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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사이클 아트 미래를 위한 창조
가치 없어 보이는 것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작가들. 이들의 작업은 수없이 버려지는 일상 물건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한다.

가구 디자이너 문승지
쓰고, 쓰고, 쓰고, 쓰자
지구온난화 등 환경과 관련한 다양한 문제에 직면한 지금, 문승지는 디자이너로서 작업물을 통해 환경문제를 풀어낸다.

계원예술대학교에서 제품 디자인을 전공하고 가구 디자인을 부전공한 문승지는 졸업 작품으로 만든 의자 ‘포 브라더스Four Brothers’를 글로벌 패션 브랜드 코스의 각국 매장에 전시하며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디자인 스튜디오 ‘MUN’과 아티스트 그룹 ‘팀 바이럴스 Team Virals’의 공동대표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쓰고쓰고쓰고쓰자>전
기간 7월 19일부터 11월 3일까지
장소 파라다이스 ZIP (서울시 중구 동호로 268-8)
관람 시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요일 휴관)
문의 02-2278-9856

1200×2400mm 합판 한 장을 사용해 남는 조각 없이 의자 네 개를 만든 포 브라더스.

전시 콘셉트가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는 아나바다 운동의 오마주 프로젝트다. 첫 개인전에 환경문제를 들고 나온 이유는 무엇인가?
2018년은 그간 환경과 관련해 떠돌던 이슈가 전면에 드러난 해이다. 제주도에서 태어나 좋은 자연환경에서 뛰어놀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이렇게 자연을 누리면서 살고 싶다면 우리가 환경과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1980년대 경제난을 해소하기 위해 ‘아나바다’ 를 외치던 생활 속 운동이 떠올라 그 프로세스를 환경과 연관 지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이를 통해 2018년 아나바다는 ‘쓰고, 쓰고, 쓰고, 쓰자’가 된 것이다.

<쓰고쓰고쓰고쓰자>라는 전시명은 직접 지었나?
아나바다라는 개념을 도입하겠다고 생각한 후부터 계속 글씨를 써보았다. 그런데 어떻게 쓰든 ‘쓰다’라는 말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결국 모든 것은 내가 사용할 때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에 전시명으로 사용하게 됐다.

패션 브랜드 코스COS와 아트 협업해 화제를 불러일으킨 첫 작품 ‘포 브라더스’는 합판 한 장을 가공해서 남는 조각 없이 의자 네 개를 만든 게 특징이다. 포 브라더스를 만든 배경은 무엇인가?
처음 공장에 가서 놀란 게 제품이 나오는 만큼 쓰레기가 발생한다는 점이었다. 어떻게 처리하느냐고 물었더니 태우거나 톱밥으로 재활용한다고 했다. 그래서 아예 처음부터 버려지는 부분을 최소화하자는 생각에 이 작품을 만들었다.

이코노미컬 체어도 합판 한 장에서 의자 네 개가 나온다. 포 브라더스와 비슷한 콘셉트인데, 무엇이 다른가?
포 브라더스가 개념적 설명을 위한 작품에 가깝다면, 이코노미컬 체어는 실제 양산할 때를 고려했다. 의자를 대량생산할 때 나오는 쓰레기양도 많지만, 보관하고 운송하는 것에도 많 은 에너지가 쓰인다. 이 의자는 차곡차곡 쌓을 수 있어 작은 공간에 보관할 수 있고, 모두 분리할 수 있어작은 박스에 넣어 운송하기 쉽다.

네이키드 체어는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디자인이 독특하다.
실제 작업실에서 사용하던 소파의 겉을 감싼 패브릭을 다 뜯고 투명한 재질로 감쌌다. 가죽이나 패브릭 아래 숨어 있던 스펀지가 드러나면서 그동안 미처 보지 못한 알록달록한 스펀지의 컬러, 소파의 속 구조가 새로운 아름다움으로 다가왔다. 최소한의 변화로 달라 보이는 디자인적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또한 소파 아래쪽에 사용한 스펀지는 버려진 스펀지를 갈아 만든 재생 스펀지인데, 원래 들어 있던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매일 쓰는 제품 안에도 환경을 위한 소재를 쓰고 있음을 전달할 수 있고, 역으로 생산자는 속이 보이는 만큼 생산과정을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다.

알루미늄 캔이 의자가 되는 과정을 그대로 전시장에 옮겨왔다. 이유가 무엇인가?
캔이 녹아서 가치 있는 무언가가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캔 3백 개가 스툴이 되고, 캔 5백 개가 의자가 되는 것을 보면 캔을 함부로 버리는 일이 덜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앞으로의 작업도 이번 전시의 연장선상에 있나?
제품의 생산과정부터 환경을 생각하는 것은 의미가 있으며, 앞으로 해나갈 작업도 비슷할 것이다. 곧 있을 또 다른 전시에서는 합판 한 장이 조명 등, 의자, 테이블이 되는 가구를 선보일 예정이다. 그리고 친환경 브랜드 나우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기획 중인데, 지속 가능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콘셉트를 구상 중이니 기대해도 좋다.


패브리커 김성조, 김동규
버려진 것에 가치를 부여하다
패브리커는 낡은 사물이나 공간에 자신만의 시각을 더해 버려지는 것도 하나뿐인 작품, 가치 있는 예술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성균관대 서피스디자인과 선후배 사이인 김성조(왼쪽)와 김동규(오른쪽)가 만든 아티스트 그룹이다. 아트 퍼니처 등 오브제부터 공간 전체를 아우르는 공간 설치미술까지 장르를 뛰어넘는 폭넓은 작업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 첫 작품 ‘몬스터’와 ‘워터멜론’ 이후 꾸준한 작품 활동과 더불어 나이키, 코오롱, 설화수 등 많은 브랜드와 아트 협업 프로젝트 및 전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장소 협조 어니언 2호점(070-7816-2714)

영국 빅토리아&앨버트 박물관에 소장된 테이블 ‘결’과 부러진 팔걸이 부분을 에폭시로 연장한 의자 ‘채움’.

성수동의 트렌디한 문화를 이끈 중심에는 카페 어니언이 있다. 어니언의 공간 디렉팅에 이어 이번 미아동에 오픈한 어니언 2호점도 맡았다더니 역시 패브리커만의 공간 구성이 눈에 띈다. 원래 우체국이었다고 하던데?
그렇다. 지금도 카페 바로 옆은 우체국이다. 쉽게 말하자면 우체국에서 공간의 일부분을 임대 형식으로 내놓은 것이다. 우체국은 사람들에게 정보를 실어 나르던 곳인데, 지금은 많이 축소된 사업이다. 그래서 기존 우체국에서 하던 중요한 일인 정보를 전해주던 역할을 어니언이 이어서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커피라는 정보를 모으고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곳도 성수동 어니언처럼 기존 공간이 지니고 있던 요소를 살린 것을 볼 수 있다.
성수동 어니언은 동네 쓰레기로 가득한 폐허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것들을 들어냈을 때 예상되는 매력이 있었다. 여기도 마찬가지로 우체국이라는 공간이 품고 있던 이야기가 좋았다. 편하게 걸터앉게 만든 의자에는 우체국을 철거하면서 나온 벽돌과 라디에이터를 집어넣고, 에폭시라는 소재를 채웠다. 바닥 턱의 깨진 부분도 철거하지 않고 에폭시로 보강했다. 부서진 곳을 치료한다는 개념이었다.

많이 비어 있는 느낌이다. 의도한 것인가?
원래 있던 것 말고는 시선을 끄는 요소를 모두 배제해 공간 자체가 지닌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었다. 대신 빛과 사람으로 채워지도록 했다. 불투명한 창을 사용한 이유는 요즘 사람에게는 보이는 것이 너무 많아 어떤 것에 집중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대상을 적절하게 가려 우리가 보여주고 싶은 것, 이를테면 길가의 초록이나 하늘의 색깔 같은 것만 선택
적으로 보이게 했다.

카페 어니언은 물론 계동의 낡은 목욕탕을 그대로 살린 젠틀몬스터 쇼룸 같은 기존 작업도 옛건물을 보존하면서 현대적 감각을 결합한 것이다. 다 허물고 다시 짓는 게 더 쉽지 않나?
다 부수고 새로 지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는 새로 만들었을 때는 알 수 없는, 시간이 주는 가치라는 게 분명히 있다고 믿는다. 그 매력을 정확하게 전달한다면 새로 만든 것보다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첫 작품 ‘몬스터’는 버려진 의자에 사용하지 않는 자투리 천을 입혔고, ‘결’은 방치된 나무에 천을 이어 붙였다. 업사이클 아트가 작업 방향인가?
그런 건 아니지만, 자꾸 시선이 가는건 사실이다. 패브리커가 추구하는 ‘사물을 다르게 보자’는 작업 방향 때문이 아닐까. ‘몬스터’는 천을 다르게 보자는 데서 시작했다. 그래서 원래 이불이나 커튼으로 쓰는 천을 가구에 접목했다. ‘결’은 상품으로서 가치 없는 부분인 나무의 울퉁불퉁한 테두리에 청바지를 잘라 나이테처럼 붙여 생명을 연장시킨다는 이야기로 풀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사람들이 버리는 물건에 주목하는 것 같다. 업사이클이 외국에서는 예술이 되는 문화이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많이 발전하지 않았다. 그래서 상품으로 판매하기 이전에 문화로 먼저 확산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이런 공간과 작품으로 접근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아트 협업 등 수많은 일로 바쁠 것 같다. 패브리커만의 작업은 어떻게 돼가고 있나?
일반적으로 가치 없게 여기는 재료의 물성을 바꿔서 다르게 활용하는 것을 연구 중에 있다. 테스트하고 있는 게 많은데, 이니스프리와 한 소재 개발 프로젝트도 그중 하나다. 매장을 구성하는 구조체, 집기를 모두 플라스틱 공병을 파쇄해서 만든 테라초를 사용했다. 이처럼 소재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오브제와 공간까지 다루는 영역을 점점 넓히고 싶다.


저스트 프로젝트 이영연 대표
쓰레기로 일상의 물건을 만들다
저스트 프로젝트 이영연에게 쓰레기는 문젯거리가 아니다. 그것은 기호이고 취향이며 영감의 대상인 동시에 매력적인 소재다.

2014년 과자 봉지, 빨대, 플라스틱, 티셔츠 등 버려진 쓰레기로 파우치와 러그 등 일상용품을 만들어 판매하며 시작한 디자인 그룹이다. 쓰레기를 소재로 다른 기관과 협업을 이어가며, 지난 8월 계간지 <쓰레기> 첫 호를 발간해 취향이 되고 작품이 되는 쓰레기를 소개했다.
<쓰레기 집>전
기간 9월 4일부터 10월 31일까지
장소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서울시 중구 명동11길 20)
관람 시간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월요일 휴관, 프로그램 중에는 관람 불가)
문의 070-4242-8702

잡지 <쓰레기>는 정보지가 아니다. 쓰레기를 좋아하는 행위를 서술할 뿐이다. 표지는 버려진 포스터, 마트 전단지 등 파지로 만들어 각각 다르다.

저스트 프로젝트를 처음 안 것은 과자 봉지를 손으로 엮어 만든 파우치, 버려진 티셔츠로 만든 러그를 통해서다. 요즘에는 어떤 일을 하는가?
파우치, 러그 같은 디자인 제품을 기획해서 만드는 게 아주 기본적인 우리의 일이다. 요즘에는 컨설팅과 공간 연출, 전시 연출 의뢰가 많이 들어온다. 작년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에 초대받아 ‘10년 후의 정상’이라는 주제 아래 쓰레기로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풀었다. 페트병으로 만든 원단, 맥주 찌꺼기로 만든 종이 등 업사이클한 소재와 진짜 쓰레기를 모아 판매하는 형식의 퍼포먼스를 벌였다. 그리고 현재 ‘마실’이라는 공간을 연출했고, 전시도 함께 진행 중이다.

오늘 만난 이 공간, 마실에서 진행 중인 전시를 좀 더 이야기해보자.
모델하우스는 일회용 건물처럼 한 번 쓰고 버려져 도심에 흉흉하게 자리하는 경우가 많다. 이곳도 지난 8월까지 분양 사무소로 사용했다. 하지만 비어 있는 기간 동안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하고 싶다는 취지가 좋아서 함께하게 됐다. 모델 룸 중 하나에 ‘쓰레기 집’이라는 주제 아래 일상의 다양한 쓰레기로 소파, 테이블 같은 가구 등 생활 소품을 만들어 평범한 집을 연출했다. 너무 가공하지 않고 투명한 소재를 써 버려진 옷과 인형 같은 쓰레기의 원형을 잘 볼 수 있게 했다.

지난 8월 창간한 잡지 <쓰레기>의 반응이 좋다.
쓰레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탄생한 잡지다. 디자이너로서 쓰레기라는 대상을 흥미롭고 재미있게 풀었다. 나온 지 얼마 안 됐지만 반응이 꽤 괜찮다. 버린 것, 헌 것, 새것 등 쓰레기를 여섯 가지 카테고리로 이름 붙여서 나열했다. 쓰레기가 원래 부정적 단어인데, 다시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쓰레기에 집착해서 환경 운동가로 오해받기도 할 것 같다.
지인들이 ‘쓰레기녀’라고 하는데 그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다. 쓰레기 집하장도 산책 가듯이 자주 간다. 그곳에 가면 쓰레기가 어떻게 버려지고, 처리되는지 알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새것을 살 수 있는데도 버려진 것으로 다시 만드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 오래된 것을 좋아하는 것과 비슷한 취향이라고 하면 이해하기 쉽겠다. 이것은 쓰레기라는 물성에 대한 관심이다. 소재로서 좋아하고, 재미있고, 매력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이런 개념이 더 확장돼 오래된 기술이나 공간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쓰레기에 대한 애착이 자연스레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으로도 연결되긴 하지만, 환경단체처럼 사람들의 윤리 의식까지 건드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

도대체 쓰레기의 어떤 점이 그토록 매력적인가?
대부분 사람들은 제품의 디자인을 먼저 보지 그것이 지니고 있는 스토리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과자 봉지로 만든 파우치도 그 자체에 관심을 먼저 보인 후 과자 봉지로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반전 매력을 느껴 재미있어하는 식이다. 이처럼 쓰레기라는 소재는 그냥 버려질 뻔한 것이 새로운 물건으로 재탄생하면서 지니는 의외성이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지금도 새로운 쓰레기를 찾고 있나?
쓰레기는 미래 소재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쓰레기는 점점 더 많아질 것이므로 그것을 소재화하는 게 불가피하다. 요즘은 플라스틱에 관심이 많은데, 완전히 녹아 새로운 소재로 만들기에 적합하다. 이미 산업체에서는 많은 시도를 하고 있고, 지금은 일상으로 넘어오는 단계로, 사람들에게 더 많이 소개하고 싶어 라인업을 구성중에 있다.

글 김현정 기자 | 사진 이기태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8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