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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강한 엄마> 저자 김경화 팥쥐 엄마, 아이의 꿈이 되다


참 착하고 순한 아이였다. 나이 마흔여섯에 재혼해서 얻은 열한 살 딸아이. 그런데 함께하는 시간이 거듭될수록 착한 줄만 알았던 아이에게 하나둘 문제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없었고, 꿈이나 하고 싶은 일도 없었다. 4학년 학기말고사를 이틀 앞둔 날까지 시험이 있는지 몰랐다고 할 만큼 공부는 뒷전이었고, 영어 유치원 2년을 포함해 6년 가까이 영어를 배웠지만 유아용 영어 동화책 <신데렐라>조차 제대로 읽지 못했다. 김경화 씨의 이야기를 들은 남편은 믿지 못하며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보라고 하더니 야단을 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이의 잘못이 아니었다. “그땐 제가 ‘팥쥐 엄마’가 된 것 같더군요. 아이가 양육은 잘 되었지만, 교육이 되지 않은 거였죠. 교육이라는 측면에서 관리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미 키가 훌쩍 커 눈높이가 엄마와 비슷한 아이였다. 김경화 씨는 마음이 급했다. 그는 ‘강한 엄마’가 되리라 결심했다. 신입 사원으로 입사한 무역 회사에서 30년 가까이 일하며 부사장까지 역임한 김경화 씨는 수많은 후배를 나름의 방식으로 체계적으로 교육해왔다.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편식과의 투쟁’이었다. 아이가 먹기 싫은 것을 세 가지만 꼽도록 하고, 나머지는 상에 올라온 음식이 무엇이든 다 먹기로 약속했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경우 맨밥에 간장만 주기도 했다.

다음은 젓가락질이었다. 젓가락질을 어려워하는 아이에게 며칠이고 계속 반복 연습을 시켰다. 하루는 메추리알을 삶아 그릇에 담고 젓가락으로 다른 그릇에 옮겨 담게 했는데, 간신히 마지막 메추리알을 옮긴 아이를 엄마는 다시 다그쳤다. “옮긴 거 다시 원래 그릇으로 옮기자.” 아이는 한숨을 푹 쉬더니 훨씬 수월하게 메추리알을 옮기고는 씩 웃었다.

“스스로 대견해하며 웃는 아이 모습을 본 순간 정말 기뻤습니다. ‘내가 잘못하고 있는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그때 처음 했어요.” 그렇게 김경화 씨는 아이의 잘못된 생활 습관을 하나하나 바로잡았다. 개선해야 할 아이의 나쁜 습관을 리스트로 만들어 점수를 매겨서 그 결과를 토대로 매주 용돈을 주었다. 그리고 용돈 기입장을 만들어 수입과 지출을 기록하고, 수입의 일정 금액은 반드시 저금하도록 했다. “회사에서 하는 대로 영수증도 첨부합니다.(웃음)” 고3 수험생이 된 지금까지도 김경화 씨는 아이의 용돈 기입장을 종종 확인한다.

하와이 여행을 떠난 모녀. 김경화 씨는 수능 시험이 끝나면 딸에게 가장 먼저 배낭 여행을 권하려 한다.
아이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처음엔 “아이에게 너무 사감 선생처럼 군다”고 투덜대던 남편이 아이의 달라진 모습에 감탄할 정도였다. 초등 3학년 때 처음 본 아이를 기억하는 6학년 담임선생님은 놀란 얼굴로 이렇게 물었다. “지연이(가명)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예요?” 미술, 요리, 음악 등을 시켜봤지만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던 아이는 겨울방학 때 보낸 영어 캠프에서 처음엔 바닥 수준으로 시작해 3주 후 성적 우수상까지 받았다. 성취감과 자신감을 얻은 아이는 그 후로 성적이 떨어지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그때부터 김경화 씨는 아이가 중학교 졸업할 때까지 매주 영어 단어 쪽지 시험을 보았고, 아이는 외국어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김경화 씨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오늘부터 강한 엄마>라는 책을 펴냈다. 처음 쓴 책이지만 자신의 성격처럼 체계적이고 똑 부러진다. 어쩌면 김경화 씨의 사례는 누구나 아이를 키우며 한두 번쯤 시도해보는 일이다. 하지만 대부분 끝까지 못하고 중간에 포기하고 만다. 그는 자신의 비결을 “목표와 책임 의식”이라고 말했다. 명확한 목표를 세워 아이의 미래를 체계적으로 계획했고, 한번 세운 원칙은 바꾸지 않았다. 아이는 고3 수험생이 된 지금도 화장을 전혀 하지 못하고, 집에 있는 노트북의 암호도 모른다. 그리고 착하고 순하기만 하던 아이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무역 회사에서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커리어 우먼이라는 꿈을.


‘강한 엄마’ 김경화가 아이를 칭찬하는 방법
1 결과보다는 과정을 칭찬한다. 성적표를 받아와도 점수 자체보다는 준비 과정과 태도를 평가한다.
2 작은 것까지 관찰해 이야기하되 지나치게 칭찬하지 않는다. 사소하지만 잘한 일을 슬쩍 지나가듯 이야기했을 때 아이의 뿌듯한 표정이 따라온다.
3 아이의 이전과 지금을 비교해 칭찬한다. 자신이 노력한 결과로 변화했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한다.


글 정규영 기자 | 사진 이기태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8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