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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라이프스타일 키워드 10 새 시대는 넓게, 다양하게 사고하라
라이프스타일은 동시대의 모든 것을 반영한 흐름이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이해하고 싶다면 시야를 넓히고 다양한 분야를 두루 살펴야 한다. 건축, 그래픽디자인 겸 전시 기획, 인터랙티브 아트 분야의 최전방에서 트렌드를 접하는 디자이너 4인에게 다가올 미래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하는지 물었다.

네리&후 디자인 리서치 오피스 대표 린던 네리
사람과 공간을 ‘잇는’ 건축


상하이와 런던을 거점 삼아 전 세계에서 활약하는 건축・디자인 듀오 네리&후의 린던 네리Lyndon Neri가 주목하는 앞으로의 건축에 대하여.

건축설계를 할 때 결코 타협하지 않는 제1원칙은 무엇인가?
공간과 사람 사이의 ‘관계’. 나는 사람이 공간에 들어섰을 때 받는 느낌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조명등이나 가구의 배치, 소재의 질감 등은 미묘하지만 공간에 들였을 때 분명히 다른 느낌을 내기 때문이다. 또 공간마다 서로 연결되도록 디자인한다.

상하이에서 워터 하우스 프로젝트를 처음 접했을 때 굉장히 인상 깊었다. 재생 건축이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요즘은 어디를 가든 모든 건물이 다 똑같이 생겼고, 심지어 생명력을 느낄 수 없다. 건물은 아주 많은 기억을 담고 있기에 단순히 허물어도 되는 대상이 아니고, 옛 기억을 공유하면서 얼마든지 첨단 기술과 연관 지어 설계할 수 있다.

건축가는 한발 앞서 시대를 고민한다. 지금 가장 큰 고민은?
요즘 인터넷과 기술의 발전을 통해 사회 공유 시스템이 많이 개발되었다.공유 경제의 본질은 서양보다는 동양의 사상에 더 가깝다. 모르는 사람의 자동차를 타고(카 셰어링), 낯선 집에서 잠을 자는(에어비앤비) 것은 어린 시절 친척 집에 놀러 가던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서구권의 디자이너보다 아시아 디자이너가 공유 경제에 대해 더 잘 표현할 것이라 생각한다.

공유 건축을 잘 보여주는 프로젝트가 있는가?
현재 작업 중인 양저우 리조트가 좋은 예가 될 것 같다. 흔히 벽은 요소를 분리하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곳에서는 그리드 형태로 설계한 벽이 길을 대신하며 공간을 안내한다. 그리고 여러 개의 프리이빗한 룸과 공적 공간을 연결함으로써 가치관이 같은 사람이 모여 대화할 수도 있게 해준다.

올해에는 어떤 작업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현재 중국의 농촌 지역에서 지역 주민 센터나 부티크 호텔 등을 만든다. 지역을 보존하고, 재생하는 일은 언제나 가치 있다.

취재 협조 네리&후(www.neriandhu.com)


도무스 아카데미 학장 리네 울리케 크리스티안센
세상을 구하는 디자이너의 공감


밀라노의 정통 교육기관 도무스 아카데미의 학장으로 재직 중인 인터랙션 디자이너 리네 울리케 크리스티안센Line Ulrike Christiansen 교수. 그녀는 다가올 미래 디자이너의 역할과 갖춰야 할 조건에 대해 말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이 디자인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가?
기술을 활용해 사람과 기술, 사람과 공간, 사람과 사람, 공간과 공간 등 서로 다른 두 매체를 잇는 활동을 인터랙션 디자인이라고 하는데, 처음 이 개념이 등장했을 때는 너도나도 기술에 집중한 결과를 보여주려 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기술은 도구로서 활용할 뿐 인간을 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

변화하는 디자인 영역에서 디자이너가 갖춰야 할 역량은 무엇일까?
디자이너는 심미적 부분을 넘어 인간을 중심으로 기술을 이용해 여러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한다. 자동차 산업, 항공 산업, 플라스틱병….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개발한 것이 환경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이 같은 문제를 발견하고 주도적으로 해결책을 도출할 모델을 찾는 것이다. 해결 과정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힘을 모아야한다. 이 과정을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 이라고 부른다.

디자인 싱킹 프로세스의 대표적 사례는 무엇인가?
네덜란드에 사는 16세 소년의 아이디어로 바다를 청소하는 ‘오션 클린 업 프로젝트’. 플라스틱이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는 현상을 안타깝게 여긴 소년의 ‘공감’, 소년의 아이디어를 보고 자발적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한 엔지니어의 ‘기술’, 전 세계에서 자금을 모으는 크라우드 펀딩인 ‘비즈니스’ 이 세 가지 요소가 모여 솔루션을 제시한 사례다.

최근 관심 분야가 있나?
쓰레기를 줄여가며 디자인할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 패션 산업을 예로 들면 불특정 다수를 위해 만든 옷은 대량생산되고, 소진되지 않는 재고를 통해 많은 쓰레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지역의 특징을 세계화하고, 세계적 특징을 로컬화하는 마케팅 개념인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취재 협조 도무스 아카데미(www.domusacademy.com)


다쿠 사토 디자인 오피스 대표 다쿠 사토
‘0’에서 시작하는 디자인


롯데 자일리톨 패키지 디자인부터 일본 NHK 방송국의 디자인 교육 방송 제작까지. 그래픽디자인을 기반으로 분야를 경계 짓지 않고 다채로운 작업을 펼치는 다쿠 사토Taku Satoh가 21세기를 사고하는 힘에 대해 말했다.

최근 몰두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디자인 뮤지엄 ‘21_21 디자인 사이트’의 전시 기획이라고 들었다.
일본에서 시력검사를 할 때 완벽한 시력의 기준을 ‘2.0, 2.0’으로 두고 퍼펙트 아이 사이트perfect eye sight라고 한다. 그보다 더 멀리, 자세히 21세기의 현상을 통찰하겠다는 의미로 설립한 디자인 시설이다. 이 공간을 기획한 패션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와 나를 포함해 네 명의 크리에이터가 다양한 주제로 전시를 기획한다.

전시 기획뿐 아니라 브랜딩 전략, 콘텐츠 제작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해왔다.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면서 고수하는 당신의 철학이 있나?
그렇지 않다. 오히려 나는 스스로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디자인은 다양한 환경 속에서 여러 가지 요소를 이어나가는 일이기 때문에 나의 스타일을 정해놓고 모든 환경에 적용하면 안 된다. 어떠한 일도 같은 환경에서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늘 ‘제로’에서 시작한다.

참여하는 프로젝트만 1백 가지가 넘는다. 제로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쉽지 않을 듯한데?
일을 할수록 경험이 쌓이고, 노하우와 지식이 축적되기 때문에 제로 상태를 유지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웃음).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보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며, 주어진 환경에 맞추고자 하는 것이 제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다.

국제그래픽연맹(AGI)의 회원이다. 지금 국제적으로 미래 디자인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미래에는 인공지능이 디자인 영역으로 침투하지 않을까 불안해하는 사람도 있지만, 오히려 나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디자인이 무엇인지 명확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취재 협조 다쿠 사토 디자인 오피스(www.tsdo.jp)


브로디 어소시에이츠 디렉터 네빌 브로디
중요한 건 끊임 없는 도전 정신!


문자 예술의 거장이라 불리는 네빌 브로디Neville Brody. 타이포그래피를 통해 언어에 메시지를 담고, 브랜드 가치를 전하는 그는 반복을 통해 기본기를 탄탄히 하고, 언제나 창의적이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매번 새로운 타이포 그래피를 선보이는 일이 쉽지 않을 듯하다.
우리는 끊임없이 생각하고 질문하고 사고해야 한다. 그리고 어떠한 것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스스로 신념을 지녀야 한다. 실패해도 괜찮다. 그로 인해 배울 수 있고, 새로운 가능성을 얻을 수 있으니까. 예전에 한 음반 회사의 커버를 디자인할 때 로고 방향이 비틀어졌는데, 색다른 이미지가 나와서 클라이언트가 오히려 만족해했다. 약간의 변화는 새로움을 가져온다.

디지털의 변화가 모든 걸 바꿔놓고 있다. 타이포그래피 분야는 어떤가?
나는 디지털의 변화가 새로운 걸 불러온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디지털과 타이포그래피가 결합하면 굉장히 흥미로운 작업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아무 변화도 일어나지 않기도 한다.

디지털 세계에서 타이포그래피를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런던 테이트 모던을 위해 책을 디자인했는데, 훗날 디지털 버전으로 바꾸면서 타이포 그래피를 증강 현실에 적용한 적이 있다. 서체를 블록처럼 확대하고 추상적으로 만들며 하이라이트로 촬영도 했다. 다양한 미디어 채널에서 테이트 모던을 일관되게 어필하기 위한 작업이었는데 굉장히 즐거웠다.

종이 잡지보다 전자 뉴스를 선호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러한 위기 시대에 우리는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할까?
종이 잡지는 오늘날 오브젝트화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개성을 드러내야 한다. 일례로 한 잡지사와 협업해 책 한 권을 서른 가지 커버로 제작하고 전통 서체만을 이용해 기사의 폭을 조절했는데, 소장 가치가 있는 책으로 여겨 인기가 높았다. 디지털 시대에도 우리가 우리의 생각을 어떻게 표현하고, 어떤 아이디어가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취재 협조 브로디 어소시에이츠(www.brody-associates.com)

사진 이기태, 이경옥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8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