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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살 꼬마 두호의 수양엄마 조옥남 씨와 그의 가족 상처받은 아이에게는 사랑이 보약입니다
돌봐줄 사람이 없는 아동들에게는 입양과 시설 입소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수양부모 활동은 아동이 친부모와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따뜻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아동 중심의 새로운 대안입니다. 뜻밖의 인연으로 수양아들을 만났지만 애정으로 더 큰 가족을 만들어가는 착한 사람을 소개합니다.

또 하나의 가족 만들기
요즘 들어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대책들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습니다. 출산율 자체도 문제지만 감소하는 속도 또한 여느 나라보다 빨라서 이렇게 가다가는 젊은이 2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노동력의 대부분을 외국에서 수입해야 하는 초고령화 사회가 될 것이라는 걱정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여성이 사회활동을 하면서 당당하게 대접받으며 눈치 보지 않고 출산과 육아를 할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이 없을 텐데, 출산율 높이기에만 초점이 맞춰진 대책들을 보고 있노라면 커다란 구멍이 뚫린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출산이 우리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문제라면, 그에 따르는 육아 또한 사회적인 책임이기 때문입니다. 중앙아동학대예방센터의 통계를 보면, 출산율은 해마다 떨어지는데도 불구하고 방임과 폭력에 노출되는 아동 수는 오히려 증가 추세에 있습니다. 여기에 이혼이나 생계 곤란을 이유로 양육권을 아예 포기하거나 일시적인 시설보호를 요청하는 부모들이 여전히 많은데도 출산율을 높이기만 하면 되는 건지 의문이 생깁니다. 출산율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이미 태어난 아이들을 하나같이 귀하게 여기고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진 사람으로 키워내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합니다.

혹, ‘수양 부모’나 ‘가정위탁보호’라는 말을 들어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동의 보호자가 양육을 하기에 적절치 못한 상황일 때 아동을 보호해줄 수 있는 건전한 가정에서 대리 양육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아동이 가정적인 분위기에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말합니다. 기간은 아동과 보호자의 상황에 따라 일주일이나 한 달 정도의 단기간에서부터 장기 보호까지 다양합니다. 친부모가 친권을 포기해야 하는 입양과 달리 아동이 가정으로 복귀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돕고 시설에서 성장하거나 소년소녀 가장으로서 방치되는 일이 없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몇몇 뜻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개인적인 자원봉사 형태로 이루어지던 이 활동은 지난 1998년 한국수양부모협회가 창립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아동과 수양아동 위탁을 희망하는 가정을 연결하는 한편 예비 수양부모와 자원봉사자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등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입양을 원하는 가정이 많지 않고 시설 입소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친가족과의 연결고리를 끊지 않고 가정의 울타리 안에서 세세한 보살핌을 줄 수 있는 가정위탁보호는 민간 자원봉사 형태가 주를 이루고 있기는 하지만 보호를 받아야 할 아동을 중심에 두고 생각하는 아동 친화적인 방식의 복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1 ‘수 양 ’ 가족이라는 말이 오히려 어색해 보이는 조옥남 씨 가족. 두호를 키우는 문제를 두고 조옥남 씨와 작은 딸 소영 양은 많이 망설였지만, 남편 정승한 씨와 큰딸 소라 양이 두 사람을 설득하고 기운을 많이 북돋아주었다고 한다.
2 찜질방에서 우연히 만나 가족이 된 두호와 수양부모님. 두호를 수양아들로 삼는 것에 대해 말문을 연 것은 조옥남 씨였지만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것은 남편이었다.

찜질방이 맺어준 인연 조옥남 씨는 네 살배기 두호의 수양엄마입니다. 처음 집에 데려왔을 때 기저귀도 떼지 못했던 두호가 온 집안을 휘젓고 돌아다니는 개구쟁이로 성장하기까지, 온전히 엄마 역할을 해온 조옥남 씨에게는 ‘수양부모’나 ‘가정위탁보호’라는 표현이 오히려 낯설고 딱딱하게 느껴지는 단어들입니다. ‘그저 어린 두호가 딱하고 안돼서’ 시작을 했는데, 이제는 친아들처럼 정이 들고 보기만 해도 마음이 흐뭇해서, 이게 좋은 일이라거나 남에게 칭찬받을 만한 일인지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손을 내저었습니다. 집안 곳곳에는 두호의 장난감이 그득해서 한눈에 어린아이가 있는 집이라는 걸 알 수가 있었는데, 가족들이 굳이 설명하지 않는다면 늦둥이 아들로 여길 만큼 이들의 모습은 자연스러우면서도 평화로워 보였습니다.

조옥남 씨와 두호와의 첫 만남은 수양부모가 뭔지, 가정위탁보호가 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우연히 시작됐습니다. 동네 친구들과 자주 가는 찜질방이 있는데, 갈 때마다 젊은 아빠가 어린 아들을 데리고 와서 잠을 자더랍니다. 처음 몇 번은 그러려니 했는데, ‘무슨 사정이 있어 편한 집 놔두고 어린 아이를 데리고 와서 고생을 하나’ 하는 아줌마다운 호기심이 발동을 해서 이런저런 사정을 물었다고 합니다. 아이 엄마와 혼인 신고도 못한 상황에서 두호가 태어나 엄마 앞으로 호적을 올렸는데 아이 엄마와는 헤어지고 혼자 일을 하면서 아이들 돌보려니 어쩔 수가 없다고 했다네요. 그 이야기를 들으니, 혼자서라도 아이를 키워보겠다고 애쓰는 아빠도 안됐고, 아이도 안쓰럽고…. 그 이후 찜질방에서 두호 부자를 만날 때마다 안쓰러운 마음에 삶은 달걀 하나씩 쥐어주다 보니, 자연스럽게 두호를 돌봐주는 이야기까지 나오게 된 거지요.

“처음에는 부업으로 생각을 하고 시작한 거였어요. 우리 아이들은 다 커서 손 갈 일이 없고, 제가 워낙 아이들을 좋아해서 집에서 아기 돌보는 일을 해볼까 하던 참이었거든요. 두호를 보니까, 돈을 좀 덜 받더라도 이왕이면 도움이 필요한 아이를 돌봐주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먼저 얘기를 꺼냈죠. 두호 아빠도 고마워하고, 저도 ‘아직 젊으니까 열심히 일해서 얼른 자리 잡으라’고 격려하면서 기분 좋게 시작한 거였어요. 그게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죠.”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약속한 양육비는 오지 않고, 연락도 뜸해졌습니다. 약속을 어길 때마다 ‘젊은 사람이 차라리 사정 이야기를 하지, 이러는 게 아닌데, 정말 괘씸하다’ 싶어 “이러려면 차라리 두호를 데려가라”고 모진 소리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아이를 정말 데려가면 어쩌나 두려운 마음도 있었다고 합니다.

“두호를 데려가면 어떻게 될지 눈에 보였거든요. 한동안은 또 찜질방을 오가며 생활하겠지만, 아이는 크는데 제대로 먹이지도 입히지도 못할 테니, 어느 순간 포기하고 아이를 시설에 보내버릴 것만 같았어요. 저 역시 두호를 아빠한테 도로 보내지도 못하고 키우겠다는 결심도 못하면서 한동안 시간만 보냈지요. 그러면서도 점점 더 정이 든 거죠. 우리 집에 처음 왔을 때부터 저를 엄마라고 불렀거든요.”

부업과 달리, 수양부모가 되는 건 가족의 동의와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조옥남 씨의 가족도 두호를 두고 찬반으로 나뉘어 한 달 가까이 냉전 아닌 냉전을 치렀습니다. 직업 군인인 남편과 큰딸은 찬성을 하고, 육아의 대부분을 도맡아야 하는 조옥남 씨와 작은딸은 반대를 하며 맞섰지만, 찜질방에서 얼굴 몇 번 봤다고 삶은 달걀 쥐어주던 그 따뜻한 마음이 어디로 가겠습니까? 결국 남편과 큰딸의 설득에 두 사람이 지고 말았지요. 이제 뭔가를 계획할 때마다 두호를 포함한 다섯 식구가 함께 할 수 있는 일, 함께 갈 수 있는 곳을 고민하는 건 식구들의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어버렸지만 사실 처음엔 모든 게 만만치 않았습니다.

“두호가 처음 한동안은 욕심을 아주 많이 부렸어요. 식탐도 그렇고, 갖고 싶은 게 있으면 사줄 때까지 그 자리에서 뒹굴고 안 일어나는 거예요. 딸 둘을 키웠지만 그런 일이 없었는데, 어찌할 바를 몰라서 많이 당황했죠. 그저 많이 안아주고 달래고 그러다 보니 달라지는 게 서서히 보이더라고요. 아마 그게 두호 나름의 애정을 확인하는 방법이 아니었나 싶어요. 요즘은 자제할 줄도 알고, 애교도 나날이 늘고 두호 때문에 웃고 살아요. 아이들이 크니까 아빠가 퇴근을 해도 뛰어나가 반기거나 그런 건 없잖아요? 나와서 인사는 해도 각자 방으로 들어가서 자기 할 일 하고 그러는데, 두호가 오고 나서 가족들이 거실에 모이는 시간이 더 많아졌어요.”

한국수양부모협회 산하에는 중앙 가정위탁지원센터 외에 경기북부 . 경상북도 . 대구 . 대전 가정위탁지원센터가 있습니다. 이런 사실도 모르고 두호를 1년 넘게 키워온 조옥남 씨가 경기북부 가정위탁지원센터의 도움을 받게 된 건 지난 3월. 위탁 아동에 한해 의료보호대상자로 지정받도록 도와주고 매월 7만 원의 양육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이 경제적인 지원의 전부입니다. 하지만 ‘두호가 아플 때 병원 갈 걱정을 덜어 마음이 놓인다’는 조옥남 씨를 보면서 그를 추천한 사회복지사의 말을 떠올렸습니다. 대부분은 가정위탁지원센터를 통해 수양부모와 위탁 아동이 연결되는데, 조옥남 씨처럼 자발적인 경우는 파악이 어려워서 ‘진작에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뜻을 전한 경기북부 가정위탁지원센터에 그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 거 보고 아이 키우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그냥 마음으로 하는 거지. 나는 아이들이 좋아요. 애들은 본 대로 배우거든요. 두호가 우리 마음 알면 이다음에 커서 자기보다 못한 사람도 배려하게 되겠지요. 그거면 돼요.”

이런 엄마를 보고 자란 조옥남 씨의 두 딸. 아들이 있다면 이런 집으로 장가를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1 두호가 어려서 아직은 상황을 잘 모르지만, 언젠가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상황을 알려주고 싶다는 조옥남 씨. 남다른 인연으로 만난 두호가 건강하고 남을 배려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2
처음 한동안, 두호는 욕심을 많이 부렸다. 많이 먹고, 많은 물건을 가지는 것으로 애정을 확인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지금은 자제할 줄 알고 애교도 늘었다.

김민정(프리랜서)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6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