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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마고우 신봉철 & 구명서 씨의 요리 예찬 이만큼 재미난 놀이 있으면 나와 보라 그래
서울대 경제학과 88학번 동기동창인 이 두 남자. 외양만으로는 분명 달라도 너무 달라 보인다. 하지만 ‘재미있게 살자’는 인생의 모토 아래 ‘요리’를 즐거운 놀이로 생활화한다는 점은 일맥상통한다. 많은 사람들이 1백 가지 계획을 세워놓고 한두 가지도 실행 못 하는 데 비해, 이들은 열 가지 생각 중에 대여섯 가지는 꼭 하고야 마는 그야말로 행동파. 이들의 이유 있는 ‘요리 예찬’을 들어보자.


1 구명서
현재 소속은? 방송 외주 제작사인 미디어러시 대표.
요즘 진행 중인 프로그램은? 친구 신봉철 PD와 함께 어린이 교양 프로그램 <오늘은 엄마랑 놀자> 제작 중. 시간 날 때 주로 하는 일? 한자 단어 째려보기. 한자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단어의 본질이, 진실이 보인다.
요리는 언제부터? 중학교 때부터 집에서 방목 상태로 자라면서 필요에 의해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타고난 건 아니고 상황에 의해 요리를 자주 하다 보니 색다르게 느껴졌다.
가장 자신 있는 요리는? 술안주 종류. 주로 한식이다. 특히 힘 안 들이고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술안주 찾기에 몰두해 있다.
예를 들면? 누군가 횟감은 수중에서 작살로 잡아야 제일 맛있다고 했다. 수압에 의해서 생선의 피가 쫙 빠진, 바로 그 상태 말이다. 그 말을 듣자마자 싱싱한 횟감을 손에 넣어보고자 스킨스쿠버를 시작했는데, 결국 자격증까지 땄다.
주로 누구를 위해 요리하는가? 미혼이라 친구나 선후배 등 친한 사람들과 집에서 안주 만들어 술 마시는 걸 즐긴다.
꿈이 있다면? 5년 안에 사내에 식당을 만들어 책임 주방장이 되는 것이 목표다.

2 신봉철
현재 소속은? SBS 편성기획팀 프로듀서.
제작 중인 프로그램 <오늘은 엄마랑 놀자>를 소개하면? 아이들에게는 재미있는 놀이가 가장 중요한 교육이다. 엄마와 함께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놀 수 있을지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해보는 프로그램이다. 3월 21일(수) 오후 4시 5분 첫 방송, 8부작이다.
시간 날 때 주로 하는 일? 일찍 퇴근하면 근처 시장 들러 장보기. 간단히 요리해서 가족과 함께 예쁘게 차려 먹기. 아이와 놀기.
가족 구성원은? 아내와 여섯 살짜리 아들 상언,백일 지난 딸 상리.
요리는 언제부터? 어렸을 때 여자친구랑 소꿉장난하면서부터다. 정말 재미있더라. 아들 많은 집 막내아들이라 엄마가 부엌일하실 때면 늘 문지방에 앉아 구경하곤 했었다. 노래를 흥얼거리시며 음식을 만드셨던 엄마와 붙어 지내면서 기본기를 다졌다고나 할까.
가장 자신 있는 요리는? 간식이나 군것질거리. 샌드위치나 브루스케타처럼 가벼운 서양 음식을 잘 만든다. 꿈이 있다면? 요리를 제대로 배워서 예쁜 군것질 카페를 여는 것. 음식, 인테리어, 그릇, 음악까지 완벽하게 만들 자신이 있다.

1 구명서 씨가 만든 굴과 두부를 넣은 ‘모려 샐러드’.
2, 4 요리의 성패는 얼마나 신선한 재료를 구했냐는 것. 산오징어를 구하러 노량진수산시장에 들렀다. 그의 단골집은 ‘상도상회(02-825-7976).
3 전통 조리법을 찾아 모으기 시작한 오래된 요리책들. 재미있는 것은 대부분 레시피 마지막이 “조미료로 맛을 낸다”로 끝난다는 점.

#1 세상의 이치를 헤아리고 다스리는 나, 구명서 짬이 생기면 나는 한자 들여다보는 게 취미다. 살다 보니 원래의 의도나 본뜻과는 다르게 잘못된 인식을 갖고 사는 경우가 많아 어느 날부터 ‘진실을 보자’고 생각했다. 한자를 보게 된 것도 바로 그런 이유였다. ‘원래 뜻이 뭘까?’ 하는 것. 한자는 오랜 세월 지나오면서 의미에 대해 합리적인 선택을 한 것이기 때문에, 분명히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믿는다. 그러다 ‘요리料理’라는 단어를 들여다보니 ‘헤아릴 료料’ ‘이치 리理’. 세상의 이치를 헤아리고 다스리는 것, 그것이 바로 요리라는 거다. 세상에나, 이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사실 난 자유방임적인 집안 분위기에서 자라며 중학교 때부터 음식을 만들어 먹었고, 부산에서 고등학교 졸업 후 서울에서 대학 다닐 때도 결혼한 누나 집에 1년 동안 얹혀살면서 현실적인 필요성으로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밖에 없었다. 조미료는 물론 맛소금조차 사용하지 않고 만든 누나의 신식(?) 음식은 지방에서 올라온 나로서는 굉장히 난감하고 견디기 힘든 것이었다. 나는 하는 수 없이 오후 4시 30분이 지나기 전에 은행으로 향했다. 비치용 주부 잡지를 뒤져 먹고 싶은 음식의 레시피를 적어 와 집에서 만들어 먹기에 이르렀다. 그러니 내 요리 행위는 후천적인 필요에 의해 이루어졌던 거였다. 한데 그것이 ‘세상의 이치를 헤아리는 것’이라니…. 요리가 색다르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후 명문 종가의 식사법이라든지, 전통 간식 만드는 법 등을 적은 옛날 요리책을 찾아보는 것도 취미 목록에 올라갔다. 나는 가능하면 전통 레시피를 찾아, 잔치국수를 만들어도 가쓰오부시가 아닌 멸치육수를 내는 등 옛날 방식을 따른다. 그러다 보니 옛날 궁궐의 잔치 요리를 총괄했던 대령숙수가 그랬던 것처럼 내 손으로 옛날식 잔치를 성대하게 한번 치러보는 게 소망이다. 사실 거의 매일 내 손으로 음식을 만들기는 하지만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것은 아니어서 프로 요리사처럼 잘하는 건 아니다. 요리에 몰입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또 음식을 나눠 먹으면 유쾌해지는데, 나는 요리를 그런 관점에서 즐기는 것뿐이다. 그러니 내가 찾아낸 레시피는 ‘조리법이 복잡하지 않은 것’ ‘간단한 것’이 원칙이다.

맛있는 집 찾아다니며 먹어보고, 한번 먹어본 음식은 반드시 만들어본다. 지방이든 해외든 출장을 가면 그곳 사람들이 평소에 먹는 음식을 맛보고 즐기는 것도 원칙이다. 그 사람이 어떤 음식을 먹는지는 곧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말해주기 때문이다. 술을 좋아하긴 하지만 술집에서 먹는 것보다는 집에서 술안주를 만들어 즐기는 게 좋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술안주는 강원도식 ‘통오징어찜’이다. 수산시장에서 사 온 오징어를 통째로 찜통에 쪄서 내장까지 먹는데, 맛이 기가 막히다. 싱싱한 생선을 사서 그냥 구워 먹는 것도 좋아한다. 가끔 횟집에 회를 뜨러 가면 금방 죽은 생선을 싼값에 끼워줄 때가 있는데 그걸 가져다가 숯불에 구워 먹으면 그 맛 또한 일품이다. 안주가 이러하니 술은 또 어떻겠는가. 매년 때가 되면 온갖 재료로 술을 담근다. 매실주, 포도주, 귤주, 솔방울주…. 참고로 솔방울은 어린 것을 따야 향기롭고 정말 맛이 좋다. 어떻게 하면 즐겁게 대화할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술과 안주를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빠져 살다 보니 술과 안주가 나의 신체에 큰 영향을 미쳐, 보시다시피… 내 몸은 이렇게 넉넉하다.

대학 때는 ‘나’를 위한 진정한 기쁨을 찾아 중학교 때부터 탐닉했던 영화판으로 들어갔지만 거기서 큰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오리온 전략지원본부에서 근무하다 동화를 쓰고 싶다는 꿈을 좇아 과감히 사표를 던졌다. 동화에 대한 나의 열렬한 구애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필명도 지어놓았다. 나의 성을 딴 ‘구수한’, 어떤가? 현재 준비 중인 동화 애니메이션 <별 닦는 마을>에 나도 하나의 캐릭터로 출연할 계획인데, ‘구수한 베이커리’의 주방장 ‘구수한’이 바로 나다. 또 하나. 음식에 스토리텔링을 담고 싶다는 생각은 ‘술 담아주는’ 콘셉트의 술집을 오픈할 생각으로 이어져 있다. 사람들마다 제각각의 사연을 담아 술을 담아주고, 그 술이 익어갈 무렵 다시금 다양한 사연과 추억을 안고 이 술집을 찾아온다는 설정, 아직은 여기까지다. 물론 인테리어는 어떻게 할지, 어떤 술병에 술을 담아야 예쁠지 이런 것들은 머릿속에 다 구상돼 있다. 얼마나 즐겁겠는가? 좋아하는 술로 경제적 활동도 하고 스토리텔링에 대한 욕구도 충족시킬 수 있으니. 나중에 술 담아주는 술집이 문을 열면 꼭 한번 들러주시길….

얼마 전까지 직원들 밥은 직접 해서 먹였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먹는 것에 결코 적극적이지 않은 한 디자이너의 “어머니 손맛인데요” 하는 한마디에 가슴 저 깊은 곳에서부터 기쁨이 밀려왔다. 앞으로 5년 후쯤에는 회사에 식당을 차리고 그곳의 주방장이 되고 싶다. 나는 정말, 요리하는 사장이 되고 싶다.

1 조리 과정이 무척 간단한 통오징어찜. 산 오징어를 찜통에 찌기만 하면 된다.
2 드레싱은 눈대중이 아닌 머릿속에 저장해둔 정확한 비율로 만든다. 
3 놀라우리만치 풍부하고 깊은 맛을 내는 강원도식 통오징어찜. 소주 안주에 최고다
4 구명서 씨의 술안주와 신봉철 씨의 고급 간식이 만났다. 벽에 걸린 흑백 작품들은 신봉철 씨가 찍은 가족 사진. 

구명서 스타일 스페셜 안주 2가지
통오적어烏賊魚 찜 오징어의 어원은 ‘까마귀 오烏’에 ‘도둑 적賊’ ‘고기 어魚’의 오적어. 까마귀를 훔치는 고기라는 뜻이다. 강원도에서 한 아주머니께 배운 음식인데, 만드는 과정은 ‘요리’라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간단하지만 맛은 정말 풍부하다. 산 오징어를 구하는 게 관건.
재료 산 오징어
만드는 법 별도의 손질 없이 내장도 제거하지 않은 채 그냥 깨끗하게 씻어 찜통에 통째로 넣고 찐다. 익으면 꺼내서 한입크기로 잘라 뜨거울 때 먹는다. 그래야 제 맛이다. (사진 3)

모려牡礪 샐러드 ‘수컷 모牡’에 ‘굴 려礪’. ‘모려’는 ‘석화石花’와 마찬가지로 굴, 또는 굴껍질을 뜻한다. 한방에서는 굴껍질가루를 정력 보강제로 사용하고, 굴은 카사노바가 즐겼던 남성을 위한 식품이다. 이 샐러드는 분당 두붓집에서 배운 건데, 여자들이 더 좋아하는 술안주다. 굴 대신 산 낙지를 넣어도 좋고, 새우를 넣으면 아이들이 먹기에도 좋다.
재료 생굴, 생식용 두부, 무순, 갖가지 새싹채소, 간장, 식초, 참기름, 깨소금
만드는 법 두부는 먹기 좋게 깍둑썬다. 굴은 옅은 소금물에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다. 간장, 식초, 참기름, 깨소금을 4:2:1:1/2의 비율로 섞어 오리엔탈 드레싱을 만든다. 접시에 무순과 새싹채소를 올리고 두부와 굴을 얹은 뒤 드레싱을 뿌려 먹는다.(앞페이지 사진 1)

 


1 맛이 복합적이고 풍부한 치즈는 신봉철 씨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재료. 치즈는 그가 만든 요리에 자주 등장한다.
2 생강잼과 계피, 치즈의 맛이 상상 이상의 조화를 이루는 브루스케타.
3 미니 바케트를 오븐에 타지 않게 굽는 것이 관건. 가스레인지에 달린 그릴을 이용해도 된다.
4 피망 고르기도 아이에겐 놀이이자 교육.

#2 나, 신봉철이 앞치마를 두른 까닭은 나는 요리, 집 꾸미기, 패션 등 전반적인 라이프스타일에 관심이 많다. 부모님께 감사해야 할 일이지만 선천적으로 손재주와 호기심을 타고난 것이 특히 요리를 좋아하는 이유다. 요리를 하면 참 즐겁다. 어딘가에 몰두하면 행복해진다는 미하이 칙센트 미하이의 ‘플로Flow’ 이론과도 통한다. 전적으로 이 말에 동감한다. 나에겐 요리가 그렇다. 요리하는 과정이나 먹는 데 완전히 몰입해서 집중하면 행복해진다. 외국에서 본토 음식을 먹는 것은 여러 가지 체험을 동시에 할 수 있어 특히 재미있다. 호텔 프런트나 동네 사람들에게 물어서 그 동네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을 경험해야 제대로다. 내 요리는 주로 이탈리아의 브루스케타나 샌드위치 같은 간식, 군것질 위주. 사실 입이 짧은 편이고 양도 적다 보니 내가 하는 요리는 가벼운 것이 대부분이다. 타고난 호기심이 많다 보니 이색 과일이나 낯선 치즈, 외국 양념 등 안 써본 재료들을 적극적으로 응용해보거나 책 보고 혼자 재료를 찾아 만들어보거나, 아니면 안 먹어봤던 음식도 실험적으로 과감하게 시도하면서 희열을 느낀다. 하지만 ‘군것질’ 혹은 ‘간식’에도 격이 있는 법. 그동안 개발해낸 나만의 고급 레시피가 상당수다.

조리법이 간단한 내 요리 역시 무엇보다 재료 선택이 중요하다. 음식 맛을 내는데 재료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이탈리아에서 맛있게 먹은 ‘토마토 스파게티’ 덕분이었다. 첫 이탈리아 여행에서 맛본 스파게티. 어떻게 만드는지 얘기를 들어보니 그리 어렵지 않아 집에 돌아온 뒤 만들어 먹어봤다. 끓인 지 얼마 안 되고, 국수를 알맞게 익히고, 토마토는 바로 넣어서 요리를 하니 재료의 맛이 살아 있어서 음식이 맛있을 수밖에 없다. ‘재료 맛이 살아 있다? 어, 재밌네?’ 하는 생각이 들면서 ‘재료’라는 두 글자에 방점을 찍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여섯 살 난 아들 상언이나 아내와 함께 재래시장을 주로 찾는다. 요즘 유통 업계의 트렌드인 대형 마트에는 필요할 때만 가끔 가는데 늘 꺼림칙하다. 값도 비쌀뿐더러 업종의 속성상 자영업자와 고용인보다는 대기업으로 이윤이 몰리게끔 운영되는 대형 마트가 탐탁지 않다. 내가 사는 여의도 근처에는 다행히 영등포시장, 공덕시장, 노량진수산시장 등 재래시장이 많다. 시장 구경 재미나게 하며 사 온 싱싱한 재료는 냉장고가 아닌 조리대로 직행해야 한다. 구입 즉시 요리로 연결돼 바로 먹는 일련의 과정이 주는 즐거움, 이 재미가 쏠쏠하다. 냉장고에서 쉬었다 나온 재료가 아니니 그 맛이야 말해 무엇하리.


1 아들 상언이에게 찜당한 소라.
2 커피와 곁들이면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한 푸른곰팡이 치즈 브루스케타.
3 신봉철 씨 부부는 깔끔한 흰 그릇을 가장 좋아한다. 웨지우드와 이케아 등에서 구입한 접시류와 인사동에서 구입한 백자.
4 친구 같은 아빠와 ‘명서 아저씨’를 따라 시장에 온 상언이는 마냥 신이 나 발걸음이 가볍다.

참, 지금 생각하면 정말 잘한 일이 하나 있다. 마치 기업체의 ‘6 시그마’ 운동처럼 ‘전략적인 사고’의 결과였는데, 그 시작은 아내와 함께 우연히 모든 물건의 값을 비교해본 것이었다. 화장품 값, 음식점의 음식 값, 백화점에서 파는 접시 값 등. 비용, 효과, 사용 기간, 만족도 등을 나름대로 꼼꼼히 비교분석해보니 화장품 값, 음식 값은 너무 비쌌다. 하지만 그릇은 명품이라고 해도 그 쓰임새나 만족도에 비하면 너무 싸더라. 물론 이 비교의 결과는 지극히 주관적이다. 내 성격상 집은 내 손으로 예쁘게 꾸밀 자신이 있었기에, 웬만한 카페보다 집을 잘 꾸며놓고 근사한 식당의 접시만큼 좋은 접시를 쓰면 라면에 김치를 먹더라도 더 행복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음식 자체도 중요하지만 공간, 그릇, 음악, 조명 같은 음식을 먹을 때의 전체적인 환경과 분위기에 비중을 많이 두고 싶었다.

바로 실행 단계에 돌입. 집은 조명, 액자, 블라인드, 가구 등 모든 것을 내가 직접 디자인하고 설치해 ‘신봉철 스타일’로 꾸몄고, 마음에 드는 예쁜 그릇과 소품들을 구입했다. 여기에 드는 비용은 외식을 줄이고 화장품이나 옷을 덜 사는 것으로 충당했다. 그 후 요리할 시간이 없을 때는 반조리 식품을 구입하더라도 먹을 때만은 멋있게 차려 먹고, 노동 시간은 최대한 줄이기 위해 식기세척기를 사용한다. 그렇게 하니 먹는 행위 자체가 재미있고, 생활이 즐거워졌다. 다시 요약해보면, 옛날과 비교해서 재료나 도구 등 모든 면에서 선택의 폭이 넓어진 만큼 사람 사는 방법도 분명 다양해졌다. 그러니 적극적으로 방법을 모색하면 노동은 적게 하면서 기분 좋게 재미있게 사는 방법이 많다. 집안일도, 생활도 ‘전략적인 사고’로 개선할 수 있다.

이렇게 쉽게, 자주, 신나게 지낼 수 있는 요령이 있는데, 사람들이 과연 나처럼 많이 알고 있을까? 식구들끼리 재미있게 지내는 기술에 대해 제대로 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싶다는 열망은 이렇게 해서 생겨났다. 지금 준비 중인 <오늘은 엄마랑 놀자>는 그 1탄인 셈. 이후에는 좀 더 범위를 넓혀 가족 중심의 즐겁고 행복한 라이프스타일을 꼭 다뤄보고 싶다. 이탈리아로 유학 가서 제대로 요리를 배운 뒤 ‘쉬운 파티’를 가이드하는 프로그램도 만들고, 정말 맛있고 멋있는 ‘군것질 카페’를 오픈할 것이다. 내 삶에서 내가 온전히 주인이 되는 법, 바로 즐겁게 사는 게 아닐까? 바로 지금의 나처럼 말이다.

신봉철 스타일 스페셜 군것질 2
푸른곰팡이 치즈 브루스케타 영국 런던의 테이트 모던 미술관 카페테리아에서 정말 맛있게 먹어보고 따라 만들어본 음식. 상큼한 파프리카와 치즈의 조화가 일요일 오전 느지막이 일어나 밥하기 귀찮을 때 커피와 함께 곁들이기 딱 좋다.

재료 식빵, 파프리카, 겨자잎, 푸른곰팡이 치즈, 발사믹 식초, 엑스트라버진올리브오일, 소금, 후춧가루, 바질
만드는 법 파프리카와 겨자잎은 씻고, 치즈는 3mm 두께로 썬다. 파프리카는 그릴에 살짝 탈 정도로 구운 뒤 껍질을 벗긴다. 빵은 토스터나 그릴에 굽는다. 발사믹 식초와 올리브오일을 같은 비율로 넣고 소금과 후춧가루, 다진 바질은 취향에 따라 적당히 섞어 드레싱을 만든다. 구운 빵 위에 드레싱을 바르고 겨자잎, 치즈, 파프리카 순으로 얹는다.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해 먹는다.

구선숙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7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