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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표 건축가 승효상∙65세 절정은 아직 오지 않았다


건축가에게 60대 이후의 삶은 생각의 깊이가 무르익은, 절정으로 향하는 시기다. “건축가는 은퇴 나이가 따로 없어요. 오래 살아야 좋은 건축을 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해요. 경험도 많이 해야 하고, 통찰력도 필요하니까요. 스스로 생각하고 손이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하는 거지요.” 매일 아침 검도를 하는 이유도 그 절정을 위한 준비 훈련이다. 건축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김수근 선생의 ‘공간’에서 일하며 건축에 눈뜨고, 건축사 사무소를 물려받았지만, 그가 남기고 간 30억의 빚도 함께 안는 역경의 순간도 있었다. “공공의 광장에서 자기 자신을 내보이며 인간의 존엄을 이룰 수 있다”는 독일 출신의 여성 철학자 하나 아렌트의 말을 따라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을 지내기도 했지만, 그만큼의 부침도 겪었다. 그래도 돌이켜보면 그의 선택에 좋고 나쁨은 없었다. “젊은데 후회하고 말고 할 게 어디 있어요. 후회, 그 자체가 배움이지요.” 이제 그는 작은 아틀리에에서 오로지 건축만을 위한 삶을 꿈꾼다. 지난여름 다녀온 수도원 기행을 주제로 책도 준비하고 있다. 정신의 젊음을 오래도록 유지하는 비결을 묻자 “스스로 다스릴 수 있는 분노를 항상 마음에 품어라”고 답한다. 자신이 지녀야 할 가치를 찾고,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해 싸우면 정신이 부패할 틈이 없다. 그렇다면 현재 그는 어떤 분노를 품고 있을까? “지금은 뭐 마음이 하도 너그러워져서.(웃음) 공공의 가치를 지향하다 보니, 우리 사회 공공성을 해치는 존재들에 대한 분노가 있지요. 인간의 존엄성을 말살하고, 자기만 잘 살려고 하는 사람들요.”

글 이세진 기자 사진 이기태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8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