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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플라스틱의 현주소 다음 세대를 위한 대안
플라스틱 없는 삶이 과연 가능할까? 이를 철저하게 실천하는 사람도 있지만, 만만한 일은 결코 아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플라스틱의 대안을 찾고 또 널리 퍼뜨리고자 노력하는 개인과 기업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백과사전에 따르면, 플라스틱으로 만든 최초의 물건은 당구공이었단다. 기존 코끼리 상아로 만든 값비싼 당구공의 대안이었다. 하지만 이따금 폭발하는 단점이 있었고, 이후 연구를 거듭해 지금의 합성수지가 탄생한 게 20세기 초의 일. 당시엔 가볍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신소재의 개발에 모두가 환호했다.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그 플라스틱이 인류를 위협하는 흉기가 될 것이라고 그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오늘날 플라스틱이 문제시되는 이유는 생산할 때부터 환경을 훼손하는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버려진 후 소각하면 오염 물질을 발생시키며, 매립하면 썩지 않아 결국 지구와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데 있다. 그래서 동식물이 죽고, 식량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는 비극적 상황에 처한 것. 어디까지나 후손이 겪을 일이라고, 나 자신과 상관없는 일로 치부하기엔 영 양심에 찔린다. 그렇다고 일상에서 플라스틱을 배제하기엔, 이미 우린 플라스틱에 너무 많이 점령당했다. 플라스틱 없는 삶의 불편함을 견디려면 굳은 신념이 필요하다. 차라리 대안 플라스틱을 찾아 사용하는 게 최선의 방법일 터.

전분과 셀룰로오스 등 천연 소재로 만든 생분해성 비닐로, 매립 시 90일 안에 완전히 분해되며 소각해도 유해 물질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차를 마실 때 티백을 걸어놓을 수 있도록 작은 홈을 만든 디자인이 돋보이는 에코준 컴퍼니의 옥수수 전분 플라스틱 오리지널 그린 컵.
바이오 플라스틱, 어떻게 진화하나
인류가 플라스틱의 폐해를 자각한 이후, 오늘날 그 대안 물질인 바이오 플라스틱에 대한 연구는 점점 활기를 띠고 있다. 흙이나 물속 미생물에 의해 완전히 분해되는 바이오 플라스틱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고 현실화한 건 30년이 채 되지 않을 만큼 최근의 일이며, 지금도 현재진행형. 그 짧은 역사 속에서나마 진화 과정을 살펴보자면, 가장 최초의 바이오 플라스틱은 옥수수전분으로 만든 PLA(Poly Lactic Acid)다. 폐기 시 100% 생분해되는 재질로,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비판적 시선도 있다. 작물을 재배할 때 온실가스를 비롯해 화학비료와 살충제 등 만만찮은 환경 파괴가 일어난다는 점과 빈국에서 주식이기도 한 옥수수를 플라스틱 재료로 전용하는 게 옳은가 하는 윤리적 문제가 제기되는 것. “그러한 한계에 대한 여론은 현재 기득권층인 플라스틱협회의 공격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PLA가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플라스틱을 쓰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요? 최고로 가기 위해 중간 단계라고 생각해요.” 어느 환경 실천가의 의견이다. 옥수수 플라스틱의 단점을 보완한 2세대 바이오 플라스틱 원료는 사탕수수나 대나무 같은 나무껍질이다. 옥수수처럼 윤리적 문제가 없지만, 산림 파괴나 토양 침식 같은 문제가 뒤따르는 건 마찬가지. 그다음 원료로 떠오른 것이 바로 조류다. 녹조·갈조류부터 미역, 다시마까지 원료를 싸고 쉽게 구할 수 있으며, 기르는데 품이 많이 들지 않는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옥수수를 기를 때처럼 비료를 뿌리거나 물을 공급할 필요도 없다. 다만 아직 기술의 한계도 있고 상용화나 제품을 다양화하는 데도 장벽이 많다.

아디다스가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로 제작한 러닝화 ‘아디다스 울트라 부스트 팔리’.

농업 폐기물에 버섯 균사체를 섞어 틀 안에 넣고 키워 만들어낸 혁신적 생분해 포장재.

사탕수수 추출 바이오 플라스틱을 주원료로 한 이케아의 이스타드 위생 봉투.
생각 있는 기업의 의미 있는 변화
최근 현대인에게 플라스틱의 폐해에 대해 경종을 올린건 스타벅스의 ‘플라스틱 빨대 철수 선언’의 영향이 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대중의 사랑을 받는 상품을 생산하는 기업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은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데 크게 기여한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5년 내 매장에서 모든 플라스틱 제품을 퇴출하겠다고 밝힌 이케아의 선언도 반갑다. 실제로 올 초엔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바이오 플라스틱을 주원료로 사용한 이스타드 지퍼백을 출시했으며, 그 밖에도 지속 가능한 생활을 누리도록 플라스틱, 목재 등 다양한 재활용 소재를 활용한 친환경 주방 가구 도어 및 의자를 선보였다. 아디다스는 해양 환경보호 단체 팔리와 함께 바다에서 수거한 폐그물을 재활용해 만든 운동화를 지난해부터 선보이고 있다. 아디다스×팔리Adidas×Parley의 ‘퓨처크래프트 바이오패브릭’ 운동화는 유전자 조작한 박테리아를 발효시킨 ‘바이오스틸Biosteel’이라는 섬유로 만들었는데 특수 용액에 닿으면 분해된다. 또 코카콜라는 페트병 원료의 30%를 식물에서 가져온 ‘플랜트 보틀’로 점차 바꾸고 있다. 한편 온라인 쇼핑이 대중화되면서, 가장 불편한 진실은 포장재의 남발이며, 대부분의 포장재는 가볍고 내구성 좋은 플라스틱 소재라는 점이다. 그런 가운데 버섯으로 병이나 전자 제품을 보호하는 친환경 포장재를 개발한 미국 기업, 에코베이티브Ecovative가 눈에 띈다. 곡식 껍질이나 짚 등 농업 폐기물에 버섯 균사체를 섞고, 이것을 포장재 모양의 틀 안에 넣고 키우면 6일만에 딱딱한 포장재가 완성되는 것. 균사체가 더 이상 자라지 못하게 열처리를 하면 바로 사용할 수 있고, 이는 매립하면 90일 만에 완전 분해된다.


우리가 응원해야 할 국내 그린 기업
현재 바이오 플라스틱 산업이 전 세계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건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안타까운 사실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연구가 활발하다는 점. “최근 필라멘트 원사로 플라스틱을 만들 수 있다는 걸 검증했어요. 하지만 이걸 실행할 지자체를 찾지 못하고 있죠. 이처럼 방안은 있지만 정부나 기업이 선뜻 투자를 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워요.” “안전한 플라스틱에 대한 수요가 아직 베이비업계에 국한되어 있는 게 우리나라 현실이죠. 전반적으로 환경에 대한 윤리적 고민이 해외보다 더딘 게 가장 문제 아닐까요? 수요가 적으니 투자가 적고, 그러니 기술 발전이 더딜 수밖에 없죠. 또 제품 가격은 올라가니 소비자 부담은 더 커지고요.” 현재 우리나라에서 의지와 신념으로 척박한 시장을 개척해나가며 그린 기업을 운영하는 대표들을 만나면서 들은 이야기이다. 결국 국내 바이오 플라스틱 산업의 성장을 위해선 우리의 관심이 가장 필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에코준 컴퍼니

에코준 컴퍼니의 캡슐 물통으로 스타벅스와 협업한 에디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2010년 시작해 탄탄히 내실을 다져온 그린 디자인 기업. 우리나라 기술로 만든 옥수수 플라스틱 소재나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해 일상용품을 제안한다. 차를 마실 때 티백이 컵 안으로 빠지는 불편함을 보완해 티백을 걸 수 있는 V 홈이 특징인 오리지널 그린 컵, 세계에서 쓰레기 밀도가 가장 높은 남태평양의 작은 무인도 헨더슨섬에서 이름을 따온 사무용품 시리즈 등이 대표 상품. 또 대기업과 협업 프로젝트도 진행하며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있다. 기아자동차와 협업해 에어백 원단과 안전벨트를 재사용해 만든 유턴백, 스타벅스와 협업한 퍼블릭 캡슐 물병 등을 선보인 것. 한편 모든 상품 판매 수익금 일부를 아프리카 어린이들의 수인성 질병 치료약과 식수 개선 사업을 위해 기부한다는 것도 큰 특징이다. 또 인쇄와 포장 작업은 장애인에게 맡겨서 자립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이 기업의 착한 행보 중 하나다. www.ecojun.com


아이엠그리너

어쩔 수 없이 일회용품을 사용해야 하는 카페나 기관 등을 대상으로 건강한 PLA 플라스틱을 유통하는 아이엠그리너의 제품들.
어쩔 수 없이 일회용품을 사용해야 할 때 차선책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속 가능한 친환경 테이크아웃 솔루션을 제안하는 신생 기업. “여행을 다니며 늘 의문이었어요. 해외에서는 PLA 플라스틱을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걸까? 무엇보다 PLA 플라스틱을 좀 더 대중에게 유통시키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사업을 시작했지요.” 김은정 대표가 옥수수와 대나무로 만들어 생분해되는 일회용품을 카페 대상으로 유통하는 플랫폼을 만든 게 아이엠그리너다. 또 기존에 대량생산한 제품들이 짧은 시간 내에 소비되고 대량 폐기되는 선형 경제구조를 지속 가능한 천연자원의 선순환으로 자원과 경제가 모두 순환되는 구조로 만드는 데 사업 목표를 둔다. 이를테면 대나무 컵을 수거해서 농가로 보내, 모종을 키우는 기존 검정 플라스틱 포트 대용으로 활용하는 것까지 고려해 상품을 내놓는 식으로 수거와 순환까지 생각한다. www.iamgreener.co.kr


프로팩

캘리그래피를 삽입해 디자인적으로도 매력을 더한 프로팩의 생분해 비닐 봉지.
포장지 생산 전문 기업으로 2011년부터 생분해 비닐봉지를 제작, 옥수수 전분만을 사용하다 실패한 후 계속 연구한 끝에 마침내 2017년 초 새로운 생분해성 필름 제작에 성공하며 최근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환경표지 인증 마크 중에서도 최상위급으로, 생분해성 수지를 의미하는 EL724 환경 인증을 받은 것. 전분, 셀룰로오스 등 천연 소재로 만든 생분해성 수지로 미생물, 토양 등에 의해 분해되는 비닐은 인장력과 강도 등이 화학 합성수지와 90% 이상 동일하며, 단점으로는 2~2.5배 정도 높은 단가와 정해진 색상만 제작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매립 시 90일 안에 완전히 분해되며, 소각 시엔 이산화탄소 발생이 거의 없다. 작가들과 협업해 일러스트와 캘리그래피 등을 삽입해 한층 매력적인 비닐봉지를 선보인다. www.pro-pac.co.kr

글 강옥진 기자 | 자료 제공 아디다스(1588-8241), 아이엠그리너(031-943-4375), 에코준 컴퍼니(070-7629-2104), 이케아(1670-4532), 프로팩(070-7715-9557), Ecovative(ecovativedesign.com)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8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