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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영옥∙80세 ‘할미넴’은 지금 전성기


“내 나이 스물셋부터 할머니 역할을 했어요. 그땐 연기자 중에 진짜 노인이 없었으니까. 궁여지책으로 그렇게 시작한 게 지금까지 왔지요. 그렇게 노인 역할을 많이 해도 어떻게 나이 드는 게 좋은지는 별로 고민해본 적이 없어요. 그저 주어지는 대로 열심히 했죠. 연기하면서 다른 인생을 많이 살았고, 돈도 좀 벌었고.” 배우 김영옥은 올해만 다섯 편의 TV 드라마에 출연했고, MBC <할머니네 똥강아지>에선 손녀 선우와 함께 리얼리티 예능에도 도전한다. 2년 전 JTBC <힙합의 민족>에선 손주뻘인 힙합 뮤지션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할미넴’이라는 유쾌한 별명을 얻으며 세대 간 소통의 아이콘이 되었다. 여든, 배우 김영옥의 진짜 전성기? “이젠 좀 쉬고도 싶은데 누가 대본을 가져다줘서 읽다 보면 또 ‘이거 나 아니면 안 돼’ 이런 생각이 든단 말이에요. 욕심이지. 나도 알아요. 그래도 드라마 세트장 와서 대사 외우고 연기하면서 ‘오늘 잘됐는데?’ 싶은 생각이 들면 무척 뿌듯하단 말이지. 그런 작은 것들이 행복 아니겠어요?” 방송국 복도를 지나는 사람들이 꾸벅 인사하면 그는 웃으며 꼭 눈을 맞춘다. 스스럼없이 다가와 두 손을 꼭 잡고 안부를 나누는 젊은 스태프도 여럿. 방송국 어딜 가나 가장 연장자인 배우 김영옥은 “아이가 어른에게 잘못하면 용서할 수 있어도, 어른은 그렇지 않다”며 언제나 행동과 마음가짐을 조심한다. “만날 노인 분장을 해서 그랬을까? 난 서른 이후엔 내가 다 늙은 줄 알았어요. 그저 일만 하고 살았지. 그 청춘을 왜 그렇게 늙었다고 생각하며 보냈을까? 찾아오는 후배들에게 그 이야기 꼭 해요. 아직 젊다고. 뭐든지 할 수 있다고.”

글 정규영 기자 사진 이기태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8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