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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양민속박물관 김은경 관장 우리 민속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한번 들어볼래요?
민속은 낡고 고루하다는 생각만 든다면 민속품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들여다본 경험이 있는지 돌이켜보라. 온양민속박물관 김은경 관장이 들려주는 민속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1978년 구정 김원대 선생이 우리나라에 세운 최초의 사립 민속박물관인 온양민속박물관은 설립자의 확고한 철학을 바탕으로 개관해 선생의 딸 김은경 관장이 이어나가며 현세대에 맞춰 진화 중이다. 이번 방문을 통해 민속이라는 단어에서 ‘오래된 것’ ‘고루함’ 대신 ‘트렌드’ ‘공예’ ‘디자인’이라는 키워드를 발견했다. “지금 우리의 생활과 유행하는 옷, 현재 쓰고 있는 제품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민속이 됩니다. 사실 민속은 한 시대의 보편적 생활양식과 그 시대를 주도하던 트렌드입니다. 지금의 시각으로 봐도 아이디어를 얻을 부분이 무궁무진하지요. 그래서인지 최근 젊은 층은 물론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들의 방문이 늘고 있습니다.”

젊은 세대가 옛것을 생각하는 인식이 바뀐 것도 한몫하지만, 이들의 방문이 늘어난 것은 김은경 관장이 그만큼 노력했기 때문이다. 개관 후 한창 주목받을 때는 연 50만~60만 명도 찾던 박물관이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노후화되고 침체기를 겪었다. 아버지 뒤를 이어 박물관 운영을 맡은 그는 지금 시대와 발맞춰나가기 위해 내부를 재정비하는 동시에 현대 작가와 손잡고 기획전을 여는 등 민속이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고리타분함을 걷어내기 위해 애썼다. 2015년 세계적 현대미술 작가 최정화와 공동으로 아산시에서 모은 1만여 점의 플라스틱을 예술작품으로 재탄생시킨 전시가 대표적이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개관 40주년을 맞아 개최한 <일상의 유산, 유산의 일상>전에서 작가 다섯 명이 박물관 소장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을 선보이고, 한복 디자이너 김영진이 박물관에 전시한 박첨지 놀이에서 영감을 얻은 컬렉션을 발표한 패션쇼도 같은 맥락이다.

모든 면을 투각 기법으로 꾸민 가마로 거북, 사슴, 나무, 학 등 장수와 다산 그리고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동식물을 섬세하게 조각했다.

19세기 후반 규방 책거리 그림.

건축가 이타미 준이 한국에 처음으로 지은 구정아트센터는 온양에 있는 흙과 돌을 이용하는 등 한국적 정서와 문화를 반영했다.
“개관 40주년을 맞아 후대에 민속을 어떻게 물려줘야 할지, 그러기 위해서 박물관을 어떻게 도약시켜야 할지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순히 소장품을 보여주는 것뿐 아니라 즐기고 경험할 수 있도록 공연과 전시가 더 필요하겠다는 결론을 내렸지요. 그리고 민속품 전시와 동시에 다른 한편에서는 이것이 어떻게 현대적으로 이어지는지 보여주는 전시도 마련할 계획입니다. 올봄에는 민화전을 기획중인데 현대적으로 민화를 활용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모아 함께 전시할 예정입니다.”

흥미로운 전시와 더불어 온양민속박물관에서 세련된 인상을 받은 데에는 모던한 건축도 큰 부분을 차지했다. 전시는 통합 예술이기에 전시품을 담는 건물도 허투루 지을 수 없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본관은 예술의전당을 설계한 건축가 故 김석철 선생이, 본관 옆 구정아트센터는 재일교포 건축가 故 이타미 준이 설계했다. 이타미 준의 건축물이 국내에서 유명해지면서 그가 한국에 처음으로 지은 건축물이 온양민속박물관이란 사실이 알려지자 건축을 보기 위해 박물관을 찾는 이들도 생겨났다. 충무공의 땅이라는 상징성을 살리기 위해 지붕을 거북선처럼, 내부 구조는 충청도 전통 가옥을 모티프로 했으며, 온양에 있는 흙과 돌을 이용해 지었다. 박물관에 대해 알면 알수록 40년 전 설립할 때부터 지금까지 진심과 정성을 다했다는 생각이 든다. 설립자 김원대 선생은 해방 이후 ‘계몽사’라는 어린이 출판사를 세운 이로, 계몽이라는 단어를 회사명으로 쓸 만큼 어린이 교육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어린이 책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다시 어린이에게 돌려주기 위해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할 수 있는 박물관을 만든 것이다. 그런데 문득, 일반 사립 갤러리처럼 예술품으로 가치 있는 고가의 작품이나 고미술품이 아닌 다소 소박해 보이는 민속품 수집에 왜 집중했을까 궁금해진다.

“아버지도, 저도 수집가는 아닙니다. 아이들을 위해 박물관을 설립해야겠다고 결정하고 자문 위원을 위촉해 각 분야에 맞는 유물을 모았습니다. 민속이라는 것을 흔하고 저급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실생활과 밀접한 중요한 기록이고 우리의 뿌리이기 때문에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세계적 작가 정광영 작가도 작업하기 전 우리 박물관에 여러 번 방문해서 정체성을 찾았다고 하더군요. 나의 뿌리를 알면 나의 정체성을 아는 데 도움이 되고, 특히 인성을 갖춰가는 어린이들에게 꼭 필요한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민속을 알아야 하고, 알려야 하는 이유입니다.”

온양민속박물관
주소 충청남도 아산시 충무로 123
관람 시간 오전 9시 30분~오후 5시 30분(오후 4시 30분 매표 마감, 월요일 휴관)
문의 041-542-6001~3

글 김현정 기자 | 사진 이혜인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9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