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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메드 체러팅 빌리지 3박 4일 체험기 그 곳이 주는 달콤한 선물 휴식
모처럼 떠나는 온 가족 해외여행. 이왕이면 가족들의 입맛을 모두 흡족하게 하고 싶다. 남편이 좋아하는 레포츠 시설, 딸이 원하는 야외 수영장, 아들이 바라는 바다…. 그러나 계획을 짜다 보면 여행 속에 정작 ‘나’는 없다. 가족 있는 여자를 위한 휴식처는 어디 없을까? 모두가 즐거우면서 내 몸과 마음을 온전히 이완할 수 있는 곳이 간절하다. 그러던 차에 3박 4일간 말레이시아에 있는 클럽메드 체러팅 빌리지에 머물 기회가 생겼다. 돌아오는 길에 ‘나와 가족을 위한 아지트’ 하나 마련한 듯 든든했다.

1 클럽메드 체러팅은 모든 빌리지에서 바다가 보인다. 파도가 낮은 날은 수영하기에 그만이다. 
2 룸에서 바라다본 바다 정경. 창 밖으로 보이는 바다는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거린다. 
3 빌리지에서 판타이 해변을 오고가는 꼬마 기차. 열대 밀림을 지나서 가면 바다를 바라보며 낭만적인 식사를 할 수 있는 렘불란 레스토랑이 나온다.

통유리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쨍한 아침 햇살에 잠이 깼다. 낯설고 어리둥절했다. 전날 자정 무렵 도착하자마자 오랜 비행으로 지친 몸을 그대로 침대에 던졌던지라 눈을 뜬 곳이 어딘지 헷갈렸던 모양이다. ‘좌표 파악’에 돌입한다. 늦은 밤 만난 GO(Gentle Organizer겺@暉?직원)의 환영 인사가 꿈이 아니라면, 지금 말레이시아 체러팅 비치Cherating Beach의 어디 즈음에 있으려니. 누운 채로 한동안 미동도 하지 않고 창밖에 시선을 던진다. 새벽녘 꿈결에 빗소리가 ‘쏴’ 하고 들렸던 것 같은데 아침 하늘은 푸르디푸르다. ‘그새 개었나?’ 싶어 자세히 보기 위해 몸을 추스르고 창가로 다가섰다. 바다다! 그제야 의문이 풀렸다. 빗소리는 체러팅 빌리지 바로 옆에서 시원하게 몰아치는 파도 소리였다.

진정한 휴식에 들어가는 길 무엇을 할지 정하지 않았지만, 일단 나가보기로 했다. 서울에 한창 혹한이 닥쳤을 때 떠나왔기 때문인지, 문을 나서면서 무의식적으로 온몸을 바짝 움츠렸다. 곧 계면쩍어지고 말았다. 훈훈한 공기, 그리고 기분 좋게 촉촉한 바람…. 체러팅 빌리지의 겨울은 부드럽고 온화했다. 우리나라 여름보다 약간 서늘하고 산뜻했다. 추운 겨울을 나느라 미간에 날카롭게 선 주름 하나가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고백하자면 여행 가방을 꾸리면서부터 이곳에 도착할 때까지 사실 무작정 쉬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다. 대체 얼마 만에 손에 얻은 휴가인가, 게다가 일과 집으로부터 한참 멀리 벗어나지 않았는가! 앞으로 사흘간 이곳에서 ‘완벽한 자유’를 누리며 휴양할 것을 상상하니 한층 느긋해졌다. 그렇다면 이제 무엇을 하며 쉬면 좋을지 생각해보기로 했다.

우선 스파 빌리지로 향했다. 바다를 마주하는 이곳의 스파 빌리지는 세계 최대 스파 체인인 ‘만다라’가 운영한다. ‘2006 아시아 베스트 스파 어워드’를 수상한 만큼 시설과 서비스가 우수하다. 이곳에서는 발리니스 마사지, 발 반사 요법, 아로마테라피, 보디 스크럽, 타이 마사지 등 심신의 안정을 찾기 위한 다양한 전통요법을 경험할 수 있다. 스파 프로그램이 훌륭한 만큼 원하는 사람이 많으니 예약이 필수다. 다양한 아로마 오일 중 취향에 따라 원하는 것을 선택하면 본격적인 마사지가 시작된다. ‘으음….’ 뭉친 근육이 풀리며 가느다랗게 신음소리가 나온다. 말레이시아 전통 음악이 연이어 흘러나온다. 이국적인 분위기에 취해 기분이 좋아진다. 그중 가장 감동적인 음악은 파도소리였다. ‘스스스 쏴아, 스스스 쏴아’ 하는 규칙적인 소리는 나를 꿈속으로 데려간다.

스스르 잠이 들었나 보다. 몇 시쯤 되었을까. 굳이 시간을 확인하고 싶지 않았다. 일단 빌리지를 둘러보며 산책을 하기로 했다. 멀리서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 소리가 나는 쪽을 따라 가보았다. GO들이 놀이터에서 어린아이들과 게임을 하고 있었다. 물어보니 이곳은 ‘키즈 클럽’이란다. 클럽메드 체러팅 빌리지에는 다양한 연령의 어린이들을 위한 3개의 키즈 클럽이 마련되어 있다. ‘쁘띠 클럽’에서는 아이들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도록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GO들이 만 2~3세 유아들을 돌봐준다. 만 4세부터 10세의 아이들은 ‘미니 클럽’에서 GO들이 진행하는 다양한 레포츠와 레크리에이션에 참여한다. 이곳에서 놀면 세계 각국에서 온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국제적인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것 같다. 십대 청소년을 위한 ‘패스 월드pass world’도 있다. 패스 월드는 최근 새롭게 기획된 프로그램으로, 또래와 함께 공중 그네 타기, 카약, 롤러 브레이드 등의 레저 프로그램을 배울 수 있다.

키즈 클럽에서 뛰노는 아이들이 예뻐서 한참 보고 있자니, ‘이거다!’ 싶었다. 아이들이 부모를 따라 여행을 다니다 보면 어느 시점에서 부모가 놀아주지 않는다며 투정을 피우거나 여행에 싫증을 낼 때가 있는데, 아이들이 한나절 정도 이곳에서 지내면 그럴 리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맡겨지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좋아하는 다양한 액티비티를 경험할 수 있고 다양한 문화권의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으니 여러모로 유익하다. ‘아이들이 이곳에서 노는 동안 자유 시간을 벌게 되면 혼자 느긋하게 선탠도 받아보고, 혹은 남편과 오붓하게 산책도 하리라’ 하는 상상에 괜히 흐뭇해졌다.

클럽메드 체러팅 빌리지 정보
가는 방법
인천 공항에서 쿠알라름푸르까지 비행기로 6시간 30분 걸린다. 여기서 3시간 가량 기다려서 국내선 여객기를 타고 40분 동안 이동하면 콴탄 공항에 도착한다. 다시 1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가면 말레이시아의 동부 해안에 위치한 체러팅 빌리지에 도착한다.

빌리지 객실 체러팅 빌리지는 말레이시아 전통 양식에 따라 지어진 목조 건물이다. 몬순이 심한 말레이시아 기후에 적응하기 위해 건물을 공중에 높이 띄워 지었다. 2.7km 길이의 거대한 목조 건물이 해변을 따라 늘어섰기 때문에, 모든 객실에서 바다를 볼 수 있다. 세계 최대의 목조 건물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고.

레스토랑 식사는 메인 레스토랑에서 아침·늦은 아침·늦은 점심 등에 걸쳐 제공되며 모두 무료다. 세계 각국의 요리를 뷔페식으로 즐길 수 있다. 점심과 저녁에는 맥주와 와인이 무제한으로 나온다.

레저 프로그램 세일링, 카약 등 해양 스포츠와 파워 워크, 요가 등 피트니스 프로그램, 그밖에 양궁, 수중 에어로빅, 테니스, 스쿼시, 골프 등 다양한 레저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인포메이션 보드에서 매일 스케줄을 확인할 수 있다.

클럽메드 여행 패키지 이 패키지에는 왕복 항공권, 공항세, 공항 마중 서비스, 객실, 식사(레스토랑 뷔페 및 브런치와 간식이 포함된 1일 5식), 다양한 레저 활동 비용 등이 포함된다. 작년 말부터는 ‘프리미엄 올 인클루시브’ 서비스로 저녁 시간에 바bar에서 칵테일과 각종 술 등 다양한 음료와 스낵을 무료로 주문할 수 있다.



1 클럽메드 체러팅의 메인 수영장. 빌리지 주변으로 열대 나무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어 마치 밀림 속에서 수영을 하는 듯 하다.
2 판타이 해변에서는 세일링, 카약 등 수상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3 수영장은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놀이터다. 물장구치고 수영하다보면 말이 통하지 않는 각국 아이들과도 자연스레 친구가 되버린다.

휴식만큼 달콤한 만찬 이튿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허기가 느껴졌다. 식사를 하기 위해 메인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길 주변으로 열대 식물이 빽빽이 서 있어 이곳이 밀림 속이라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나무 위에는 원숭이가 분주한 아침을 보내고 있다. “여기는 밀림 지역이라 원숭이가 많아요. 귀엽다고 해서 원숭이에게 먹이를 주어서는 절대 안돼요. 그러면 이곳을 떠날 때까지 원숭이가 졸졸 쫓아다닐걸요. 심지어 먹이를 받아먹으려고 손님 객실의 창문 밖에서 기다리는 원숭이도 있다니까요.” GO는 잘 때나 방을 비울 때 원숭이가 들어오지 않게 창문을 꼭 닫으라는 당부를 덧붙인다.

메인 레스토랑은 최대 6백 명이 들어갈 수 있을 규모가 크다. 규모만큼이나 음식 종류도 다채롭다. 말레이시아 현지 음식은 물론 세계 각국 요리가 뷔페식으로 제공된다. 특히 이곳에는 한국인 셰프가 상주하기 때문에 ‘그리운 한식’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아침 식사는 오전 7시 30분부터 10시까지 서빙되지만, 10시부터 11시까지는 다시 ‘늦은 아침 식사’가 준비되기 때문에 늦잠을 잔 사람들도 여유롭게 식사할 수 있다. 점심 및 저녁 식사 때는 맥주와 와인이 무제한으로 제공된다. 가벼운 술을 곁들이니 식사가 한층 더 느긋해진다. 또한 판타이 비치의 야외 레스토랑도 인상적이었다. 체러팅 빌리지에서 꼬마 기차를 타고 나가면 닿을 수 있는 곳인데, 여기에서는 각종 해산물로 구성된 점심과 음료수가 무료다. 입 안 가득한 해산물에는 바다 내음이 더해져 맛이 더욱 일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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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바에서는 식사 시간이 아니어도 언제든 간단한 스낵과 음료를 즐길 수있다. 
2 스파는 피부 타입에 따라 원하는 오일을 고르는 것부터 시작된다. 잔잔한 명상 음악을 들으며 마사지를 받다보면 어느새 스르르 잠이 들것이다.
3 심신을 이완시키는 요가 프로그램.

마음껏 놀 자유 완벽한 휴식만을 꿈꾸며 이곳에 상륙했건만, 점점 다채로운 프로그램에 구미가 당긴다. 클럽메드의 모토가 ‘무엇이든 할 자유’와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두 가지라는 사실이 새삼 머리를 스친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톡톡히 누리며 깊은 휴식을 취하고 나니, 슬슬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를 갈망하게 되었다.

이곳은 다른 어떤 동남아 지역 빌리지보다 랜딩 스포츠 시설이 잘 되어있다. 암벽 등반과 인라인 스케이팅을 비롯해 농구, 테니스 스쿼시, 골프 등 구기종목에서부터 양궁, 서커스까지 다양한 스포츠 활동을 할 수 있다. 머무는 동안 모두 체험해보지는 못한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정글과 맞닿아 있는 해변에서 조깅을 하는 것도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꼬마 기차를 타고 정글을 지나 5분 정도 거리의 판타이 해변으로 가면 각종 해양 스포츠도 즐길 수 있다. 이곳은 파도가 잔잔해 수영은 물론 세일링, 카약 등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

스포츠 말고도 놀꺼리는 많았다. 이곳에서는 매일 저녁 식사 때마다 정해주는 드레스 코드를 따라하기만 해도 즐거운 이벤트를 경험하는 셈이다. 레스토랑 근처 게시판에 그날의 드레스 코드를 공시하는데 ‘플라워 프린트’, ‘아시안 스타일’ 등 주제가 매일 달라져 저녁 식사 시간이 기다려지게 한다. 그날 저녁의 드레스 코드는 ‘자신을 가장 멋지고 돋보이게 하는 옷’이었다. 어느 프랑스 노부인이 화려한 골드 시폰 드레스를 입고 나타나 주변의 찬사를 받았다.

저녁 식사 시간 이후 클럽메드 최고의 이벤트는 바로 GO쇼! 빌리지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GO들이 참여하는 이 쇼는 역동적인 춤과 음악으로 이곳을 일순 파티 분위기로 이끈다. GO쇼는 일방적인 공연이 아니라 함께 어우러져 노래하고 춤추는 모두의 축제다. 쇼가 끝날 즈음 엔딩 음악이 흘러나오면 관객과 GO들이 줄줄이 인간 기차를 만들어 야외 공연장으로 이동한다. 이때 ‘크레이지 사인’이라고 외치면 모두 같은 동작을 따라 춤을 춘다. 몸치라도 상관없다. 누구나 따라 할 수 있을 만큼 동작이 단순한데다, 일단 따라 하다 보면 푹 빠지고 만다.

떠들썩한 파티장을 빠져나와 한적한 해변을 따라 걸었다. 수평선과 맞닿은 새까만 밤하늘에는 무수한 별들이 흩뿌려져 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잔디에 누워 ‘별바다’를 올려다보았다. 순간, 별똥별 하나가 떨어진다. 문득 시골 외갓집이 떠오른다. 어릴 적 나는 그곳에서 하루 종일 뭐든지 할 수 있었다. 그러다 밤이 되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별을 헤아렸다. 그때의 자유를 낯선 이곳에서 느껴본다. 무엇이든 거리낌 없이 할 수 있었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무방한 그런 자유를.


최영미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7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