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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가장 핫한 디자인 컬렉션 욥의 세계
장식 예술을 현대 디자인 영역으로 끌어와 대체 불가한 독창적 스타일을 구축한 디자인 그룹 스튜디오 욥.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과 벨기에 안트베르펜을 오가며 다양한 활동을 펼쳐온 그들이 최근 안트베르펜의 1950년대 건물을 개조해 헤드쿼터 갤러리를 오픈했다. 어떠한 장르의 경계 없이 디자인을 ‘발명’하는 그들의 공간은 기대 이상으로 유쾌했다.

2017년 개조를 시작해 완성하기까지 1년의 시간이 걸린 스튜디오 욥의 안트베르펜 헤드쿼터. 동료 아티스트들과 컬래버레이션으로 만든 작품, 오랜 시간 애정을 가지고 모아온 소품이 한데 어우러져 동화적이고 상상력 풍부한 공간이 탄생했다. 사진 속 공간은 세컨드 키친으로 모오이에서 출시한 고딕 체어와 ‘페이퍼 테이블 패치워크’ 다이닝 테이블이 인상적이다.

현관에서 바라본 거실과 세컨드 키친. 작은 공간으로 쪼개진 아파트를 스튜디오형으로 오픈하고 공간을 분할하는 가벽을 세운 뒤 침실, 욕실, 거실 등 주거 공간으로 다시 구성했다.

헤드쿼터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메인 아틀리에에서 포즈를 취한 욥 스메이츠와 닝커 티나헐. 비즈니스 파트너이자 실제 부부인 두 사람은 <파이낸셜 타임스>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디자인 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룩셈부르크에 본사를 둔 프라이빗 뱅크의 공간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나에게는 완벽한 집을 완성하기 위해 안락한 소파보다 아트피스가 필요해요. 나를 기록한 컬렉션이 곧 나의 집이요, 집이 곧 나 자신이니까요.” _ 욥 스메이츠

네덜란드 디자인 아카데미 에인트호번을 졸업한 욥 스메이츠Job Smeets와 닝커 티나헐Nynke Tynagel이 설립한 디자인 브랜드 ‘스튜디오 욥’. 초창기인 2000년대 초반에는 과도한 상징주의로 악평을 받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세계 유명 브랜드의 러브콜을 받으며 디자인계의 슈퍼스타로 급부상했다. 그들의 작업은 현재 전 세계 40여 개 미술관에서 선보이며 마치 순수 예술 작품처럼 한정판 개념으로 컬렉터에게 팔려나간다. 스튜디오 욥의 디자인을 묘사하는 수식어는 다양하다. 예술적 디 자인, 디자인 조각, 네오 고딕…. 장식 예술을 21세기 모던디자인 으로 재해석해 만화적 상상력을 부여하는 것으로 ‘욥’만의 독창적 스타일을 구축했다. 또한 불가리, 스와로브스키, 빅터앤롤프, 모오이, 셀레티 등 패션·리빙 브랜드를 비롯해 랜드로버 65주년 디펜 더 90 모델을 리디자인하는 등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협업을 펼치기로 유명하다.

가구 외에도 그림과 조각 등 예술 작품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곳을 ‘헤드쿼터 갤러리’라 부르는 이유.

현관 문손잡이, 욕실 휴지 걸이, 타월 걸이 등도 청동과 황동으로 직접 제작했다.
풍랑을 만난 선박이 매연을 뿜고 있는 형태를 그대로 살린 테이블은 전시를 위한 에디션 작품이다. ‘디자인 조각’이 들고 나는 리빙룸은 늘, 항상 바뀌는 공간.
현재와 과거, 새로운 것과 고전적인 것, 수공업적이고 산업적인 것이 한데 어우러진 공간. 1950년대 지어졌을 때 사용한 벽돌을 그대로 드러낸 벽을 배경으로 욥 스메이츠의 아버지 요한 스메이츠가 디자인한 펀치 백 ‘Punch-a-wall’을 장식했다.
TV와 라디오 등 가전제품도 예쁘게 디자인해야 한다고 믿는 욥 스메이츠. 타일 벽면은 진짜 타일이 아닌 타일 문양 벽지다.

욥 스메이츠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바로 메인 욕실. 최상의 휴식을 위해 마련한 구리 욕조에서 휴식을 취하곤 한다.

반려묘에게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셀레티의 펠릭스 램프. 검은색, 흰색, 얼룩무늬 세 가지 버전이 있다.

2012년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서 발표한 모오이의 그랜드 파더 클락.
트렌드를 신경 쓰지 않는 독창적 디자인은 그들이 선보인 공간에서도 오롯이 경험할 수 있는데, 벨기에 안트베르펜Antwerpen의 헤드쿼터 갤러리가 대표적이다. 암스테르담에 있는 스튜디오 욥 갤러리를 비롯해 미드센트리 디자인을 구현한 스튜디오 욥 하우스(욥과 닝커의 주거 공간)와 최근에 완공한 안트베르펜 헤드쿼터 갤러리는 스튜디오 욥의 20년 디자인 역사를 펼쳐놓은 아카이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욥의 컬렉션을 총망라했다.


스튜디오 욥의 디자인 컬렉션을 만나는 홈 갤러리
“2003년부터 안트베르펜으로 헤드쿼터를 이전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더 이상 스튜디오 욥의 스타일이 한 나라, 한 도시에 속하지 않는다고 느꼈고,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죠. 네덜란드와 벨기에는 가까이 있지만 디자인 문화는 뿌리부터 달라요. 안트베르펜은 정통 유대인과 무슬림 공동체 문화가 섞여 베를린처럼 러프하면서도 정제된 매력을 발산하죠.” 바로크의 거장 루벤스Rubens 부터 아방가르드 패션 디자이너 마틴 마르지엘라Martin Margiela와 안트베르펜 식스라 불린 여섯 명의 전설적 디자이너까지 벨기에의 항구도시 안트베르펜은 고전과 힙스터 문화를 넘나드는 예술적 영감이 가득한 곳이다. 네덜란드의 디자인 현장을 벗어나고 싶었다는 욥 스메이츠는 문화적 콘트라스트가 느껴지는 안트베르펜을 거점으로 낙점하고, 지난 2007년 1950년대 지은 오래된 건물을 구입했다. 원래 유대인 학교이던 이 건물은 길이 35m, 600㎡(약 1백80평) 규모인데 작은 교실 크기로 공간이 분할되어 있었다. 욥 스메이츠는 분할된 공간을 하나로 오픈한 뒤 다시 벽을 세워 공간의 짜임새를 갖췄다. 욕실이 딸린 두 개의 커다란 침실과 주방, 갤러리 역할을 하는 리빙룸, 욥의 오피스까지 가벽으로 나눈 공간은 문이 없이 오픈된 구조다. 안트베르펜에서는 보기 드문 400㎡의 테라스도 갖췄다. 비즈니스 미팅부터 가족, 친구, 손님까지 누가 오더라도 어색하지 않고, 스튜디오 욥의 색깔을 느끼게 하는 것이 안트베르펜 헤드쿼터 갤러리의 역할이자 숙제. 욥 스메이츠는 오픈식 구조를 유지하면서 친밀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일상에서 찾아보기 힘든 조각품이나 예술 수집품을 한방에 모아둔 ‘분더 카머wunder kammer(독일어로 경이로운 방이라는 뜻)’ 스타일을 차용했다. 갤러리 역할을 하는 리빙룸에서는 구프람, 모오이, 셀레티, NLXL 등 우리에게도 익숙한 디자인 브랜드 제품은 물론 요한 스메이츠 Johan Smeets(욥 스메이츠의 아버지), 미샤 칸Misha Kahn 등의 아트워크를 만날 수 있다. “처음부터 오래된 건물을 찾았어요. 오랜 시간이 흐른 만큼 공간에 담긴 이야기도 많을 테니까요. 네덜란드의 스튜디오 욥 하우스가 모더니스트의 빌라였다면, 이곳은 호기심 상점처럼 만들고 싶었어요. 환상적 이미지라든가 초현실적 행복감…. 닝커가 디자인한 볼드한 패턴의 벽지와 창문 그래픽을 넣고 오버사이즈 가구를 조각처럼 유기적으로 배치하니 생동감 있는 공간이 완성됐죠. 실제 클라이언트들이 이곳에 오면 가구를 마치 예술 작품처럼 한참 들여다봅니다.”

욥 스메이츠의 사무 공간. 닝카가 디자인한 볼드한 패턴의 벽지와 개성 강한 모오이 가구, 조명등, 카펫까지 ‘부조화 속 조화’ 콘셉트를 한눈에 보여준다. 집에서는 주로 드로잉 정도의 업무를 보고, 30분 정도 떨어진 메인 아틀리에에서 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한다.

헤드쿼터의 리빙룸. 구프람, 모오이, 셀레티 등과 협업하며 지난 20년간 작업한 결과물이 한자리에 모여 살아 있는 포트폴리오이자 생생한 아카이브가 완성됐다. 방문객은 이 공간에서 스타일과 연대가 섞인 스튜디오 욥의 작업 세계를 여행할 수 있다.
오래된 수집가의 집
레노베이션은 공간을 두르고 있는 천장과 벽, 바닥에서 출발했다. “벽지와 타일을 가장 먼저 골랐어요. 각자의 개성이 강한 가구들을 한 공간에 조화롭게 버무리기 위해 더 강력한 비비드 컬러와 패턴에 집중했죠. 그래서 이곳을 찾은 친구들은 컬 러와 패턴에 둘러싸여 사는 것이 괜찮은지 묻곤 해요.” 헤드쿼터 갤러리는 실제 욥 스메이츠의 주거 공간이다. 디자인과 예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려는 것이 스튜디오 욥이 시도해온 방식이라면, 이 공간은 그가 일상에서도 늘 창의적 상상을 펼칠 수 있는 영감 창고다. 한편으론 리빙룸에 펼쳐진 수많은 가구와 아트피스를 보면서 ‘이렇게 작업을 많이 했으니 이제 휴가가 필요해!’라고 느끼기도 하니 약간의 과장을 보태면 그에게 공간은 워라밸을 실현해주는 도구이기도 하다. 평소에는 아틀리에에 나가지 않고 집 사무실에서 드로잉 등 간단한 업무를 본다는 그는 집에서 일하고 운동하고, 저녁에는 주방에서 직접 요리를 해 친구들과 홈 파티를 즐긴다. 메인 주방 반대편에는 음료와 칵테일을 즐길 수 있는 바 형태의 세컨드 키친을 구성하기도 했다. 사무실은 이탈리아 제품 브랜드 알레시의 최고 경영자 알베르토 알레시Alberto Alessi의 공간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했다. 핑크와 그린 컬러를 주조색으로 딱딱하지 않게 연출한 것이 특징. 그가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구리 욕조가 있는 욕실과 테라스다. 테라스에는 1970년대 가스난로를 모티프로 해 청동 히터를 제작해 겨울에도 휴식을 즐길 수 있으며, 욕실 휴지 걸이와 타월 걸이 등도 모두 금속으로 직접 제작했다. 공간 곳곳의 유머러스한 요소도 돋보인다. 평소 스포츠용품이 꼭 못생길 필요가 있을까 반문했다는 욥은 주방 한쪽에 그의 아버지 요한 스메이츠가 제작한 펀치 백 ‘Punch-a-wall’을 장식했다. 침실에 매치한 양면 TV 역시 가전제품도 충분히 위트 있는 오브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공간을 관통하는 가장 주요한 테마는 진지한 유머, #seriousfun입니다. 고독한 현대인을 위로하고 업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일상에 최대한 많은 유머 요소 를 넣고 싶었어요.” 수많은 가구와 아트워크 중에서 가장 아끼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늘 가장 마지막에 구입한 것”이라 답한 욥은 2m 크기의 바나나 조각상 너머에 자리 잡은 ‘탐 웨슬만Tom Wesselmann’(지난달에 픽업한 따끈따끈한 컬렉션!)의 팝 아트 작품을 가장 좋아하는 컬렉션으로 꼽았다. “나에게는 완벽한 집을 완성하기 위해 안락한 소파보다 아트피스가 필요해요. 나를 기록한 컬렉션이 곧 나의 집이요, 집이 곧 나 자신이니까요(I don’t need a comfy sofa area to make a place my home, this is my perfect space. Where my record collection is, that is my home. Home is also a person).” 디자인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지금, 스튜디오 욥이 던지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쓰기 위한 제품 이전에 곁에 두고 싶은 제품을 선택하라. 그리고 언제든 볼 수 있도록 펼쳐두자. 저장고에 물건을 쌓아두고 먼지가 쌓이는 것보다 매일 영감을 얻는 편이 훨씬 의미 있는 일 아닌가!” 그렇게 탄생한 공간에는 분명 자신만의 고유한 생명력이 깃드는 것은 물론이다.

글 이지현 기자 | 사진 제공 스튜디오 욥(www.studiojobgallery.com)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8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