두라.

내 무대의 배우들 밀리터리 피규버
K브랜드 대표 문행천 씨
 

많은 사내애들이 그랬듯 그도 어릴 적부터 로봇이나 프라모델, 모형 사격기 조립에 열광했다. 어른이 된 뒤, 어느 날 소년기를 추억하며 액션 피규어figure(캐릭터를 축소해 거의 완벽한 형태로 재현한 인형를 만들기 위해 재료를 구했다. 완성하고 보니 그에게 더욱 흥미 있었던 건 만드는 과정보다 완성품을 모아 멋진 장면을 연출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8년 전부터 밀리터리 피규어) 모으기 시작했다. "학창 시절 연극과 영화 연출에 심취했던 경험이 현재의 수집으로 이어진 게 아닐까 싶어요. 저는 사진으로 치면 컷, 영화로 치면 시퀀스라고 할 수 있는, 어떤 한 상황의 단면을 잘라서 펼쳐 보이는 것에 흥미가 있어요. 밀리터리 피규어의 매력도 무궁무진한 장면을 연출할 수 있는 데 있거든요."

전 세계적으로 12인치 동일 규격으로 제작되지만, 여기에 입혀진 복식이나 액세서리 등은 천차만별이라 비슷한 것이 하나도 없다. 가령 2차 대전의 연합군이라고 해도 전투 지역이 사막인지 산악인지, 계절은 어떠한지, 보병이나 포병, 위생병 등 소속은 어딘지 등에 따라 복식이 다르다. 그 중 문행천 씨는 2차 대전의 독일군을 위주로 모은다. "실제로 독일군의 복식이 가장 기능이 우수하고 멋스러웠다고 합니다. 잘 고증된 독일군 하나를 들여다보면 그 시대의 전투 방식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예요." 가장 애착이 가는 제품은 자전거를 옆에 세워둔 독일군인데, 이유는 캐릭터가 잘 살아 있기 때문이다. 안경을 꼈으며 미간에 긴장감이 어린 모습에서 최소 대학을 졸업한 엘리트 군인이 아니었을까 짐작해본다. 그는 박스 속에서 잠자고 있는 병정들을 꺼내 리얼한 전투 장면을 만들 기회를 노리고 있다. "최소 스무 명 정도 동원하면 작은 전투 장면을 하나 만들 수 있어요. 4평 정도의 공간에 땅을 만들고, 풍경을 꾸며야 하지요. 언젠가 카페를 열면 전시 공간을 만들 겁니다."
구입처 홍콩 드래곤사 중심의 아이템은 웹사이트(www.efigure.co.kr)에서 살 수 있고, 또 다른 웹사이트(figureff.cafe24.com)에서는 희귀한 아이템과 인기 종목을 볼 수 있다.
보관 요령 오리지널 박스에 정리한다.

 

 



나도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7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