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일본 신주쿠교엔 도쿄 여행의 필수 코스
도쿄 여행은 편한 신발과 복장이 필수이다. 아울러 번화한 신주쿠에서 잠시 쉴 수 있는 신주쿠교엔을 알고 가는 것 역시 필요하다. 신주쿠교엔은 봄, 여름, 가을은 물론 겨울도 좋다. 도쿄의 겨울 날씨가 아열대에 가까워 상록수가 많고 동백이 줄곧 피어 있어 심심하지 않으며, 눈 오는 날 노거수들의 실루엣은 포토제닉 자체이다.

프랑스식 정형 정원 가운데에 자리 잡은 장미 정원. 한국에서는 10월에 피는 장미를 사계절 장미 또는 가을 장미라 부르지만, 사실 대부분의 장미가 생육 상태만 좋으면 1년에 두 차례 봄가을에 핀다. 도쿄의 12월 날씨는 한국의 늦가을 날씨와 비슷해 장미를 볼 수 있다. 신주쿠의 랜드마크인 도코모 요요기 빌딩의 스카이라인과 함께 교엔의 대표적 풍경이다.
지난 12월에 1박 2일의 짧은 여정으로 일본 도쿄를 다녀왔다. 10년 전 도쿄에서 개최한 가든 엑스포를 관람하고 촌스럽게도 도쿄 도청 전망대에 올라 시내를 내려다보다가 우연히 발견한 신주쿠교엔(황실정원)을 다시 보기 위해서였다. 당시 전망대에서 본 신주쿠교엔은 사방으로 끝없이 펼쳐진 거대도시의 콘크리트 건물 사이에서 초록과 물빛으로 단번에 눈에 띄었다. 그 때가 정확히 10월 31일이라 도쿄의 가을을 볼 수 있겠다는 기대감으로 가슴이 잔뜩 부풀어 한걸음에 찾아갔다. 그 기대는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날아갔지만, 신주쿠교엔의 존재를 안 것은 필자에게 콜럼버스의 신대륙발견과 같았다. 10월 말이라면 우리나라에서는 가는 가을을 아쉬워하는 때이지만, 도쿄의 숲은 늦여름의 풍경에 가까웠다. 서울과 도쿄의 시간적 거리가 이렇게 차이 나는 걸까? 잠깐 혼란스러움과 아쉬움이 교차했지만 그 외에는 모든 것이 좋았다. 정말 우연히 갑자기 만난 도시 정원의 아름드리나무, 백합나무, 느티나무, 느릅나무, 플라타너스, 메타세쿼이아 그리고 일본답게 많이 있는 단풍나무와 벚나무 군락, 이 모두가 단풍이 아름다운 수종들이라 꼭 가을을 구경하리라 작정한 지 10년 만의 여정이었다.

바쁜 도쿄의 느린 쉼터, 신주쿠교엔
27년 전 필자의 첫 신주쿠 여행은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 없이 비싼 물가와 비즈니스호텔의 좁디좁은 방 빼고는 경이로움 자체였다. 시내로 들어가는 리무진 안에서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던 트럭의 정갈함에 놀라고, 내진 설계로 지은 건물들의 조밀한 파사드에 또 한 번 놀라고, 신주쿠의 수많은 지하와 지하철, 사람들에 다시 한번 놀라고, 인파에 떠밀려 헤매다 지상으로 올라가면 모든 곳이 쇼핑몰 같아서 또 놀랐다. 비즈니스 일과가 끝나면 이세탄 백화점에서 인테리어 디스플레이와 지하 식품 매장의 풍성함에 눈이 휘둥그레졌고, 요도바시의 카메라와 게임기 등 전자 제품과 코끼리 밥솥까지 귀국 보따리를 한가득 채우던 시절이었다. 그 시절에는 일본을 미워하나 선진화된 기술과 시스템을 배우기 위해 일본에 갔다면, 지금 한국인의 일본 여행 목적은 좀 더 다양하고 호기로운 것 같다. 여전히 머리로는 미워하지만 몸이 반응해 즐겨 찾는 곳이 일본이라는 것을 일본 공항에 내리면 바로 알 수 있다. 각종 안내판과 이정표에 한글이 표기되어 있고, 한국인 여행자를 금세 알아보며 한국말로 안내할 정도이다. 이제는 밥솥이나 전자 제품을 살 필요가 없을 정도로 격세지감의 기술적 약진을 이루었지만, 여전히 기업과 문화 예술인은 쓰타야 서점의 기획과 매장 시스템을 흠모하고, 이세탄 백화점의 식품 매장을 벤치마킹하며, 오타이바의 팀랩 전시 기술을 염탐하기도 한다. 심지어 젊은이들은 핫플 깨기!(Hot Place 깨기: 일본 무도인의 도장 깨기에서 유래)의 대상지로 신주쿠 맛집에 들러 우동이나 쓰카멘을 먹고 이세이 미야케 매장에서 득템을 하기도 한다. 세월이 지나 우습게도 비교할 수 없이 차이나던 물가가 비슷해졌다. 심지어 우리나라에 없는 품목도 일본에는 있다. 여전히 신주쿠에 한국인 여행자가 많은 이유다. 이렇듯 신주쿠는 도쿄의 강남이자 중심이다. 메트로시티의 초밀집 지역이라 이동 동선이 복잡하고 운임이 비쌀 수밖에 없어 지하철과 전철이 대다수의 교통수단이기에 부단히 서고 걸어야 한다. 도쿄 시민에게는 일상이겠지만, 외국인 여행자에게는 발이 피곤하고 아프기까지 하다. 그래서 도쿄 여행은 편한 신발과 복장이 필수이다. 아울러 신주쿠의 바쁘고 피곤한 일상과 여행에서 탈출할 수 있는 공간, 신주쿠교엔을 알고 가는 것 역시 필수이다.

1927년 히로히토 왕의 혼인을 기념한 대만 거주 일본인들의 헌상으로 중국 남방 건축양식으로 지었으나 정원은 일본 형식이다. 가을이라 단풍이 먼저 눈에 띄지만 봄이면 화려한 색상을 자랑하는 철쭉과 영산홍 등 잘 다듬은 관목들이 주를 이룬다. 오른쪽 퍼걸러 위의 등나무꽃은 애니메이션 <언어의 정원>에 등장하기도 했다.

고즈넉하고 멋스러운 신주쿠교엔의 옛날 정문과 주변 산책로는 숨은 인증샷 장소다.

사진 속 왼쪽 정자가 애니메이션 <언어의 정원>의 상징적 주 무대로 열성적으로 사진 찍는 사람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플라타너스는 봄의 신록과 여름의 그늘, 가을의 단풍, 겨울 나목의 조형미까지 빠질 것 없는 가로수이다. 프랑스식 정원의 정형을 이루는 중심 풍경.

많은 사람이 벚꽃을 일본의 국화國花로 알고 있지만, 국화菊花가 나라꽃이다. 국화 전시회는 소박하지만 전통에 대한 일본적 가치를 엿볼 수 있다.

신주쿠교엔을 제대로 즐기려면

길 찾기
신주쿠교엔의 위치는 신주쿠 중심가에서 가깝고 찾기 쉽다. 여행자들이 모르는 것이 신기할 정도이다. 신주쿠 고속버스터미널 3층에서 지상 출구로 내려와 남쪽으로 길을 따라 10분쯤 걸어가면 숲과 신주쿠교엔의 정문이 보인다. 이세탄 백화점에서도 10분쯤 걸어가면 출입구가 보인다. 입장료는 어른 2백엔, 어린이 50엔으로 10년 전과 같다. 팁, 현재의 출입구는 많은 시민의 출입을 위해 새로 만든 것이고, 정문의 인포메이션센터를 끼고 살짝 왼쪽으로 돌아 50m만 내려가면 정말 멋있는 옛날 정문이 있다. 인증샷은 이런 곳에서.

즐기기
시간 계획을 잘 짜야 한다. 도시 공원은 새벽 산책이 좋을 법한데 신주쿠교엔은 황실 정원이라 입·퇴장 시간이 엄격하다.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입장가능하며, 오후 4시 30분에는 퇴장해야 한다. 원내에 있는 그린하우스(온실)는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입장 가능하니 아열대식물을 꼭 구경하고 싶다면 먼저 들러보는 것도 요령이다. 신주쿠교엔은 황실 정원이지만 공간의 성격상 도시 공원이고, 전체 약 18만 평으로 긴 둘레가 3.5km 정도이니 천천히 걸으면 한 바퀴 둘러보는 데 한 시간 정도 걸린다. 이 땅의 역사가 에도시대 막부의 가신이 소유하면서 시작했다 하니 5백 년 동안 관리해온 공간이고 곳곳에 그 역사를 보여주는 노거수들이 있다. 전문가가 아니면 구분하기 쉽지 않겠지만 대부분 여름의 울창한 녹음과 가을의 유려한 단풍을 자랑하니 봄, 여름, 가을 세 계절은 언제 와도 좋을 것이다. 겨울도 역시 좋다. 도쿄의 겨울 날씨가 아열대에 가까워 상록수가 많고 동백이 줄곧 피어 있어 심심하지 않으며, 눈 오는 날 노거수들의 실루엣은 포토제닉 자체이다. 다만 화려한 꽃과 단풍을 즐겨 찾는 이들은 도쿄의 봄가을을 잘 맞추어야 한다. 왕벚나무와 겹벚나무의 개화 시기는 3월 15일 전후 주간쯤이고, 단풍의 절정 시기는 11월 말에서 12월 첫 주간쯤이다. 그러나 이 시기가 신주쿠교엔의 절정이라는 것을 도쿄 시민도 다 알고 있으니 매우 복잡하다. 여행자라면 되도록 주말은 피하고 주중 방문이 인파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다. 신주쿠교엔은 국화 재배로도 유명한 곳이어서 매년 국화 전시회를 개최한다. 우리나라의 국화 축제장처럼 혼란스럽고 시장 통 같지 않다. 엄선한 작품으로 구성하며, 정갈하고 진지하며 절제된 소규모 전시이다. 국화를 좋아하는 분은 11월 초에 방문하길 권한다. 세상이 좋아져 자세한 이벤트 일정은 교엔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신주쿠교엔은 크게 둘레길과 일본 정원, 영국 풍경식 정원, 프랑스식 정형 정원으로 구성했다.

언어의 정원, 숨은그림찾기
신카이 마코토가 감독한 극장용 애니메이션 <언어의 정원>의 배경이 신주쿠교엔의 일본식 정원으로, 영화 속 풍경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곳에서 열성적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은 만화영화를 본 사람이다. 이국 여행에서 묘한 문화적 동질감을 느낀다.

꼭 알아둘 것
신주쿠 고속버스터미널은 평소에도 이용객이 많다. 특히 벚꽃과 단풍 성수기에는 공항행 리무진 버스표가 빠르게 매진된다. 고속버스터미널 3층에서 내려 밖으로 나오기 전에 4층 매표소로 올라가 귀국하는 날짜와 시간에 맞추어 미리 공항행 티켓을 예매해두자.

글을 쓰고 사진을 찍은 이동협은 경기도 파주에서 정원을 가꾸며 21년째 살고 있으며 천리포수목원을 1백90번쯤 다녀간 정원 구경광이다. 2009년 <정원소요, 천리포수목원의 사계>(디자인하우스)를 출간한 후 지금도 마음에 두고 있는 정원을 찾아 사계를 기록하며 소요하고 있다.



글과 사진 이동협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9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