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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송재단 <여름생색>전 예술이 된 부채
“여름 생색은 부채요, 겨울 생색은 달력이라(鄕中生色 夏扇冬曆).” 우리 선조는 더위를 쫓는 부채에 글과 그림을 그려 서로 주고받으며 풍류를 즐겼다. ‘부채표 까스활명수’로 유명한 동화약품 부채표 가송재단은 ‘접선(접는 부채)’을 소재로 한 <여름생색>전을 열었다. 실용성 높고 풍류가 담긴 부채의 예술적 가치를 알리기 위해서다. 이 전시에서 젊은 작가 11인은 ‘접선’이라는 주제로 저마다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대상 수상작. 최은정, ‘분절된 풍경’, 캔버스에 유채, 자작나무 합판, 동 가변 설치, 180×300×120cm, 2016. 1 레이박, ‘빛의 바람’, 레인보 홀로그램, 혼합 재료, 100×180cm, 2016. 2 박기훈, ‘공존(共存)’, 캔버스 위 채각 기법, 82 ×162cm, 2016.
가송예술상, 부채의 의미를 환기하다
여름을 대표하는 생활용품인 부채가 소외받는 요즘, 지난 7월 초까지 진행한 <여름생색> 전시회에서 부채는 도구를 넘어 예술 작품으로 승화했다. 동화약품이 부채의 가치를 재조명하고자 설립한 부채표 가송재단이 개최한 전시로, 올해로 다섯 번째를 맞이하며, 6월 23일부터 7월 5일까지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렸다.

가송재단은 부채를 주제로 하는 공모전을 열어 신진 작가를 발굴하고 후원하며, 가송예술상 시상식을 개최한다. <여름생색>전은 가송예술상 공모전 본선출작을 공개하는 자리다. 만 40세 이하의 젊은 국내 작가를 대상으로 하기에 전시하는 작품도 참신하고 개성적이다. 회화부터 설치 작품, 미디어 아트까지 장르도 다양하다. 지난 2014년부터는 공모전에 부채 장인(선자장)과 신진 작가의 협업 섹션을 만들어 전통문화 보호의 의미도 확장했다. 전통 접선과 컨템퍼러리 예술이 만난 셈이다. 이는 “종이와 대나무가 만나 맑은 바람을 일으킨다(紙竹相合 生氣淸風)”, 즉 다 함께 합심하면 잘 살 수 있다는 의미를 담은 동화약품의 부채 로고와도 일맥상통한다.

3 정재원, ‘거니는 소리’, 장지에 먹과 채색, 130×160cm, 2016. 4 곽수연, ‘부채꽃 이야기’, 합죽선, 한지에 커팅, LED 조명, 93×93 cm, 2016. 5 이예희, ‘바람처럼 떠도는 풍경 #1, 1-1’(위), 캔버스에 유채 및 거울 설치, 194×130cm 2ea×80cm, 2016. ‘바람처럼 떠도는 풍경 #2, 2-1’(아래), 캔버스에 유채, LED 라이트 패널과 거울 설치, 75×75×50cm, 2016. 김의식, ‘1897’, 시멘트, 레진, 잉크, 300×380×90cm, 2016.
전통 요소를 모던하게 풀어내다
‘부채’라는 주제 아래 작가들은 친숙한 사물을 자신만의 조형 언어로 재해석했다. 컬래버레이션 부문에서는 국가 무형문화제 제128호 김동식 선자장이 함께했다. 두 명의 젊은 작가가 그가 만든 합죽선을 사용해 부채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이야기를 더했다. 부채가 세대 간 소통의 매개가 된 것이다. 대상은 부채꼴 형태를 공간적으로 풀어낸 ‘분절된 풍경’의 최은정 작가가 수상했다. 김동식 장인의 부채에 ‘서천꽃밭’ 신화를 접목해 LED 조명으로 표현한 곽수연 작가의 작품, 부채꼴 프레임에 홀로그램 기법으로 바람을 표현한 레이박 작가의 작품 등 첨단 기법을 적용한 다양한 작품도 눈에 띄었다. 전시를 총감독한 동화약품 윤현경 상무는 “부채가 전통 예술로 널리 알려지기를 바라는 바람, 창의력을 펼치려는 젊은 작가들의 바람이 모두 모여 전시회를 탄생시켰다. 앞으로도 가송예술상이 새롭고 맑은 바람을 일으킬 수 있기를 바란다”는 소감과 포부를 밝혔다.


interview 대상 수상자 최은정 작가
부채가 안내하는 환상 속 공간

최은정 작가는 캔버스의 안쪽과 바깥쪽에 공간을 그린다. 회화에 바탕을 두었으나 캔버스 밖에도 공간이 자리 하는 것이다. 그녀는 부채의 조형성과 움직임에 초점을 맞춰 호평받은 ‘분절된 풍경’으로 대상을 수상했다.

<여름생색>전에 응모한 계기는? 다른 제약 회사에서도 작가를 위한 공모전을 진행하지만, 동화약품의 가송예술상은 혜택이 많아서 신진 작가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물론 이전에도 <여름생색>전을 지켜보며 미리 작품을 구상했다.

올해는 어떤 점이 다른 것 같나? 주제가 명확하기에 작가들이 작업하는 데 자유롭지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부채’가 선뜻 연상되지 않을 정도로 작품이 다양하더라. 평소 개인적으로 좋아하던 작가도 참여했다. 앞으로도 다채로운 작품이 출품되었으면 한다.

‘분절된 풍경’을 설명해달라. 나의 작품 속 공간은 관조적이기보다 모호하며 인공적인데, 사실 오래전부터 아버지의 취미 활동인 분재를 보고 영감을 받았다. 식물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분절된 풍경’은 부채를 펼칠 때 가운데로 끌어당기는 구심력에서 착안해, 부채의 움직임을 캔버스에 적용한 것이다.

수상의 혜택으로 공아트스페이스에서 개인전을 열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 세 번째 개인전인데, 어떠한 주제로 개최할 예정인지 귀띔해달라. 아직 구상 중이지만,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성>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에서 착안해 환상적이고 허구적인 ‘성’이라는 공간, 파괴된 공간에 대해 풀어보고자 한다.

 
자료 제공 공아트스페이스(02-730-1144)

글 이재은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6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