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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가 서희수 부드러움으로 완성한 단단함
유연한 붕대가 흙을 만나 만들어낸 새롭고 자유로운 조형. 작업에 몰입하는 순간을 “붕대와 논다”고 표현하는 서희수 작가는 평안하고 아름다운 작품 속 깊숙이 상실의 경험을 감추어놓았다.

흙물에 담근 붕대를 겹치고 말려서 독특한 형태를 만든 작품의 무게가 상당하다. 서희수 작가는 예전엔 이 까다로운 재료를 극복하고 싶었지만, 재료 본연의 성질을 충분히 받아들인 후엔 재료와 놀면서 작업에 몰입, 즐기는 단계가 되었다.

‘Untitled’, ceramics, 90×73×5cm, 2017
도예가 서희수는 홍익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도예와 공예 디자인을 전공하고, 뉴욕 주립대학교에서 미술치료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뉴욕 새뮤얼 도스키 미술관과 통인화랑, 웅갤러리, 가나아트센터, 관훈갤러리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다수의 그룹전에 참가했다.
예쁜 리본 같기도, 두꺼운 붓질 같기도 하다. 흰 캔버스 위를 자유롭게 가로지르고 흘러내리다 한순간 굳어버린 듯한 색 띠는 부조처럼 제작한 평면 도예 작품이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처를 감싸고 치유를 돕는 얇은 붕대의 조직감이 도자기 표면에 역력하다. 도자기로 만든 붕대? 붕대로 만든 도자기? 도예가 서희수는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수술용 가위, 메스 등 날카로운 오브제를 붕대로 감고, 흙물을 입혀 구워내는 작업으로 시작했어요. 미국 유학 시절이었지요. 당시 가까웠던 지인 두 명이 1년 사이로 세상을 떠났어요. 심리적으로 무척 불안정한 상태였습니다. 죽음과 불안감 등을 주제로 작업하다가 붕대라는 재료를 찾은 거지요.” 친밀한 이의 죽음에 대한 기억과 그리움을 소환하고, 상처와 치유를 상징하는 붕대. 서희수 작가는 작업을 거듭하며 점차 그 직접적 상징을 지워나갔다. “흙물에 담근 붕대를 겹치고 말려서 형태를 만드는 반복적 작업에 몰입하는 경험이 굉장히 큰 충만감을 주었어요. 심리적 불안 상태에서 빠져나오는 데 몰입도가 높은 작업이 도움이 된 것이지요. 갈수록 제 감정이나 경험을 투영하기보다는 붕대라는 재료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그 성질을 최대한 받아들여서 표현하는 데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흙 띠를 감아 올려 제작한 비정형적 입체 작품들은 화려한 색채가 돋보인다. 흙 띠를 자르는 작업에 사용하는, 온갖 가위를 꽂아놓은 작품이 이채롭다.

적당히 말려둔 흙 띠로 형태를 만든다.

가마에 소성한 흙 띠를 이리저리 배치하는 모습.

가마에 들어가기 전, 구부리고 겹쳐 일차적 형태를 완성했다. 흙 안으로 붕대가 비쳐 보인다.
붕대와 놀다
붕대는 매력적 재료다. 뻣뻣하고 쉽게 주저앉거나 갈라지는 흙의 단점을 부드럽게 형태를 유지하는 섬유질로 보완하고, 휘고 꼬고 매듭짓는 등 다양한 유기적 표현을 도운 뒤 가마에 들어가면 도자기의 형태와 표면 질감만 남긴 채 타서 사라진다. 부드러움으로 완성한 단단함. 서희수 작가가 지금처럼 재료의 성질을 자유자재로 활용하기까지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했다. “적당한 강도와 유연성을 지닌 재료를 찾기가 쉽지 않았죠. 원단 판매하는 광희시장 일대 사장님들과 친구가 되었을 정도예요.(웃음) 가마 소성 과정에서 나오는 연기 때문에 작업실도 몇번이나 옮겨야 했고요. 지금 찾은 작업실은 정말 천국이에요!” 가마 소성 과정에 연기를 피워도, 귀가 먹먹할 정도로 크게 음악을 틀어놓아도 아무도 상관하지 않는 ‘천국’ 같은 작업실에서 서희수 작가는 마음껏 몰입하며 작업한다. 그는 이런 작업 과정을 “붕대와 논다”고 표현한다. 붕대 작업에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덜말라 흐물흐물한 상태에선 서지 않고, 지나치게 말라 딱딱하면 형태를 변형하거나 서로 붙일 수가 없다. 흙물을 입힌 붕대 여러겹을 겹쳐 만든 흙 띠의 상태를 수시로 확인하다가 딱 좋은 상태가 되었을 때 휘고 꼬고 서로 붙이거나 잘라 매듭을 감는 등 형태를 만든 후, 가마에서 높은 온도로 구워 작품을 완성한다. 도예 평론가 홍지수는 붕대를 통해 흙이 지닌 한계를 뛰어넘고, 불을 이용해 형태를 고정하는 서희수 작가의 작품을 “순간을 포집하는 흙의 드로잉”이라고 표현했다. 그의 작업은 단단히 고정되어 있지만 흘러내리는 듯 유연하고 자연스럽다. 이러한 형태는 즉흥과 계획을 절충해 완성한 것. 흙 띠를 휘고 구부리고 꼬아가며 만족스러운 형태가 나오면 불에 구워 색과 형태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확인한 뒤, 최종적으로 형태를 완성해 다시 소성한다


흔적처럼 남은 감정
여러 가지 색의 흙 띠를 돌돌 말아 화병처럼 올리는 입체 작업을 주로 했지만, 지난 2014년부터 캔버스나 벽에 부조처럼 붙이는 평면 작업을 시작했다. 9월호 표지작‘Untitled’도 초기 평면 작업 중 하나. “붕대로 만든 흙 띠로 자유롭게 놀면서 작업한 작품이에요. 다만 처음 해본 평면 작업이라 굉장히 힘들게 놀았달까요? 상처를 치유하는 붕대의 의미보다는 그저 예쁜 리본 같은 형태를 보여주고 싶던 시절의 작품이에요.” 대다수 관객이 리본으로 변한 붕대의 아름다운 색과 형태에 감탄했지만, 그중 몇몇은 그의 작품 앞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붕대가 타서 날아간 흔적이 도자기 표면에 남는 것처럼 죽음과 상처, 불안 등 작품에 직접 드러내지 않고 감춰둔 자신의 감정을 알아보는 관객이 무척 고맙다는 서희수 작가. 평면 작업을 지속하며 화려하던 색이 무채색으로 변하고, 벽에 직접 설치하는 대신 흰 캔버스를 바탕으로 표현하는 등 그의 작업은 붕대로 만들 수 있는 무제한의 형태처럼 끊임없이 변화하고있다. 서희수 작가는 올 한 해를 작업의 강박에서 잠시 벗어나 휴식하는 시기로 삼았다. “얼마 전 니키 드 생팔Niki de Saint Phalle의 전시를 봤어요. 화려한 색상으로 여성 신체를 강렬하게 표현한 조각 작품만 알았는데, 초기엔 캔버스에 총을 쏘아 물감이 피처럼 흐르는 평면 작업으로 시작했더군요. 알고 보니 어릴 적 양부모에게 성적 학대를 당한 수치심 속에서 성장하는 등 아픔이 많았더라고요. 하지만 그의 말년 작품을 보면 그렇게 강하고 아름다울 수가 없어요. 작품에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다시 지워나가는 과정을 통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깊이 있는 아름다움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했어요. 작업하는 건 사랑하는 것과 같아요. 가슴이 벅차오를 정도로 감정이 차올라야 좋은 작업을 할 수 있거든요. 지금은 작업을 잠시 멈추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그런 감정을 채우는 단계예요. 가슴이 벅차는 순간, 다시 붕대와 즐겁게 놀아야죠.”


<행복이가득한집>과 MASTERPIXTM가 함께 하는 캠페인
가볍게, 작품 한 점

가장 주목받는 동시대 미술 작가의 작품으로 표지를 꾸미는 <행복>은 특수 유리 전문 기업 코닝Corning에서 제작한 프리미엄 액자 브랜드 마스터픽스와 함께 ‘가볍게, 작품 한 점’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스마트폰 유리에 쓰는 코닝 고릴라 글라스CorningⓇ GorillaⓇ Glass를 들어본 적 있으시지요? 마스터픽스는 충격에 강하고 색과 형태가 변하지 않는 코닝 고릴라 글라스로 만든 프리미엄 액자입니다. 선명한 색채와 고화질로 작품 가치를 오래도록 보존할 수 있는 마스터픽스에 <행복>의 표지 작품을 담았습니다. 얇고 가벼워 어디에나 설치하기 편하지요. 가장 적극적으로 예술을 즐기는 방법, 작품 소장이 그 어느 때보다 부담 없이 가벼워졌습니다. <행복>의 안목으로 고른 작품을 변치 않는 마스터픽스의 선명한 색채로 소장해보세요.


서희수 ‘Untitled’, MASTERPIX
크기  1, 2 61×81cm, 3 60×90cm
가격 1, 2 35만 원 3 45만 원(각각 50점 한정)
구입 네이버쇼핑 아트윈도(swindow.naver.com/art/ home), 스토리샵 전화(080-007-1200)와 카카오톡 친구(M플러스멤버십)

글 정규영 기자 | 사진 김정한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8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