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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플라스틱의 놀라운 변신 묻지 마 태우지 마, 부활할 거야
전 지구적 재앙이 되어버린 폐플라스틱이 이들에겐 소중한 자원이다. 심각한 쓰레기 문제를 널리 알리고, 버려진 플라스틱에 가치를 부여해 새롭게 활용할 방법을 모색하는 국내외 아티스트와 디자이너, 스타트업 기업을 소개한다.

그래픽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아돌포 코레아
우리가 망친 낙원

고통받는 해양 생물을 표현한 파라다이스? 셔츠 패턴. 세계 해양의 날을 기념해 맥주 브랜드 코로나가 후원하고, 디자이너 아돌포 코레아가 패턴을 디자인했다.

바탕색이 서로 다른 셔츠를 입은 모델.

샤프펜슬로 플라스틱 뚜껑을 짊어진 집게를 그리고 있다.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아돌포 코레아.
일렁이는 푸른 물결 속에 온갖 해양 생물이 헤엄친다. 스페인의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아돌포 코레아Adolfo Correa가 디자인한 셔츠 ‘파라다이스 Paradise?’는 여름 해변이나 휴양지에서 즐겨 입는 전형적 하와이안 셔츠처럼 보인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느낌이 완전히 달라진다. 꼬리에 플라스틱 칫솔이 달라붙은 날치는 헤엄치기가 영 버거워 보이고, 집게가 등에 짊어진 보금자리는 소라가 아니라 비좁은 플라스틱 병뚜껑이다. 폐플라스틱으로 고통받는 해양 생물 사이를 우리가 쓰고 버린 일회용 물병과 포크, 맥주캔을 고정하는 플라스틱 링 등이 보란 듯이 떠다닌다. 파라다이스?’ 셔츠 프로젝트는 감각적 일러스트로 스포츠, 뷰티 브랜드 등과 협업해온 아돌포 코레아가 환경문제를 다룬 첫 번째 작업이다. 맥주 브랜드 코로나로부터 세계 해양의 날을 기념하는 한정판 의류의 디자인을 의뢰받은 그는 해양 보호 단체 ‘팔리 포 더 오션Parley for the Ocean’이 전 세계 바다에서 수거한 플라스틱 쓰레기를 가공, 재활용한 원단을 소재로 멀리서 보면 아름답지만 가까이서 보면 바다를 뒤덮은 플라스틱 쓰레기의 끔찍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이중적 의미를 지닌 패턴을 떠올렸다. “우리가 처한 현실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전 세계 모든 바다에 플라스틱 폐기물이 엄청나게 존재하지요. 항공사진으로 보면 낙원처럼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휴양지도 직접 걸으면 곳곳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경험해보았을 이런 문제를 선명하게 드러내고 싶었습니다.” 어렵지만 즐거운 작업이었다. 아돌포 코레아는 충분한 시간을 들여 셔츠의 패턴에 등장할 요소와 각각의 이야기를 만들어냈고, 플라스틱 병뚜껑을 짊어진 집게는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 기도 했다. <토르>로 잘 알려진 영화배우 크리스 헴스워스가 기꺼이 이 프로젝트의 홍보 대사로 나섰고, 세계 해양의 날인 지난 6월 8일 세 가지 색상으로 제작해 출시한 파라다이스? 셔츠는 완전 매진되었다. 셔츠 제작을 후원한 코로나는 더 이상 맥주를 고정하기 위해 플라스틱 링을 사용하지 않는다. “이전에 한 것과 완전히 다른 영역의 작업이었지만,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저만의 시각언어를 성공적으로 적용했고, 심각한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많은 사람에게 알릴 수 있었습니다. 이번 작업을 통해 그래픽 디자이너라는 제 일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글 정규영 기자 | 사진 제공 아돌포 코레아(www.adolfo-correa.com)


정찬부 작가
빨대에 생명을 불어넣다

씨앗이 새싹으로 , 꽃으로 발아하는 생명의 에너지를 표현한 작품 ‘피어나다’.

자라나는 식물의 생명성을 담은 ‘Come in to Bloom’. 바닥에 흩뿌려진 빨대 조각은 작업하고 남은 파편으로, 생태 순환을 상징한다. 2016년 뷰티 브랜드 프리메라의 생태 습지 프로젝트 출품작.

사물과 세상에 따뜻한 시선을 지닌 정찬부 작가.
멀리서 보면 생동감 넘치는 색에 이끌려 다가가게 되고, 가까이 가서 보면 그제야 플라스틱 빨대 조각을 이어 만든 조형물임을 알고 그 정교한 작업에 감탄하게 된다. 빨대로 자연의 동식물을 만들어온 정찬부 작가는 이번 광주비엔날레에서 평론가와 언론의 호평을 받은 인물. “빨아들이고 내뱉는 데 쓰는 빨대는 현대사회에서 생산한 인공물이지만 생명체의 기본 단위를 닮았다. 자연의 모든 생명체는 흡수와 배출 활동을 하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고밀도의 물질문명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다시금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 질문을 던진다”는 게 그의 출품작 ‘피어나다’에 대한 큐레이터의 설명이다. “2006년쯤이었나, 카페에서 작품을 구상하며 2~3시간 우연히 사람들을 관찰했어요. 그랬더니 사람들이 끊임없이 쓰고 버리는 빨대가 인상 깊게 다가왔지요. 용도나 쓸모를 다한 후 사물, 나아가 사람의 소외되는 그 지점이 쓸쓸하게 다가왔어요.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새 생명이나 다시 쓰임을 연상했지요.” 처음에는 놀이처럼 시작했다. 마치 아이가 레고 블록을 쌓듯 잇다가 풀어 헤치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가장 처음 작업한 건 식물, 그중에서도 산세비에리아다. “산세비에리아는 공기 정화 작용을 하는 식물이지요. 작품을 보는 관람객이나 일반 사람들에게 눈이나 정서를 환기시키는 기능을 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어요.” 이어서 그는 ‘도롱뇽’을 선보였는데, 의도는 이렇다. “도롱뇽은 청정 환경의 바로미터지요. 인간의 편리에 의해 만든 물질이 지구의 생태를 억압한다는 아이러니를 표현했어요.” 이렇게 처음엔 식물로 시작했다가 동물, 그리고 생명을 상징하는 알 혹은 돌멩이로 그의 작업 영역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작품의 형태를 잡기 위해 사용하는 소재도 주변에서 흔하게 구할 수 있는 친숙한 일상용품이다. 플라스틱 용기나 철망, 전깃줄, 실, 나뭇조각 등으로 구조를 잡고 빨대를 잘라 촘촘히 엮는다. 이 작은 빨대 조각을 잇는 작업은 마치 회화에서의 점묘법과 같은 효과를 낸다. 멀리서 보면 매끈한 면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자잘한 입자들이 모여 있다. “거대한 담론도 중요하지만, 사소한 이야기도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개인이 존중받고 또 인간과 동식물, 모든 개체가 더불어 공존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그가 빨대로 작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사회적으로 지금과 같이 ‘플라스틱 퇴출’에 관심이 많지 않았다. 리사이클, 업사이클도 흔한 개념이 아니었다. 하지만 평소 작업실에서 그 흔한 종이컵을 쓰지 않고, 일회용 컵으로 테이크아웃을 해야 할 바엔 아예 마시지 않으며, 반려동물의 처우에 관심이 많은 그의 작업은 어릴 적 청정 자연에서 뛰어놀며 자란 ‘시골 아이’의 자연 친화적 정서가 발현된 것이리라. “기회가 되면 한 공간에 인간의 소모품으로 만든 파라다이스를 설계해보고 싶어요. 그곳은 인간과 자연, 동식물이 수평적으로 더불어 사는 곳이죠.” 글 강옥진 기자 | 사진 이기태 기자


건축 사무소 미니위즈 아서 황 대표
페트병으로 건축하다

페트병으로 만든 에코아크 벽이 LED 조명 빛을 은은하게 발산한다.

나이키의 플라이 니트 에디션 론칭을 축하하며 설계한 중국 베이징의 페더Feather 파빌리언 전경.

에코 솔루션 건축가로 촉망받는 아서 황.

페트병으로 만든 폴리브릭을 활용한 샹들리에.
사진 속 건축물의 모습은 얼핏 공상 영화에서 만날 법한 미래의 빌딩처럼 느껴진다. 우리가 흔히 만나던 불투명한 벽이 아닌, 내부에서 희미하게 빛이 새어 나오는 투명한 벽. 그런데 놀랍게도 이 건축물은 미래가 아닌 현재 존재하는 것이요, 소재는 믿기 힘들겠지만 페트병이다. 그것도 사람들이 쓰고 버린 도심의 쓰레기! 하버드 대학과 코넬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한 대만 건축가 아서 황Arthur Huang이 페트병으로 지은 첫 번째 건물은 2010년 타이베이 국제 식물 박람회를 위한 ‘에코아크Ecoark’였다. 무려 30m 높이의 이 건축물을 짓는 데 사용한 페트병은 1백50만 개. ‘어마어마한 양의 쓰레기를 리해준 셈이군!’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겠지만, 알고보면 페트병으로 지은 건축물은 재활용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오늘날 건물들이 건축 그리고 지은 후에 운영을 하며 배출하는 탄소 발자국은 전체 40%를 차지하죠. 그래서 빌딩의 생활 주기에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해서는 제작 단계에서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는 소재를 사용해야 한다고 믿었어요. 유리, 알루미늄, 스틸, 콘크리트 등을 제조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전등이나 히터, 에어컨 등의 에너지를 절약함으로써 줄일 수 있는 양보다 훨씬 많거든요.” 그가 개발한 페트병으로 만든 벽돌, 즉 폴리브릭은 정육면체가 촘촘히 지탱하는 벌집 구조에서 영감을 얻었다. 연약한 페트병의 골격 역할을 하는 모듈로서 어떠한 화학적 접착제 없이도 견고하게 맞물리는 것. 투명하고, 자연 단열 효과가 있으며 화재ㆍ태풍ㆍ지진 등 자연재해에도 견딜 수 있을 만큼 내구성이 뛰어나다. 또 방음 효과가 탁월하고, 자연 채광이 좋아 낮 동안 전기를 아낄 수 있다는 것도 친환경 포인트. “무엇보다 유리나 스틸로 벽을 세웠을 때보다 건축비 절감은 물론, 탄소 발자국을 극적으로 절감해주죠!” 그가 이끄는 미니위즈Miniwiz는 대만 타이베이와 독일 베를린, 이탈리아 밀라노에 지사를 두고 있을 만큼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기업의 친환경 프로젝트에 단골 파트너로 활약 중이다. 나이키와 스페셜 에디션으로 디자인을 선보이는가 하면 상하이 나이키 매장을 짓고, 최근에는 중국 톈진에 배우 성룡의 스턴트맨 트레이닝 센터를 설계하기도 했다. 나아가 페트병으로 만든 벽은 건물 외관뿐 아니라 실내 내벽으로도 활용할 수 있고, 샹들리에로도 선보이는 중. “플라스틱의 수요는 늘고 또 함부로 폐기하는 무책임한 순환이 반복되는 가운데, 미니위즈가 조금이나마 희망 사례가 되면 좋겠어요.” 평소 안전하고 효율적이면서도 지속 가능한 친환경 건축에 관심이 많았다는 아서 황. 그의 꿈은 뭘까? “지속 가능한 솔루션에서 세계적 혁신가가 되고 싶어요. 3R, 즉 줄이고(reduce), 재활용하고(recycle), 다시 쓰고(reuse)를 통해서요!” 글 강옥진기자 | 사진 제공 미니위즈(www.miniwiz.com)


디자이너 듀오 더 뉴 로
우리 곁에서 오래오래


프린트 유어 시티! 프로젝트에서 만든 최초의 공공시설, XXX 벤치. 두 명이 흔들의자처럼 앉을 수 있고, 100% 재활용 가능하다.

재활용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고, 수리와 설계 변형이 자유로운 3D 프린팅은 폐플라스틱을 재생하는 유용한 방법이다.

더 뉴 로를 설립한 디자이너 듀오, 포테이니 세타키와 파노스 사카스.
“오래 지속하도록 만든 플라스틱을 일회용 포장재로 사용하고 버리는 것이야말로 실패한 디자인입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을 기반으로 재생 소재 전문가 파노스 사카스Panos Sakkas와 3D 프린팅 디자이너 포테이니 세타키Foteini Setaki가 설립한 더 뉴 로The New Raw 는 재생 플라스틱이라는 새로운 재료(the new raw material)를 활용해 한 번 쓰고 버리는 현재의 잘못된 활용 방식에서 벗어나 오래 지속하는 플라스틱 본연의 성질대로 쓰는 방법을 고민하는 디자이너 듀오다. 버려진 플라스틱 포장재를 공예와 3D 프린팅 등에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디자이너와 일반인에게 알리는 워크숍을 홍콩과 그리스 시로스,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등에서 개최하며 교육 활동에 치중하던 그들. 디자이너로서 자신의 비전을 본격적으로 실현한 것이 도시에서 수거한 폐플라스틱을 대형 3D 프린팅의 재료로 활용해 공원 벤치 등 공공 시설물을 만드는 ‘프린트 유어 시티Print Your City!’ 프로젝트다. “간단한 아이디어에서 시작했지요. ‘시민들이 3D 프린팅으로 자기가 버리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활용해 자기가 사는 도시를 디자인하면 어떨까?’” 두 디자이너는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수거한 플라스틱을 분해해 3D 프린팅에 쓰는 필라멘트로 만들고, 대형 3D 프린터로 ‘XXX 벤치’를 제작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원 곳곳에 배치했다. “암스테르담 시민 한 명이 한 해 평균 23kg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버립니다. XXX 벤치 두 개를 만들 수 있는 양이지요!” 길이 150cm, 높이 80cm로 두 명이 앉을 수 있는 XXX 벤치는 일반 공원 벤치와 달리 유선형으로 디자인해 서로 반대 방향으로 앉거나, 같은 방향을 보고 앞뒤로 움직이며 즐기는 것도 가능하다. 말 그대로 쌍방향(interactive) 디자인! 공원을 찾는 시민들이 XXX 벤치에 앉아 웃고 즐기며 재활용에 참여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한 배려다. 더 뉴 로의 두 디자이너는 현재 그리스 제2의 도시 테살로니키에 지역 쓰레기를 활용한 새로운 공공 시설물을 설계하고 있다. 암스테르담 시청사 앞 유서 깊은 벤치를 3D 프린팅으로 새로 설계하는 프로젝트 역시 진행 중. 더 뉴 로는 각 도시에 어울리는 공공 시설물을 디자인하고 그 3D 프린팅 설계도를 공개하는 방식으로 프린트 유어 시티! 프로젝트를 널리 확산할 계획이다. 이들은 재활용 과정 중 발생하는 온실가스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3D 프린팅이 플라스틱을 재생하는 가장 친환경적 방식이라고 주장한다. 바다와 토양, 공기를 오염시키던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가 우리 곁에서 공공시설로 사랑받으며 유용하게 오래 쓰이는 미래. “좋은 디자인이 더 나은 환경을 만든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습니다”라는 평범한 이야기가 이들의 활동과 겹쳐 무척 참신하게 들린다. 글 정규영 기자 | 사진 제공 더 뉴 로(thenewraw.org)


플리츠 마마 왕종미 대표
페트병 열여섯 개로 가방을 만들다


독특한 주름 디자인이 특징인 플리츠 마마 가방. 고온 열처리나 화학 처리로 만든 인위적 주름이 아니라 원단을 편직하며 구조적으로 구성한 주름이기에 시간이 지나도 펴지지 않고 세탁 후에도 원형을 유지한다.

접으면 부피가 작아져 휴대하기 편리하다.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왕종미 대표.

오늘날 업사이클링 개념의 패션 아이템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지난 몇 년 간 많은 브랜드에서 꾸준히 선보여왔다. 하지만 대부분이 상품성보다 가치에 호소한 게 현실인 반면, 플리츠 마마는 무엇보다 매력적 디자인과 실용성으로 승부한다. 그게 가장 돋보이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친환경 아이템 하면 누런 배냇저고리 같은 색감과 미니멀한 디자인이 떠오르지 않나요? 저는 그러한 편견을 깨고 싶었어요. 예뻐서 샀더니 의미도 좋다는 반응을 이끌어낼 만큼 상품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겼지요” 라고 말하는 왕종미 대표의 생각은 옳았다. 지금까지의 업사이클링 패션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플리츠 마마가 폭발적 인기를 얻는 걸 보면 말이다. 브랜드 공식 론칭 이후 한 달간 무려 4천여 개가 판매됐고, 불과 석 달도 되기 전에 패션 대기업, 호텔, 화장품 기업 등에서 협업 제안이 밀려오고 있다. 아무리 의도가 좋은 창작물이어도 소비자가 구매해 경제 흐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사업을 지속할 수 없을 터. 왕 대표는 ‘잘 팔릴 만한’ 전에 없는 새로운 아이템을 고민하다가 수 년간 니트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한 경력을 바탕으로 ‘니트 기법으로 짠 가방’을 떠올렸다. “니트는 매우 고차원의 의류 제작 기술이에요. 일반적으로 패브릭으로 가방을 만들면 재단하고 남는 건 버릴 수밖에 없는 반면, 니트 기법으로 짜면 마지막 매듭 후 남은 자투리 실만 부산물로 버려지거든요.” 실제로 플리츠 마마 백은 제로 웨이스트 디자인의 결과다. “패션 디자이너로 오래 일하다 보니 수없이 버려지는 폐기물들을 보며 죄스러운 마음이 들곤 했어요. 이탈리아에서 수입한 양질의 원단도 버리자니 아깝고 가지고 있자니 보관할 곳도 없어서 발을 동동 구른 적도 있고요. 자연스럽게 제로 웨이스트 디자인 철학에 관심을 갖게 됐지요.” 원래는 남은 울이나 재생 울로 만들려고 했단다. 하지만 그러한 소재를 수거해서 상품을 내놓기엔 수량이 너무 한정적이었다. “이 원사 조금, 저 원사 조금으로 만들다 보면 동네 공방 수준밖에 안 될 것 같더라고요. 그러다 우연히 페트병으로 만든 리젠 원단을 찾았죠.” 원래 리젠은 합성섬유 메이커 효성 그룹에서 만든 리사이클 폴리에스테르 원사로, 폐페트병의 유용 성분을 추출해 재활용하는 기술을 적용해 이산화탄소 배출과 쓰레기 매립량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석유 자원을 절약하는 친환경적 소재. 플리츠 마마 가방 하나에 500ml 페트병 열여섯 개에서 추출한 리젠 원사를 사용한다. “매력적인 친환경 제품이 지속적으로 잘 팔린다면 대기업에서 투자할 것이고, 나아가 시장이 성장할 거라 믿어요.” 가방 다음은 앉았다 일어나도 구김이 없는 바지를 구상 중이며, 점차 의류를 넘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확장해나갈 계획이라는 플리츠 마마의 미래가 더 기대된다. 글 강옥진 기자 | 사진 이창화 기자


테라사이클 한국지사 홍준형, 강윤정 매니저
쓰레기는 없다

테라사이클 한국 지사가 수거한 칫솔로 제작한 화분과 차량용 방향제 통을 재활용한 어린이용 반사경.

테라사이클에서 수거한 폐기물 대부분은 새로운 플라스틱 제품을 만드는 원재료가 된다. 담배꽁초를 압착한 공업용 팔레트 견본과 폐기물로 만든 3D 프린터 필라멘트와 플라스틱 알갱이.

테라사이클 한국 지사 강윤정, 홍준형 매니저.
단일 품목으로 전 세계 해변에서 가장 많이 수거되는 쓰레기는 담배꽁초다. 연간 소비되는 담배는 5조 5천억 개비에 달하며, 그중 3분의 2가 길가에 버려지고, 그 대부분이 바다와 해변으로 향한다. 그런 담배꽁초에도 플라스틱이 들어간다. “담배 필터는 솜이 아니라 플라스틱입니다. 안경테에 쓰는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라는 물질이지요.” 테라사이클 한국 지사 홍준형 매니저의 설명. 테라사이클은 재활용 불가능한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환경 스타트업 기업이다. 담배꽁초에서 플라스틱 성분을 추출해 재떨이나 운송용 팔레트, 공원 벤치 등으로 재활용하는 식이다. 2001년 프린스턴 대학교에 재학하던 톰 재키Tom Szaky는 ‘폐기물이라는 개념을 없애자’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테라사이클을 설립했다. 처음에는 대학교 동 아리 형태로 학생 식당의 음식물 쓰레기를 지렁이에게 먹여 얻은 배설물로 비료를 만든 후 교내에서 수거한 폐페트병에 담아 월마트, 홈디포 등 대형 유통 체인에 판매했다. 심각한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고민하던 테라사이클은 재활용하기 어려운 물건을 생산하는 제조사의 지원을 받아 자원봉사자와 함께 수거한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방향을 바꾼다. 새로 만드는 것보다 재활용하는 비용이 많이 들 경우 재활용 불가능한 쓰레기로 분류한다. 테라사이클은 그 비용을 제조사로부터 받고, 재활용한 물품을 판매한 수익금은 수거에 참여한 지역사회에 후원하며, 제조사는 환경을 보호하는 브랜드라는 마케팅 효과를 얻는 사업 모델. 현재 테라사이클은 전 세계 21개국으로 진출, 수십억 개의 폐기물을 재활용했다.2016년 국내에 진출한 테라사이클 한국 지사는 작년 9월 서울새활용플라자 개관과 함께 본격적 활동을 시작했다. 아모레퍼시픽과 함께 화장품 콤팩트를, P&G와 함께 칫솔과 분무기 등을 수거해 재활용한다. 모두 플라스틱 쓰레기로 알고 있지만, 사실 일반 쓰레기이거나 재활용되지 않고 소각되는 물품들. 홍준형, 강윤정 매니저는 칫솔 재활용 프로젝트를 가장 보람 있는 일로 꼽는다. “각급 학교에 저희가 직접 가서 구강 건강과 재활용 교육을 진행한 후 수거함을 놓고 가면 학교에서 다 쓴 칫솔을 모아 사무실로 보내오지요. 가장 수거를 잘한 학교에 3D 프린터를 증정하고, 칫솔을 재활용해 만든 화분을 판매한 수익금으로 저소득층 아이 1백 명에게 무료 구강 검진을 해주었습니다.” 테라사이클 한국 지사는 올해 말부터 LG유플러스와 협업해 쓰지 않는 휴대폰과 USB 케이블, 액정 보호 필름 등을 수거해 놀이터의 놀이 기구와 버스 정류장에서 추위를 피할 수 있는 컨테이너 등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공공시설을 만들 계획이다. 이들의 목표는 ‘플라스틱 쓰레기 없는 세상!’. 테라사이클은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물건을 다시 활용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글 정규영 기자 | 사진 이경옥 기자

정규영, 강옥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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