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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른 부모의 교육법 부모는 자녀의 재능을 키우는 정원사다
새로운 사회는 새로운 인재가 필요하고, 그런 인재를 기르기 위해 교육도 변화해야 합니다. 교실 밖에서 배워야 할 것이 더 많아진 시대, 우리는 자녀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요? <행복>은 확고한 교육관으로 스스로 생각할 줄 아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 네 명을 만났습니다.

인도의 교육학자 수가타 미트라 박사는 인도 델리의 빈민가 건물 벽에 구멍을 낸 후 컴퓨터를 설치하고 화면에 구글 검색창을 띄웠습니다. 컴퓨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빈민가 아이들은 곧 인터넷을 익히고, 각종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외국어와 수학ㆍ과학을 배웠지요. 이른바 ‘벽에 난 구멍(Hole in the Wall)’ 프로젝트를 주도한 미트라 박사는 테드TED 강연을 통해 이렇게 결론 내렸습니다.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한다면 누구나 스스로 배울 수 있다.” 세상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의 발달로 지금의 일자리 중 상당 부분이 조만간 사라짐에 따라 대량 실업과 양극화가 사회 이슈가 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가까운 미래에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분야 중 하나가 교육이지요. 지식의 중요성을 강조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21세기의 문맹은 글을 읽고 쓸 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배운 것을 일부러 잊어버리고 새로 배우는 것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학교에서 배운 것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는 시대가 되었고, 그 흐름은 더욱 거세질 것입니다. 초연결 시대, 배움은 학교 교실에서 벗어나 언제 어디서나 가능해질 것이기에 학교와 교사의 역할과 의미도 크게 달라지겠지요. 모든 것이 갖춰진 풍요로운 환경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아이도 있고, 앞서 소개한 ‘벽에 난 구멍’ 프로젝트처럼 최소한의 여건만으로 스스로 학습해나가는 아이도 있다면 미래의 주인공이 될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세상의 변화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재능교육 박성훈 회장은 1977년 재능교육을 설립한 교육 경영인입니다. 세계 최초로 ‘스스로학습법’을 개발하고 널리 보급하기 위해 노력해온 지난 40여 년의 기록을 최근 <스스로학습이 희망이다>라는 책으로 엮어냈습니다. 교육부가 7차 교육과정을 시행하며 ‘자기주도 학습’이라는 개념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이 2000년대 초반의 일. 박성훈 회장은 30년을 앞서 스스로학습법을 창안한 셈이지요. 그는 부모를 ‘재능나무를 키우는 정원사’로 정의하며 자녀 교육에서 부모의 역할을 강조합니다.

“영국의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은 ‘인간은 내면의 힘에 따라 스스로 자라는 나무와 같다’고 말했다. 부모는 재능의 씨앗을 발견하여 큰 나무로 키우는 정원사라는 믿음을 가지고 아이의 교육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중략) 인류의 교사로 칭송받는 페스탈로치는 ‘가정은 교육의 터전이다’라고 강조했다. 가정은 유치원보다 먼저 입학해서 대학보다 늦게 졸업하는 평생 학교다. 학부모는 첫 스승이자 평생 스승이다.” _<스스로학습이 희망이다> 중에서

자녀의 평생 스승인 부모는 최초의 재능 발견자이기도합니다. 부모는 아이가 어느 분야에 흥미와 호기심을 보이는지 항상 관심을 갖고 관찰해야 하지요. 하지만 박성훈 회장은 “부모의 지나친 간섭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부모가 새로운 것을 찾아주고 도와주면 당장은 자신감이 높아지겠지만, 이를 지나치게 오래 지속하면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할 수 있습니다. 알맞은 학습 환경을 만들고 지켜보며 아이가 실수하거나 실패했을 때 만회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노력을 칭찬해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입니다.” 아이가 스스로 흥미를 느끼고, 점점 발전하는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면서 비로소 잠재된 재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미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와 있는 인공지능 시대, 박성훈 회장은 “이들과 대결해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재능은 사고력과 창의력”이라고 단언합니다. 인공지능 기계는 딥러닝과 머신러닝을 통해 스스로 학습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지요. 따라서 단순 계산은 물론, 지식 습득과 데이터 분석 등도 인간이 기계를 따라갈 수 는 없습니다. 없는 것을 상상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사고력과 창의력을 통해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 답을 찾아나가는 사람이 미래 사회가 원하는 인재일 겁니다. <행복>은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과 교육관으로 스스로 생각할 줄 아는 아이를 키우는 네 명의 부모를 소개합니다. 이들은 동양과 서양, 고전과 첨단의 지혜를 결합해 코딩과 인문학, 명상을 자녀 교육에 적용하고(최선재 플라톤 아카데미 총괄실장), 많은 부모가 꺼리는 게임을 통해 아이와 소통하며(박성준 GPM대표), 오랜 회사 생활을 통해 익힌 노하우를 바탕으로 자녀가 직접 자신의 생활을 계획하게 하거나(김경화 <오늘부터 강한 엄마> 저자), 방학 때마다 아이와 함께 한 도시를 장기 여행하며 낯선 일상을 경험합니다(조인숙 일러스트레이터이자 핸드메이드 작가). 이들의 이야기가 우리의 교육관을 점검하고 시야를 넓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부모는 아이의 첫 스승이자 평생 스승이니까요.


도움말을 해준 박성훈 회장은 올바른 교육 환경만 주어지면 누구나 창의적 인재로 변화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스스로학습법을 개발했습니다. 고려대 상과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브릿지포트대학에서 MBA를 취득했으며, 고려대 대학원에서 교육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1991년부터 전국 재능 시 낭송 대회를 개최해 시 낭송 보급에 앞장섰으며, 그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시인협회로부터 명예 시인으로 추대되었습니다. 저서로 <스스로학습이 희망이다> <재능은 스스로 키우는 사람의 몫이다> 등이 있습니다.

글 정규영 기자 | 일러스트레이션 손정민 | 캘리그라피 강병인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8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