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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 게임 플랫폼업체 GPM 대표 박성준 하이파이브에 담긴 진심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한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은 가상현실(VR) 게임 속 세계에 탐닉하는 미래의 젊은이들을 그린 SF 영화다. 남루한 현실을 피해 찬란한 가상현실에 몰입하던 그들은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게임과 현실을 모두 바꾼다. GPM 박성준 대표는 자타공인 ‘게임 박사’다. 어릴 때부터 줄기차게 게임을 해온 그는 학생 시절부터 게임을 만들었고, PC 온라인 게임과 모바일 게임을 거쳐 VR 게임을 개발하다가 지금은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는 테마파크 ‘몬스터 VR’를 운영한다. 작년 여름 인천 송도에 처음 문을 열었고, 얼마 전엔 삼성동 코엑스에 두 번째 공간을 오픈했다. 박성준 대표는 열네 살 남자아이의 아빠다. 많은 부모가 질색할 이야기겠지만, 그는 주로 아이와 함께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스마트폰 모바일 게임은 블루투스로 연결해서 함께 하고, 온라인 게임도 한다. 이렇듯 아이와 게임을 하면 좋은 점을 물었더니 오는 길에 생각했다며 이렇게 이야기한다.

“부모와 자식이 진심으로 기쁘게 손바닥을 마주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요? 게임을 하면서 아이와 하이파이브를 자주 합니다. 게임은 정해진 규칙 아래서 팀을 이뤄 주어진 목표를 완수하는 것입니다. 함께 호흡을 맞춰 좋은 결과가 나오면 기쁘고 성취감도 느끼죠.”

컴퓨터에서 리셋reset 버튼을 누르면 모든 것이 초기화되는 것처럼 현실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리셋 증후군’과 게임 이용자 사이의 욕설 등 그 폐해가 널리 알려진 온라인 게임. 박성준 대표는 오히려 그런 환경도 자녀 교육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불쾌한 말이나 욕설을 듣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와 아들도 그런 일을 당한 적도 있고, 아이가 흥분하는 때도 있지요. 저는 얼굴이 안 보여도 매너를 지켜야 한다고 이야기해줍니다. 온라인 게임업체에선 그럴 때 조치를 하는 방법을 마련해놓습니다. ‘신고’ 버튼이 대표적이지요. 신고당한 사용자는 불이익을 받고요. ‘신고 버튼을 눌러. 그게 가장 센 복수야’라고 아이에게 말해줍니다.” 어른에게 술을 배우는 것처럼 아버지와 게임을 하며 문제가 발생할 소지를 줄일 수 있다는 이야기. 또래보다 운동을 잘하는 아이가 야구에 흥미를 보였을 때 박성준 대표는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필요한 장비를 새로 구입했고, 선수 출신 코치를 고용해 일대일 과외를 시켰다. 대회에 참가한 아이는 홈런을 치기도 했다. 아들의 활약에 신이 난 박성준 대표는 자신의 장비까지 모두 갖추고 사회인 야구를 시작했다. 하지만 “캐치볼하러 가자”는 그의 말에 아이는 심드렁하게 “친구랑 자전거 타러 갈래요”라고 답하더니 어느 순간 야구에 흥미를 잃어버렸다. “지나친 것도 해가 될 수 있더군요. 좋은 게 좋은 줄 모르는 거죠. 지금은 아이가 자신의 재능과 흥미를 찾을 때까지 지켜보는 중입니다. 물론 부모 입장에선 견디기 어려운 과정이지만요.”

‘마인 크래프트’에 나오는 캐릭터 모양 인형을 뒤집어 쓴 려운. 박성준 대표는 새로운 VR 게임을 서비스하기 전, 아이가 가장 먼저 플레이해보도록 한다.
게임에 미쳐 장롱에 TV와 게임기를 갖고 들어가 밤을 하얗게 지새우던 그는 게임에 몰두하는 자녀가 고민인 많은 부모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그냥 질릴 정도로 하도록 놔둬보세요. 하지 못하게 하니까 욕구가 더 치솟는 거예요. 게임도 계속하면 질리거든요. 저는 특이한 경우였죠. 만약 그 정도로 한다면 게임으로 뭐든 할 수 있을 거예요. 많이 하면 늘고, 잘하면 성취감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그보다 더 좋은 건 부모가 함께 하는 것. “아이가 게임하고 있을 때 ‘어떻게 하는 거야?’라고 넌 지시 다가가보세요. 게임에 대해 이야기하며 기뻐하는 아이의 얼굴을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게임 좋아하는 아이에게 다른 선물 필요 없어요. ‘캐시질(게임 아이템을 구매하는 것)’이 최고예요. 그날 아빠는 영웅이 될 겁니다!” 게임을 즐기는 아이 덕에 자신의 일에도 도움이 많이 된다는 젊은 아빠 박성준 대표. 아이를 방목하는 아빠를 자처하는 그 역시 결론은 자녀에 대한 관심과 소통의 필요성이었다.


‘게임 박사’ 박성준 대표가 추천하는 자녀와 함께 즐길 만한 게임

마인 크래프트
PC와 모바일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나온 게임. 마치 블록 놀이를 하듯 가상 세계를 만들고 그 속에서 물건을 수집하며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

피아노 타일
클래식곡을 활용한 모바일 리듬 게임. 아이가 베토벤과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등 명곡을 게임을 하면서 자연스레 익힌다.

슈퍼 마리오 시리즈
게임 고유의 재미에 가장 충실히 집중한 게임. 가족이 함께 부담 없이 즐기기에 이 이상의 게임은 없다.

글 정규영 기자 | 사진 김규한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8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