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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소소한 책방 책 읽기 좋은 날
클릭 한 번이면 다음 날 아침 집으로 책이 배달되고, 획일화된 구성으로 책을 상품화한 대형 서점은 필요한 것만 골라 사 가는 ‘슈퍼마켓’을 연상케 한다. 작은 동네 책방이 주는 아늑함과 따뜻함, 정겨움과 휴식 등 아날로그 감성이 그리워 직접 책방을 낸 사람들이 있다. 전국 각지에서 저마다의 이야기와 개성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콘셉트 있는’ 책방 열 곳.

책과 함께 1박 2일 괴산 숲속 작은 책방
오랜 시간 서울에서 어린이 도서관을 운영해온 부부는 ‘이제 할 일을 다 했다’라는 생각이 들어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귀촌을 택했다. 전국을 돌아다니다 괴산의 미루마을을 알게 되었는데, 마침 ‘교육 문화 마을’을 콘셉트로 개발이 한창이던 때라, 마을회관이라도 내줄 테니 도서관을 열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그렇게 오픈한 지 이제 2년 남짓 된 곳이 바로 ‘숲속 작은 책방’이다. 전원 단지에 있는 집 중 한 채를 개조한 이곳은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석처럼 모여드는 책방 겸 민박집이다. 이곳에서 숙박을 하기 위해서는 간단한 면접에 통과해야 하는데, “책을 사랑하십니까?”라는 간단하지만 중요한 질문이다. “출판업계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일단 책을 읽는 문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떠올렸고, 곧 자연 속에서 책 읽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라는 것이 김병록 대표의 이야기다. 책 한 권을 사서 하룻밤 묵으며 충분히 내 것으로 흡수하는 공간이 바로 숲속 작은 책방이다. 그렇다 보니 아이가 있는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다. 이들을 위해 직접 나무 책꽂이를 만드는 목공 교실이나, 책을 만드는 과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미니북 만들기 체험 등의 다양한 즐길 거리도 구성했다.
주소 충북 괴산군 칠성면 명태재로미루길90 문의 043-834-7626


독서를 유혹하는 공간 서울 북바이북
‘책맥’ ‘북맥’이라는 신조어를 낳은 책방 ‘북바이북’은 방송, 디자인, IT 관련 회사가 밀집한 상암동의 지리적 장점을 최대로 이용한 공간이다. 김진아·김진양 자매가 현재 두 개 점으로 나눠 운영하는데 언니 김진아 씨가 맡은 1호점은 소설책을 중심으로, 동생 김진양 씨가 맡은 2호점은 비소설과 실용서를 주로 다룬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집에서처럼 편안하게 맥주를 홀짝홀짝 마시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 읽기에 몰두할 수 있다는 것. 책 읽기가 왠지 모르게 친근하고 푸근하게 느껴진다는 것이 이곳을 방문하는 이들이 입 모아 말하는 북바이북의 매력이다. 또 이곳만의 독특한 운영 방침도 눈에 띈다. 대개 옆 사람에게 재미있는 책을 추천받거나, 블로그를 통해 책에 대한 평을 읽고 책을 고르는 사람의 심리를 염두에 두고 만든 것이 바로 ‘꼬리표’. 책을 읽은 사람들과 책에 대한 생각과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매개체인 셈이다. 또 각자 완독한 책 제목을 적을 수 있도록 도서관을 연상케 하는 ‘독서카드’를 비치했는데, 이를 바탕으로 다독왕, 책꼬리왕, 독서카드왕 등을 시상해 음료와 맥주를 마실 수 있는 적립 포인트를 제공하는 등 대놓고 ‘책 읽기’를 유혹한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44길 32(1호점) 문의 02-308-0831


책과 음악, 커피의 완벽한 삼합 서울 프렌테
스페인어로 얼굴, 표정을 뜻하는 ‘프렌테’는 파스텔뮤직에서 운영하는 문화 공간이다. ‘좋아하는 노래가 비슷한 사람은 좋아하는 책도, 감성도, 취향도 비슷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것을 공유하자’라는 생각으로 합정동 파스텔뮤직 본사 1층에 둥지를 튼 것. 그러다 보니 이곳에서 만날 수 있는 책과 음악은 신간이나 신보·신제품보다는 오래된 것, 지나간 것, 낡은 것, 불편한 것에 가까운데 지극히 파스텔뮤직 직원들의 취향에 따른다. 온전히 책과 음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내부에는 널찍한 소파를 두고, 향긋한 커피도 마실 수 있도록 했다. 한편 최근에는 좋은 책과 음악을 통해 스스로 힐링할 수 있도록 ‘뮤직 북 패키지’를 선보이기도 했다. 음반과 도서, 소품을 한데 묶은 큐레이션 아이템으로, 예컨대 김연수 작가의 소설 <세계의 끝 여자친구>와 영화 <공기인형>의 OST, 책을 넣기에 알맞은 크기의 에코백으로 구성하는 식이다. 국내 유일무이하게 다양하고 독특한 LP 음반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해외를 오가며 공수한 디자이너 소품도 만날 수 있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독막로6길 30 문의 070-7542-8967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허브 공간 대구 더 폴락
“명태는 말리는 방식에 따라 황태, 북어 등 이름이 다양하지요. ‘더 폴락’ 역시 책방을 기본으로 하지만 워크숍, 행사 기획, 공연 등 다양한 문화 예술 활동을 즐기는 공간이길 바라는 마음에 이런 이름을 지었습니다.” 최성 대표를 포함해 대학 동기 다섯 명이 공동대표로 운영하는 ‘더 폴락’은 일명 사람들 사이에서 ‘명태책방’이라 불리는데, 단순히 책을 사고파는 곳이 아니라 여러 사람을 만나고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일종의 허브 역할을 자처하는 곳이다. 최근까지 매장을 운영한 대구 대명동에서도 대명공연문화거리 지도와 소식지를 만들거나 책방에서 진행하는 소규모 클래스인 작은 책 만들기, 토크 콘서트, 플리마켓 등 다양한 소모임을 활발히 진행했다. 현재 매장을 확장·이전한 북성로는 예술인의 보금자리가 하나 둘 들어서고 있어 이웃 간의 커뮤니케이션과 시너지 효과가 더욱 기대된다고. 더 폴락의 최성 대표가 <행복> 독자들을 위해 소개하는 책은 소시민워크에서 나온 <내가 30대가 됐다>. 뮤지션 이랑의 그림이 곁들여져 30대 혹은 30대를 거친 여성의 공감대를 끌어내는데, 한 줄 한 줄 잠시 생각에 잠기게 하면서도 가볍게 읽기 좋은 그림책이다.
주소 대구시 중구 태평로 146-9 문의 010-2977-6533


지역을 응원하는 콘텐츠 장 대전 도어북스
대전의 문화를 다루는 월간지 편집 디자이너로 근무한 박지현 대표는 대전 원도심의 조용한 동네인 대흥동에 동생과 함께 ‘도어북스’를 오픈했다. 토박이지만 사실 대전은 밋밋하고 심심한 도시라 여기던 자매의 생각을 바꾼 것은 대전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기획 프로그램과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젊은이들. 그들의 대견한 움직임에 동참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다양한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문화 콘텐츠의 보고, 책방을 운영하게 된 것. 도어북스에서는 에세이, 사진집, 시집 등 다양한 장르의 독립 출판물을 소개하는데, 자신의 출판물이나 엽서, 문구 등을 선보이고 싶은 이는 누구나 대환영이다. 박 대표는 최근 에세이 그림책 <엄마, 친정엄마, 외할머니>를 감명 깊게 읽었는데, 실제로 외할머니 제삿날 엄마, 이모들과 함께 이 책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여자라면 공감할 만한 모성애와 어머니에 대한 따뜻한 글귀가 선선한 가을날 마음을 적시기 좋다며 강력하게 추천했다. 서점을 찾는 이는 모두 ‘창작자’가 되길 바란다는 박 대표의 바람처럼 앞으로 독립 창작물을 통해 격려하기도 하고, 쉼을 주기도 하는, 새로움을 시작할 수 있는 장이 되길 바란다.
주소 대전시 중구 테미로 48 문의 042-626-6938


손때 묻은 책이 주는 안온함 진주 소소책방
어릴 적 창원에서 큰 책방을 운영하던 고모의 영향을 받아 유년 시절 내내 책방 주인을 꿈꿔온 조경국 대표는 사진 잡지를 출판하는 출판사에서 근무하며 책과 책방에 대한 애정을 다져왔다. “예전에 한창 유행한 헌책방보다는 편안한 분위기이면서 앉아서 마음껏 책을 뒤적일 수도 있는 북 카페 같은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는 조 대표의 바람처럼 한적한 주택가에 자리한 ‘소소책방’은 오래된 책을 쌓아놓은 창고라기보다 책을 매개로 한 아늑한 아지트 같은 분위기다. 내부에는 널찍한 소파와 책상을 두고, 책장 사이사이에도 간이 책상을 두어 눈칫밥을 먹지 않아도 ‘읽을 만큼 읽다’ 갈 수 있는 것이 이곳만의 매력이다. 책은 대부분 중고책이지만, 조 대표가 오랫동안 수집해온 사진집과 사진 에세이 등은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따로 공간을 마련해 비치했다. 게다가 조 대표의 인맥을 십분 활용해 이갑철, 이상혁, 강재욱, 노익상 등 유명 사진작가를 초청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강연회도 종종 진행한다. 그가 추천하는 도서는 <윤미네 집>. 故 전몽각 교수가 큰딸이 태어나 시집가던 날까지의 성장기를 담은 사진집이다. 소박하지만 아버지의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가슴이 뭉클해진다.
주소 경남 진주시 동진로 54 문의 070-8994-4334


로컬 라이프스타일에 주목하다 남해 남해의봄날
문화 예술인의 본향이자, 콘텐츠가 풍부한 ‘이야기의 보고’ 통영에 자리한 ‘남해의봄날’은 지역 콘텐츠에 집중하는 소담하고 따뜻한 출판사다. 남해의봄날에서 소개하는 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비전북스와 로컬북스로 구성했다. 그중 로컬북스는 지역에 애정을 갖고 뿌리내리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끄집어내는 전래 동화 같은 책이다. <서울 부부의 남해 밥상> <해녀와 나> <우리는 섬에서 미래를 보았다> 등 화려하거나 거창하지는 않지만 자신만의 가치관을 지키며 주체적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진솔하게 담았다. 그래서인지 이곳의 콘텐츠만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마니아층도 형성되어 있을 정도다. 통영의 로컬라이프스타일에 더욱 집중한 프로젝트도 다양하게 진행한다. 출판사가 자리한 봉수골의 동네 지도 만들기, 박경리·윤이상·김춘수 등 통영에서 나고 자란 유명 예술가를 알리는 ‘통영 예술가의 길’ 시리즈도 포스터 형태로 진행 중이다. 한편 ‘봄날 이야기’라는 이름의 게스트 하우스를 함께 운영하고 있는데, 방마다 콘셉트에 따라 예술가의 글귀를 벽면과 가구 등에 장식해두어 머무는 내내 마음에 담을 수 있도록 구성한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주소 경남 통영시 봉수1길 12 문의 055-646-0512


토론하며 꿈을 키워가는 곳 부산 인디고서원
청소년을 의미하는 쪽빛(indigo)에 책의 정원을 뜻하는 서원을 더해 이름 지은 ‘인디고서원’은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서점이다. 재미있는 것은 부산의 대치동이라 불릴 만큼 학원가로 유명한 남천동에 자리했는데도 자습서나 참고서, 대형 출판사의 베스트셀링 서적은 일절 찾아볼 수 없다는 것. 이곳을 10년째 운영하는 허아람 대표는 청소년의 꿈과 내적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인문학 서적을 선별해 소개한다. 회벽돌로 마감해 전체적으로 빈티지한 느낌이 풍기는 인디고서원에는 가운데에 3층을 관통하는 중정이 있는데, 큰 나무 한 그루를 심어 볕이 잘 든다. 이를 중심으로 둘러앉아 책을 읽는 학생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을 터. 또 이곳에는 매주 학생들이 벌이는 인문학 독서 모임에 참여하거나 세상과 대의, 정의를 주제로 열띤 토론을 펼치는 등 자신의 생각을 공유한다. 한편 자체 출판사를 설립해 인문 서적도 꾸준히 출간하는데, 청소년들이 열띠게 토론한 내용을 담은 <운명의 주인 영혼의 선장>, 서원에서 아이들이 모여 만든 잡지 <인디고잉> 등도 만날 수 있다.
주소 부산시 수영구 수영로408번길 28 문의 051-628-2897


바쁜 일상에 쉼표를 찍다 서울 일단멈춤
누구에게나 여행지는 낯선 느낌을 주듯이, 번화가가 아니기에 ‘새롭지만 조금은 낯선’ 동네를 찾아 책방을 오픈했다는 송은정 대표. 그의 이야기를 대변하듯 여행 책방 ‘일단멈춤’은 이름부터 쫓기듯 살아가는 일상을 잠시 멈추고 현재에 집중하자는 뜻을 담았다. 주택 밀집 지역이라 책방이 연상되지 않는 염리동 소금길 골목의 한산한 풍경 때문인지 이름대로 책방을 발견하는 순간 일단 발걸음을 멈추게 되는데, 책방을 나설 즈음이면 소금길이라는 산책길로 훌쩍 여행을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곳에서는 여행 에세이, 여행 갈 때 읽기 좋은 책, 여행하고 싶게 만드는 문장 등 ‘여행’과 관련한 책과 소규모 출판물 전반을 다룬다. 이곳을 방문한 이라면 누구든지 쉬어 갈 수 있도록 인테리어도 신경 썼는데, 나지막한 턱에 포근한 패브릭을 씌워 마치 침대에 걸터앉아 책을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더 많은 사람이 책과 여행, 일상의 쉼표에 동참할 수 있도록 전문가를 초청해 ‘나만의 여행책 만들기’ ‘여행 드로잉’ ‘사진 포트폴리오’ 등의 워크숍도 운영하니 홈페이지를 참고할 것. ‘책+알파’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싶다는 송 대표의 말처럼 재미있는 행보를 기대해본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숭문16가길 9 문의 010-2686-2906


제주의 감성을 노래하는 공간 제주 소심한 책방
서점에서 책을 고르는 행위, 그리고 책에 둘러싸여 있는 경험이 큰 위안을 준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었던 장인애&현미라 대표는 마치 누군가의 서재를 들여다보는 듯한 자그마한 공간을 마련했다. 제주의 동쪽 끝 마을인 종달리에 자리한 ‘소심한 책방’의 탄생 스토리는 조금 특별하다. 블로그를 운영하던 두 대표는 각자의 블로그에 게시한 글에 반해 친해졌는데, 그래서인지 책과 텍스트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얼마나 귀한 것인지를 잘 알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마음을 모아 한 명은 제주에, 한 명은 서울에 거주하며 의기투합해 만든 책방을 꾸려 나가는 것. 제주의 특성상 방문하는 사람 대부분이 여행자인 데다 최근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제주 여행 시 꼭 들러야 할 핫 스폿으로 입소문 났다고. 강 대표는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범우사에서 문고본 시리즈로 만든 <목마른 계절>을 추천한다. 생을 향한 전혜린 작가의 지독하리만치 뜨거운 애정이 담긴 내용도 내용이지만, 여행 짐 보따리에 부담이 되지 않으면서도 충분한 깊이가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책방 한편에 제주 관련한 책이나 소품, 하르방 모티프 리빙용품 등을 ‘소심하게’ 소개하니 눈여겨볼 것.
주소 제주시 구좌읍 종달동길 29-6 문의 010-6374-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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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손지연 기자 | 사진 김동오 기자 | 이서린 인턴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5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