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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가득한 집 사람과 지구를 살리는 친환경 건축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시발점으로 지구촌 곳곳에서는 ‘탈원전, 온실가스 감축’이 최대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유엔은 2015년 파리에서 기후변화총회를 열고,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2℃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협정을 공식 발효했지요. 사실상 화석연료 시대의 종말을 예고합니다. 앞선 기술력을 보유한 선진국에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대책의 일환으로 제로에너지주택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서울시도 2023년부터는 건물을 신축할 때 에너지 소비량의 10%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해야 한다는 법안을 발표했습니다. 세 번째 ‘자연이 가득한 집’ 특별호를 선보이는 <행복>에서는 최신 기술력을 담은 국내외 제로에너지주택을 소개하고, 집의 에너지 성능 효율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는 건축자재를 살펴봤습니다. 사람과 지구의 온전한 공생을 위한 친환경 건축 세계로 초대합니다.

지구와 친구 맺기
근래 기후변화가 심각하다. 특히 OECD 국가 중 도시화율이 가장 높은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속도는 지구 평균보다 두세 배 빠르다. 여름이면 한낮 기온이 40℃ 가까이 오르고 휴대전화에 ‘폭염 경보’가 뜨는 것이 일상 풍경이 되었다. 여름이 지나면 또 겨울이 걱정된다. 얼마나 추울까? 기후변화의 양상이 극과 극으로 치닫고 있다. 너무 덥거나, 너무 춥다. 기후변화와 관련해 가장 권위있는 기구인 IPCC(세계기상기구와 유엔환경계획이 공동으로 설립한 유엔 산하 국제 협의체)는 제5차 평가보고서에서 95%의 확률로 “인간 활동이 기후변화를 초래한 것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인간의 활동으로 말미암아 21세기 말에는 온실가스 농도가 지금의 두 배를 넘고, 지구 평균기온은 지난 1백 년간 상승 폭의 다섯 배가 넘을 것이라고 한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지구와 친구 맺기를 서둘러야 한다.

우선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환경 및 기후 문제 연구로 유명한 미국의 월드워치 연구소(Worldwatch Institute)는 전체 지구에서 배출하는 탄소의 약 80%가 지구 표면의 2%를 차지하는 도시 면적에서 배출된다고 밝혔다. 우리가 사는 도시는 수송, 건축물 그리고 기반 시설 등에서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온실가스도 그에 못지않게 배출한다. 도시는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지만, 반대로 기후변화의 영향을 가장 심각하게 받는 곳이다. 그러니 도시와 지구를 지키는 일은 곧 우리 삶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지구와 인간을 병들게 하는 도시가 청정한 제로에너지도시로 바뀌려면 그 중심에 반드시 제로에너지건축물이 있어야 한다. 도시에서 소비하는 전체 전력량 중 건축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막대하다. 서울을 예로 들면, 전체 전력량의 83%를 건축물이 사용한다. 따라서 건축물이 사용하는 에너지부터 줄여야한다. 단, 에너지를 줄이기 위해 비참해지는 삶이 아니라, 에너지를 줄이면서도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도록 최첨단 기술을 집약한 제로에너지건축물을 세워야 한다. 제로에너지건축가의 역할이 중요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에너지를 많이 쓰지 않아도 겨울철에는 따뜻하게, 여름철에는 시원하게 살 수 있는 집,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하면서 사계절 내내 뜨거운 물과 빛을 사용하고 쾌적한 실내 공기를 마실 수 있는 집은 제로에너지건축가가 설계하기 때문이다. 24시간 3백65일 따뜻하고 시원하게 살 수 있고, 신선한 공기를 호흡할 수 있는 집이라면 지구의 건강과 내 가족의 건강을 더욱더 챙겨줄 것이다. 유럽연합은 2002년 1월, 건축물 에너지 관련 종합 로드맵이라 할 수 있는 건축물 에너지 효율화 지침(EPBD)을 발표했고, 2010년에는 EPBD를 개정하면서 모든 회원국이 건축물 에너지 효율화에 관심을 갖고 의무적으로 시행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물론 우리 정부도 발빠르게 2020년부터 공공 임대주택 제로에너지 의무화, 2025년부터 모든 신축 건축물의 제로에너지 의무화라는 정책 목표를 수립했으며, 이를 위해 관련 법규와 제도를 정비하고 다양한 연구와 실증을 진행하고있다. 서울시 노원구 하계동에 위치한 노원이지하우스가 바로 세계를 견인할 대한민국 국가 실증 과제 중 하나다. 전 세계가 한마음으로 화석 에너지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건축물과 도시를 만들고자 노력 중이다. 병든 지구에 살면서 행복이 가득한 집을 기대할 수는 없다. 지구와 친구 맺기를 서둘러 실천해야 하는 이유다.


글을 쓴 이명주는 명지대학교 건축대학 교수이자 독일 건축사이다. 독일 패시브하우스 디자이너와 기술자 자격증을 보유한 건축 전문가로 IT와 에너지를 건축설계에 접목한 하이브리드형 건축물을 추구, 본격적 제로에너지건축물을 실현하기 위해 제드ZED 건축사사무소와 부설 기관인 제로에너지건축도시기술연구소를 설립했다. 2013년 9월,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에서 발주한 제로에너지주택 실증단지 R&D 사업에 선정되면서 명지대학교 산학협력단 내 IT&제로에너지건축센터를 설립하고, 연구와 설계를 병행하고 있다. 시대적 사명감으로 에너지 자립, 에너지 복지, 쾌적한 저탄소 도시 실현에 앞장서고 있다.

글 이새미, 김수지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7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