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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대학교 간호대학 호스피스연구소 소장 용진선 수녀 영적 돌봄,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길

용진선 수녀는 ‘영적 돌봄’을 알리고 교육하며, 호스피스 병동의 환우들이 존엄한 인생의 마지막을 맞을 수 있도록 돕는다.
인간은 인종과 종교를 불문하고 누구나 영적인 존재입니다. 환자에게 마지막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게 하는 영적 돌봄은 호스피스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으로, 호스피스 완화 의료의 가장 큰 목적이기도 합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출판부에서 2012년 발간한 <헬스케어 영성(Spirituality in Healthcare)>은 현재 ‘영적 돌봄’ 분야의 세계적 표준 교재이자 유일무이한 입문서다. 한국에서는 1, 2, 4, 5권이 발간된 상태이며 3권은 올해 말 출간될 예정이다. 이 책의 한국어판 출간을 이끈 주인공은 가톨릭대학교 간호대학 호스피스연구소장 용진선 수녀. 그는 국내 유일무이한 영적 돌봄 전문가다. 영적 돌봄은 호스피스 분야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고취하기 위한 근본개념으로 호스피스 완화 의료의 목적이기도 하다.

박준양 신부, 김주후 교수, 조재선 교사와 함께 <헬스케어 영성>을 번역 출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가 속한 호스피스연구소는 완화 의료를 양성하는 세계보건기구 협력 센터로 인증을 받았습니다. ‘영적 돌봄의 가이드’를 어떻게 제공할 것인지 연구하고 있지요. 영적 돌봄에 대해 알리고자 번역 출간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종교와 관계없이 호스피스와 영적 돌봄에 대해 관심 있는 그 누구라도 읽어볼 만한 인문서입니다.

‘영적 돌봄’이란 무엇인가요?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그 고통에 응답하는 것이지요. 한 가지 중시할 점은 종교와 관계없이 한 인간의 영혼과 존엄성에 관련한 문제라는 것입니다. 해외 의료계에서도 영적 돌봄이 환자의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2000년도 이후에 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어요.

지난 2013년 세계보건기구의 본부가 있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의료에서의 영성 국제적 합의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20여개국에서 의사, 간호사, 원목자, 교육자, 철학자, 신학자, 사회복지사, 정책 입안자 등 40여 명이 모여 ‘인간은 종교의 유무에 관계없이 누구나 영적인 존재다’라는 합의를 이뤄냈습니다.

의사와 간호사 등 전문 의료 인력이 정서적, 윤리적, 영적 측면에서 환자와 원활히 소통하기 위해서는 어떤 능력 또는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할까요?
대부분의 전문 의료 인력은 환자와 관계에서 기계적으로 일하기 쉽지요. 환자는 병원에 가면 자신이 하나의 인격체가 아닌 ‘고장 난 기계’처럼 취급받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겁니다. 환자의 고통에 깊이 공감하고 연민하는 영적 돌봄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을 영적으로 잘 돌보아야만 합니다. 가장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걷기 명상’입니다. 천천히 걸으며 자기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는 불교에서 말하는 ‘잠깐 멈춤’과도 그 맥이 닿아 있습니다.

현재 한국의 의과대학 내에서 영적 돌봄에 대한 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요?
가톨릭대학교 간호대학을 제외하고 영적 돌봄에 대한 교육과정은 전무한 상태이지요. 미국의 경우에는 의과대학 80% 이상이 영성 주제를 교과과정에 포함시키고, 실험적으로 실습 과정에 ‘성찰 회진(Reflection Rounds)’을 포함시키기도 했습니다.

호스피스 병동에 있는 환자들이 영적 돌봄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궁금합니다.
인간의 생애 전체에서 영적 욕구가 가장 커지는 순간이 바로 죽음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때일 것입니다. 일생 동안 한 번도 표현하지 못한 응어리, 아픔, 슬픔 등을 호스피스 병동의 환우들은 영적 돌봄을 제공하는 이에게 털어놓습니다.

수많은 환우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보면서 깨달은 바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영적 돌봄을 통해 심적으로 치유된 환자의 경우, 그 가족들까지도 함께 치유받습니다. 잘 살아야 좋은 죽음을 맞는다는 그 당연한 진리를 몸소 느낍니다. 죽음을 늘 가까이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것도요. 그래야 삶에 더 충실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죽음을 잘 맞이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는 환자의 경우 호스피스 병동을 선택할 것을 권합니다. 가족 구성원이 마지막 순간까지 적극적 약물치료, 인공호흡기 등을 원하는 경우 환자는 중환자실에서 몸에 기계를 매단 채로 외롭게, 차갑게 숨을 거두어야 합니다. 저희 어머니의 경우에는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하시도록 했어요. 인공 호흡기 대신 가족의 따뜻한 체온을 느끼며 마지막 숨을 거둘 수 있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지난 3월 31일과 4월 1일 양일간, 교황청 생명학술원 완화의료 국제자문위원 자격으로 교황청에서 열리는 첫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앞으로 3년간 맡은 역할은 무엇인가요?
지난해 12월 교황청으로부터 초청장을 받았습니다. 인도를 제외한 아시아 지역을 대표해 완화 의료 발전과 보급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칠 예정입니다. 4월엔 제가 속한 호스피스연구소에서 몽골, 베트남, 캄보디아 같은 저소득 국가의 의료계 인사들을 초대해 호스피스 완화 의료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인종과 종교를 불문하고 고통받으며 죽어가는 환자에게 마지막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게 해주는 것, 호스피스 완화 의료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기도 한 이 소명을 다하고 싶습니다.

글 유주희 사진 서송이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7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